고맙다 빌어먹을 탕탕특공대
나는 꽤 오랫동안 ‘몰입’에 대해 자조적인 근심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것들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루의 일과를 운동과 독서에 어느 정도 할애한 후 오늘도 선방 쳤다고 자위하기 바쁘다. 정작 제대로 해야 할 일들은 하는 둥 마는 둥 해놓고 ㅠ 심지어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들마저 이런 경향이 잦다. 물론 나도 드물게 집중할 때가 있는데 한 시간 이상 지속된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감을 느낀다.
갑자기 아끼는 친구 놈이 생각난다. 친구는 중증의 성인 adhd를 갖고 있는데, 얘랑 대화를 나누다 보면 굉장히 참신하고 흥미진진하면서도 무슨 개소리를 하는지 모를때가 많다. 여튼 이 친구는 무언가에 몰입하면 정말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장시간 집중한다는데, 뭔가 구라 같지 않다. 나중에 유튜브에서 스쳐 듣기로는 성인 adhd를 갖고 있는 사람들 중 이런 케이스가 꽤 있다고 한다. 나와 함께 전시회를 준비했던 작가님 중 한 분도 상당한 수준의 adhd가 있었지만 엄청난 집중력과 퀄리티를 보여주는 능력자였다. 이 때문에 성인 adhd가 정말 큰 축복이라 여기는 분들도 있다. 함부로 얘기할 수 없지만 나는 이들이 정말 부럽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굉장히 오랜만에 인스타 광고에서 홍보하는 핸드폰 게임을 다운로드했다. 역시나 해야 할 일들은 안 하고 소파에서 뒹굴던 도중이었다. 그 이름은 ‘탕탕특공대..!’ 게임을 시작하고 며칠간 십수 시간은 한 듯싶다. 그렇다, 나는 쉽게 몰입할 수 있는 놈이었다. 심지어 현질도 5~6만원은 했다. 진짜 실화냐 ??
약간 두려운 의구심이 생긴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나의 흥미가 게임보다도 못한 것일까? 나는 억지로 몰두할 것을 찾고 의미 부여 중인가? 어쨌든 이런 궁상맞음은 실리적이지도 않고 건강한 고민도 아니다. 적어도 지금의 나한텐, 그냥 닥치고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제발 그냥 좀 하라고 오늘도 거울 속 나에게 소리친다 ?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정말 공감하는데, 잔인한 현실은 이제 나머지 반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세상이라는 거다. 빌어먹을 탕탕 특공대를 하다가 일정 챕터에서 막히기 시작했는데 도저히 넘어갈 수 없었다.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던 도중 나는 내가 이해한 게임의 메커니즘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했다. 분명 플레이스토어 리뷰에서는 만원도 결제 안한 새끼들이 내가 헤매고 있는 단계를 ㅈ밥 취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튜토리얼이나 공략집과 거리가 먼 나는 그제서야 에 탕탕특공대를 검색했다. 확실히 나는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게임의 이론을 바탕으로 다시 플레이했더니 금방 클리어했다. 탕탕특공대는 나도 미친 듯 몰입할 수 있다는 희망과, 실기와 이론은 병행되어야 한다는 고전적 상식을 되새겨 주었다.
나는 일단 저지르는 건 잘하는 편인데, 이후 방법론 습득과 디벨롭이 존나 부족하다. 심각할정도로.. 갑자기 역행자에서 저자가 포커 공략집을 읽고 포커 경험이 많던 형들을 뚜까 팼던 대목이 떠오른다. 이 또한 배움이고 발전이겠지..? 그렇다고 해주라 한 번만 ?
이 글을 쓰며 다운로드와 삭제를 반복한 탕탕특공대를 또 지운다. 이제 다운받지 말아야지
즐거웠고 다신 보지 말자 개자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