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클로버 모바일', 칠대죄와 다른 환경에서 같은 전략은 통할 것인가
빅게임스튜디오의 첫 게임 '블랙클로버 모바일'이 지난주 한국과 일본 양국가에서 정식 서비스에 돌입했습니다.
빅게임스튜디오는 넷마블에서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를 개발했던 최재영 대표를 주축으로 설립, '블랙클로버 모바일'에서도 그들의 장기인 카툰렌더링 기반의 고퀄리티 비주얼과 연출을 내세운다는 계획이죠.
서브컬처 마니아 층을 타깃으로 한 모바일 수집형 게임이 앞다투어 출시되었으나, 게이머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조금 부족했습니다.
결국 뚜렷한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유명하진 않으나) 그나마 인지도 있는 IP를 활용한 '블랙클로버 모바일'이 일시적으로 관심을 받는 모습입니다.
다만 출시 초기의 평가는 조금 미묘합니다. 비주얼 자체는 인정하나, 결국 수집형 RPG로서의 재미가 부족하다는 반응들이죠.
일본 애니메이션 IP, 그리고 원작 재현에 중심을 둔 연출까지 그들의 과거 흥행작 '일곱 개의 대죄'와 동일한 전략이나 시장의 초기 반응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지, '블랙클로버 모바일'의 첫 인상을 가볍게 정리해보았습니다.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은 했는데, 문제는 IP일까
출시 전부터 '블랙클로버 모바일'이 줄기차게 내세웠던 강점은 '원작 재현'입니다. '일곱 개의 대죄'가 그러했듯이 이들은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게임에 옮겨놓은 듯한 카툰렌더링 기반의 비주얼을 구현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거든요.
분명 게임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애니메이션 컷씬에서의 자연스러운 표정 연출, 그리고 원작 특유의 그림체를 3D 그래픽으로 옮긴 듯한 비주얼 자체는 최근 출시된 수집형 RPG 중에서는 최상위권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게임의 '몰입감'이죠. 잘 만들어진, 예쁜 비주얼 만으로는 게이머들을 몰입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호평을 받았던 '일곱 개의 대죄'는 원작 자체가 초반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게임으로 담아냈을 때 연출, 비주얼 상으로도 관심을 끌 수 있는 장치가 여럿 준비되어 있었죠.
반면 '블랙클로버'는 연재 초기 그리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 연출 등 클리셰를 지나치게 따른 것이 문제겠죠.
결국 원작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춘 '블랙클로버 모바일'의 스토리 또한 원작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운명인 것입니다. 연재 중반부부터는 평가가 점차 반전해 서구권 등에서 호평을 받았던 것이 맞으나, 게임은 출시 초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죠. 언제고 스토리만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스토리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게임만의 차별화된 경험 없이는 애니메이션과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해야 합니다.
문제는 '블랙클로버 모바일'이 게임으로서 차별화된 경험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겠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하기엔 사실 원작의 성비 자체가 경쟁력이 있지는 않습니다. 미형의 캐릭터 혹은 얼굴마담이 다소 부족하죠.
전투, 콘텐츠 구성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올드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턴 기반의 전투는 변수를 창출하기 어려운 설계입니다.
스테이지를 돌파할수록 난이도가 가파르게 상승하는데, 속도와 피해량을 제외하면 플레이어에게 이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죠. "너 한대, 나 한대"의 단순한 구조가 반복되는데 전투의 난이도가 많이 불합리하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비용만 지불하면 일단 완결까지 감상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과 달리, 게임은 캐릭터도 뽑고, 숙제도 돌리고 육성도 해야하는 등 손이 참 많이 가죠. "이럴거면 애니메이션을 본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홈그라운드를 노린 테스트베드 전략일까?
'블랙클로버 모바일'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게임 만의 차별화 없이 애니메이션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게임으로서의 매력을 느낄 만한 장치들이 부족한데, 원작 재현에만 몰두한 나머지 차라리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어떨까 싶은 것이죠.
'블랙클로버'라는 IP는 한국, 일본보다는 서구권에서 인지도가 높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론칭 시점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선 타깃으로 정했는데, 조심스럽게 매출 기대치가 높은 메인 시장에 출시하기 전 한국과 일본에서 일종의 검증 자격을 거치려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보게 되네요.
게임은 단순히 보기 예쁘다고 끝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도전 욕구를 갖게 만드는 각 콘텐츠의 유기적인 구성, 그리고 다음날에도 또 접속하게끔 만드는 중독성, 게임의 인지도를 적극 알릴 수 있는 마케팅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일곱 개의 대죄'의 흥행공식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 '블랙클로버 모바일'이나, 결국 그 전략의 기반이 될 수 있는 IP의 선택이 조금은 미묘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쪼록 한, 일 오픈 초기 유저들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여 분주히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