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 최종장 스토리 텔링에 대한 감상
이 이야기를 얼마나 하고 싶었는 지 모르겠다. 대신, 아직 최종장 못 본 분들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뒤로가기를 눌러 달라.
대체로 4차 PV를 보고났을 때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떡밥들과 결말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전개는 엇박자로 치고 들어오는 부분들이 있어 조금 당황했다.
최종장 스토리가 크게 4개의 구성으로 되어 있는 만큼, 이 구성을 따라서 감상을 한 번 훑어보고 싶다.
샬레 탈환 작전
샬레 탈환 작전
개인적으로 이부분은 초반에 다소 답답했었다. 성격이 근본적으로 급하고 전개의 초반 속도감은 높이고 고조 시킬때 예열시키는 걸 선호하는 입장에선 갑갑하다는 인상을 초반에 지울 수가 없었으나...
중반부터 지루하다, 갑갑하다는 인식이 상당히 휘발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내 "학생"이라는 느낌이 덜했던 "칸나"의 행보와 존재감은 칸나라는 인물이 내 학생이고 복합적인 인물이라는 느낌을 선사하기에 정말 충분했다.
그리고 캐릭터성은 넘쳤지만 스토리의 지분이 애매했던 토끼소대의 활약은 최종장이라는 이야기가 4장에서 이어진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으며, 우리가 과연 메인스토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던 토끼소대를 이렇게 빌드업했다는 것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린"이라는 플레이어에게 과할 정도로 어른스러운 인물이 "학생"처럼 행동하는 모습까지 장치하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어인 내가 비록 나이 32살 처먹고 달에 흑우팩 3트럭 꼬라박는 참 한심한 사람일지라도, 이 세계에서 만큼은 내가 등장인물들이 가장 믿고 신뢰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되게 묘하게 작용했었다.
2. 거짓된 성소 공략전
사실 세계를 둘러싼 미증유의 위기라는 건 수많은 작품에서 나오는 연출인만큼, 거짓된 성소 공략적은 언젠가 만났으면 했던 캐릭터들이 서로 만나는 핑계로서 훌륭하다는 수준으로 생각했다.
물론 그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 그 효과는 내 예상을 너무 아득히 뛰어 넘었다. 특히 아리스와 히나가 만난 시로쿠로 연합작전은 진짜 예상치 못한 조합이라 아빠 웃음이 나왔으며, 페로로질라 VS 카이텐져의 대결은 이미 일섭 스포를 당한 입장에서도 미친 뽕이 차올랐었다.
어제의 괴짜 악당이 오늘의 아군이라니 이런 연출 뻔하면서도 타이밍만 적절하면 효과가 좋지 않았던가. 그런 의미로 카이텐져 모델화 사러간다.
그리고 미카가 코하루를 구하러 오는 이 장면 또한 너무나도 큰 뽕이 차올랐다. 결국 순?수한 사람끼리 통하는 느낌인 듯한...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압권은... 역시... "각오"가 아닐까 싶다. 이거 일섭스포당하고 사쿠라코 뽑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3. 아트라하시스의 방주 점령전
블루아카이브 스토리 중에서 완결성을 가진 유일한 에피소드는 "에덴조약"이며, 나머지 에피소드들은 아직 완결이 났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토끼 소대는 현재 일섭스토리에서 큰 연결고리로서 작용하고 있고, 1부 대책 위원회편도 색채 시로코를 되돌리기 위한 연장선으로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2부 게임개발부는 당연히 개발진의 모에화 그 자체다. 이건 블루아카이브 서비스 끝날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모모이가 2부 작가가 가장 이입한 대상이 아닐까 싶긴하다.
이런 긴 사족을 단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2부의 묘한 현실성으로 인하여 어쩌면 가장 비현실적인 블루아카이브의 세계관과 동떨어져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혼자 동동떠다닌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고, 애초에 밀레니엄이라는 학원자체가 다른 스토리들과 혼자 동떨어져 있다.
그런 2부의 후반부를 아트라하시스의 방주 돌입작전에 녹임으로서 그 의의를 살렸다고 생각한다.
가장 어린아이 같았던 아리스가 가장 어른 같았던 리오를 "용서, 아니 그 이상"을 보여주었으며, 자신의 친구를 괴롭혔던 케이를 "이해"함으로서 2부의 스토리 텔링은 완성이 되었다. 특히 그 무엇보다 "순수"할 수 있기에 "가장 맑은 판단"을 할 수 있는 개연성과 감동은 현업에서도 이해받지 못해왔었던 내자신에게 과할 정도로 큰 감동으로 다가와 버렸다.
4. 프레나파테스 결전
사실 여기가 제일 말하고 싶었다. 이사쿠상의 스토리 텔링의 특징은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 기법이다. 뭔 개소리인가 싶겠지만, 울음과 웃음의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가장 강렬한 부분에서 일방적인 슬픔과 일방적인 희열로서 자신의 작품이 소비되질 않길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복합적인 방법은 기술적으로도 카타르시스의 역치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다.
이는 3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데, 빵봉투를 쓴 히후미의 등장은 가장 희화화된 부분이면서 가장 블루아카이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사오리가 사기를 당해 괴로워하자, 뜬금없이 나타난 하루카에 의해 와장창하는 모습도 이런 복합적 감정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애초에 미카가 죽을 위기에서 선생이 "공주"라는 호칭을 쓰는 것도 독특하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사족이 긴 이유는 사실 이 장면 때문이다. 시로코가 색채 시로코에게 "복면"을 전달하는 장면 말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감정선을 잡지 못하고 정말로 울면서 웃었다. 특히 색채 시로코가 일말의 주저 없이 "나도 은행 터는 거 좋아해"라는 대사를 읽고 나서는 꺾꺽 울면서 웃었다.
용서, 그리고 이해. 이것이 비록 아리스로 부터 구체화된 모습일 지라도, 이것을 완성하는 건 역시 이 게임의 메인 히로인인 시로코이다. 이 모습을 보며 색채 시로코는 위로 받았으며, 프선생은 구원 받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거창하고 무겁고 딱딱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이 앞에 나온 프선생이 색채와 접촉하는 일화, 색채 시로코에 위로하는 선생 등등 한 장면도 감동이 없었던 것은 절대 아니지만, 화룡점정은 저기가 아닐까 싶다.
5. 결론
블루아카이브의 스토리 텔링이 빼어나다, 독보적이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이유는 심각함과 웃음 코드를 적당히 섞어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블루"라는 색채의 이미지와 일맥상통해 보인다. 밝고 맑은 색깔인 파란색. 하지만 가장 우울해 보이는 색깔 파란색. 어쩌면 이사쿠상이 이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를 "색채"라고 칭한 것도 이런 색이 가진 복합적인 메시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