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결승을 보고 느낀 점 :국내게임사는 왜 LOL, 원신처럼 팬덤과 덕후를 양상하지 못할까?

게임을 잘 알지 못하면서도 흥미가 동해 주말에 남편과 롤드컵 결승전을 봤습니다. 대형 뮤지컬같은 오프닝 공연도 꽤 볼만했고 우리가 본 유튜브 채널만해도 실시간조회수가 140~160만명이 나오고 타 채널도 최소 몇십만 조회수가 나오던데 기사를 보니 4억명이 지켜봤다고 나오네요. 와우~

매일경제 11/19일자 인터넷신문 발췌

롤드컵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그오브 레전드' LEAGUE of LEGENDS 라는 게임의 약어 LOL과 월드컵에 비견되는 인기를 합쳐 일컫는 용어입니다. 일요일 저녁에 국내 고척돔에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이 있었고 국내 T1 VS 중국 웨이보 게이밍팀 결승 결과 3:0으로 T1이 4번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리알못이 보기에도 페이커는 명성 그대로, 아니 정말 레전드로 남을 인물이 맞더군요. 수명짧은 게임계에서 10년차 임에도 게임내에서의 존재감이 어마무시했습니다.

저와 남편은 리그오브레전드를 해본적이 없음에도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게임의 명성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매년 공식 뮤비를 만들고 히트친 음악들은 타 컨텐츠로도 확장됩니다. 팬덤을 형성한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광적으로까지 보이는 그들만의 리그, 축제처럼 보이던 특정 집단의 문화들이 외부로 확장, 전염되면 어느새 새로운 주류가 되기도 하는.

애플, 테슬라, 리그오브레전드, 원신 등이 아마 그런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2023 결승전 오프닝무대 LOL주제곡 'GODS'_뉴진스

올해 LOL 주제곡은 뉴진스가 불렀고, 탑 브랜드 cf들를 섭렵하더니 롤주제곡까지 부르네요.

테슬라 주주이자 남편이 3년간 원신하는 걸 지켜봐서 캐릭터 특성 거의 다 꿰고있는 원신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유독 국내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이머들이 나오는데 반해 IT선진국이고 가장 게임을 잘한다는 나라에서 정작 세계적인 게임은 나오지 않습니다. 게이머들에게 가장 신뢰받지 못하고 조롱받는게 국내게임 업체들이기도 하죠. 누구보다 수준높고 국내 게임의 성장을 원하는 집단들에게 말입니다.

최근에서야 국내 게임업체들도 콘솔시장으로 진출을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거의 모바일게임을 주축으로 PC시장과 양분되 있었습니다. 국내 게임시장의 가장 큰 특성은 쉽고 빠른 과금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시장입니다. 게임을 돈주고 사서 플레이하는 콘솔류와 달리 모바일, PC는 누구나 무료로 쉽게 다운로드받아 사용하면서 게임내 업그레이드나 보다 강력한 성장, 뽑기를 위해 유료아이템을 구매하는 시스템인데 단기로 매출을 올릴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니 당장의 매출에 치중하느라 게임성을 인정받는 투자영역은 등한시 될수 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게임을 하지는 못하지만 (게임멀미 작살) 수많은 명작게임을 관람, 직관한 간접매니아로서도 한번쯤 국내 명품게임을 만나고 싶다는건 정말 욕심인걸까요.

라스트 오브 어스나 엘든링, 젤다급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꼭 국내에서도 레전드 좀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때문에 크래프톤의 '눈물을 마시는 새'나 펄어비스 '도깨비'를 기대하는 거겠지. (한편으론 너무너무 걱정되는 것도 사실.. 차라리 아예 기대따위 없어야 실망도 안할텐데,,)

도깨비 트레일러 영상

(눈마새 영상은 잔인하다고 그새 연령제한 설정이 되었나보다)

국내에도 팬덤있다고 삼성 얘기하면 할말 없음.

한국 사람들의 삼성 사랑은 뭐랄까. 팬덤과는 완전히 다른 국뽕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삼성이 어떻게 되면 나라가 무너진다고까지 생각하는. 무소불위. 신격화에 가까운 느낌이랄까요? 뭐 순전히 개인적인 견해지만요.

게임사만이 아니라 투자자 입장에서도 국내회사를 보면서 늘 느끼는 부분들입니다. 왜 고객과 윈윈으로 함께 어깨동무하며 나아가려는 기업이 없는 걸까. 찐진심이 느껴지는 투자는 안하는 걸까?

초기에 표절논란 심했던 원신을 오랫동안 접하면서 그들(미호요 회사)의 오타쿠같은 찐 진심에 늘 놀랍니다.(하긴, 미호요 슬로건 자체가 '기술 오타쿠가 세상을 구한다' 입니다.) 중국 기업이라고 무시했던 것도 잠시. 결국 소비자는 압니다. 그들이 진짜인지, 아닌지. 진심인지 그저 상술인지.

롤드컵을 보고 늘 국내기업에 가졌던 의문을 풀어봤는데 답은 없죠. 어떤 기업이든 미친척하고 좀더 길게 보고 투자를 해야하고 그 투자가 성공하지 않는한, 그 최초가 생기지 않는 한 기존의 안정된 매출을 버리고 모험할 대기업은 나오기 힘들테고, 스타트업 기업이 원신처럼 미친듯이 투자하기도 힘들테고. 그래서 저는 소망합니다. 국내 시장을 뒤 흔들어줄 미친 사람이 한국 기업에서도 나와 주기를. 나온다 한들 기존질서 흔드는 사람을 가만놔둘 한국사회가 아니긴 하지만 언젠가는 불쑥 솟구치는 인물하나, 기업하나 나올수도 있겠죠.

평소와 다른 질감과 게임 얘기라 다소 공감할 만한 주제는 아닐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가끔 이런 다양한 관심사들도 올려보려해요. 세상 잡학다식한 남자와 살다보니 제 관심사도 꽤나 넓어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