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344편 - 아빠의 병맛나는 포켓몬고 체험기

벌써 일요일이다

포켓몬고

저번 주까진 공부만 미친듯이 했다면, 이번 주는 포켓몬고만 미친듯이 한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포켓몬고를 시험공부 하듯이 하고 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 40일동안 내가 집에서 공부만 하고 있는 사이, 비니 학교엔 포켓몬고 열풍이 불기 시작했던 것 같다. 시험기간 내내, 포켓몬 잡으러 나가자고, 나가자고, 졸라 대는데, 시험만 끝나면 해주겠다고 대답하고 나니 어느덧 시험이 끝나있었다.

그래서 비니를 따라 포켓몬고를 시작함.

저번 주 일요일부터 시작했는데, 일주일만에 24랩 찍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참 사람 미치게 하는 게 뭐냐면,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실제 지도상에 체육관이라는 곳이 있는데, 저기에 특정 시간대에 좋은 포켓몬들이 나온다는거다.

문제는 실제 저 근처로 가야지만 저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집에서도 가능한 방법이 있긴 한데, 1,100원을 내야한다.

처음엔 귀찮아서 그냥 현질해서 잡곤 했는데, 이게 비니랑 나 둘이서 잡으면 두개가 필요하니, 2,200원이고, 그게 3~4번이 되면 어느순간 하루에 만원이 넘어가는 거임.

보통 퇴근하고 나면 부리나게 집으로 달려가서 뿌꾸를 데리고 비니 학원에 가서 비니를 데리고 오는데, 화요일엔가, 비니 하원하는 시간에 맞춰서 옆동네 레이드에 포켓몬이 뜨기 시작했다. 그래서 뿌꾸와 비니를 데리고 옆동네에서 기라티나를 잡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재미난게 거기가면 우리 말고도 다른 초딩들이 옹기종기 모여 포켓몬을 잡는다는 거다. 매력적인 건, 사람이 많을수록 함께 잡는 개념이다보니 더 잡기가 쉬워진다는 거.

여튼 포켓몬을 열심히 잡고 있는데, 초딩 여자애 두명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비니에게 계속 몇살이냐, 어느 학교 다니냐, 물어보는데, 은근 인기 많은 비니가 부러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초딩때 찐따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 다 내가 잘생긴 덕분에 니가 잘생긴 줄 알아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이거만 잡고 집에 갈랬는데, 이게 참 사람 환장하게 하는게, 하나가 뜨고 나면, 다시 5~10분 뒤에 옆동네 아파트에서 포켓몬이 뜬다. 그래서 또 다른 아파트에 가서 이번엔 크리만을 잡았다. 이제 집에 가려고 했드만, 집에 가는 길에 어쩜 좋은 포켓몬이 이리도 많이 뜨는지, 비니 학원 데리러 갔다가 1시간 넘게 야밤에 방황하다가 집에 왔다.

수요일 저녁엔 야근하고 집에 오니 10시가 되었다. 비니는 이미 잠들어 있고, 뿌꾸는 이 날 산책을 못해서 화가 단단히 나 있길래, 잠깐 나갔다 온다는 게, 포켓몬고 틀어놓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포켓몬을 잡다보니 1시간반이 지나가 있는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목요일엔 곰이 야근을 해야해서, 이 날은 그냥 각잡고 뿌꾸랑 비니 패드와 패딩을 준비해서, 밖에서 1시간 넘게 추위에 떨며 포켓몬을 잡았다.

토요일은 비니 병원을 가야해서, 병원 근처에서 또 열심히 포켓몬을 잡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재미난 건 새로운 장소마다 새로운 포켓몬이 뜬다는 거다.

대체 비니 화상치료 때문에 성남동에 몇번을 오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뭐 해탈하고 즐기는 단계에 이르러서, 매번 안가본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는다. 이 식당 평점이 좋아서 도전해봤는데, 양 적은 거 빼면 맛은 매우 훌륭했다.

더불어 식당 근처에 체육관이 2개나 있어서 포켓몬 잡기도 좋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은 일하러 가버리고, 비니와 단둘이 남겨진 우리는 제대로 각을 잡고 온동네를 뒤지며 포켓몬을 잡기 시작했다.

이 날 망나뇽도 잡고, 크리먼도 한마리 더 잡았다.

뒤늦게서야 알았는데, 이 날이 한달에 한번 있는 커뮤니티 데이였다. 그게 뭐냐면, 특정 요일, 특정 시간대에 한마리 포켓몬만 주구장창 나오는 이벤트인 것 같다.

여튼 이 날이 마침 미뇽이 미친듯이 나오는 날이었고, 밖에서 저 사진 속 미뇽만 300마리는 넘게 잡은 것 같다. 나중에 자꾸 잡다보니 이 놈들이 무슨 미꾸라지 같고, 내가 하루종일 이 놈을 왜 잡고 있어야 하나,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참 이 게임이 병맛 같은 건, 우리 같은 초딩들이 많다는 거다. 어딜가든 초딩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포켓몬을 잡는다. 이 날 비니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분명 비니가 시험 전, 다른 친구들은 아빠가 함께 포켓몬고를 해주는데, 아빠는 대체 뭐냐고 했던 말에 시작한건데, 밖에 나와 있는 초딩들은 죄다 아빠가 없는 거임.

비니에게 따져 물었더니만, 돌봄교실에 있는 친구들은 죄다 아빠랑 게임한댄다.

그런데 왜 밖에 안나오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토요일에 2~3시간 밖에서 쏘다니며 포켓몬을 잡았다. 정말 걷긴 많이 걸었던 건지, 비니는 잠잘 시간이 되기도 전에 피곤하다고 자고 싶다고 자버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역시 하루종일 참바람 맞으면서 돌아다녀서인지 힘들어서 일찍 자버렸다.

일요일엔 좀 쉬고 싶었지만, 역시나 밖에서 1시간반 정도 있다가 온 것 같다.

그래도 일주일동안 열심히 손잡고 놀아줬더니만, 이 놈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빠가 엄마보다 좋다는 말을 해주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항상 잘해줘도 아빠랑 엄마랑 공동 1등이라더니, 처음으로 엄마보다 아빠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 거 아닌데, 참 그 말 듣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열심히 울궈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곰이랑 셋이서 있을 때, 틈날 때마다 비니보고 엄마 앞에서 제대로 좀 말해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판에 쳐자빠짐..

이번 주 시험도 끝나고, 마음고생 했던 일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고, 비니랑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참 기분이 좋은 한 주였는데,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오다가 뜻밖의 사고가 났다.

신호 바뀐다고 급하게 뛰어가다가 그만, 바닥에 있는 장애물에 걸려서 자빠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손에 뭘 들고 있어서 땅에 제대로 꼴아박았는데, 손바닥 다 쓸리고, 왼쪽 엄지랑, 오른쪽 새끼 손가락이 심하게 패어버리고, 무릎도 찍어서 쓸라고 피나고...

옆에서 비니랑 곰이랑 어찌나 잔소리를 하는지, 귓구멍이 뚫릴 정도로 2시간 넘게 잔소리를 들었다.

"무슨 어른이 칠칠 맞게 엎어져서 다치냐.."

"제발 좀 조심해라. "

"나한테 맨날 조심하라고 뭐라 해놓고선, 아주 잘한다 잘해. "

곰은 뒤늦게서야 회고 하는데, 뒤를 돌아오는데, 내가 공중에서 구르고 있었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따가 따로 없었다고..

그래도 아빠, 남편이 다쳤다고 옆에서 잔소리하고 걱정해주는데, 내심 기분이 좋고, 사랑스러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나이 39살 쳐먹고 병신같이 자빠져서 크게 다치기나 하고 ㅋㅋㅋㅋㅋㅋㅋ 살이 너무 크게 파여서 이거 내일 병원을 가봐야 하나 고민이다.

여튼 시험이 끝나서 마냥 행복한 한주였고, 답답했던 일들 하나둘씩 풀려서 정말 다행이고 기분 좋은 한주였다.

아스팔트 바닥에 꼴아박기 전까진 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주일 내내 돌아다녀서 너무 피곤하다.

다쳤다는 핑계로 병가 내고 싶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