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미니게임천국에는 어떤 재미 요소가 있을까
사진 출처: 컴투스(https://com2us.com/corporation)
어린 시절 나의 첫 핸드폰은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대신 기본 게임으로 미니게임천국 1이 탑재되어 있었다.
친구들이 리듬스타, 놈, 액션퍼즐패밀리와 같은 게임을 하는 동안 나는 갈색 화면의 미니게임천국을 플레이하며 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기도 하고, 동료 다양한 캐릭터들을 줄줄이 끌고 다니기도 했다.
2023년 7월 27일, 추억 속의 미니게임천국이 출시됐다. 버튼 하나로 원하는 미니 게임을 쉽게 조작하고, 몰입하게 하는 기존의 방식은 그대로이다. 그러나, 이제 게임은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비즈니스이다. 그렇기에 달라진 화면과 다양한 시스템, 추가된 과금 요소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미니게임천국에서 보던 캐릭터들과 게임이 주는 추억은 유저들이 게임을 다운받아 진입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추억으로 시작된 게임 플레이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결국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는 주관적이고, 모두가 다르게 느낀다. 새롭게 부활한 미니게임천국은 어떤 핵심 재미를 가졌고, 핵심 재미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요소들은 무엇이 있을지 찾아보자.
2023. 08. 04 기준 13개의 미니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원터치 조작
미니게임천국은 13개의 게임이 존재한다. 각각의 방식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틀은 터치 하나로 모든 행동이 이루어진다. 방향을 바꿀 수도 있고, 바닥을 뚫을 수도 있고, 점프를 할 수도 있다. 여러 개의 게임 중 어느 게임을 선택하더라도 조작법은 달라지지 않는다.
각 게임은 목표로 하는 행동은 다르지만, 조작법은 터치 하나만으로 진행된다.
이런 직관적인 조작법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즉각적인 피드백을 전달한다. 유저는 본인의 행동이 게임 내에서 어떤 결과를 발생시키는지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성공이든 실패든). 그리고, 이 단순한 터치 하나에 몰입을 할 것이고, 아슬아슬함을 느낄 것이고, 결과를 통해 성취를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순하고 직관적인 조작법은 반대로 유저에게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다. 계속되는 반복 행동과 반복 경험으로 인해 유저는 게임에 대한 재미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이탈할 가능성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니게임천국은 지속적인 목표와 즉각적인 목표를 제공하는 다양한 요소를 활용했다. 먼저 다른 유저들과의 경쟁, 재화의 획득, 일일/주간 목표, 업적 등을 통해 유저들이 게임 플레이를 계속할 지속적인 목표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는 게임의 원초적인 재미를 자극하기에는 약하다. 게임을 계속해서 플레이하도록 만들 수는 있겠지만, 몰입해서 진행하는 한판 한 판이 더 재밌도록 느껴지게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임 내의 즉각적인 목표
나는 각 게임의 스테이지에 있는 즉각적인 목표에 조금 더 집중해 보기로 했다.
미니게임천국의 각 게임에는 조작을 통한 피드백 외에도 보상(하면 좋은 행동)과 리스크(하면 안 되는 행동)가 있다.
뚫어뚫어는 터치를 통해 바닥을 뚫어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의 미니게임이다. 내려가는 도중 다른 캐릭터를 밟으면 보호막이 생기고, 위치에 따라 내 캐릭터의 전진 방향이 달라진다. 그리고, 다른 캐릭터에게 닿으면 게임은 종료된다.
뚫어뚫어를 기준으로 한다면, 터치를 통해 바닥을 뚫는 것은 조작을 통한 피드백이자 게임의 목표 행동이다. 다른 캐릭터에게 닿는 것은 게임이 종료되는 커다란 리스크이고, 적절한 타이밍에 바닥을 뚫어 콤보를 올리거나 별을 먹어 추가 점수를 얻는 것, 다른 캐릭터를 밟는 것은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을 수 있는 보상이다.
보상의 종류와 크기는 각기 다르다. 다른 캐릭터를 밟아 보호막을 얻는 것은 점수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는 조그만 보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위험한 상황에서 보호막을 얻을 때는 큰 보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점수보다 깊게 내려가는 것이 목표인 게이머라면 별이나 콤보는 매우 작은 보상에 불과할 것이다.
두 번째 사진에서는 캐릭터가 착용한 코스튬의 효과로 +300점을 획득한다는 것을 표시해 준다. 이는 어떤 행동에 대한 피드백일 수도 있지만, 코스튬과 관련된 비즈니스적 효과도 함께 들어가 있다.
게임 내 요소 중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두 가지였는데, 푸드와 별이었다.
첫 사진의 캐릭터 위에 보이는 푸드는 기존에 없던 시스템이다. 푸드를 먹으면 게임에 큰 도움이 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그렇기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는 푸드가 보이면 푸드를 먹기 위해 조작을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저는 본인도 모르게 아주 짧은 게임 내의 목표를 갖게 된다. 의식하지 못하지만, 해당 화면에서의 목표는 푸드를 먹는 것이 되고, 푸드를 먹기 위해 조작을 할 것이다. (다만, 푸드는 게임 내의 재화와 연관되어 있기에 더 복잡한 관계에 있을 수 있다.)
게임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별은 빨강, 파랑, 노랑 세 가지의 색이 있다. 그리고 같은 별을 이어서 먹으면 다음 별은 2개, 3개가 되어 더 높은 점수를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 그냥 보면 이 또한 유저에게 게임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나의 목표를 주는 것이라고 하고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재미있던 부분은 다른 색의 별을 먹으면 해당 별의 콤보가 끝나는 점이었다. 즉, 같은 색의 콤보로 별을 먹게 되는 순간 다른 색의 별은 더 이상 먹으면 좋은 보상이 아니라 피해야 하는 대상으로 변해버린다. 즉, 다른 색의 별은 게임에서 하면 안 되는 리스크가 되어 버리고, 이는 게임의 난이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별은 왜 3개에서 끝날까? 이는 실제로 플레이를 해 보면 알 수 있지만, 플레이에 집중하는 동시에 같은 색의 별을 의도적으로 계속해서 먹기는 굉장히 어렵다. 만일 별이 3개에서 끝나지 않고, 콤보로 이어졌다면 빨간 별 20콤보에서 다른 색 별을 먹어 콤보가 끊겼을 때 "아쉽다."에서 끝나지 않고 부정적인 경험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푸드와 별은 단순히 게임의 즉각적인 목표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유저를 고민과 선택에 빠지게 한다. 미니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계속해서 유저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푸드를 먹거나 같은 색의 별을 먹을지, 안전하게 큰 보상 없이 진행을 하게 할지 생각한다. 그리고 이 순간은 단 몇 초 만에 지나간다. 지나간 후에는 다시 새로운 목표와 새로운 고민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푸드를 못 먹거나 다른 색 별을 먹는다고 해서 게임 플레이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게임이 종료되지는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게임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을 테고, 유저들은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을 테니까
마무리
내가 찾은 미니게임천국의 핵심 재미는 단순한 조작과 이를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게 할 다양한 요소이다. 한 판의 게임 안에서도 몇 초마다 목표를 설정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고, 선택하게 한다. 이를 통해 유저는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재미 요소만으로 게임의 재미가 완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지속적인 목표도 있을 것이고, 다양한 캐릭터와 코스튬을 수집하는 욕구,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오는 재미,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다양한 장치와 시스템들도 있을 것이다. (게임은 비즈니스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게임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라기보다는 "이런 시선도 있을 수 있구나~" 정도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