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게임 입문 [ 브롤스타즈 ]

마흔 중반이 넘어서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다.

다 그렇게 하지 않나? .... 요?

게임을 해 봤자,

퍼즐 맞추기 정도만 하다가(손과 눈이 따라가기 못 해서 ㅠㅠ), 아들로 인해 브롤 스타즈에 입문했다.

우린 아들이 게임하는 시간을 정해주고 제한한다.

처음 1년 전에 일주일에 1시간 정도로 제한했다.

아내는 게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니, 못마땅한 것은 당연하다.

스마트폰을 아들의 손에 쥐여 주고, 1시간이라니... 아들도 못마땅한 것은 마찬가지다.

아이폰의 스크린 타임, 안드로이드의 Family Link를 이용해 아들이 하루에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1시간 10분으로 제한하고 있다.

왜 1시간도 아닌 1시간 10분일까.

접속하고 뭐 하고 정리하고... 10분의 시간은 서비스 시간이었다.

지금은 일주일에 3시간을 할 수 있다.

어쩌다 보니 3시간이 되었다.

물론 아들은 일주일에 3시간 이상 브롤스타즈를 한다.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길 바라며, 일부는 알면서 모른 척해 준다.

내가 브롤스타즈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는 아들의 게임 시간을 늘려주기 위함이었다.

아들의 게임 시간을 늘려주는 조건이 일주일에 1시간은 아빠와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아들이 간혹 본인의 브롤스타즈 실력을 뽐내고 싶은데 도통 대화가 되질 않는다.

우리 가족 중 누구도 브롤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들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브롤스타즈를 시작했다.

그래도 다른 게임에 비해 브롤은 할 만하다.

혼자서도 게임을 하지만, 아들과 한 팀으로도 게임을 한다.

재미있다.

그리고 아들이 '자신이 아빠를 버스태워줬다.'는 으쓱거리는 것도 게임을 못 한다고 나를 구박도 그리 나쁘지 않다.

애들 표현에 따르면,

"아빠 내가 아빠 캐리 해 줄게"

영어도 섞어 쓴다. 캐리 [carry].

내가 아들 버스를 타고 게임에서 트로피를 얻고, 랭크를 올린다.

그렇게 나는 아들과 시간을 공유하고, 즐거움을 공유하고, 관심을 공유하게 되었다.

나의 수준은 아래와 같다. ㅎㅎ

아들의 캐리로 쌓인 것만은 아니다.

이건 나의 취미 중 하나로 만들어진 결과이다.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아들은 나보다 브롤 스타즈 게임을 훨씬 더 잘 한다는 것이다.

왜?

게임을 하면서 아들의 말이다.

"아빠, 그거 먹지 말고 도망가! 아니, 왜 그걸 먹으려다가 죽는 거야. 아~~ 왜 말을 안 들어."

이 자식이 게임이 진심이네.

아빠한테 버릇없이 이런 막말을 하고 말이지.

그런데 중요한 건, 아들 말이 맞는다는 것이다.

내가 별로 할 말이 없다.

난 뭐 하나 먹으려다가 죽기 일쑤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들의 잔소리다.

"아빠, 거기서 덤비면 어떻게 해. 피해야지."

"가젯을 사용한 다음에 궁을 써서 싸워야지." (여기서 '궁'은 게임에서 '궁극기'를 말한다.)

"그 브롤러는 그거랑 붙이면 당연히 지는데, 그냥 무조건 덤비면 어떻게 해."

아들의 애정 어린 조언이다.

"아빠는 이젠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 캐릭터의 관계를 잘 몰라. 그것만 알아도 좀 더 잘할 텐데 말이지."

"아빠는 다른 보드게임은 잘 하면서, 왜 브롤은 못 하는지 모르겠어. 가젯이랑 스타파워도 좀 알면 잘할 텐데"

"아빠, 그 맵에서는 그 캐릭터가 맞지 않을 텐데."

아들이 주는 게임의 Tip이다.

"가젯을 사용하고 들어가서 궁을 써"

"자동 사격 말고 조준 사격을 해"

"궁을 눌러도 기본 공격이 되니까, 쉘리로 근접 싸움으로 궁을 바로 쓰고 싶으면 궁으로 눌러서 공격하면 돼"

"이번에 그 캐릭터는 버프 되고, 저 캐릭터는 너프 되었어."

(버프 : Buff 능력이 올려줌. 너프 : Nerf, 온라인 게임 은어로 성능이 나빠졌다는 의미로 Buff의 반대 의미임)

아들은 내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많다.

난 듣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나도 아들이 마구 사용하는 용어(Buff를 비롯하여, carry 등)로 영어 공부를 시키고 싶다.

시간 나면 설명해 주어야지.

우린 게임으로 맺어진 관계니까, 틈이 날 때 설명하면 아들이 들어준다.

아들은 생각보다 매우 분석적이고, 상황 판단이 빠르다.

공부할 때도 그러면 좋겠건만.

여하튼 이것으로 아들의 성향과 특성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나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내가 게임을 잘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생각해 보면,

3살 많은 누나가 있다는 것은 항상 아들을 위축 들게 한다.

어릴 적 뭐를 하든 누나가 더 잘했고 누나를 이길 수 없었다.

이걸 이해해 주어야 한다.

뭘 시도하려고 해도 나보다 더 잘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자신감을 잃게 하고 위축 들게 만든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둘째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브롤 스타즈는 누나가 하지 않는 게임이다.

둘째인 아들만의 세계이다.

내가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시간과 관심을 공유한다.

그것도 아들이 잘 하는 세계에서 아들의 충고와 조언은 내게 새롭다.

게임 시간은 내가 아들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어야 함을 배우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