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특공대와 현대 게임의 BM
탕탕특공대 BM 분석 과제를 받으면서, 요즈음 게임이 가진 비즈니스 모델이 이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유저는 시간을 산다?
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하고 있는 행동이다.
소탕권, 스토리 스킵권, 익스프레스 패스, 점핑권 등…
놀랍게도 유저는 게임의 수명이 되는 플레이 시간을 산다. (가끔 계정을 사기도 한다.) 한데 이는 게임 플레이 시간이 줄어드는 것과 동치이다.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제 손으로 깎아낸다? 돈을 내고?
이것은 콘솔게임에서는 유래를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사건이며,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 기한이 더 길다는 것을 가정해도 해괴한 일이다. (어떤 판매자가 판매의 유통기한을 줄이고 싶을까?)
그럼 이건 전제가 일부 잘못된 것이다. 유저는 엄밀히 말해 게임 플레이 시간을 통으로 사는 게 아니다.
유저가 돈을 내고 사는 것은 ‘진통제’이다.
성장 (지루함) - 핵심 콘텐츠 (재밌음) - 막힘 - 다시 성장…
이 루틴이 영원히 반복된다. 모든 지 재밌어야할 것 같은 게임은 사실 스트레스와 재미의 혼합물이다. 아이템 파밍의 스트레스, 종결템의 쾌감, 레벨업의 스트레스, 성장의 쾌감, 효율을 맞추기 위한 R&D의 스트레스, 새로운 조합을 알아냈을 때의 재미…
쾌락과 고통이 반복된다.
하지만 현대 사회인들은 너무 지쳤다. 고통 속의 쾌락을 찾기에는 역치가 너무 낮으며, 그들은 현명한 나머지 게임에서 1시간 파밍하는 것보다, 1시간 근무한 돈을 소모하는 게 2배의 이득을 얻는 방법이라는 걸 깨닫고 말아버렸다.
심지어 공략을 보면 그런 지혜와 이득이 무료로 쏟아진다는 것도. 괜히 손쉽게 쾌락으로 이어지는 공략글이나 유튜브가 불이나도록 열람되는 게 아니다.
돈을 줄 테니 콩을 걸러줘
재미를 살 때 스트레스도 함께 사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알던 (옛) 게임이다. 그렇기에 때때로 자판을 내려치며, 개발자의 부모님을 보고 싶어했었다. 과거의 유저는 햄과 콩이 반반 섞인 볶음밥을 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돈으로 지루한 성장과 반복 시간, 세팅에 필요한 정보검색,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반복행위를 잘라내고 맛있는 부분만 취하는 것이다.
이 구매 행위를 통해 유저는 지속해서 재미 - 재미 - 재미 - 재미… 로 이어지는 쾌락일변도의 새로운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 스태미나 부족과, 고지대가 스트레스인 유저에게 카즈하와 벤티를 파는 원신…
- 인 게임 파밍 장비 자체를 캐시샵에서 세트로 판매하는 최근의 MMORPG…
이런 구조들에 대해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지만 워낙 크고 복잡한 게임들이기에 가늠하기는 어려웠었다.
반면 탕탕특공대는 구성이 간단하고, 뱀파이어 서바이벌이라는 원작(?)을 제하고 남은 요소를 통해 BM의 구조를 명료하게 본 것 같은 기분이다.
보석이 주는 방치 게임 수준의 편안함과 허들에 대한 압도적인 돌파력은 돈으로 스트레스를 어디까지 줄여도 되는 지 그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은데…
막상 진정한 방치형 게임들은 매출 최상위권에서 찾아볼 수 없는 걸 생각하면, 아직 배워야할 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