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광고 '자뻑 마케팅' 둘러싼 리니지2M 집단소송, 쟁점은?
뒷광고 '자뻑 마케팅' 둘러싼 리니지2M 집단소송, 쟁점은?
심지영 기자 [email protected]
이용자 381명 1인당 10만원 청구 "돈보다 권익 보호 법제화 목표" 엔씨 "귀담아듣겠다"
[비즈한국] 2022년 7월 엔씨소프트의 대표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의 ‘뒷광고’ 프로모션 논란이 불거지며 게임업계가 들썩였다. 엔씨소프트가 BJ(인터넷 방송인)와 리니지2M 방송 프로모션을 몰래 진행해 일반 이용자를 기만했다는 의혹이다. 분노한 일부 리니지2M 이용자는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게임사가 BJ에게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하고 이를 다시 게임에 쓰도록 하는 이른바 ‘자뻑 마케팅’ 관행이 이번 재판을 계기로 사라질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7월 엔씨소프트가 비공개로 리니지2M 방송 프로모션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용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사진=리니지2M 페이스북
#방송 프로모션 몰랐던 리니지2M 이용자 분노
리니지2M 뒷광고 논란은 한 게임 방송 BJ의 폭로로 시작됐다. 리니지2M 프로모션이 없다는 엔씨소프트의 설명과 달리, 리니지W 방송 프로모션을 계약한 BJ가 리니지2M도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는 메시지를 방송 중 공개한 것. 여기서 프로모션이란 게임사가 BJ에게 홍보 대상인 게임 방송을 하는 대가로 광고비를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이때 BJ가 프로모션 비용 일부를 게임 아이템 구매에 쓰는 관행으로 게임사가 광고비로 승패에 개입하고, 일반 이용자에겐 방송으로 과금을 유도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분노한 리니지2M 이용자들은 ‘고객을 기만하는 프로모션을 퇴출하라’며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를 전개했다. 이후 백승욱 엔씨소프트 본부장 등 개발진이 사과 영상에서 “리니지W 프로모션으로 리니지2M 방송이 영향을 받자 최소한의 방송을 인정했다. 리니지2M 이용자를 위한 결정이었다”라며 프로모션이 ‘배려’였다고 설명하면서 되레 반발을 키웠다.
결국 이러한 논란은 집단 소송으로 이어졌다. 리니지2M 이용자 381명은 9월 말 엔씨소프트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프로모션으로 광고비를 받은 BJ가 광고비로 비싼 아이템을 구입하면서 프로모션인 줄 몰랐던 일반 이용자의 권익을 침해했다는 것.
지난 22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변론기일에서 이용자 소송대리인은 “BJ가 엔씨소프트로부터 지급받은 광고비를 재투자해 손쉽게 최고급 아이템을 획득하는 반면, 그와 경쟁하는 이용자는 프로모션의 존재 여부를 모른 채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 그러면서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해 과금을 부추겼다”라며 “프로모션 진행을 부정하지만 사실상 리니지2M 프로모션을 진행한 엔씨소프트의 행위는 이용자를 기만한 것으로 약관 및 조리상의 주의 의무를 위반해 원고들의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라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이용자 측의 목표가 보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송 청구 금액은 1인당 10만 원에 불과하다. 소송에 참가한 한 이용자는 “게임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법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의회에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쌓여 있다. 재판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법제화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용자는 “처음엔 청구 금액을 1원으로 정했는데 소액 재판은 재판부의 판결 이유가 나오지 않더라”라며 “게임 이용자 권익에 도움이 되는 판례를 남기는 것이 목적이므로 재판부 취지를 공개하기 위해 인당 10만 원으로 청구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 결과에 따라 게임사가 BJ에게 거액의 프로모션 비용을 지급하고, BJ는 다시 아이템에 재투자하는 방식의 일명 ‘자뻑 마케팅’이 줄어들지 주목된다. 게임업계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이 마케팅을 두고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자체 유튜브를 통해 “게임사와 BJ가 공모하는 구조다. 회사가 푼 돈으로 BJ는 아이템을 사고 순위가 높아지고, 회사는 다시 매출이 늘어난다”라며 “게임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게임사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리니지2M 뒷광고 논란이 거세지자 8월 리니지2M 개발진 등은 사과 영상을 올리고 이용자 달래기에 나섰지만 역풍을 맞았다.
사진=유튜브 캡처
#재판 이후 엔씨소프트식 프로모션 줄어들지 주목
소송에 나선 이용자 측은 게임사가 BJ에게 쓰는 프로모션 비용만 수억 원대에 달하며, BJ가 비용의 일부를 게임에 재투자하지 않으면 프로모션 재계약이 어려운 만큼 이는 ‘암묵적인 룰’로 통용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행은 법적으로 제재가 어려워, 재판으로 규제 마련의 실마리를 마련한다는 게 소송의 취지다. 1차 변론기일에서 재판부가 “이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금액이 큰 금액은 아니지만, 게임사에 대한 이용자의 권리주장이라는 측면 등에서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사건”이라는 평을 내면서 이용자 측은 승소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리니지2M 소송 참가자 또한 “게임사가 게임성 자체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과도한 비용을 들인 마케팅에만 치중해 게임 내 공정성까지 해치고 있다”라며 “궁극적으로 게임업계 전반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리니지2M 집단소송 재판은 카카오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이용자들도 참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마무스메 이용자도 지난 8월 카카오게임즈의 운영 미숙 등을 이유로 마차 시위와 소송에 나섰지만, 회사 측이 사과하고 개선책을 내면서 갈등이 봉합됐다.
당시 우마무스메 이용자 소송대리인을 맡았던 이철우 변호사는 “이번 리니지2M 재판 결과에 따라 엔씨소프트식 프로모션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로모션 받은 계정임을 밝힌다든지, BJ가 방송에서 과금을 덜 유도한다든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용자가 정말 원하는 것은 프로모션 자체를 없애는 게 아니다. 이용자가 모르는 뒷광고를 하지 말고, 프로모션 비용을 아이템에 재투자해 게임 내 공정성을 무너뜨리지 말라고 요구하는 거다. 재판 승소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엔씨소프트가 리니지2M의 프로모션은 없었다고 밝힌 만큼 소비자 기만인지 거짓 광고인지 가리는 게 우선이다. 뒷광고가 사실이라면 민법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BJ의 증언이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회사에 계약 내용 공개를 요청하는 상황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 측은 소송 대응 방안을 묻자 “진행 중인 소송에 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라며 “이용자분들의 말에 항상 귀 기울이고,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용자분들이 소송을 통해 전달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귀담아듣겠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