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이모탈 리뷰
출처:인벤/글쓴이:강승진 기자 ([email protected])
장인의 이미지가 강하던 블리자드는 그간 적은 수의 프랜차이즈를 깎고 벼려오며 사랑받았습니다. '하스스톤'이 있었지만, CCG라는 장르 특성을 고려한 플랫폼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죠. 사실상 현재 개발 중인 프랜차이즈의 다양한 모바일 프로젝트 시발점은 이 디아블로 이모탈이 되는 셈입니다.
PC 기반 디아블로 프랜차이즈의 첫 모바일 버전에 비슷한 테크트리를 탔던 게임들이 그렇듯 으레 많은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프리 투 플레이(F2P) 모바일 게임이 가지는 수익 구조. 그게 기존 디아블로의 핵심인 아이템 획득과 그 과정인 반복작업, 즉 그라인딩(Grinding)이 과금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 바탕에 있었죠. 그리고 알파, 베타 등을 거치며 게임이 가진 플레이 요소가 주목받으며 일부의 우려는 기대로 바뀌었고 게임은 2022년 상반기 모바일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정식 출시된 디아블로 이모탈의 모습과 유저들의 반응도 기대와 우려가 섞였던 출시 전 모습과 비슷합니다. 디아블로 핵심 요소에 대한 계승. 기존 디아블로에서는 구현하지 못했던 진화. 그리고 수익화 요소에 대한 블리자드의 답까지 모두 담겼죠.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볼 수 있었던 알파테스트부터 여러 차례의 베타 테스트를 겪었지만, 게임의 큰 틀은 2020년 알파 단계에서 갖춰졌습니다. 이후 차근차근 업데이트해나가듯 새로운 콘텐츠와 스토리 등이 추가되고 게임의 만듦새가 가다듬어졌죠. 기본적인 메커니즘 단계에서의 설명은 여러 차례 체험기를 통해 많이 전했고, 또 게임이 출시된 지금은 누구나 디아블로 이모탈을 플레이를 하며 게임의 특징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모바일에서의 경험과 그걸 구현해나간 디자인을 중심으로 설명해볼까 합니다.
게임명: 디아블로 이모탈 (Diablo Immortal)
장르명: 액션 RPG
출시일: 2022. 06. 03.
리뷰판: 1.4.886633
개발사: 블리자드 / 넷이즈
서비스: 블리자드
플랫폼: PC / iOS / And
플레이: PC / iOS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최고 레벨 60, 디아블로의 핵심 여정을 담은 기본기
디아블로 이모탈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은 처음 시작부터 최고 레벨인 레벨 60까지 이어지는 여정입니다. 이 부분은 디아블로의 부활을 꿈꾸는 지옥 군주의 부관 스카른의 야심을 알아채고 그걸 플레이어인 필멸자가 막는 과정까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여타 디아블로와 비교하면 캠페인 구간이자, 노말 난이도로 보스를 잡아내는 곳까지를 그리죠.
기존 디아블로의 경우 스토리만으로 플레이어 캐릭터가 최고 레벨을 달성하지는 않습니다. 첫 스토리 클리어 후 디아블로2의 경우 최고 레벨 기술을 겨우 찍게 되는 30레벨 안팎이 되고 디아블로3는 스토리 이후 균열이나 현상금 사냥으로 레벨을 높이죠. 물론 디아블로3의 경우 시즌이 반복된 요즘에야 스토리 볼 것도 없이 기타 콘텐츠로 최고 레벨 찍고 시작하는 게 당연하게 됐지만요.
어쨌든 디아블로 이모탈은 초반 여정을 길게 늘여놓은 채 플레이하도록 구성됐습니다. 일부 구간에서는 다음 캠페인 진행을 위한 레벨 제한도 걸어놨고요. 초중반 구간인 30레벨 정도까지는 마치 튜토리얼 깨듯 쑥쑥 레벨이 오르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도 순탄하지 않습니다. 일정 단계에 오르면 일반적인 사냥보다는 여러 활동을 통해 배틀패스의 달성도를 높이고, 그 달성도에 따라 배틀패스 레벨 하나씩 오를 때 주는 레벨 업 경험치가 캐릭터 레벨을 올리는 가장 빠른 수단 중 하나죠.
플레이어는 쭉 캠페인만 깨나간다기보다는 게임이 의도하는 방향대로, 이런저런 콘텐츠를 클리어해나가며 배틀패스 달성치를 만족하고 반복하는 그라인딩을 첫 엔딩을 보기 전, 꽤 일찍부터 시작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레벨에 따라 강제된 구성은 플레이어가 개발진이 원하는 레벨에 다다라서야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진행 페이스를 직접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죠. 어디까지나 개발진 입장에서요. 대개는 이렇게 진행 속도를 강제하면 게임플레이에서도 적합한 콘텐츠를 찾게되고 대개는 똑같은 반복 플레이를 유도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이걸 플레이 중 꾸준히 제공되는 다양한 콘텐츠로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배틀패스의 달성도를 높이는 게 가장 효율 높은 레벨업 방법이라고 했는데 개발진은 그 방법 자체를 다양하게 열어뒀습니다. 그래서 배틀패스 달성도를 높이라는 단순한 조언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콘텐츠 체험이 되는 거죠.
기본적으로 매일 8개까지 수행 가능한 작은 퀘스트 현상금 사냥을 시작으로 균열을 돌거나 우두머리가 있는 던전을 반복해도 됩니다. 아니면 별다른 목표 없이 악마들을 잡다 나오는 괴물의 정수를 열 개 모으면 생물 도감이라는 걸 채울 수 있는데 이거 달성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배틀패스 포인트를 채울 수 있고요.
배틀패스가 레벨 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했지만, 꼭 그것만 보고 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특정 보스방만 계속하는 'ㅇㅇ런' 플레이가 답답해 사람들 적고 악마 리젠 장소가 가까운 지역에서 몬스터를 잡았는데요. 반복해서 등장하는 정예 몬스터를 잡아 게임 중 가장 많은 전설 장비를 얻었고, 막힌 레벨도 이런 방식으로 많이 올렸죠.
디아블로 이모탈은 일반 난이도에서 지옥 1단계로 나아가는 최고 레벨까지의 단계에 장비 파밍이라는 반복의 구간을 더했고, 그걸 위한 여러 콘텐츠를 하나씩,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꽤 많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디아블로라는 핵앤슬래시라는 게임의 핵심인 파밍의 과정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셈이죠.
그리고 이미 여러 차례 체험기를 통해 언급했던 만큼 간략하게 줄여보면 많은 모바일 액션, 나아가 핵앤슬래시, MMORPG까지 마우스앤포인트 액션은 좋든 싫든 디아블로라는 프랜차이즈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양한 스킬 효과부터 애니메이션, 장비 구성, 독보적인 세계관과 그걸 눈앞에 만들어낸 악마들의 모습까지.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디아블로라는 IP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비슷한 장르의 다른 게임은 절대 가질 수 없는 무기를 하나 들고 시작하는 셈이고요. 그래서 핵앤슬래시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여느 디아블로가 그랬듯, 또 그것을 잘 이었다 할 수 있는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도 여전합니다.
소셜 요소의 강화와 MMO, 목표했던 모바일의 장점
디아블로 이모탈의 핵앤슬래시로서의 강점이 기존 디아블로를 계승한 것이라면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의 장점을 살린 건 MMO로의 진화입니다.
▲ 1인 스토리, 4인 던전 등 인스턴스 던전을 제외하면 맵 위에 다른 플레이들도 함께 게임을 즐기는 MMO
MORPG라 할 수 있는 디아블로는 미리 만드는 세션. 그러니까 방을 중심으로 적은 수의 플레이어만으로 구성된 세계를 체험하도록 했습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와이엇 챙 게임 디렉터는 몇 차례 있었던 인터뷰마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으로 플레이어들이 서로 만날 소셜화를 꼽아오기도 하며 기존의 멀티플레이 경험의 변화를 예고했죠.
클랜이나 진영적 특징은 기실 기존 MMORPG에서도 다수 있었고, 그 특징을 모바일로 옮긴 게임에서도 더러 살필 수 있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디아블로 이모탈에서는 오픈 필드라는 공간 안에서 이를 다양하게 구분된 콘텐츠에 따라 굉장히 자유롭고 유연하게 활용하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죠.
기존 디아블로의 콘텐츠는 큰 인원 제한이 없다시피 한 게임이었습니다. 디아블로2는 1인부터 8인까지 세션에 참여한 플레이어 수에 따라 적의 난이도나 드랍률이 달라지는 정도였고, 디아블로3에서는 4인까지의 멀티였죠. 반면 디아블로 이모탈은 기본적으로 4인 파티로 이루어지지만, 그 틀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기존에는 비밀번호 없이 개방된 방에서 무작위로 게임을 즐기거나, 같이 플레이할 게임 친구를 구해야 했죠. 반면 디아블로 이모탈은 다양한 콘텐츠마다 자유로운 파티 구성을 가능케 하고 있습니다. 세트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보스 던전이나 태고 균열은 최대 4인 플레이를 지원하는데 파티 찾기를 통해 같은 콘텐츠를 즐기는 플레이어를 자유롭게 연결해줍니다. 이렇게 파티가 된 플레이어들은 해당 콘텐츠를 클리어하고 파티로 맺어지는데 계속 함께해도 되고, 혹은 쉽게 맺어진 것처럼 자유롭게 파티를 나가 새로운 사람들과 멀티 플레이를 즐겨도 됩니다.
▲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파티 맺어서 플레이하는 게 가능
이러한 파티 추천은 필드 위에서도 비슷합니다. 캠페인 수행 중, 혹은 현상금 사냥이나 비슷한 적을 잡고 있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그런 플레이어와 친구를 맺을지 제안하죠. 이때 간단히 버튼만 누르면 해당 플레이어에게 파티 추천이 가고요. 이건 단순히 4명, 8명으로 제한된 세션이 아니라 여러 플레이어가 함께 하는 MMORPG로의 변화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PvE 콘텐츠에서의 자유로운 연결 덕에 디아블로 이모탈은 싱글 플레이의 경험을 큰 노력 없이 멀티 플레이 단계로 확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물론 4인으로 이루어진 파티 찾기도 가능하고 8명의 소규모 그룹인 전투부대에 들어가거나 최대 100인으로 구성된 클랜에 가입할 수도 있습니다.
파티가 잠깐 게임을 같이 즐길 사람들이 모이는 그룹이라면 전투부대는 8인이 도전하는 지옥성물함 같은 고난이도 콘텐츠를 플레이하거나 자주 게임을 즐길 사람들끼리 맺는 그룹인 셈입니다. 반면 클랜은 큰 목표를 가지고 모이는 그룹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서버 최상위 그룹인 불멸단과 그걸 노리는 그림자단. 여기에 별다른 목적 없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모험가 등의 클랜으로 구분되고요.
콘텐츠에 맞게 다양한 팀 구성, 그룹 형태가 존재하고 파티 구성도 그에 맞춰져 디아블로 이모탈은 다른 어떤 디아블로보다 멀티 플레이 게임을 즐긴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렇다고 파티 플레이가 모든 콘텐츠에서 강요되는 건 아닙니다. 지옥1, 2로 올라가며 혼자서는 도저히 클리어할 수 없는 던전이나 애초에 여러 플레이어가 함께 공략하도록 만든 것들을 제외하면 사냥도, 파밍도, 균열도 모두 혼자 플레이할 수 있죠. 또 맵 곳곳에서 무작위로 발견하게 되는 부가 퀘스트나 정예 몬스터를 만나 처치하는 식의 탐험 요소는 싱글 플레이에 가까운 경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혼자서 플레이해도 좋고, 팀을 맺어 거대 보스를 쓰러트리는 PvE, 다른 플레이어와의 PvP 등 원하는 방향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의 폭을 넓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다음 작품이 될 디아블로4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플레이를 통한 그라인딩과 운을 넣는 그라인딩
세트 아이템이 추가되고 재련이 후반부 게임에 큰 영향을 준다고는 하지만, 알파 초창기부터 캐릭터의 핵심 성장 요소는 전설 장비와 전설 보석이었습니다.
전설 장비는 단순히 강력한 능력치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디아블로3의 룬석처럼 피해량 상승부터 스킬의 구성 형태나 메커니즘을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플레이어가 원하는 캐릭터 빌드를 구성하는 데 있어 그에 맞는 전설 장비 획득이 꼭 필요한 겁니다.
세트 장비를 포함해 이러한 장비 획득은 플레이어의 반복 플레이가 필요한 그라인딩이 이루어지는 구간입니다. 여기에는 장비 뽑기나 거래, 아이템 교환 없이 오로지 플레이 중 드랍되는 아이템을 획득해야 하죠. 그리고 전설 장비로 원하는 템 세팅을 맞춰나가는 단계는 보통 핵심 빌드 하나를 기준으로 60레벨, 혹은 그 이후 어느 정도 지나면 슬슬 마무리될 겁니다.
▲ 게임 빌드 구성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역시 전설 장비
이 단계에서의 장비 드랍은 '템 파밍'이라는 장르 특유의 그라인딩 재미를 전합니다. 밋밋한 스킬의 특성이 바뀌니 가지고 있는 전설 안에서 여러 빌드를 조합하고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또, 비슷한 레벨의 매직 아이템이나 레어 아이템과 비교하면 성능 면에서도 우위에 서니 장비 교체할 때 높아지는 캐릭터 전투 평점을 보는 재미도 있고요.
여기에 장비 강화와 새로운 장비 획득에 따른 편의성도 꽤 유저 친화적입니다. 게임에는 이미 장비한 보석을 빼 재료로 쓰는 데 아무런 페널티가 없습니다. 또 슬롯 형태만 같다면 전설 보석이든, 일반 보석이든 장비를 갈아 끼울 때 이전 옵션을 그대로 제공하죠. 그저 이전 버튼만 누르면 보석이 알아서 바뀌는 겁니다. 여기에 장비의 강화 수치도 같은 부류의 장비라면 그대로 이전할 수 있습니다. 투구를 5 강화까지 했다면 새로운 투구도 5 강화된 상태로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전설 장비도 스킬 변경 기능을 별다른 제한 없이 분해한 장비에서 이전할 수 있습니다. 한 번만 얻어두면 더 강한 능력치의 장비와 내 스킬에 맞는 장비 사이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죠.
사실 이전 메뉴 정도를 제외하면 페널티 없는 보석 제거가 기존의 디아블로에서 그다지 특별할 건 없어 보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런 것 하나에 놀랄 정도로 여러 모바일 게임의 혹독한 시스템이 적용되지는 않았을지 지레 걱정해야 했다는 게 가슴 아플 뿐이네요.
여기까지가 장비, 그러니까 유저의 플레이로 이루어지는 그라인딩의 단계입니다.
다음은 게임의 또 다른 성장 핵심인 전설 보석입니다. 전설 보석은 기본적으로 장비에 포함되지 않는 부수 능력을 제공합니다. 적 처치 시 체력 회복이나 정예 보스를 상대로 한 추가 공격력 등 디아블로3에서의 전설 보석과 그 역할은 비슷하죠. 차이라면 별도의 홈 없이 머리, 어깨, 몸통, 다리, 무기, 보조 무기 등 6개의 기본 장비에 각각 1개씩 자유롭게 착용할 수 있다는 점 정도고요
이러한 전설 보석은 그 고유한 능력 덕에 캐릭터 빌드에 따라, 혹은 쓰임에 따라 적합한 종류가 다릅니다. 또, 가지고 있는 전설 보석에 맞는 스킬 구성을 바꿔가며 실험해보는 등 플레이의 다양성을 늘려준다는 장점이 있죠.
문제는 수급입니다. 전설 보석은 총 3개의 문장을 사용할 수 있는 태고 균열 입장 시 일반 문장을 사용하면 낮은 확률로 드랍되고 전설 문장을 사용하면 문장 하나당 무조건 1개의 전설 보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설 보석은 단순히 특수한 능력 외에도 장비의 기본 능력치 상승 효과를 주는 공명 수치도 있는데 더 높은 등급에서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고등급 전설 보석의 수는 한정되어 있고 드랍률까지 낮습니다.
▲ 전설 문장을 넣어야 고정으로 획득할 수 있는 전설 보석
일반 문장에서도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고, 문장 사용으로 얻는 룬으로 전설 보석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문장이 없다면 태고 균열에서 조금씩 얻을 수 있는 꺼져가는 잉걸불을 룬으로 바꿔 무작위 보석을 만들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전설 보석 강화 자체에도 전설 보석이 쓰이고 그 필요 수량도 부족하니 강화 수치를 높이고 싶다면 자연스레 유료 재화로 구매하는 전설 문장에 눈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주요 장비의 일정 강화 이후 부여되는 추가 능력치 역시 후반부 게임 능력치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재련석으로 획득한 추가 능력치를 다른 무작위 특성으로 바꿀 수 있지만, 특정 돌을 사용하면 바뀌는 능력치의 종류도 몇가지로 그 수가 한정되죠. 또 같은 계열로 추가 능력치를 맞추면 세트 효과도 있어 특정 종류의 돌을 재화로 구매하도록 하고 있고요.
전설 보석의 획득이나 재련은 확정 드랍, 확정 변환이라는 큰 틀 안에서 무작위로 그 결과가 바뀝니다. 이른바 운에 따른 그라인딩인 거죠. 아이템 드랍 역시 확률에 따른 거라지만, 그 과정이 유저의 플레이에 있는지, 아니면 추가 과금으로 이루어지는지에 따른 차이가 있습니다.
▲ 대략 2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 백금, 공급만 충분하면 거래가 더 싸게 먹힐 수도 있습니다
게임 중반부부터는 전설 보석이 더 큰 스펙 성장에 기여하는 만큼 장비 획득에 따른 성장의 묘미는 점점 떨어지는 그래프가 그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악한 성장 시스템과 목표의 분화
이렇게 두 가지로 나뉜 게임 성장 구조는 플레이어의 눈높이에 따라 꽤 다르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그 성장 목표 분화는 꽤 영악하다 할 수 있고요.
보통 모바일 게임에서의 콘텐츠 방향은 명확합니다. 꾸준히 플레이하면서 기본적인 장비나 캐릭터를 얻고, 레벨을 높여 핵심 콘텐츠를 클리어해나가는 겁니다. 하지만 특정 캐릭터를 얻지 못하거나 일정 등급의 장비, 액세서리, 혹은 강화나 변신을 얻지 못하면 게임 플레이 자체가 막히는 구간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더는 콘텐츠 자체를 즐길 수 없으니, 그 한계를 뚫어낼 만큼 자동 전투를 돌리거나, 과금을 하거나로 선택지가 갈리죠.
또 게임 후반부 콘텐츠도 핵심 강화를 위해 강제되는 동시에 이를 PvP나 길드전처럼 경쟁 콘텐츠로 담아내곤 하죠. 메인 콘텐츠를 클리어하기 위해 필요한 강화가 경쟁 콘텐츠에 잠기니 당연히 순위권, 혹은 경쟁 우위에 들기 위해 노력할 테고 이는 곧 열리는 지갑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디아블로 이모탈의 구조는 이 둘의 관계를 어느 정도 구분했습니다.
▲ 난이도에 따라 올라가는 보상과 단계에 맞는 파밍
기본적인 성장 단계부터 쭉 이어지는 파밍까지 핵심적인 플레이는 솔로 플레이에서 대부분 얻고, 또 그걸로 클리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파밍으로 이루어지는 전설 장비와 소량 얻을 수 있는 전설 보석. 또 더 나은 능력치 보정을 원하지 않는다면 장비 분해와 그 재료를 통한 강화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죠.
또 비슷한 능력치를 가진 유저들끼리 매칭해 이루어지는 PvP 전장에서는 전설 보석 효과가 감소해 실제 플레이어의 조작 능력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나아가 불멸단과 그림자단이 가지는 이점도 싱글 플레이어가 굳이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일부 한정 꾸미기 요소를 빼고 충분히 일반 플레이로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고요.
멀티 플레이 게임임에도 여타 MMORPG 게임과는 달리 싱글 플레이에 가까운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게 가능했던 기존 디아블로처럼 디아블로 이모탈도 혼자서, 별다른 과금 없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거죠.
▲ 목표를 경쟁으로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니면 초과 성장을 목표로 하면 성적이 따라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성장의 목표를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레벨 스케일링 시스템에 따라 플레이어 레벨에 맞춰진 적들을 한 번에 쓸어낼 정도로 규격 외의 성장을 그리거나 서버 내 '존엄'격 존재인 불멸단에 도전하는 플레이어. 혹은, 도전 균열의 클리어 타임 순위권에 드는 등 경쟁적인 목표를 가진 이들이라면 그나마 당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전설 보석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죠. 사실 그저 강해지고, 최적의 장비를 맞추고 싶다는 욕구가 디아블로의 가장 큰 목표인데 거기에 부합되는 게 플레이만으로는 정말 정말 긴 시간을 들여야하는 콘텐츠 들이고요.
어찌보면 개발진이 언급한 말이 틀린 건 아니게 된 셈입니다. 장비는 드랍으로만 얻을 수 있고, 거의 모든 콘텐츠는 기본적인 플레이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장기간 콘텐츠로 제공되는 전설 보석의 성장 또한, 아주 조금씩이나마 가능하니까요. 그리고 여기에 변수를 더하는 게 바로 수동 조작입니다.
많은 모바일 게임의 궁극적인 형태는 결국 관리형 게임, 매니징 게임으로 나아갑니다. 장르가 액션이든, 수집형 RPG든, MMORPG든 자동 전투와 플레이어 개입이 적은 명령 기반 게임은 높은 능력치와 조합으로 귀결되고 이는 곧 플레이어의 두뇌, 컨트롤 싸움 대신 지갑 대결이 펼쳐지게 하죠.
디아블로 이모탈은 자동 전투를 배제하며 그라인딩과 조작, PvE와 PvP 모두 플레이어의 역량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무과금, 소과금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또 그런 점을 실제 대전에서 살릴 수 있다고 '개발진이 주장할 수 있게 된' 거죠.
▲ 배틀패스만 구매해도, 혹은 배틀패스부터 시작하는
그래서 누군가는 정말 착한 과금이라고, 배틀 패스 정도만 구매하면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돈을 들이부어도 원하는 것을 쉽고, 빠르게 얻지 못한다고 말하는 이중적인 게임이 됐습니다.
이러한 여러 장치는 블리자드에게 '과금 없이는 즐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비판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수익 요소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유도하며 기대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한 것도 분명하고요.
다만, 이게 블리자드의, 그리고 디아블로라는 세계적인 프랜차이즈의 신작이라는 점이 루트 박스를 향한 반발이 큰 서구권 게이머. 그리고 블리자드 팬들에게 더 큰 비판을 사게 하는 결과를 만들었을 겁니다. 실제로 인터넷에 퍼지는 게임의 전설 보석의 완성 과금 비용에서 알 수 있듯 투자 대비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해 과금만, 혹은 게임 자체에서 손을 떼는 플레이어가 나오기도 하고요.
디아블로 이모탈이 비판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게임 플레이 요소를 만들어 뒀음에도 필요 이상의 비판을 받고 있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많은 국내외 F2P 모바일 게임이 가지는 수익화 모델보다 덜하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요.
사실 게임 디자인적인 부분, 그리고 앞서 이루어진 체험기를 통한 기본적인 특징 외에도 할 말은 꽤 있습니다. 우선 아직은 정식 출시가 아니라 오픈 베타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수밖에 없는 PC 클라이언트를 꼽을 수 있겠죠. 출시 이후 게임을 가장 훌륭하게 즐긴 건 아이패드였습니다. 기본적인 조작은 듀얼센스로, 인벤토리나 기타 선택은 터치로 조작하는 게 가장 나았죠. 그다음이 모바일 터치 패드 조작이었으니 PC 조작에 대한 불편함은 더 할 말이 없을 거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오픈 베타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아쉬운 부분이 눈에 띄었죠.
하지만 그보다는 게임의 가치에 대해서 더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가치라는 건 플레이어에겐 모바일로 디아블로를 그럴듯하게 옮겨낸 프랜차이즈의 다음 경험. 그리고 블리자드에겐 새로운 수익화를 실현토록 한 수익 모델로서의 가치 말이죠.
디아블로 이모탈은 그렇게 디아블로 프랜차이즈의 핵심은 잘 따르고, 소셜 요소는 강화하면서도 지갑을 열 이들에게는 가혹한 수익 모델로 확실하게 블리자드의 다음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정작 과금 요소와 꾸준한 그라인딩을 제공하기 위해 아이템 획득에 따른 성장치는 제한할 수밖에 없었죠.
최고 레벨 이후 열리는 정복자 레벨에 맞춰 드랍 아이템의 상한선이 높아지고 장비, 보석도 꾸준히 강화하며 반복 플레이하도록 만들어 스펙을 조금씩 올리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었거든요. 아이템 획득에 따른 급격한 성장의 재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즌 없는 디아블로 이모탈에서 디아블로 원래의 재미를 줄 반복플레이도, 큰 성장을 이룰 전설 보석의 구매 유도도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디아블로식 성장과 운을 통한 지갑의 그라인딩. 이 둘을 다른 두 가지 방식으로 함께 구현하다 보니 성장의 재미도, 그렇다고 돈을 들이면 그만큼을 얻어가는 것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게 되어버렸고요.
물론 블리자드가 베타 때처럼 추가적인 이벤트나 확정 전설 보석, 강화 재료를 제공하는 꾸러미 등을 통해 향후 과금 수준을 낮출 수도 있습니다. 그런 변화가 지금의 평가를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남아있는 디아블로의 DNA를 여타 모바일 게임으로 바꾸는 과정이 될지는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테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