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게임처럼 암 찾는다…AR 수술 내비게이션 국내서 개발

이종명 스키아 대표 인터뷰

게임사 경력 살려 AR 내비게이션 개발

뇌·안면·유방 수술에 적용 가능

포켓몬고 게임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면서 화면에 나타난 포켓몬을 잡는 방식이다. 실제 사물 위에 새로운 영상이 겹쳐지는 이른바 증강현실(AR)이 구현되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 희귀 포켓몬들이 있다 보니 일종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종명 스키아 대표는 포켓몬고 게임을 수술실에 구현한 의료기기를 개발했다. 바로 수술용 AR 내비게이션이다. 태블릿 PC 카메라에 환자의 몸을 비추면 숨어있던 종양과 혈관, 뼈가 나타난다. 몸속 깊이 숨은 종양을 수술로 없애려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R 게임이 포켓몬을 잡아 즐거움을 줬다면 수술용 AR 내비게이션은 종양을 잡아 사람 생명을 구한다.

수술용 내비게이션은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양을 물리적으로 제거할 때 활용하는 의료기기다. 운전할 때 목적지를 정확히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처럼, 종양을 정확히 찾아가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기존 내비게이션은 환자 몸에 바늘 같은 장비를 찌르거나 긁어 위치를 파악한다. 그러면 환자 옆에 있는 모니터에 해당 위치의 CT와 MRI 영상이 뜬다. 마커로 인해 감염 위험이 있고 의사가 환자와 영상을 번갈아 보면서 수술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종명 대표는 AR 기술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태블릿 카메라를 환자에 갖다 대면 몸의 윤곽을 통해 위치를 파악한다. 바로 태블릿 화면에 그 위치에 맞는 CT와 MRI 정보가 뜬다. 이 대표는 게임사를 창업한 특이한 이력을 살려 정보통신(IT) 기술인 AR을 활용해 수술용 내비게이션을 개발했다. 스키아에는 IT 전문가 외에도 이준우 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가 최고의학책임자(CMO)로 참여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스키아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인도 하이데라바드 킴스(KIMS) 병원에서 스키아의 수술용 AR 내비게이션으로 뇌종양 제거 수술을 75건 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스키아는 뇌종양과 안면 재건, 유방암 수술에 활용하는 수술용 AR 내비게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뇌처럼 민감한 신체 부위는 종양 깊이까지 제대로 알아야 수술 부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종양을 없앨 수 있다. 또 여성이 많이 걸리는 유방암도 종양의 위치를 정확히 알면 가슴을 많이 잘라내지 않고도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

스키아가 개발한 수술용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과 기존 수술 내비게이션을 비교한 영상./스키아

수술용 내비게이션은 미국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장비가 가장 유명하다. 메드트로닉의 수술용 내비게이션은 바늘처럼 생긴 마커를 환자의 몸에 긁고 이때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센서가 감지해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에게 상처가 생기고, CT·MRI 데이터를 별도의 모니터에서 봐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스키아는 태블릿 PC로 환자의 몸을 촬영하면 화면에 바로 CT와 MRI 정보가 AR로 나타난다. AR은 환자의 종양과 혈관, 뼈 위치를 보여준다. 의료진은 이 정보를 보고 뇌종양과 안면 재건, 유방암 수술을 집도하기 전에 정확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뇌종양은 인도 킴스병원에서, 안면 재건은 서울아산병원에서 각각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유방암 수술에 대한 임상은 이대목동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스키아 의료기기 기술의 핵심은 신체의 표면 윤곽만 보고 어느 위치인지 정확히 인식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다. FDA가 권고하는 수술용 내비게이션의 오차 범위는 2㎜ 미만이다. 스키아는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으로 AR 수술용 내비게이션의 오차 범위를 1.5㎜ 수준으로 구현했다.

이 대표는 “AR 수술용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면 낮은 오차 범위 안에서 빠르고 쉽게 병변 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며 “뇌종양 수술은 5시간 정도 걸리는데, AR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수술 시간을 한 시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 시간이 줄면 비용과 의료진 부담이 줄어든다”고 했다.

스키아는 현재 안면 재건 수술용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오는 연말까지는 뇌종양 수술, 내년 말까지는 유방암 수술용으로 의료기기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특히 유방암은 아직 수술용 내비게이션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만큼, 스키아의 AR 수술용 내비게이션이 식약처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이 대표는 “현재 메드트로닉 내비게이션은 미국에서 9억원 정도에 판매되는데, 스키아의 AR 수술용 내비게이션은 원가가 1만달러(약 1300만원)에 불과해 병원에서도 가격 부담이 없다”며 “종양까지 가는 길을 알려주는 AR 내비게이션은 앞으로 의료진과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의료기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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