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상황문답] 떠도는 자

* written by. 낙낙

* 모바일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캐릭터 해석이 매우 주관적입니다. 이 점 유의해 주세요.

* 여행자가 등장합니다. (-) 아님 주의!

정처 없이 떠도는 자와 갈 곳 없는 자

사이노, 카에데하라 카즈하

1. 사이노 [대풍 기관] : 나한테 주는 거라고? 뭔가 착각한 거 아니야?

"사이노 , 조금 쉬었다 가자. 여정은 기니까."

"... 사막의 더위는 점점 심해질 거야. 그러니 서둘러야 해."

비밀이 많은 사막 한가운데에 쏟아지는 햇살은 태양이라고 할 정도로 강력해 숨쉬기조차 힘들어진다. 발은 푹푹 빠지고 온몸에는 저절로 힘이 들어간다. 허리춤에 차고 있는 물통에서는 찰랑- 물소리가 나는데 눈앞에 보이는 오아시스는 환각이라 갈증은 더욱더 심해진다. 비밀이 많은 곳, 그 위대한 적왕이 묻힌 곳.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이런 시련은 당연하다는 듯이 사막은 시련을 준다. 얼굴을 가리고 신발을 신고 있는 나도 힘든데 맨발의 그는 대풍 기관 특유의 모자까지 쓴 채로 묵묵히 길을 걸을 뿐이다. 사박사박 맨발이 모래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이정표 따라 걷고 있으면 몇 분 아니, 몇 시간이 지난 지도 모를 정도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나는 눈치를 보다 겨우 쉬자는 말을 꺼낸다. 말을 꺼내는 순간에 벌어지는 작은 틈도 허락하지 않는 더위가 기어코 목구멍을 가득 채운다. 흡하고 숨을 들이쉬며 눈치를 보면 그는 단호하지만 부드럽게 타이른다. 그래서 난 입을 꾹 다문 채로 발을 멈췄다. 더 이상 못 가겠다는 신호, 그리고 그는 그것을 아는지 모자를 고쳐 쓰며 꾸욱- 발로 모래를 누른다.

'내가 했던 말 기억해? 밤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항상 경계해야 돼.' 해가 지고 나서야 겨우 찾은 야영지에서 그는 밤마다 하는 말을 각인시키려는 듯 읊어준다. 나를 앉히고 불을 지피고 나서야 창을 챙겨 다시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적왕의 무덤이 남긴 마지막 기억 속에 그는 무엇을 보았길래 외롭고 쓸쓸한 표정을 짓는 것일까. 늘 같은 표정에서 느껴지는 쓸쓸함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신념. '역시 사막과 잘 어울리네.' 혼자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사막의 밤은 여전히 서늘했다.

"자, 저기서 따왔어. 어서 먹어. 어젯밤 하루 종일 순찰했잖아."

"... 나한테 주는 거라고? 뭔가 착각한 거 아니야?"

"착각이라니! 여기엔 사이노랑 나밖에 없는걸? 호의일 뿐이니까 받아줘, 고마워서 그래."

선인장에 달린 정령과를 건네자 쭈뼛거리며 자신에게 주는 게 맞냐며 물어보는 그에 웃으며 맞다고 해주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받는다. 능숙하게 껍질을 까서 한 입 무려다 아직 까고 있는 나를 보곤 자신의 것과 바꿔준다. 허리춤에 찬 새 물통엔 역시나 물이 가득 차 있었다. 분명 그가 내가 잠든 사이 챙겨준 것이겠지. 주변에 친구라 부를 사람도 믿을 만한 사람도 없어 서툴다고 한 사람치고는 몸에 배어있는 배려에 웃음이 나온다. 타이나리려나, 아니면 나? 뭐가 되었든 간에 변화하고 있는 그가 반가웠다. 그렇게 열매 하나를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벗어 놓았던 모자를 쓰며 그가 입을 연다.

"갈 길이 멀어. 서두르자."

사막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두 사람의 흔적이 모래 속에 묻혀 지워지는 걸 보며 발길을 옮기는 우리는 다시 하루를 시작했다.

2. 카에데하라 카즈하 : 나도 껴주려고?

"이번 여정엔 나도 껴주려고?"

"카즈하라면 언제나 환영이지. 그치, 페이몬?"

당연하다고 외치는 페이몬을 바라보다 카즈하를 바라봤다. 그는 변함없는 은은한 미소로 '이번 여정, 잘 부탁해.' 말을 건네온다. 그와의 여정은 순탄하다면 순탄하고 사건이 많다면 또 많아서 이번엔 어떤 여정이 되려나 조금 기대되었다. 그렇게 소소한 일상을 이야기하며 이나즈마 이곳저곳을 걷다 보면 우리가 처음 만났던 항구가 나온다. 그는 조용히 작은 바위에 앉아 마침 떨어지는 나뭇잎을 주워 피리를 분다. 이것이 우리의 일상. 바람처럼 떠돌다 잔잔한 피리를 불어주면 나는 그 옆에 앉아 그의 음을 감상한다. 집안이 멸망한 떠돌이 무사와 혈육을 찾기 위해 티바트 세계를 떠도는 나. 같은 떠돌이들끼리 통하는 것이라도 있는지 말이 없어도 잘 통하고는 했다. 그 증거가 바로 이 피리 소리이다. '내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구나.' 말 한마디 없는 음 속에 숨겨진 다정함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래서 이번 여정은 어땠어? 리월에 갔다고 들었는데 즐거웠어?"

"층암거연이라는 곳에 갔는데 즐겁지만은 않았어. 소중한 사람도 잃을 뻔했고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잔뜩 마주했거든. 그래도 마지막엔 그가 도와줬어."

"그라고 하면 역시 바위 신?"

"응. 종려씨가 마지막에 도와주셔서 모두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어."

말을 마치고 그때를 다시 생각해 본다. 심연을 비추던 알 수 없는 방, 다친 소를 겨우 찾아 불러낸 일, 그리고 자신의 힘을 다 소진해 모두를 구하고 떨어지던 그, 흘러들어오던 기억들, 그 모든 걸 감싸는 강인한 노란빛. 바위 신은 이 아픈 곳에 그를 보내고 싶어 하지 않았구나, 보내 놓고도 걱정되어 지켜보고 있었구나. 계약의 신이라는 타이틀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자신의 심복을 사랑하는 그는 다정한 신이었다. '그때 정말... 또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 줄 알았어.' 나지막이 말하면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뭇잎을 물에 띄어 보낸다. 물고기를 잡겠다고 날아간 페이몬이 없으니 정적이 길게 이어진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

"세상이 주는 선물이야."

"응?"

"고개를 들어봐. 세상이 우리에게 선물을 주고 있어."

수평선 너머 하루의 끝을 알리는 태양의 빛을 바라본다. 눈이 부셔 자연스럽게 눈살이 찌푸려지고 저 멀리서 물고기를 잡았다는 페이몬의 외침이 들린다. 바보같이 눈물이 한 방울 똑떨어진다.

"세상을 살다 보면 다양한 고민이 있기 마련이지. 하지만 너와 만난 디로 무예든 내면이든 새롭게 성장했어. 앞으로의 인생도 더 자유롭겠지? 난 너도 그랬으면 좋겠어, 여행자."

자연스럽게 손수건을 건네며 어깨를 토닥여주는 손길이 따스한 저녁이었다.

원신에 빠져 사는 요즘, 사이노가 좋아 가져왔습니다! 사이노... 내 남자.. 후...

상호 대사로 써봤는데 마음에 드시면 좋겠네요! 잘 보시길 바라겠고 다음 글로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