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 방랑자 「나의 일을 아십니까.」

이 글은 원신의 '방랑자'라는 캐릭터의 시점, 인게임 내의 스토리와 글쓴이의 생각과 느낌이 들어간 일부 창작글입니다. 방랑자가 가부키모노일때의 시점부터 방랑자가 된 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야기입니다.

그립습니다. 당신과의 지낸 나날들이.

그리워, 당신과 함께 갔었던 그 벚나무가.

탄생의 순간 나를 바라보았던 당신의 그 눈빛. 그리고 나를 버리였던 그 순간.

나의 첫 배신은 당신이였습니다. 나의 어머니이시여.

이 세상에 발을 내딛고 당신과 처음 마주하고 처음 대화를 나누고 처음 음식을 먹어보고 처음으로 인간의 손을 잡아보았습니다, 당신이라는 존재로. 어머니와 같이 매일 갔었던 큰 벚나무 아래에 함께 다과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던 날들이 이제는 나에게 없습니다. 이제 그 순간들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 것 입니다.

'나는 당신을 원망해.'

그때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요.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어찌 나를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난 떨어졌습니다.]

모든게 다 부정적으로 보여. 내가 도대체 이 속세에 무엇을 잘 못하였길래.

아니면 이 바닥에 숨쉬는 그 자체가 죄인걸까. 모두가 나에게 시선을 돌리고 모두가 나를 배신해. 그리고 참 우스워.

고작 한 번의 일로 저리 하늘 무너져라 슬퍼하는 것일까.

'나약해, 인간 모두가.'

지금 이 거짓된 세계에서 그 누군가, 그 모두가 몇 번을 배신 당했다한들 과연 수천만마리의 개미같은 생명체따위가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미 재가 되어버린 감정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다 부셔지고 파괴되고, 망가지고 조여진 이 없는 차가운 심장을 그대들이 뭣들 안다고 소리내어 발언하는가.

아직도 모르겠나? 나에게 여러 이름이 존재하는 만큼, 그 만큼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나를 만들며 죽지도 못하는 이 몸으로 살아왔어. 그런데도 당신은 나를 찾기라도 했을까싶네.

'그 자리는 원래 내 자리였어.'

처음부터 당신을 증오했어. 원망하고, 부정하고, 생각조차도 하기싫은데말이지. 그런데도 한 편으로는 그런 감정들이 나 자신을 너무 우습게하고 또 후회해. 이미 다 지난일인데 말이야.

역시 난, 존재해서는 안될 그런 존재인가봐.

[매일같이 난, 생각해.]

나의 어머니이시여, 궁금하지 않습니까. 어찌 나를 아직도 안찾으시는 겁니까.

여긴 나의 실력대로 올바른 위치가 주어집니다. 여기선 누구를 죽이든 나의 말이 곧 법이 될 수 있지요.

나는 당신의 나라에 악적 영향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를 보듬어주실 겁니까?

당신의 나라에 조금이 아닌 큰 영향이 갔을텐데 말이지요.

그런데도 나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내가 신이 아닌 이유에 대해. 원래 신이 되려는 몸이였는데도.

이제 그것은 내꺼입니다.

이제 나는 신입니다.

"감히 인간따위가 나를 눈에 담으려는건가?"

[그리고 나는 또 떨어졌다.]

깨달았다. 내가 신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버려진 이유를. 세상이 나를 뒤돌리는 이유를.

그리고 또 다시 심장을 잃었다.

'실패작.'

잃었어. 모든 것을. 가진 것도없이. 복수를 위해 몇년동안, 몇 수십년동안 쌓아왔던 나의 업적이.

나의 심장처럼, 나도 재가되는 것일까.

족쇄가 끊어지고, 수없는 고통이 나에게 다가와. 잿더미들이 나를 덮을까 무서워.

"어머니 ···."

텅빈 공간에 거대한 껍데기만 남은채 허공으로 떨어져. 그리고 난 입을 열었습니다.

방랑하는 자의 신분이 되어서야 알게되었습니다. 나의 마음 한 구석에선 당신을 증오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요. 당신이 나를 놓은 이유도, 찾지않은 이유도 모른척한 이유도 알 것같습니다. 만일 제가 당신을 다시 찾아가게된다면 그때는 반갑게는 아니여도 인사정도는 해주시지요, 어머니.

「나는 나이자 내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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