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마신 오로바스와 셀레스티아의 잔혹함

지금까지의 밝혀진 스토리를 종합해보면 셀레스티아는 사람들이 알아서는 안될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티바트 대륙의 별하늘이 허구라는 것과 관련이 있고, 셀레스티아가 티바트에 당도하기 이전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3000년 전, 마신전쟁이 있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모락스를 비롯한 일곱 신은 집정관으로서 티바트 대륙을 나누어 통치했다. 마신 오로바스는 본래 리월에 속하던 마신이었는데, 이 전쟁에서 모락스를 피해 어둠의 외해로 달아났다.

어둠의 외해를 떠돌던 오로바스는 우연히 연하궁의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연하궁은 태초의 전쟁의 여파로 해연 아래로 떨어져버린 지역으로, 원래 그곳에 있던 심해 용 도마뱀 일족과 분투하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다이니치 미코시를 만든 당시 연하궁의 통치자들은 매우 부패했고, '태양의 아이'를 앞세워 그들 멋대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소년은 자신이 바라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오로바스에게 말한다.

연하에 살고 있는 저희들의 신이 되어주실 수 있나요?

영원한 나라의 용과 뱀의 전설

비록 오로바스에게는 그가 직접 만든 수천의 권속들이 있었지만, 리월에서 쫒겨난 오로바스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소년의 청을 받아들여 연하궁을 통치하는 신이 되어주기로 한다. 이후 연하에서 벗어나 지상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와타츠미 섬을 만들어주었고, 힘을 너무 많이 쓴 나머지 더이상 권속을 만들지 못할 만큼 약화되고 만다. 힘겹게 만든 와타츠미 섬은 농사가 잘 되지 않아 계속된 기근에 시달렸고, 이에 백성들에게 비옥한 땅을 주기 위해 나루카미신과 격돌하게 된다. 전쟁에서 패한 오로바스는 야시요리 섬에서 바알의 일태도에 참살당한다. 그러나...

와타츠미 신 스스로가 마신 전쟁을 감히 피하려 암해에 뛰어든 대죄의 신이었기에 하늘이 오로바시에게 형을 받도록 명한 것일지도 모른다.

산호궁 민간 신앙 기초조사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오로바스는 마신전쟁에서 모락스를 피해 도망가 천리의 분노를 산 상태였다. 천리의 분노 표출 방식은 다소 과격한데, 그녀는 지독한 연좌제를 채택하고는 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의 분노를 산 문명들은 전부 비참한 결말을 맞았기 때문이다. 현재 드래곤 스파인 지역의 빈다그니르가 그러했고, 이나즈마의 츠루미가 그러했고, 500년 전의 켄리아가 그러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오로바스는 그의 백성들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질것이 뻔한 전쟁에 나가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이는 천리가 직접 나서서 백성들까지 멸하기 전에 스스로 지은 죄를 받아들이겠다는 자기 희생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현재까지도 그들의 문명을 가지고 그들의 영원한 신인 오로바스를 섬기는 와타츠미 사람들의 믿음으로 보답받게 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사실 오로바스는 전쟁에서 도망쳤기에 벌을 받은 것이 아니라, 셀레스티아 이전의 역사에 관한 역사서를 읽었다가 셀레스티아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라고 한다. 전쟁에서 도망친 오로바스는 우연히 연하궁에 당도하여 그들의 신으로서 군림하게 되는데, 운 나쁘게도 연하궁은 셀레스티아가 당도하기 전 하나의 문명이었던 티바트 대륙에 대한 역사를 가지고 있던 국가였다. 태초의 전쟁으로 연하에 가라앉았을 뿐만 아니라, 셀레스티아가 지상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렸기에 그 역사가 보존되어 있던 연하궁, 오로바스는 이곳에서 [해와 달 전의 과거사]를 접하게 된다.

거대한 뱀은 패배자로서의 괴로운 과거, 그리고 백성들이 더 이상 버림받지 않게 하겠다는 장엄한 맹세를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

산호궁 민간 신앙 기초사

자신이 셀레스티아의 표적이 되었음을 알게 된 오로바스는 연하궁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 어마어마한 의식을 계획하게 된다. 그 내용으로는 전 국민의 와타츠미 섬으로의 이주, 과거의 모든 문서 봉인, 연하궁과 와타츠미섬을 잇는 해연 봉쇄, 동방원정을 통한 사건의 진상 은폐 등이 있다. 오로바스 자신이 자연스럽게 죽여야만 사람들이 와타츠미 신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고 셀레스티아의 질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기에 동방원정은 매우 치밀하게 계획된 연극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로바스의 명령에 따라 연하궁 백성들은 이나즈마와 교류하면서 그들의 전통을 익혔고, 연하궁에서 와타츠미섬으로 올라오면서 과거사에 관한 기록은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 그를 보고 셀레스티아는 와타츠미섬 백성들을 굳이 건드리지 않고 넘어갔다.

아래 4성 법구인 <맹세의 눈동자>스토리에는 오로바스와 당시 연하궁 사람들 간의 이야기가 나와있다.

- 내가 해연 주민의 신이 되길 원하는가?

- 나는 황금의 신과 나루카미의 신을 이길 수 없어 미지의 바다로 도망가는 걸 선택했다.

- 만약 너희들이 광명을 기대하고 있다면, 미래에는 분명 또 한 번의 상실을 경험하게 되겠지.

- 나의 죽음은 보잘 것 없겠지만, 구차하고 수치스러운 삶은 이것으로 족하도다.

- 그럼 맹세의 눈동자 앞에서 맹세하거라.

...나와 산고의 권속들도 이렇게 동맹을 맺었다.

(중략)

세월은 빠르게 지나가고, 섬은 만들어졌다.

- 용 도마뱀은 물러갔으니, 성토도 법으로 관리를 해야겠지.

- 산고노미야 가문과 지바시리여- 나의 어사(눈동자) 앞에서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니

- 이후 만약 둘 이상이 연하의 일에 불만을 가지거나, 다른 결정을 내린다면

- 그 이야기를 들은 다이니치 미코시는 스스로 붕괴하고, 과거의 모든 것을 소멸할 것이다.

오로바스가 연하궁 사람들과 맹세할 당시에 사람들의 의견이 2종류로 나뉜것으로 보인다. 산고노미야 가문은 오로바스를 믿고 그가 만든 섬인 와타츠미 섬으로 이주를 하는 무리이고, 지바시리 일족은 스파르타쿠스의 가르침에 따라 그들 스스로가 심해 용 도마뱀과 싸우며 살아가는 무리이다. 그들은 최후의 날까지 지상으로 이주하지 않고 연하궁에 남는다. 지상으로 올라가기 직전 오로바스는 산고가문과 지바시리에게 말한다. 맹세는 지켜졌고, 이후 두 무리가 불만을 가진다면 연하궁은 과거의 모든것을 품고 소멸할 것이라고. 말을 마친 오로바스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 전장으로 나가 죽음을 맞는다.

오로바스는 맹세를 지켰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백성들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일곱 신이 통치하는 현재의 티바트 대륙에서 그처럼 변치않는 믿음을 받고 있는 것도 그가 유일하다.

도대체 셀레스티아가 그렇게까지 감추려하는 진실은 무엇일까?

또 그와는 별개로 마신 오로바스의 맹세와 백성들을 향한 사랑은 내 마음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처음의 모습과 이후의 평가가 가장 극명하게 차이나는 마신이라고 한다. 이번 연하궁 이야기는 정말 짜임새 있게 만들어진 웰메이드 스토리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