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하반기 모바일게임 흥행작 <탕탕특공대>는 어떻게 인기 PC게임 <뱀파이어 서바이버>를 효과적으로 모바일에 이식했을까?

출처 : 나무위키

우선 분석글을 시작하기 전에 정정부터 하겠다. 보통 이식작이라고 함은, 원 작품을 제작한 회사에서 특정 기종에 맞추어 다시 제작한 게임을 일컫는다. 하지만 <탕탕특공대>의 경우 <뱀파이어 서바이버>를 어떠한 추가요소, 혹은 변경점 없이 모바일 환경에 맞추어 이식한 것은 아니기에,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이식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얼마 전에는 앱스토어 및 플레이 스토어에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모바일 버전이 출시되었으니…

12/8에 국내 앱스토어에 출시된 뱀파이어 서바이버 모바일 버전

하지만 내가 “이식”이라는 단어를 그럼에도 쓴 이유는, <탕탕특공대>는 <뱀파이어 서바이버>에서 영감을 받은 게임이기도 하고(나쁘게 말한다면 “베껴온 것”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지만,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그 게임 자체가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영감을 받은 쪽이 더 맞다고 본다), 또 “이식”이라는 표현이 꽤나 직관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니 양해 바란다.

나는 모바일 게임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학창 시절에는 학교, 학원을 오며가며 곧잘 하던 때가 있었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콘솔 / 스팀 게임에 관심을 가진 뒤로는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슬슬 대학 졸업도 다가오겠다, 취직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보니 한국 게임 시장에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에 다시금 관심을 가져야겠구나 생각하던 순간, 유튜브 알고리즘은 담백하면서도 자극적인 내용의 영상 썸네일로 나를 인도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arN01xDlLxQ

리니지M과 리니지W가 진짜배기 느낌이긴 하지만… 매출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 피온4M, 원신 등을 이긴 것도 대단한 수치

리니지 매출을 제낀 캐주얼 모바일 게임이라… 이게 가능한 건가? 싶었다. 도대체 무슨 게임이길래 린저씨들의 화력을 눌러버린건가.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 나는 고민도 않고 탕탕특공대를 다운받았고, 약 한달여 동안 (나름) 꾸준히 플레이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친구에게 <탕탕특공대>가 스팀의 <뱀파이어 서바이버>라는 게임과 완전 똑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럼 그렇지 하는 심정으로 <뱀파이어 서바이버>도 플레이 해 보았는데, 확실히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원조 맛집같은 느낌을 주긴 했다. 하지만 <탕탕특공대>가 단순하게 베껴 오기만 했다면 현재와 같은 매출을 보이기는 어려울 터. 나는 지금부터 <탕탕특공대>가 어떻게 <뱀파이어 서바이버>를 모바일 환경에 맞추어 재해석했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2021년 12월에 얼리 억세스로 스팀에 출시한 뱀파이어 서바이버

1. 부분 유료화에 걸맞는 난이도 구성

아마 <탕탕특공대>를 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점은 “플레이어 입장에서 비합리적인 스테이지가 있다” 일 것이다. 나도 절절히 동감한다. 패키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가 봤을 때 분명 <탕탕특공대>에는 비합리적인 순간들이 적지 않게 있다. 그렇지만 <탕탕특공대>의 이러한 난이도 구성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매출을 올리는 데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뱀파이어 서바이버 플레이 화면. 여담으로 이 판은 클리어 약 30초를 남겨두고 죽었다

우선 <뱀파이어 서바이버>부터 한번 살펴보자.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전반적인 흐름을 보았을 때, 플레이 초반은 어렵지만 판 수가 누적될수록 쉬워지는 난이도 구성을 취하고 있다. 한 판이 끝나면 받는 인게임 재화를 통하여 경험치 획득량 증가, 공격력 증가 등 플레이어에게 부여되는 영구적인 버프를 구매할 수 있으며, 또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게임 플레이 시 출현하는 아이템과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 종류가 늘어난다. 즉 게임 난이도 자체는 무척이나 어렵지만, 반복되는 플레이를 통하여 누적되는 요소들로 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일정 수준 이상 플레이가 누적되면, 게임 클리어를 좌우하는 요소는 운과 플레이어의 실력이라는 이야기이다.

탕탕특공대 플레이 화면

하지만 <탕탕특공대>의 경우 <뱀파이어 서바이버>와 유사한 듯 다르다. 우선 <탕탕특공대>의 첫 스테이지는 꽤나 쉽다. 게임을 조금이라도 플레이 해 본 사람이라면 15분을 무리없이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스테이지부터는 많이 어려워진다. 웬만한 실력자가 아닌 이상, 로비에서 장비 강화를 일정 수준 하고 와야 클리어가 가능하다. 그리고 세 번째 스테이지는 또 어렵고, 장비 강화를 또 하고… 의 반복이다. 오히려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강화에 들어가는 노력은 배가 된다. 나같은 무과금 전사야 이 악물고 버티면서 일일 로그인 보상 등을 모으며 강화하겠지만, 바쁘디 바쁜 현대인들에겐 시간이 곧 금. 상점 페이지의 챕터 패키지, 바로 10연뽑 진행이 가능한 3만원어치 보석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이처럼 시간을 돈으로 사는 듯한 느낌의 과금 구조는 사실 <탕탕특공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일전에 내가 즐겼던 <쿠키런:킹덤> 등 여타 다른 부분 유료화 게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구조이다. 하지만 나는 <뱀파이어 서바이버>와 같은 패키지 게임에 이러한 과금 구조를 적용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싶다. 이 구조가 패키지 게이머로서는 썩 맘에 들지 않긴 하지만…게임을 단순 이식한 후 돈을 받고 팔거나, 게임을 N등분한 후 특정 구간 이후는 돈을 내고 진행해야 하는, 이전의 패키지 게임의 모바일 이식작들을 생각한다면 <탕탕특공대>가 확실히 설계를 잘 했다고 볼 수 있다.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쪽은 <탕탕특공대>니까.

물론 이러한 판매 구조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2. 시스템 세분화를 통한 과금 유도 장치 만들기

패키지 게임을 본딴 게임을 부분 유료화로 출시를 한다고 해 보자. 기존에는 돈을 받고 팔던 게임을 무료로 배포하니 수익을 위해서는 기존 게임의 특정 요소들을 유료로 전환하여 판매해야 한다. 이를 고려한다면, 일반적으로 <뱀파이어 서바이버>에서 유료로 판매할 만한 특정 요소들을 생각해 본다면 “강화”와 “플레이어블 캐릭터”정도가 있을 것이다.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워낙에 단순한 구조의 게임이다 보니, 유료로 팔 만한 요소가 많지는 않아 보인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에서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사실상 이것들이 전부다

<탕탕특공대>는 이 두 가지 요소를 살짝 비틀고, 또 세분화하는 방법으로 과금 모델을 마련했다. <탕탕특공대>에서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고르는 것 대신, 로비에서 무기를 바꾸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무기별로 강화 레벨과 희귀도를 부여해, 그에 따른 성능의 차이를 두었다.

뿐만 아니라 장갑, 목걸이, 보호구, 벨트, 신발 등의 장비도 추가해, <뱀파이어 서바이버>에서는 간단하게 얻을 수 있던 강화 효과를 영리하게 분배해 놓았다. 그렇다고 <탕탕특공대>에 단순하게 강화 효과를 부여하는 요소가 없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탕탕특공대>에서도 인게임 재화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영구적인 강화효과를 부여하는 시스템이 있다. 이 인게임 재화는 장비 레벨업 하는 데에도 쓰이니,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이 인게임 재화가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탕탕특공대> 무기 희귀도 강화 공식 (출처 : 나무위키)

장비의 희귀도를 올리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장비의 희귀도는 일반 – 우수 – 레어 – 엘리트 – 엘리트+1 – 엘리트 +2 – 에픽 – 에픽+1 – 에픽+2 – 에픽+3 – 레전드로 나뉜다. 나열된 것만 보아도 어려움이 느껴진다. 희귀도를 상위 희귀도로 올리기 위해서는 같은 등급의 동일한 장비 두 개가 필요하고, 동일 희귀도 내에서 단계를 올리기 위해서는 같은 등급의 동일한 분류군의 장비 하나가 필요하다.

희귀도 외에도 S등급인 장비 역시 존재한다. 이 장비들은 다른 장비들 대비 보조 효과가 뛰어난 장비들인데, 오로지 상점의 S급 군수 지원품 뽑기를 통해서 획득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오직 현금 재화(보석)으로만 구입이 가능한 강화 효과인 과학 기술 부품, 그리고 상점에서 특정 횟수 이상 구매하면 해제되는 방식의 스킨 / 코스튬 등 플레이어로 하여금 과금을 유도하기 위해 기존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시스템을 세분화한 것을 알 수 있다.

3. 게임 곳곳에 광고 붙이기

게임 곳곳에 깨알같이 숨어있는 광고. 첨부한 사진 이외에도 정말 많은 곳에 숨어있다

모바일 게임의 주요 수익원으로는 상기한 “직접 결제”도 있지만, 인게임에 삽입된 광고에 의한 매출 또한 적지 않다. 구글링을 조금만 해 보아도 모바일 게임 광고 플랫폼 회사들의 매출 상승률이 높아져만 가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다. 인게임 광고를 게임 곳곳에 절묘하게 배치한 <탕탕특공대>역시 광고에 의한 매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을 해 본다. 정말 그런지는 개발사 직원들만 알겠지만 말이다.

4. 다양한 과금 패키지

<탕탕특공대>의 패키지들 중 일부인 월정액 패키지, 성장 기금 패키지

<탕탕특공대>에서 상점 페이지의 보석 구매 이외에도 과금을 통해 보석을 구할 수 있는 방안은 많다. 특정 레벨에 도달할 때 마다 보석을 지급하는 성장 기금 패키지, 스테이지에 도전할 때 마다 보석이 누적되는 대형 황금 돼지 패키지, 매달 일정량의 보석 및 재화 수급에 도움을 주는 이로운 효과를 부여하는 월정액 등 다양한 패키지가 준비되어 있고, 플레이어들은 입맛에 따라 과금하면 된다.

다양한 과금 패키지를 마련하는 것 역시 <탕탕특공대>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당장 내가 요즈음 즐겨하는 게임인 <피파온라인4>만 보아도 인게임 재화를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패키지가 존재한다. 어쩌면 게임의 흥행을 좌우하는 것은 플레이어 친화적인 과금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레드 오션이 된 지도 많은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레드 오션에서도 <탕탕특공대>와 같이 (영감을 받은 게임에서)가져올 것은 가져오고, 게임 시스템을 재해석하여 효과적인 과금 구조를 만들어 흥행해 성공하는 게임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뭐, 패키지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돈을 뜯어(?)내려는 <탕탕특공대>의 노력이 달갑지는 않지만… 제작사도 돈을 벌어야 하니까. BM을 잘 짜는것도 분명 능력이다.

다음으로 시도해볼까 생각중인 모바일 게임은 요 두가지. 20년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원신>과 얼마 전에 한국 앱스토어에 출시한 <닌자 머스트 다이>이다. 이 두 게임들도 모두 중국 제작사의 게임. 기존 게임들을 단순히 베껴오는 것으로 일관했던 이전의 중국 게임사들을 떠올려 본다면 정말 격세지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