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7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새로운 시대의 문 / 일본 / 2024
이 극장 애니메이션을 본 이유는 진짜 터무니없다.
원래 중화권 영화나 무협을 즐겨 보는, '덕질'이랑 그렇게 큰 연관이 없는 영화만 가끔 보는 형이 있는데,
서울 잠시 가더니 카톡으로 갑자기 우마뾰이거리는 것이다. 2회차를 봤고 3회차를 나중에 꼭 달릴 것이라며.
호기심에 보려다가 상영관 없어서 못보나? 싶었는데 어제 갑자기 생긴 걸 발견해서 보고 왔다.
약간 좀 '시청'보다는 '목격'에 가까운 영화였다.
내가 뭘 본 거지?
우정? 사랑? 모에 캐릭터? 다 필요 없다. 달리기가 최고다. 달리기로 최강이 되자.
솔직히 중간 여름 합숙 이벤트랑 엔딩 쪽에 아이돌 라이브가 좀 깬다는 느낌은 받았는데,
이게 '원작에서도 스킵 안 되는 파트라 원작 고증 들어간거임 ㅇ'라는 말을 듣고 충격과 공포를 받았다.
작중 언급이 직접 되지는 않았는데, 주인공인 '정글 포켓'이 쥔 보석이 '가짜'라는 캐해를 친구가 밀더라.
사실 작품 내에서 '우마무스메가 달리는 이유'같은 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다루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주인공인 '정글 포켓'도 그저 도입부에서 '후지 키세키'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동경해서 따라서 트레센 학원에 들어간 것 뿐,
'우마무스메가 달리고 싶어진 이유' 같은 걸 진지하게 캐묻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대다수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아니다.
애초에 대다수의 사람은 그 정도의 '반짝임'을 얻고 그것을 동경하며 쫓아가는 일이 드물다.
요즘같이 부정적인 절망감이 사방에서 뻗쳐나오는 시대에는 더더욱.
'달려야 하는 이유' 같은 게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달리기' 자체에는 내용이 없다.
어쩌면 정말로 친구가 말했던 대로, 주요 상징으로 이해되는 '보석'은 '가짜'일지도 모른다.
달리기는 그저 쇼비즈에 불과하고, 사람들은 한 번의 반짝임에 홀려 그 뒤를 쫓는다.
그런데, 그 가짜라도 쥐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사람은 망가진다.
중반부 이후의 타키온이 어떤 감정적인 선을 그려내는지 파악한다면, 그 '가짜' 쇼비즈조차 주어지지 않을때, 사람은 어느 정도로 망가지는가?
이런 질문 정도는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꿈'은 근본적으로 거짓말이고 속임수다. 하지만 그 꿈이 불타면서 내는 열과 에너지만큼은 진짜다.
한 사람이 꿈을 불태우며 내는 열기가 주변으로 퍼져나가고, 또다른 꿈을 퍼뜨린다. 그거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