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탑: 새로운 세계', 탑보다 높이 솟은 과금 예상치
게임회사로서 넷마블은 꽤나 복잡한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만화 등 IP(지식재산권)를 높은 퀄리티로 재해석해 흥행작을 배출해낸 경험들이 있지만, 실적 측면에서는 타사 IP를 활용해 게임을 만들었기에 발생하는 로열티 등의 부가적인 비용이 발목을 잡죠.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신작들이 전부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IP 의존도를 낮추고자 '세븐나이츠' 등 자체 IP에 집중하려고도 했으나, '세븐나이츠2'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흥행 측면에서는 실패했죠. 결국 최근에는 다시금 웹툰, 애니메이션 등 외부 IP를 수혈해 신작 개발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7월 26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넷마블의 하반기 신작의 첫 타자입니다. 웹툰을 통해 연재 13년차를 맞이한 초장기작 '신의 탑' IP를 기반으로 해 AFK아레나 등으로 대표되는 방치형+수집형+RPG의 게임성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죠.
'신의 탑'은 애니메이션화된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2기도 확정되었죠.
이미 한 차례 게임화된 경력도 있습니다.
'신의 탑'이 장기 연재작인 것은 맞지만, 대중의 평가가 연재기간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겠습니다. 특히나 최근 연재분에서는 스토리 전개나 작화 등에 대해 아쉬운 평가도 나오고 있죠. 원작 웹툰의 인기가 점차 소강상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자칫 해당 IP를 활용한 게임도 케케묵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죠.
백문이 불여일견. '신의 탑: 새로운 세계'를 플레이한 감상을 남겨보았습니다. 웹툰의 모호한 비주얼을 게임적으로 구현한 점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AFK아레나 및 방치형 RPG를 위시한 게임 시스템은 허들이 제법 높습니다. 척 봐도,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과금을 유도할 것인지가 느껴지거든요.
웹툰의 게임화, 원작재현은 챙겼는데 조금 아쉬운 오리지널리티
원작 그림체를 포기한 당연하지만 옳은 선택, 최소한의 개연성만 챙기기 위한 오리지널 설정
원작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원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특히 연재 13년차에 접어든 만큼 원작의 스토리나 설정 등이 방대한데, 자칫 원작 재현에 소홀하면 "이름만 빌려다 게임"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겠죠.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어떨까요. 우선 원작재현에 대해서는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이 느껴집니다. 살릴 것은 살리되,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자는 접근법이 눈에 띄죠. '신의 탑'이 주목받았던 '연재 초기 ~ 지옥열차편'까지의 분량 중 서비스 초기인만큼 원작 초반부의 스토리를 게임 만의 연출법으로 재해석했습니다.
특히 들쭉날쭉한 원작 웹툰의 그림체 대신 넷마블식 비주얼로 캐릭터들을 재해석했죠. 기본적으로는 여러 캐릭터를 수집해야 하는 수집형 RPG이기에 원작 웹툰의 그림체를 포기한 것은 당연하고 옳은 선택이겠습니다. 구현된 캐릭터의 비주얼, 일부 연출 상에서 캐릭터의 표정이 어색한 부분들도 눈에 띄는데 우선 주요 캐릭터들의 비주얼은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게임 만의 오리지널 요소에 대해서는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주인공 '스물다섯번째 밤'을 대신해 플레이어가 또다른 '비선별인원'으로 게임에 개입하게 된다는 설정인데, 어차피 스토리 상에서 보면 이 오리지널 캐릭터(=플레이어의 분신)의 존재감은 희미합니다. 최소한의 개연성을 챙기기 위한 장치로 오리지널 요소를 더한 것으로 보이네요.
AFK아레나? 에버소울? 전형적인 AFK류 게임
좋든 나쁘든, 이것은 넷마블식 게임
전개가 더뎌서 잊기 쉽지만, 우선 웹툰 '신의 탑'의 등장인물들의 목적은 탑을 오르는 것입니다.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탑 꼭대기에 도달하면 어떠한 소원이든 이뤄진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인지 '신의 탑: 새로운 세계'도 끊임없이 탑을 오르는 것을 메인 콘텐츠로 삼고 있습니다.
게임성은 이견의 여지가 없이 'AFK 아레나'입니다. 기존 수집형 RPG가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 조합을 짜서 보스에 도전하거나 특정 스테이지를 반복해서 돌며 육성 재료 또는 위시 보상을 획득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면 이 AFK류 게임의 특징은 끝 없이 이어지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나가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죠.
스테이지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이 특징인 만큼 플레이어의 육성도 끝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수집형 RPG가 3~6돌파 정도를 육성의 최종단계로 설정하는 것과 달리 이런 AFK류 게임은 10돌파 정도는 거뜬하거든요. 육성 목표가 단계별로 끝없이 펼쳐지고 돌파한 스테이지에 따라 서버 단위로 순위 경쟁도 붙이다 보니 소위 '고과금러'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도파민 자판기가 없겠습니다.
AFK류 게임의 또다른 특징은 '시간 = 육성'인 이른바 '타임 그라인딩'이 가능하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일정 시간마다 보상이 쌓이고, 가끔씩 게임에 접속해 이 보상을 한번에 몰아 획득하는 것이죠. 과금을 한다면 이 시간을 당겨올 수는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한것처럼 AFK류 게임의 육성 목표는 말 그대로 무한합니다. 시간이 미치는 영향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죠.
'신의 탑: 새로운 세계'는 그 어떠한 반론의 여지도 없이 앞서 소개한 이런 AFK류 게임의 특징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개별 캐릭터의 레벨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총 5개의 배치 자리에 대한 레벨을 강화하는 '신수 링크' 시스템을 적용해 캐릭터를 획득하면 즉시 실전에 투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했죠. 물론 '신수 링크' 강화에 필요한 재료, 시간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시간과 과금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게을리 해서는 안되겠죠.
게임은 좋든, 나쁘든 전형적인 '넷마블식'입니다. 구색 맞추기 용(혹은 뽑기 결과에서 기분을 조금 더 나쁘게 하기 위해)으로 원작의 엑스트라들을 구석구석 훑어서 R~SR 등급 캐릭터로 데려왔고, 과금에 대한 리턴이 꽤나 확실한 편입니다. 적어도 게임 내 시즌패스 등 상품을 일부 구매하는 것과, 완전 무과금으로 등반에 도전하는 것 사이의 차이가 꽤나 크게 느껴지겠네요.
구조를 살펴보면, 탑보다 높은 과금 예상치가 기다린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AFK류 게임의 특징은 시간, 과금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데에 있습니다. '신의 탑: 새로운 세계'도 마찬가지인데, 그 과금에 대한 예상치가 작중 탑 못지 않게 높다는 느낌이네요.
허들을 느낀 가장 큰 요소는 '신수 링크' 돌파에 필요한 재료의 수급처가 소환으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신수 링크'는 본 게임에서 사실상 파티의 전력으로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신수 링크 레벨이 특정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돌파'가 필요한데, 이 돌파를 위해서는 소환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이 필수죠.
그러면 게임 내에서 소환 재료를 넉넉하게 주는 편인가? 하면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습니다. 게임 내에서 스테이지 돌파 등으로 획득할 수 있는 소환 재료의 양은 필요한 돌파 재료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하죠. 오픈 초기 주어지는 이른바 '오픈 사료'의 양도 육성을 위해서는 부족합니다.
AFK류 게임의 정석인 '시간 갈아넣기'로도 소환은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방치형 보상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재화는 대부분 신수 링크 레벨 강화에만 필요한 것인데, 소환을 할 만한 재화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레벨을 올릴 재료는 쌓여가는데 정작 돌파를 하지 못해 정체되는 답답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죠.
물론 게임을 무과금 유저의 기준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에 대해 공감합니다. 그러나 게임의 원활한 플레이를 위한 필수 요소의 허들을 이렇게 높여둬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합니다. 필요한 캐릭터도 한 둘이 아닌데, 돌파 재료까지 감안하면 이거 시즌패스 정도로도 쉽게 해결하지 못할 것 같거든요.
게임에 있어서 초반 흥행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비스를 이어나갈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운영 및 사업 전략도 중요합니다. '신의 탑: 새로운 세계'가 오픈 초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매출 순위 상위권에 진입한 가운데, 과연 과금 예상치를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