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티바트 대륙 산책 (뜻밖의 원신 vs 젤다 야생의 숨결 게임 비교글, 혹은 메타버스 이야기…?)

요즘에는 티바트 대륙을 운동 삼아 산책하곤 한다.

티바트 대륙은 <원신>이라는 모바일 게임에서 배경이 되는 장소다. 닌텐도의 갓겜이라고 불리는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을 중국에서 따라 만든 짝퉁이라고 논란이 되던 그 게임이다.

<젤다의 전설>을 먼저 플레이하다가 <원신>을 플레이 했더니, 세상에 너무 대놓고 따라한 게 티가 확 났다. 배경도 너무 비슷하고, 하늘을 날아다닌다든가 요리를 한다든가 하는 시스템도 비슷했다. 심지어 몬스터 생김새도 비슷하고 절벽을 올라갈 때 스태미나가 닳는 구조도 닮았다. 대륙 여기저기에 위치한 신상에 뭔가를 바치면 스태미나를 올릴 수 있고, 신상을 밝히면 지도가 밝혀지고 워프 포인트를 밝히면 먼 거리를 워프해서 이동할 수 있는 것도 똑같았다.

하도 닮았다 보니, 이따금은 ‘어? 이게 왜 안되지?’ 할 때도 있었다. 예를 들어 <젤다>에서는 활을 쏠 때 컨트롤러 우측상단 버튼을 꾹 누르고 자이로 센서를 이용해 겨냥을 했다. 반면에 <원신>에서는 활이든 검이든 하나의 버튼으로 동일하게 쓰는데다, 컨트롤러의 자이로 센서 기능은 지원하지 않았다.

너무 대놓고 따라한 게임이라 처음에는 플레이를 하면서 살짝 죄책감마저 들었다. 마치 IP 표절에 가담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원신>을 플레이하면 할수록 <젤다>와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일단 내가 플레이할 수 있는 캐릭터가 굉장히 다양했고 <젤다>보다 훨씬 디자인이 예뻤다. <젤다>는 맨몸에 가까운 캐릭터 ‘링크’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원신>은 맨 처음 스타트할 때부터 남/여를 선택할 수 있었다. 기본 캐릭터도 디자인이 예쁘고, 플레이를 할수록 모을 수 있는 다른 캐릭터들도 예뻤다. 처음부터 끝까지 투박한 ‘링크’ 캐릭터 하나를 데리고 플레이해야 하는 고통(?)이 <원신>에는 없었다.

<젤다>에 비해서 제한 요소들이 적게 느껴지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젤다>는 걸핏하면 절벽을 오르다 힘이 딸리고 하늘을 날다가도 힘이 딸렸는데, <원신>은 비교적 스태미나가 넉넉했다. 몬스터랑 싸울 때도 <젤다>에서는 웬만큼 하트를 많이 모으지 못하면 금방 죽어버려서 전투 자체가 부담스러웠던 반면, <원신>에서는 웬만한 전투는 가볍게 처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젤다>에서는 무기를 몇 번 휘두르면 금방 깨져버리는 게 가장 스트레스였는데 <원신>에서는 그런 게 없었다. 아무리 고급 무기를 얻으면 뭐하고, 좋은 기능성 화살을 얻으면 뭐하나? 무기는 네다섯 번 휘두르면 깨져버려서 ‘이럴 거면 왜 그 고생을 해서 얻었지?’ 싶을 정도로 허탈했다. 화살도 불화살, 얼음화살, 전기화살처럼 다양한 기믹에 사용할 수 있도록 종류 자체는 구비되어 있었지만, 몇 번 쏘면 금방 화살이 없어져서 또다시 지루한 파밍을 해야 했다.

아무 것도 없는 ‘링크’와는 달리, <원신>에서는 캐릭터들이 각자 사용할 수 있는 ‘원소 신의 눈’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불 캐릭터는 불 속성 공격을 쓸 수 있고, 얼음 캐릭터는 얼음 속성 공격을 쓸 수 있는 식이었다. 따라서 불 캐릭터로 화살을 쏘면 ‘불화살은 15개 남았으니 아껴야 해’ 하는 염려 없이 마음껏 쏠 수 있었고, 현실 세계와는 다르게 화살 같은 소모품 자체가 무한생성이다 보니 몬스터를 잡든 모닥불을 지피든 아니면 그냥 풀밭을 태우든 마음껏 쏠 수 있었다.

화살도 그렇지만 검이나 활 같은 무기도 깨질 염려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예를 들어서 대검으로 몬스터를 잡든 광부처럼 광물을 캐든, 어쨌든 내키는 대로 휘둘러도 상관 없었다.

<젤다>보다 캐릭터와 스토리도 방대하고 이벤트도 다양해서, 개인적으로는 <원신>이 더 취향에 맞았다. 최근에 나온 <젤다의 전설 : 왕국의 눈물> 편은 사물을 이어 붙여서 광란의 레이저 격폭기나 수륙양용차를 만드는 사람도 있길래 흥미로워 보이기는 했다. 그래도 역시 나는 제한이 좀 적고 그래픽이 예쁘고 스토리가 아기자기한 편이 좋다. 아무래도 <젤다> 시리즈는 좀 더 게임 플레이에 능숙한 원로 게이머들(?)에게 맞고, 나같은 라이트 유저에게는 라이트한 짭숨이 맞는 걸까?

최근에는 <원신>을 플레이하면서 스텝퍼를 밟고 있다. 집에 런닝머신이나 사이클을 들이기에는 남편이나 나나 조금 부담스러워서 일전에 대체재로 스텝퍼를 사 두었다. 그런데 마침 <원신>을 아이패드에 엑스박스 컨트롤러를 연결해서 플레이 했더니, 훨씬 손맛(?)도 살아나고 태블릿 화면에 손을 대지 않고도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그래서 요즘은 ‘<원신> 플레이는 스텝퍼 할 때만!’이라는 나름의 철칙을 세워두고 있다. 악보 보면대 위에 아이패드를 올려 두고, 손으로는 컨트롤러를 조작하고 두 발은 열심히 스텝퍼를 굴린다. 아무리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는대도 스텝퍼를 한동안 밟는 일은 보통 지루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원신>을 플레이 하면서는 30분은 가뿐하게 넘긴다. 아무 스토리 없이 그냥 ‘헬창 보스를 이겨봐!’ 하는 <링피트>랑은 또 다르게, 티바트 대륙을 돌아다닌다는 느낌이 나서 시간이 금방 간다.

30분만 지나도 땀이 주룩주룩, 등산하는 것처럼 무의식중에 이루어지는 파워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 덕분에 게임을 할 때도 마음이 편하다. 예전에는 멍하니 앉아서 컨트롤러만 만지작거리면 왠지 시간을 허비한 것 같은 후회가 밀려오곤 했다. 하지만 ‘플레이 시간 = 운동 시간’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스토리를 밀든, 캐릭터 육성 소재를 찾아 나서든, 아니면 새로운 지역으로 탐사를 떠나든, 게임을 할수록 운동이 되니까. ‘내가 고작 가상의 캐릭터 레벨 올려주려고 나의 귀한 시간을 허비했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일은 또 어디를 갈까? 요새 한동안 레벨 올리고 보스 잡느라 전투 위주로 플레이를 했으니, 아무 생각 없이 민트나 따고 달콤달콤꽃이나 따러 다녀도 좋겠다. 그러다가 밤이 되면 고개를 들어서 은하수도 보고, 몬드 성이나 리월항에 가서 사람들한테 말도 걸어보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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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결혼식장에 갔는데 뷔페에 ‘민트 젤리’라는 게 있었다. 민트 젤리라면 그저께 처음 <원신>에서 만들어 본 요리었다. 민트랑 설탕을 조합하면 만들 수 있었고 체력회복 기능이 붙어 있어서 잔뜩 만들어 두었다. 하지만 이름을 보고 ‘이런 게 현실에 있을까?’ 싶었는데, 띠용 정말 세상에 존재하는 음식이었다니?

호기심에 한 입 먹어봤다. 으음, 이 맛은……. 스피어민트 껌으로 연두부를 만들고, 잔뜩 으깨어서 사발에 담은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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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플레이 하시는 분 있나요?

UID 882002943 친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