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상황문답/종려] 당주대행은 피곤해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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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두 사람의 서툰 고백은

곧바로 서툰 연애로 이어졌다.

날이 저물어 야경이 반짝이는

리월을 앞으로,

조용하게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망서객잔을 뒤로,

가히 아름다울 경치가

두 사람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데에 한 몫 했다.

종려는 커다란 손으로

당신의 붉어진 뺨을 연신 어루만지다

나머지 한 손으로는 뒷목을 부드럽게 끌어

가벼운 입맞춤을 하였다.

어른인지, 어르신인지,

첫 사랑이라면서 왜 이렇게 잘 하는 건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긴 대화의 끝에, 또 이 과감한 애정표현을 통해

당신은 그의 신분을 알게되었음에도

두려움이나 공경의 마음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밤이 깊도록 두 사람은,

그 곳에서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다음 날 당신은 결국 감기에 걸렸고,

종려는 왕생당의 업무를 혼자서 전부 처리했다.

너무도 손쉽게 일처리를 끝낸 종려는

당신을 간호하기까지 하는 중이다.

“나... 처음부터 왕생당에

필요없었던 존재는 아닐까요.”

“연인의 과업을 대신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역량이 늘어났을 뿐이야. 네가 다 나으면

나도 무리하지 않을거고.”

“역량이란 걸 마음껏 늘렸다 줄일 수 있는 게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데요.

그리고 나만 감기에 걸린 것도 조금은 억울한데.”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는 건가?”

그건 아니죠! 라며 헤헤 웃던 당신은

서운한 듯 미간이 다소 찌뿌러진 종려의 표정을 보며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나 예전부터 좋아했다고 했잖아요?”

“?...그렇지.”

“그럼 그 때 왜 그랬어요?!”

“어느 때를 말하는 거야?”

“그 때 누가 나 귀엽다 했을 때!

대놓고 엄-청 인상 찌뿌리셨잖아요.”

“아...”

‘당주대행님이 너무 귀여우셔서 그만...’

왕생당원이 당신을 놀리며 귀엽다고 했을 때,

종려의 구겨졌던 표정이 생각난 것이다.

“기억나죠?! 전부터 나 좋아했다면서

그 땐 왜 그랬대?”

“흠, 당원이 찾아왔을 때라...”

“이번엔 까먹었다는 핑계 안 통할 거에요.

나한테 정직함을 호소하면서 만나자고 했으면서

앞뒤가 다르시면 꽤 실망스럽다고요.”

“얼핏 기억은 나네. 내 표정이 어두웠었나?”

“말도 못 하게 어두우셨네요~”

“...그건,”

종려는 잠시 대답하길 머뭇거렸다.

“있는 그대로 말씀하시죠, 종려 씨이-?”

웃고 있지만 조금은 심문하는 듯한 태도의

당신을 흘긋 바라본 종려는 시선을 피하더니

머뭇거리다 이내 답한다.

“...내 감정에 대해 헷갈려서 그랬네.

다른 의미나 그대가 싫은 것은 절대 아니었어.”

“...당원이나 제가 싫은 게 아니었던 거에요?”

“오히려 그 반대지. 평소에 혼자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제3자가 직접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의

기분을 상상해보게. 오묘하지 않겠나?”

“그렇다는 건,”

“그 당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되어서 그랬어.

사람을 보고 '귀엽다'라는 감정이 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인지,

자네에게 사사로운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인지 고민했을 뿐이야.”

“풉, 아, 모두가 내게 그런 감정을 품고 있을까봐?”

“...그래, 썩 유쾌하진 않았네.

표정으로 태가 났다니, 유감이야.

말해주지 않았다면 몰랐겠지.”

종려 씨- 우린 그걸 질투라고 부르기로 했는데.

말해봤자, 이해하기 힘드시겠지?

분명 이해시켜달라고 고집부리실 거야.

당신은 종려와 순조로이 대화하는 법을 터득했고,

그 방식이 전혀 싫지 않았기에

진심을 다해 그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심어주고자 한다.

“하하, 이것도 오해였구나~ 물어보길 잘했네요!

사실 어차피 진실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물어본 거였어요.

어찌 됐든 우리의 마음은 서로를 향하고 있으니까-”

당신이 리월의 어느 값진 보석보다도

찬란하게 미소짓는다. 약속이나 한 듯,

창 밖에서는 살랑거리는 바람이

당신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가볍게 흔들며

한 폭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것 같았다.

종려는 직감했다. 어떠한 이유든

이 여인이 담긴 자신의 시선,

이 순간을 영영 잊지 못할 것이라고.

후에 그녀의 생이 다하는 날까지

오로지 웃게만 해주고 싶다고,

그렇게 한 번 더 다짐했다.

“저와 쭉- 함께 해주실거죠?”

“...약속할게.”

너와 함께라면 아무래도 좋다는,

그런 표정으로 당신의 손을 살며시 맞잡으며.

와 당신의 이야기

-마침-

장편 마치며 한 마디

저와 함께 달려와주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앞으로는 최대한 부담없는

단편선으로 들고 와볼게요...

물론 이것도 원래 단편으로 쓰려고 했었음ㅠ

망상과 사건의 인과, 삽화로 넣을 공식일러 등등...

따지다보니 판이 예상보다 커졌네요.

종려 외에 다른 캐릭터들도 구상중입니다!

원신에 미남미녀는 차고 넘치니까

소재도 차고 넘침... 그냥 얼굴이 소재...

아무튼 기대는 하지말고 계시면 언젠가 써옵니다

이번에 달린 건 또 코로나 걸려서...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