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오케스트라 in 서울 2023 토요일 후기

무려 한 달하고 반이나 더 늦었지만, 적어두지 않으면 잊을 것 같아서 기록한다.

내가 아주 꾸준히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습관이 있다면 바로 원신과 붕괴:스타레일인데. 이걸 습관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도 취했지만 일일 퀘스트는 꼭 하고 잔다. 올해의 장르 결산을 하자면 그냥 호요버스 게임으로 도배하면 끝임. 아, 막판에 잔차품과 열화요수로 불태웠구나. 지금도 불타는 중이고. 아무튼 내게 2023년은 중국 장르의 해인 듯.

각설하고, 작년부터 미호요 게임들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뭐임? 님 장르 금방 바뀌잖아요. 걍 또 세 달 좋아하고 마는 거 아님? 이런 반응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들었는데. 제발 나도 그러길 바랐다. 근데 개미지옥에 빠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 안 웃겨

원래 오케스트라를 국내에서 해도 갈 생각이 없었다. 일단 방구석에서 감상하는 콘서트가 최고라는 걸 20대 초반에 깨달았고, 이상하게 국내 호요버스 오프라인 행사는 늘 2% 부족한 느낌이었음. 하긴, 매출 비중 낮은 국가에 이 정도로 신경 써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긴 함. 아무튼, 공연을 한다면 각 잡고 내년이나 후년에 옆나라 일본이나 본토 상하이에서 열리는 공연에 갈 생각이었지.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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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꼬라지 레전드 오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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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아니야

정신 차려 보니 결제한 후였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후기 남긴 것처럼 티켓이 가격 값을 했냐 묻느냐면 조금 아쉽긴 한데. 일단 옆나라 갈 비행값은 굳혔으니 OK입니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미호요 코리아가 전세계 유일 원신 단일 상시 카페 빌딩을 홍대에 세울 줄 몰랐음. 미호요 코리아 당신들은 GOAT입니다. 텤 마 머니.

자리는 S석 2층 E열, 왼쪽이었다. 사실 가까이서 보겠다는 욕심은 없었음. 이젠 기력이 없어서 오프라인 오타쿠 행사를 잘 안 가는 편이라 적당히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오자~ 의 취지가 강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음향 알못이라 더 그런 듯?

콘서트장으로 가는 길 당일 모습. 친구와 난 네 시 경에 이미 회기역에 도착해서 커피 마시고, 저녁 식사까지 하고 있었는데. 이땐 몰랐다. 굿즈가 이미 다 털려 있을 줄은. 오프 행사 안 간 지 좀 되어서 진짜 그냥 이런 행사 처음 겪은 거랑 다름이 없었음. 오르막길 경사가 좀 있었다. 저기 멀리 보이는 줄은 특전 수령줄. 나중에 서고 특전 받고 무슨 줄인지 알았다. 그때는 그냥 줄? 모르겠고 서야겠음 상태였다. 오르막길 오르면서 힘들어하는 분들 많았는데, 난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그냥 저벅저벅 나의 길 하면서 올라갔다. 오타쿠 동지들이여, 헬스 합시다. 오래 살아야 오래 덕질 하죠.

여기까지 오니까 진짜 내 장르 오프 행사에 왔다는 느낌이 들어서 흥분하기 시작함. 원래도 말 많은 편인데, 말문 터져서 그냥 오타쿠말 무제한 제공 참말 사건 혼자 시작했다. 그리고 외국인들도 진짜 많더라. 새삼 글로벌 메이저 장르야. 호요버스 웹 개발자 안 뽑나? (ㅋㅋㅋㅋㅋ)

평화의 전당 모습. 근데 묘하게 몬드 페보니우스 기사단 건물 같았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원신 공식 로고의 웅장함. 이때부터 오타쿠 벅차오름을 참지 못했는데.

이거 보자마자 그냥 이성을 잃어버림. 제군 찍은 거 주접 떠느라 사진 흔들린 거 보세요. 나 최애 타탈인디. 아무튼 ㅋㅋㅋㅋ 이때는 예상하지 못했다. 종려가 싼씽두이 박물관부터 오늘 나온 생일 일러까지 아주 그냥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근데 진짜 잘생겼다. 고해상도로 인쇄된 일러스트 이거 진짜 아는 사람만 아는 벅참이거든요. 고장 난 시계처럼 옆에서 친구한테 야 어떡해? 어떡함?? ㅠㅠ 아 진짜 어떡해?? 아 미쳤다 ㅠㅠ 이거만 반복했다.

콘서트장 안에는 단체 일러스트가 전시되어 있었다. 저거 내 방에 두고 싶다. 공연 끝나면 처리 어떻게 하는지 궁금. 아무튼, 우리는 공연 시작을 얼마 안 두고 콘서트장에 도착해서 빠르게 자리로 이동했다.

친구랑 내 좌석에서 볼 수 있었던 모습.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다들 기다리면서 원신 하던데, 난 힙스터 심리가 강해서 스타레일 켰다. 그리고 이때 토파즈 가챠 진행 중이라 돌려 봤는데 멸망함. 여러분, 충동적으로 가챠 돌리지 마세요. 이때 곽향 뽑을 재화 녹여버렸음. 특전으로 배포한 저 멜로디 오브 엔들리스 저니 티켓은 진짜 예쁘고 인쇄질도 무척 좋았다. 지금도 내 방 굿즈 암실에 잘 보관되어 있음.

https://youtu.be/DWBFM5WPqRg

공연 시작하고는 촬영 불가능했으니 기억나는 대로 적어 보자면.

몬드 파트, PV곡 위주로 연주해서 곡 단위가 1분에서 2분 사이로 짦은 게 좀 아쉬웠다. 물론 PV곡 퀄리티가 훌륭하니까, 너무너무 좋았는데. 뭔가 벅차오를 때 되면 곡이 끝나버리니 그게 아쉬움. 리월 파트는 ㅋㅋㅋㅋㅋ 이거 작년 온라인 콘서트 때도 느꼈지만 타르탈리아 임팩트 아님? 타르탈리아 PV곡 연속으로 들려 줘서 오타쿠 내적 비명 지르면서 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연타로 들어오는 종려 PV곡. 너무 좋아서 장의사 부를 뻔함.

이나즈마 쪽 곡들을 연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캐릭터 PV와 지역 음악들, 그리고 보스전 음악들도 같이 연주해 줬는데. 이때부터 공연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특히 아야토 PV곡, 노래 좋은데 잘 몰라서 인지도 떨어지는 게 아쉬웠는데 서울 콘서트에서 연주해 줘서 좋았다.

그리고 대망의 수메르 파트. 내가 원신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타르탈리아지만, 가장 좋아하는 지역과 스토리는 단연 수메르다. 폰타인이 치고 올라올 뻔했지만, 월드 퀘스트까지 정말 완벽한 지역이었음. 아무튼, 수메르는 음악적 완성도도 진짜 높다고 생각하는데. 콘서트에서 오르모스 항구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니까 진짜 벅차더라. 그 오르모스 항구 음악 특유의 북소리가 사람 미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음. 이게 진짜 게임 음악이야? 싶을 정도의 완벽함이다. 궁금하면 들어보세요.

https://youtu.be/zkii6LX2R9U

그리고 정말 이걸 들을 거라고 예상 못 했는데, 스카라무슈 보스전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해 주더라. 물론 노래도 라이브였다. 갑자기 두두둥~ 하는 그 칠엽 적조 전주가 나와서 엥? 엥? 하고 있었는데, 성악가 분이 깜짝 등장해서 노래하고 들어가심. 관객들도 같은 심정이었는지 지금까지 연주했던 노래들 중 가장 박수 소리가 컸다. 진짜 무슈 보스전에는 감동이 있다. 앵콜로 폰타인 곡도 세 곡 연주해 주셔서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근데 상하이 영상을 이후에 보니까 서울 공연은 좀 아쉽긴 하더라. 같은 티겟값이면 억울한 수준이긴 한데 본토 공연과 퀄리티 차이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건 안다. 그래도 상하이 공연엔 무슈 보스전 브금 안 해 주더라. 대신 야타 있었음. 부럽다. 그리고 난 경극에 호불호를 묻냐면 호인데, 운근 스토리 PV 곡도 세트 리스트에 있더라. 부러웠음. 우리나라에서 했으면 다들 불호가 더 많았을 듯. 조명과 야광봉 바뀌는 연출도 부러웠고.

공연 끝나고 오타쿠 벅찬 마인드로 굿즈 줄에 튀어갔는데.

난 진짜 직접 줄 설 때까지 몰랐다. 다 털려 있더라. 아크릴 빼고. 타르탈리아랑 종려 캔뱃지, 미니 아크릴? 아무튼 사려고 점 찍어 놨었는데. ㅠㅠ 뭐 물량이 없다니 어떡해. 일찍 와서 살걸. 그래도 아크릴은 남아 있길래 그냥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함. 후회는 없다. 공연 끝나니 해도 완전히 지고, 조명도 하나 둘 들어와서 다시 공연장 보니까 너무 예쁘더라. 그래서 사진 한 장 더 찰칵.

2024년에도 오케스트라 공연 할 거면 티켓값 비싸져도 좋으니 좀 더 퀄리티 있게 해 줘요, 미호요 코리아!

그래도 해 줘서 고맙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시간 나면 천천히 오픈 주간 금요일에 다녀온 원신 cafe in Seoul 후기도 적겠습니다. 당연히 다녀왔거든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