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이웃 정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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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는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가 있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들을 때 거기에

어울리는 향기와 빛깔을 떠올린다.

이 사연은 연두빛이야. 풀냄새가 나는 걸.

이건 연보랏빛.

옆집에 정마담이 이사를 왔다.

몇 번 전세 세입자가 바뀐 후 이제는 매매가 이루어져 이웃이 바뀌었다.

옆집이 팔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누가 이사 올까 은근 기대 반 우려반이었다.

기대는 조용한 이웃이 왔으면 좋겠다 였고,

우려는 너무 수다스러운 사람이면 어떡하지였다.

집 수리를 하는지 며칠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시장을 다녀오는 길에 보니

새 가구와 가전제품이 들어오고 있었다.

이삿짐이 오는 지도 모르게 조용하더니,

밤늦게 현관문 소리가 나는 것으로 보아서

사람이 들어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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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 안면을 틀까 살짝 고민을 해 보았다.

'먼저 찾아가면 실례겠지'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면 될 텐데

도통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 채 한 달 정도가 흘렀다.

어느 날 동네 미용실에 갔다가 옆집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내가 가는 미용실은 우리 동네 국정원이다.

온갖 동네 일부터 시청 추진 사업까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다양하다.

새로운 이웃은 정마담이란다.

난 '마담'이라는 단어가 너무 생소해서

되물었다.

일상용어가 아니지 않은가.

"마담? 마담이 뭔데?"

"아유 언니 진짜 마담이라니까요"

가짜 마담도 있나.

"언니네 옆집에 이사 온 사람이 진짜 다방 마담이라고요"

"엥 다방 마담이라고?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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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마담은 '꽃다방' 마담이란다.

꽃다방이라면 우리 동네 사거리에 있다.

옆집에 이사 온 사람이 꽃다방 마담이라는 소식을 듣자

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나와 결이 비슷한 이웃을 만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마담이 이상한 사람은 아니겠지만,

주부인 나와는 지구와 안드로메다 정도

거리가 아닐까 싶다.

며칠 꽃다방 마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다.

이름은 뭘까? 나이는?

실은 그런 기본 인적사항보다

그녀 이야기가 궁금하다.

명주실 한 타래처럼 길게 묶어놓은

사연이 있을 거 같다.

언젠가는 사거리 별다방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그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떤 빛깔과 향기를 지닌 이야기일지

기대가 된다.

그런 날이 올까.

조용한 이웃이 오기를 원했는데

진짜 너무나 조용한 이웃이 이사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