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신시대의 문 리뷰

안녕하세요, 교교입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리뷰 작성에 들어가겠습니다.

우마무스메 PRETTY DERBY BEGINNING OF A NEW ERA는 01년에 뛰어난 활약을 보인 경주마들의 이야기를 여고생을 치환하여 그들의 땀, 눈물, 고통과 노력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들이 이뤄낸 것이 어떤 의미인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끔 하는 계기를 주는 작품입니다. 달리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가상의 종족, 우마무스메에게 달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것이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어떤 드라마를 만들어내는지 짚고 넘어가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원안이 되는 우마무스메 PRETTY DERBY의 경우는 모바일 게임으로, 강력한 IP 중 하나가 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실제로 여러차례 애니메이션화가 진행되어, 다른 경주마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궁금할 경우 찾아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각기 다른 시대에서 각기 다른 업적을 남긴 경주마들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하다보니 같은 경기라고 하더라도 전혀 다른 진행이나 감정, 드라마가 표현된다는 점이 이 IP, 그러니까 경주마와 경주마를 모티프로 한 애니메이션과 게임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게임과 애니메이션 프렌차이즈를 통틀어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그네스 타키온, 멘하탄 카페, 그리고 후지 키세키로 이번 극장판에서 빼놓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라이벌 및 조력자들과 완전히 겹칩니다... 저는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부터 초진지 표정으로 초흥분한 상태였습니다.

초진지 표정

그리고 극장판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이 영화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나처럼 그게 뭔데 씹덕아...! 같은 일화도 다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아는 것이라고는 몇 가지 없는 사람이 보아도 아름답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저는 아그네스 타키온, 멘하탄 카페, 후지 키세키라는 세 마리의 말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충격적이게도 아버지가 되는 말이 셋 다 동일함.) 이 세 마리의 마생을 걸쳐 드라마틱했던 사건이나, 실제로 화제가 되었던 이슈들에 대해서 따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찾아보기도 하고, 직접 남아있는 경주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후지 키세키와 아그네스 타키온은 그들이 크게 주목을 받았던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는 사실 때문에 몇 번이나 경기 영상을 돌려 보았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시작하고 5분만에 쳐울고있었습니다....

후지 키세키는 우마무스메 세계관에서는 엔터테이너로 큰 성공을 거둔 어머니의 딸로 태어나, 경주를 통해 엔터테이너로서도, 우마무스메로서도 성공하고 싶어하는 캐릭터로 묘사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언제나 최고의 무대, 혹은 최고의 경주를 보여야 한다고 믿고 있는 캐릭터로, 이 캐릭터가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발을 뻗는 장면이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가 켜지는 것처럼 연출되는 모든 장면에서 저는 정말로 개쳐울고있었습니다.

후지 키세키는 앞서 말한 것처럼 좋아하는 말 중에서도 굳이 꼽자면 세 번째 정도 되는 말입니다. 아그네스 타키온이라는 말, 혹은 그 말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독보적인 캐릭터성, 그리고 이 말의 딸에 해당하는 다이와 스칼렛이라는 말이 남긴 기록까지 하나가 되어 제가 이 캐릭터를 좋아하게끔 밀어붙이기 때문입니다. 타키온은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말이었고, 부상으로 인해 빠르게 은퇴하게 되지만(a.k.a. 유리다리) 그 얼마 안 되는 경기에서 자신을 완전히 표현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생각해볼 때, 저는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나오는 후지 키세키의 은퇴경기인 야요이상이 아니라 아그네스 타키온의 은퇴 경기였던 사츠키상에서 엉엉 우는 것이 맞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후지 키세키와 아그네스 타키온이 가지고 있는 유사성, 그리고 주인공인 정글 포켓이 어떻게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달리기에 대한 욕망을 직시하는 후지 키세키와 아그네스 타키온의 차이 등으로 인해 저는 영화 내내 후지 키세키가 뭐라고 말하기만 하면 오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야요이상의 연출을 보는 내내 울고 있어서 옆에 있는 친구는 oO(후지 키세키에게... 뭐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제 눈물로 인해 본의아니게 스포일러를 밟아버린 그녀에게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정글 포켓이기는 합니다. 영화는 내내 강력한 라이벌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게 된 강자의 자리에 휘청거리기도 하고, 고민하기도 하고, 자신이 무엇을 위해서 이것을 반복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렸기에 느끼게 되는 감정의 고뇌를 충실하게, 그리고 시각적으로도 강력하게 표현합니다.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이 납득이 가도록, 그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정글 포켓에게 감정적으로 가까움을 느끼고, 또 그 캐릭터를 응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흐름에서는 몇 번이고 경주마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면서 체화한 노하우가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다른 축에는, 어쩌면 이 영화의 스토리 자체를 성립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라이벌인 아그네스 타키온도 중요했지만, 정글 포켓의 등을 끊임없이 밀어주는 후지 키세키가 있었습니다. 영화는 따라서 01년도의 경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훌륭히 어필했지만, 저처럼 재능을 다하지 못하고 은퇴해야만 했지만 과정이나 동기, 혹은 원하는 것을 제대로 바라보고 그것을 가지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후지 키세키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일종의 헌정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우마무스메 IP 자체는 이런 식으로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던 이야기와 현실에서 이룬 이야기를 절묘하게 조합합니다. 레이스 최후반부에 다리가 부러져 그 자리에서 안락사 당한 사일런스 스즈카의 이야기를 수정하고, 비슷한 결말을 맞은 라이스 샤워의 결말을 바꿉니다. 아그네스 타키온에게 은퇴가 아니라 복귀의 기회를 주지만, 동시에 후지 키세키에게는 현실 그대로의 이야기를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후지도, 타키온도, 스즈카도, 라이스도 전부 레이스로 돌아오는 것 뿐만 아니라,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관객이 그 시청 시간동안 진지하게 그 캐릭터들을 응원하게끔 만든다는 점이 이 IP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장인 "우마무스메는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고찰이 담긴 일종의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정글 포켓은 절대강자라고 불렸던 테이엠 오페라 오를 재팬 컵에서 꺾으며 신시대의 문을 엽니다. 그런 의미에서 극장판에는 '신시대의 문'이라는 부제목이 붙었습니다. 그렇지만 신시대가 와도, 내 전성기가 지나가도, 사랑하기만 한다면 다시 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몇 번이고 뛰는 캐릭터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별점 5점

사유 : 내가 진짜 씹덕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