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AK몰 팝퍼블의 원신 콜라보 카페 후기 (2021년)
이 사진은 저녁에 방문해서 촬영한 거라서 한산하다 못해 적막합니다.
원신 콜라보 카페는 2021년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홍대 팝퍼블에서 진행되었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콜라보 기간이 끝난 후에 후기를 다룰 거, 처음에는 언제 다루어도 상관없을 거라 생각하여 우선순위가 높은 것들부터 포스팅하고 있었는데 계속 미루다간 애니플러스 콜라보 카페 포스팅'들'처럼 끝도 없이 밀릴 게 우려되더라고요.
그리하여 다룰 수 있는 날짜인 듯하고, 음력으로 아직 2021년일 때 다루는 게 낫겠다 싶어서 꽤 뜬금없이 뒷북으로 다루게 되는 원신 포스팅 되겠습니다.
원신처럼 잘 팔리는 ip에 실제로도 ip가 카페에서 호황이었다면야, 미호요와 이야기가 잘 된다면 2022년에도 협업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테니 제목 역시 날짜 구별 목적으로 "2021년"까지 표기합니다.
※팝퍼블 카페는 용산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영업하고 있기 때문에 용산/홍대 지점 구분이 약간 필요합니다.
처음 원신 콜라보 카페를 접하였던 건 11월이었는데, 주말 저녁에 방문한 거라서 당시에는 영업 마감 사진밖에 못 찍었습니다. 제가 원신 캐릭터들은 대강 알아도 정작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다보니 큰 애정이 있던 게 아닌지라,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어서 남겨둔 사진이기도 했죠.
그러다 보니 원래라면 '원신이었던 것' 느낌으로 훗날 쓸 홍대 굿즈샵 포스팅에서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을 겁니다.
그러다가 12월 초, 졸업논문을 제출하러 학교에 방문했던 공강일이었습니다.
졸업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교직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계획을 세웠고, 피자돈까스가 나오는 날이 가장 맛있어보이길래 그날 맞춰 논문 제출하고 식당에 갔었는데요.
샘플에 피자돈까스는 안 보이고 된장찌개만 보이길래 '피자돈까스 품절이네 흑흑….' 하면서 다 식은 닭갈비와 취향 아닌 된장찌개를 먹게 되었습니다.
저것만으로는 포만감이 안 느껴져서 학교 매장에서 샌드위치 사다가 학교냥이 감상하며 궁상맞게 벤치에서 끼니를 더 채우고 있었는데, 이거 먹으려고 이날 학교에 들렀나 회의감이 드니 뭐라도 더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의식의 흐름을 따라 홍대에 와게 되었다는 것이 제 원신 콜라보 카페 방문 경위 되겠습니다.
미친 얘기 같지만 더 슬픈 사실은, 바깥에 꺼내두지만 않았을 뿐이지 피자돈까스는 품절이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창 된장찌개 먹고 있는데 나중에 들어온 사람들이 피자돈까스 가져가는 모습 보였던 게 저는 너무 슬펐어요.
재미없는 개인사를 끝내고 드디어 홍대 AK몰 이야기로 진입해보면, 원래 11월 말에는 화살표 있는 곳 쯤에 페이몬 블록이 서 있었다고 합니다.
된장찌개 먹은 것도 서러운데 페이몬도 못 보는 건가 퍽 서글펐던 순간이었죠.
근데 혹시 반대편 입구에 있는 거 아닐까 희망을 걸어서 AK몰을 쭉 가로지르는데 실내에 페이몬이 있었습니다!
얘가 추워보여서 안에 들였다는 건 좀 웃기는 이야기일 테고, 그냥 어느 시점부터 관리·안전 차원에서 안에 들인 모양입니다.
아무리 일반명사가 된 감이 있다지만 레고는 엄연히 브랜드명이라 페이몬 레고라고 부르는 건 틀린 말일 테니 그냥 블록 조각상이라면 부르려나요, 이런 블록 장식품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여튼 공중에 떠있는 조형이라고 엄청 튼튼한 철조물이 관통하고 있으므로 앞에서만 감상할 것을 권장하는 페이몬이었습니다.
페이몬 좀 감상하고 에스컬레이터 따라 올라가보니 모나 엉덩이가 반겨줍니다.
그리고 입장 대기줄에 사람 매우 많았었음!
주말은 주말이니까 재료 소진이 당연했다지만 평일에도 아무것도 못 먹고 가야 하나 절망스러운 상황이었는데,
알고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입장 대기줄은 그냥 형식적으로 놔둔 표지판이었고, 줄 서며 기다릴 필요 없이 카운터에서 대기 번호 받고 어디 돌아다니다가 시간 되면 바로 입장·주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오후 4시는 사람들이 뭐 먹을 시간이 아닌데도 웨이팅이 저만큼 있다는 건 무서웠지만요.
카페 특성상 웨이팅 시간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으나, 그렇다고 바깥 나가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웠으니 AK몰에서 애니메이트 좀 보고 (당시) 나온 지 3개월도 안 된 최신 갓겜 스타마스도 감상하고 했습니다.
여담으로 AK플라자도 언젠가 홍대 굿즈샵 시리즈로 포스팅해야 할 텐데 이건 포스팅 타이밍을 영 못 잡아서 계속 미루고 있네요 -_-;;
가격표가 붙어있지만 캔뱃지도 품절이었기 때문에, 당시 실제로 판매하고 있던 건 바구니에 담긴 것들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미루고 고민하고 하며 시간을 보내니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고, 음식 주문과 함께 굿즈도 구매하냐고 물어보길래 잠깐 둘러보았습니다. 하지만 원신 게임 안 하는 저도 알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는 아무래도 11월에 진작 다 품절된 듯했으니, 굿즈는 제가 나중에 따로 사는 걸로 하고 음식만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메뉴는 감우
유라의 모습이 저렇게 찍힌 건 우연입니다.
가 아니라 캐릭터 이름이 붙은 거 빼면 생각보다 평범한 음식 메뉴들입니다.
클레의 통통 폭탄 쿠키를 주문한다고 해서 클레 관련 굿즈를 주는 것도 아닌 터라, 캐릭터 보고 주문한다기보다는 그저 본인이 먹고 싶은 거 마시고 싶은 거 주문하는 게 맞겠구나 싶었죠.
한데 제가 배고파서 카페에 오게 된 거라지만, 나름 운동하는 사람이라고 탄수화물이나 지방 빵 터지는 감자 고로케나 팬케이크는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메뉴는 조촐하게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른 게 설탕의 맛있는 허브젤리, 엠버의 화염 체리에이드였습니다.
좌측의 꿀타래는 메뉴에 없는 건데 서비스라며 주시더라고요.
빨대 장식품, 미호요 컵받침, 런천매트용 종이는 챙기고 싶은 사람만 알아서 챙긴다 하면 원신 콜라보 카페 특전은 하단의 코스터가 전부로 설탕이랑 노엘이 뽑혔습니다.
메뉴 스크린에서 보이던 8종의 코스터가 전부인 건지 아니면 8종 외에도 다른 캐릭터가 있는 건지는 다른 사람의 후기를 봐도 확인이 불가능했습니다. 확인 불가라는 건 전자일 가능성이 꽤 높다는 뜻이지만요.
오타쿠답게 다 챙기고 음식만 남기면 이런 느낌 되겠습니다.
체리에이드는 가라앉아있는 체리 원액 잘 섞어주면 붉게 변한다고 '화염'이 붙은 듯하지만, 맛이 궁금한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될 정도로 지극히 흔하디 흔한 체리에이드 맛 맞습니다. 굳이 첨언하자면 체리의 경우, 물속에 내내 있던 거라서 그런지 달콤상콤한 맛은 딱히 없었지만 뒤끝도 딱히 없이 그럭저럭 씹히면서 잘 넘어가는 편이었고요.
허브로 추정되는 풀까지 다 씹어먹고 체리 담을 잔으로 사용한 젤리 그릇
허브젤리는 생긴 거 보면 풋사과처럼 생겼지만 '허브' 젤리라고 과일의 단맛은 딱히 없었고, "설탕의"라는 이름값 하겠다는 뜻인지 산뜻한 허브에 설탕 좀 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단맛이 강하지 않고 시원한 데다가, 마찬가지로 뒤끝 없이 잘 넘어가는 게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허브인지 풀때기인지는 처음에 좀 쌉싸름하다가 갑자기 민트 먹은 듯 상쾌해지는 기분 들던 게 나쁘지 않더군요.
그런데 꿀타래는 난생 처음으로 접한 음식이라 단톡방에 이게 뭐에염 물어볼 정도로 낯설었습니다.
처음 점원에게 받을 때 "이건 어떻게 먹는 거예요?" 물어보니 "그냥 먹으면 돼요."라는 답변밖에 못 받았습니다.
내부라도 보고 싶어서 젤리용 숟가락으로 베어보려 했으나, 꽤 질겨서 베어지지 않으니 정말 "그냥" 먹는 수밖에 없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고전적인 음식 섭취 방법으로 손가락을 이용하여 섬세하게 꿀타래 하나를 집었는데 손에 뭐 묻거나 미끌거리는 거 없으니 한 번 만족하고, 어떻게든 내부는 봐야겠다는 생각에 반만 덥썩 물어서 먹었는데요.
그냥 한입에 다 집어넣을걸…….
음식 남기는 거 싫어해서 알뜰하게 다 먹으려 했으나 꿀타래'였던' 것은 핥아먹을 수도 없길래 방치되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꿀타래는 베어 먹어야 하는 건지 한입에 다 넣는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꿀타래의 실과 꿀은 저렇게 후두둑 떨어질 정도로 꽤 건조한 상태인데도, 입안에 들어가면 마치 초콜릿처럼 녹아서 끈기가 생기니 이빨에 철썩철썩 들러붙더라고요. 한과에서 비슷한 거 찾아보면 쌀강정이나 유과 같은 느낌이긴 한데 꿀타래가 더 끈적거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테이블은 이 그림으로 다 통일되어있어서 어느 테이블에는 어떤 캐릭터가 인쇄되어있나 둘러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수용인원이 한정되어있어서 사람이 많은 편이라 돌아다니면서 보는 것도 좀 애매했으니까요.
그러므로 친구와 같이 왔다면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거나,
저처럼 괜히 먼 데 앉지 말고 귀여운 호두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스크린 근처 좌석을 잡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봅니다.
물론 카페 사진 촬영에 한해 가장 촬영하기 좋은 시기는 영업 시간이 끝나 사람이 아무도 없는 때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중국이 대대적으로 엄청난 검열을 가한다든가 원신이 자체적으로 심각한 뻘짓하며 운영하지 않는 이상 원신 콜라보 카페는 다시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니, 가지 못했던 분들은 올해 개최될 것을 기대해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래야 저도 점심시간 맞춰 방문해서 쿠키든 고로케든 칼로리 높은 음식의 후기를 더 써볼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