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사이드 일지 <1>
운영적으로 뭔가 말이 되게 많았다는 것만 알고, 어떤 게임인지는 모르고 있다가 분재 삼아 하루 몇십 분 정도 할 게임을 찾고 있던 차에 골랐어요. 블루아카나 이런저런 분재 게임들을 잡았는데 그렇게까지 착 붙진 않더라고요. 생각 외로 스토리도 재밌고 시스템도 저에게는 좋아하는 시스템이라 생각보다 빨리 정을 붙이게 된 게임이었습니다. 산소호흡기 간신히 달고 있는 상태라는 것과 2주년 직후에 와서 받을 만한 것을 못 받게 된 게 아쉬울 정도로요.
게임 시스템은 팔라독에 오타쿠 스킨을 씌우고 전함체스, 코레류를 적당히 버무린 시스템이에요. 호불호가 좀 갈린다는 건 이 때문인 듯합니다. 전함체스는 솔직히 귀찮습니다…….
이 게임에 정 붙이게 된 건 별다른 기대를 않고 보았던 스토리 때문이었습니다.
어반 판타지물이라고 했는데, 생각 외로 볼 만한 라노벨식 SF를 적당히 뿌린 장르였습니다. 저는 이런 SF를 좋아하거든요. 꼭 로봇이 나오지 않아도, 명확한 과학적 논거가 뒷받침되지 않아도 그 테이스트만으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어둑어둑하고 긴박한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앙스타나 프리코네도 까보면 msg 들어간 스토리들이라 제법 잘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둘 다 msg에서 끝나는 게 아닌 스토리라 역치도 역치지만 그 이상으로 더 이상 분재가 분재가 아니게 되어서 그만둔 게임이란 것도 같고……. 아직까지 카사의 스토리는 장르부터가 대놓고 헌터물 계열 어반 판타지라 딱히 역치를 자극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번역투가 완전히 없지는 않았지만, 대사를 읽는 맛이 있었어요. 밈적인 감성 자체도 00년대쯤 남성향 서브컬쳐를 향유하며 한국 사회에 있었다면 다들 들어봤거나 좋아할 스타일의 감성이기도 했고요.
이런 돈 밝히는 주인공 계열이라거나…
자본주의식 태세전환이라거나…
흔히 자본주의 사회의 돈미새 기믹이나 회사 생활 이야기(하지만 정말 현실에서라면 말하지 못할) 같은 것들이 많아 심각한 메인스트림의 떡밥들을 따라가면서도 제법 소소하게 찾아볼 수 있어서 호평하게 됩니다.
페그오 정도는 아니어도 텍스트량이 좀 있는 편이라 EP4까지 밀고 난 후에도 떡밥들이 많아서, 다 읽으면 어떻게 평가가 바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지원소대까지 합쳐 소대 세 개 굴리는 게 전함체스가 편해지는 EP5 초반에서 잠시 주차를 해둔 터라, 남은 스토리는 천천히 보게 될 듯합니다.
그래도 저, 여기서 좋아하는 캐릭터가 생겼어요.
메인화면에도 세워 둔 힐데예요. 사실 본래라면 전 좀 더 나이 있는 외형의 캐릭터를 좋아해서 잡는다면 이수연을 잡는 게 맞았을 텐데 자본주의 기믹이 재미있고 호감은 가도 최애 라인에는 들기 어려운 성격이긴 했어요. 평소였다면 힐데도 엄청 좋아했을 것 같진 않은데 하필 성우는 요츠유고 성격은 로잔나였던 바람에……?
스토리에서도 대놓고 떡밥캐라거나 배신 기믹이 있는 듯해서 좀 더 기대가 됩니다. 사실 이런… 떡밥 많고 비설 투성이인 캐릭터들을 좋아하거든요. 악역도 세탁하지 않는 선에서 있는 그대로 많이 좋아하는 편이고요.
하지만 성능적으로는 기본 지급캐라 그런지 스토리에서와 달리 그렇게 좋은 성능이 아니라 조금 슬픕니다. 각힐데는 여기저기 자주 쓰이는 캐릭터라 하니 제가 복각할 때까지 카운터사이드를 하고 있으면 아마 쭉 모아두고 분재로 천천히 하게 될 것 같아요.
일기에서도 썼다시피 CBT를 신청하고 기다리고 있는 게임인 앨리스픽션이 발매할 때까지 지나가는 게임으로 남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