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수메르 스토리 여전히 매우 만족스러움

이 게임이 서비스한지 벌써 2년이 됐고

몬드, 리월, 이나즈마에 이르기까지 많은 스토리를 겪어봤지만

수메르만큼 살아있는 스토리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생각함.

지금까지 보여줬던 마신임무에는 굉장히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함.

그런데 그렇게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비해 영양가는 굉장히 떨어졌음.

캐릭터가 스토리에서 살아 숨쉬는게 아니라.

스토리를 빌어서 "이런 캐릭터도 있어요~" 하면서 캐릭 홍보를 하는 느낌임.

이미 짜여진 스토리 위에 캐릭터라는 말을 올려뒀다고 느껴짐.

이나즈마는 그냥 말할 가치조차 없고.

하지만 수메르에선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물론이고 NPC까지도 모두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음.

이야기 위에 올려진 캐릭터일뿐인게 아니라, 캐릭터가 모여서 이야기를 이루고 있음.

좋은 캐릭터성이란 그저 설정을 갖다붙여서 생겨나는게 아니라,

캐릭터가 얼마나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숨쉬냐에 따라 생겨난다고 생각함.

그런 의미에서 수메르 스토리에서 등장한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은 거를 타선이 없음.

각자가 맡은 역할, 출신, 성향에 따라 확실하게 이야기를 주도하고 있고

스토리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그저 스토리가 그렇게 정했기 때문이 아닌,

그저 이 캐릭터가 그런 인물이기에 그리 행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게 함.

이게 이루어지지 않는 쉬운 예시를 몇개 들어보자면

몬드 마신임무에서 케이아는 기병대장, 리사는 도서관 사서라는 직책을 맡고 있고

케이아는 재벌가의 입양아, 켄리아의 후예 등등

리사는 수백년에 한번 나올 아카데미아의 천재 등등의 설정들을 지니고 있지만

정작 메인스토리에선 직책과 설정에 연관된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음.

정말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해서

그냥 같은 집단에 속한 NPC로 교체해도 이야기 진행에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임.

한 국가를 대표하는 집단에서 고위 직책을 맡고있다면 그에 걸맞는 활약이 필요함.

사이노는 금지된 지식을 탐하는 학자를 처벌하는 대(大)풍기관이며

알하이탐은 아카데미아의 서기관임과 동시에 오롯이 진실만을 쫓는 학자임.

이 둘은 그간 등장한 국가의 고위직책을 맡은 캐릭터들과 사뭇 다른 느낌임.

사이노는 냉정해보이는 표정 뒤에 감춰진 격한 성정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굳은 신념을,

알하이탐은 철저히 자신이 정한 기준만을 따라 진실을 추구해 나가는 궁극의 이성을 보여줌.

세기의 천재, 멸망한 문명의 후손, 수천년을 살아온 선인, 반란군의 지도자인 무녀

이런 설정이 아닌 성향과 방향성이 캐릭터를 이루고있음.

특정한 설정을 지닌 캐릭터가 단순히 등장만 하는것과

어떤 성향으로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가 확실한 캐릭터가

그 캐릭터성에 맡는 행동을 하며 스토리를 끌고가는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임.

이것이 바로 '캐릭터성' 이라 부르기에 걸맞음.

단도직입적으로 이 인물들이 스토리에서 빠진다면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을것임.

이야기 속에 놓여진 말이 아니라, 그들로 하여금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음.

사막 출신임과 동시에 용병쪽에 인맥이 깊은 데히야 역시 마찬가지.

그나마 현재로선 캔디스 정도가 제대로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음.

구구절절 말하고 있지만 짧게 요약하자면

수메르의 스토리에선 낭비되는 캐릭터가 없음.

이게 가장 큰 차이점임.

지금 수메르의 스토리는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도 매우 높고

연출, 비주얼, 캐릭터 모두가 굉장히 만족스러움.

스토리 도중 삽입되는 컷신 역시 타국가 스토리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편이고

여러모로 이나즈마의 혹평 이후 칼을 갈고닦았다는게 느껴짐.

제발 이 페이스 유지하고 마지막까지 쭉 달려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