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4 버전 원신 플레이하다가 플레이스테이션4 슬림이 고장난 줄 알고 AS센터로 수리 보낼 뻔했던 이야기
읽는 거 생략하고 넘어가도 되는 원신 시작 계기
오타쿠를 겨냥하는 캐릭터 디자인은 마음에 들어서 원신을 플레이하고 싶은 의향은 있었으나, 초창기 백도어 논란때문에 인식이 좋지 않았던 탓인지 긴 시간 동안 원신을 플레이하느냐 마느냐 갈등한 바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보통 무과금이나 소과금 유저가 가챠 게임을 시작할 때에는, 초기부터 시작해서 시간에 따른 재화를 많이 모아둬야 게임을 따라가기가 편하다는 게 이치라서 '지금 시작하면 늦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계속 미루는 악순환(?)이 있던 감도 컸죠.
그러다가 단순히 게임 관련 행사 포스팅을 하려고 갔던 원신 여름 축제에서, 일행들과의 대화에 제대로 끼지 못했던 점이나 아는 게 없으니 제대로 포착되는 게 없던 점 때문에 '언젠가 플레이해보긴 해야겠다.' 정도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왜 제일 먼저 자동으로 완성되는 단어가 슈타인즈인 걸까요.
그 때문인지 곧 2주년이다, 버전업 방송 때마다 나오는 리딤 코드를 입력하면 원석을 많이 준다, (결국 상시 배포하는 걸로 바뀌었지만) 기간 한정으로 콜레이라는 캐릭터를 배포한다, 복각된 감우가 예쁘다 등등 갑자기 이야기들이 많이 들리길래 최근에 PS4로 원신을 플레이하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시작도 처음엔 '일단 리딤코드만 입력하면서 원석 쌓이는 거 보다가 본격적으로 시작하자.'는 느낌으로 시작한 거였는데요.
보시다시피 프롤로그를 끝내지 않으면 무료 배포되는 재화조차도 얻을 수 없다고 하길래, 최대한 빠르게 모험 등급을 올리기로 했었습니다.
PS4 본체의 GPU 고장으로 오진한 사례
퀘스트만 쭉 밀었다면 하루 만에 모험 등급 10 찍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리딤코드 기한을 초과하여 입력에 실패했던 어느 날 이상현상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캐릭터 레벨을 사냥과 퀘스트로만 올리고 있었던 뉴비는 이날도 자기보다 레벨이 높은 꽃을 사냥하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프레임이 뚝뚝 떨어지면서 간헐적으로 프리징 현상을 겪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마침 저 꽃이 화전민으로 빙의해서 들판을 불태우고 있었으니까 최적화 문제가 발생했구나 싶었죠. 원신이 모바일에서도 돌아가는 게임인 주제 PS4 버전은 최적화가 좋지 않다고 들은 바가 있었으니 그러려니 했었던 겁니다.
그러나 이쯤 되니 최적화가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정도로 화면이 깨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게임이었다면 이슈가 안 나왔을 리가 없으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홈으로 나왔는데도 화면이 박살나버렸습니다.
게임을 시작한 순간부터 이랬으면 게임을 의심했을지도 모르지만, 한창 플레이를 하던 도중부터 이렇게 변한 거면 하드웨어 쪽 문제로 의심하는 게 맞는 거였죠.
그래도 이럴 때 최소한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플레이스테이션4를 완전히 전원 종료 → 다시 켜서 원신을 플레이해보고 경과 관찰 →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면 다시 껐다 켜서 원신 외의 다른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경과 관찰 조치입니다.
프레임이 너무 낮아서 대응을 못하니 엠버 빼고 죄다 빨피 되었습니다.
다시 켜서 플레이한 원신도 망했군요. 다시 전원을 종료합니다.
플스를 다시 켜서 이번엔 염소 시뮬레이터를 플레이해봅니다.
안 그래도 맛이 간 게임이었는데 더 맛이 가는 거 확인되었네요.
이로써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하드웨어 관련 문제라는 게 증명되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PC에 장착했던 그래픽카드가 폭발하더니 이번엔 플스 안에 있던 CPU나 GPU도 폭발한 줄 알았습니다.
※구형 모델은 앞이 1, 저와 같은 슬림 모델은 앞이 2, PS4 프로는 앞이 7로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수리 절차를 밟기로 하였습니다.
제품의 패키지 상자에서 시리얼 번호를 찾으라길래 창고 깊숙이 넣어둔 슬림 상자를 꺼내왔습니다.
알고 보니 공식 홈페이지가 저를 속인 거였습니다. 뻘짓이었죠.
시리얼 넘버는 본체가 들어있던 패키지 상자가 아니라 본체에서 전원 케이블 꽂는 위치쯤에 있었습니다 -0-;;
저 기기 등록 방법이 최근에 등록된 것도 아닐 텐데, "제품의 패키지 상자"라고 적힌 걸 여태까지 수정하지 않았다는 데 감탄 한 번 해주었습니다.
그러고 시리얼 번호를 입력한 후에는 '영수증 기준 1년 이내 구매한 기기만 등록 가능'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뻘짓을 두 번이나 했다는 사실이 슬펐지만, 구매한 지 1년이 초과된 기기 소유자는 침착하게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담사가 친절하게 답변해주면서 서울에 있는 공식 AS센터에 현장접수를 하는 걸로 전화가 마무리되었는데, 어떤 부품에 이상이 있느냐에 따라 수리비가 달라진다고 해서 구체적인 비용은 알려주지 않더군요.
※모델 넘버 1000번대는 저 사람 말대로일 수도 있는 게, 제가 사용하는 2000번대 모델도 부품이 부족해서 당일 수리가 안 될 수도 있다고 통보받았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 가기 전, 커뮤니티에 견적을 얼마 정도 예상하고 가야 하냐고 물어보면서 댓글들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니터 문제가 아닌 것은 확실한데 "hdmi 케이블 문제"를 점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습니다.
원신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건 확실하게 진단했으니 본체 쪽 문제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사실 AS센터까지 가는 데에는 확인해야 할 절차가 더 있었습니다. 제 경우엔 내장형 캡쳐보드에 hdmi 케이블을 연결해서 플레이어로 띄우는 형식이라 모니터 고장 진단은 생략하는 게 맞고, 확인해볼 것들이 다음과 같았습니다.
다른 미디어 플레이어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확인 = PC 내 소프트웨어 문제 진단
다른 미디어 플레이어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확인 = PC 내 소프트웨어 문제 진단
PC 말고 TV에도 연결해서 확인 = 캡쳐보드 고장 진단
PC 말고 TV에도 연결해서 확인 = 캡쳐보드 고장 진단
플레이스테이션4 외의 기기(엑박·스위치 등)에 연결해서 확인 = HDMI 케이블 및 연결단자 진단
플레이스테이션4 외의 기기(엑박·스위치 등)에 연결해서 확인 = HDMI 케이블 및 연결단자 진단
HDMI 케이블을 교체한 후 플스4에 연결해서 확인 = 최종적으로 PS4 내 연결단자 또는 GPU 고장 확정
HDMI 케이블을 교체한 후 플스4에 연결해서 확인 = 최종적으로 PS4 내 연결단자 또는 GPU 고장 확정
1번은 플레이어의 펌웨어 문제인데 도중부터 화면이 깨진 상황이라 가능성이 낮으니 논외로 봤고, 2번의 전제는 PC에 연결된 케이블을 그대로 뽑아와서 TV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케이블타이로 묶인 케이블을 끌어오는 게 귀찮아서 후순위로 미루었습니다. 사실 제 단종된 캡쳐보드 쪽 문제였으면 플스 고장보다도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꼴이라 일부러 미루는 감도 있었고요.
그리고 3번과 4번은 순서가 바뀌어도 크게 상관이 없기 때문에 4번을 먼저 해보기로 했습니다.
오른쪽의 금색이 기존에 사용하던 케이블
자고로 콘솔게임 유저는 집에 여분의 패드, 여분의 이더넷 케이블, 여분의 hdmi 케이블 등 소모품 계열은 복수로 가지고 있는 게 현명합니다.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튼튼한 흐드미 케이블을 가져와서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지 실험해보았습니다.
문제의 현상이 관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깨끗한 화면이 나오더군요. 해결되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던 hdmi 케이블입니다. 눈에 띄게 도금이 벗겨진 것도 그렇고, 녹이 슬기라도 한 듯 기포 같은 점들도 보이던 게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는 걸 이제서야 느낍니다.
기기에 항상 꽂아둔 상태였라면 이 정도까지 상태가 나빠지지는 않았을 텐데, 신용카드의 IC칩처럼 계속 꽂았다 뽑았다 하면서 마찰이 일어나니까 몇 년 동안 대미지가 누적된 거였겠죠. 송출되는 겉의 화면은 멀쩡하더라도 속의 부품은 삭고 있는 거였으니,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죽을 때가 되어서 죽은 게 맞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론 케이블 이야기를 꺼내준 냥이마스터 님 덕분에 8만 원이 굳었고, 수리센터에 가기 전에는 확인할 수 있는 모든 확인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답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여담으로 기간 한정 캐릭터를 얻으려고 시작한 거였는데 정작 얻게 된 경로는 가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