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4.2 죄인의 원무곡 마신임무 후기

원신 4.2 폰타인 업데이트 에서,

푸리나 를 중심으로 하는 마신임무, 메인스토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

전에 매우 고평가를 받은 수메르 메인 스토리와 비교할 수 있는가? 라고 물으신다면 좀 고민하다가 메인만 따지면 그런 것도 같은데요? 라고 답하고 싶은데...아니다. 그냥 수메르가 더 낫나? 근데 수메르는 마신임무 이후 급격히 흥이 식어서...둘 다 구멍이 있어서 비교가 좀 어렵네요

일단 스포는 최대한 자제하는 방향에서 이번 폰타인지방 후반부 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일단 이번 스토리에서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이유가 몇 개 있는데

a. 또 하나의 축인 느비예트 라는 캐릭터에 정이 안가거나 = 캐릭터

b. (의외로) 원신 세계관이 방대하다는 것을 간과하셨거나 = 불친절한 설정

c. 은유적으로 사용된 표현들을 놓치셨거나 아예 이런걸 싫어하셨다면 = 전달 방식

기승전결이 명확하고 축이 되는 캐릭터와 그 목적도 분명했으며 결론적으로 회사가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가 분명했었던 수메르 메인스토리의 진행방식과 비교가 될 수 밖에 없긴 한데, 이게 이번 스토리의 매력이자 헛점 인가봐요

표면상 드러난 '결과'는 이겁니다. 매번 참 요약 잘해주는 애들임

예언은 막을 수 없었지만 그렇기에 모두가 구원받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라는 것을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로웠는데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고 사실은 '알베도의 숨결'같은 확대해석일지도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 이번 스토리에는 재미있는 서술트릭이 깔려있습니다

신이라 한들 모든 것을 내려보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도 사각이 있다 라는 전제로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되 그 사각에서 천리의 눈을 속인다는 것이 이번 메인스토리에서 푸리나, 아니 포칼립스의 목적이자 결론이였습니다만,

이 '사각' 을 연출하기 위해서였는지, 이번 시나리오에서는 플레이어인 '여행자'가 아니라 느비예트 의 시선에서 비춰지는 부분들이 주로 나옵니다. 모든 것을 바라보며 직접 진실을 찾았었던 지금까지의 행보와는 다른 형식이였죠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 이번 시나리오의 절정 부분인 푸리나 내면을 감상하는 '여행자'의 모습인데,

플레이어(=당신) 의 시선에서 보면 플레이어의 분신인 '여행자'가 마치 푸리나의 내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것 처럼 생각되지만

실제 게임내 대사에서는 푸리나 혼자 외롭게 공연을 하고 있었으며

긴긴 시간이 지나 '여행자는 자신이 무대에 오른 시점부터 공연을 보기 시작한' 것 처럼 표현됩니다

그렇게 처음부터 공연을 보지 못한 여행자는 푸리나에 대해 이렇다할 공감은 커녕 상황파악 조차 나중에 느비예트에게 간접적으로 건네들은 것으로 끼워맞출 수 밖에 없던 겁니다. 그조차 상당부분 오해를 해서 말이지요

네.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플레이어의 시선 = 여행자의 시선 이 아니였다는 거죠.

'그래' 라는 말은 자칫 여행자가 푸리나의 내면을 보고 모든 것을 이해한 것 처럼 보이는 말로 보이지만,

여행자가 전후사정을 전혀 모른다는 전제가 깔린 순간 '결국 여행자 조차 푸리나의 내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포기했다' 라는 잔인한 느낌을 받게 되는거죠

그렇기에 푸리나의 독무는 더더욱 슬프게 느껴질 수 밖에 없으며 외롭고 쓸쓸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고 그렇게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사각 덕분에 (플레이어를 제외한) 그 누구도 결국 포칼립스가 아닌 인간 푸리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 이 제가 이번 시나리오를 고평가하는 부분이며, 이후 전설임무에서 그것을 딛고 다시 일어선다는 이야기까지 합쳐 이정도면 수메르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만, 말이 좋아 그렇다는거지 깔 거리도 우르르 있는게

일단 이번 스토리에서 인물은 푸리나, 느비예트 이 둘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두가 병풍, 아니 없는게 나은 존재들입니다. 스토리를 진행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인물은 딱 저 둘이 전부고요. 나머지들은

스토리에 상관없이 이번에 어떤 [화면]을 만들자는 목적, 욕심으로 끼워넣은 존재들이에요

그 왜 우리 만화 편집장이 개를 좋아한다고 하니 그 장면에 끼워 넣었습니다 같은 그런거 말이에요

법정공방이면 뭔가 깜짝트릭 같은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과 과학이 합쳐졌는데 바이요쇼크2 같은 그런거 넣어보자, 영-프 분위기인데 드레스 입은 아가씨 하나쯤 넣어야지? 뭘 해야할진 모르겠지만 우인단도 넣어야겠지?

그런 욕심인건지 게임중 '멋진 장면' 은 분명 있었습니다만,

그게 대체 스토리상 어떤 개연성이였냐고 하면 딱히 할 말이 없고 그래서 그거 없으면 이야기 진행이 안될 정도로 중요한거였냐? 라고 하면 또 할 말이 없어지는 그런 각. 이것만 없었다면 무조건 폰타인이 수메르 넘었다고 확실하게 말할텐데 이거 때문에 흥이 팍 식어버렸어요

오히려 중반에 잠깐 등장한 모나가 스토리상 개연성과 당위성 부분에 있어 가장 큰 축이자 개연성 이였습니다.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도없고 거스를 수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설파하는 모나 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폰타인 예언을 바르게 설명하되,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라는 부분은 다음 화자에게 넘겨주는게 참 좋았어요

이번에 갑자기 스케일이 커졌다(X)

원래 원신 스케일은 1.0 부터 쓸데없이 컸었다(O)

이번에 고대 용왕 이라는 개념이 다시 한번 설명되고 또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쓸데없이 방대하지만 설명에는 인색한) 원신식 스토리텔링에 장작을 넣은 것은 분명하지만, 메인스토리는 가볍지만 사이드는 비비비비비꼬인 원신 세계관 이해라는게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거니와

"용왕" 이라 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상 이게 가장 먼저 떠오를 수 밖에 없는데,

아니 예전엔 저따위 괴물로 만들어놓고 지금은 왜 폭풍간지 물음향으로 만들어놓음? 호모버스 미쳤음? 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긴 합니다.

종려 전설임무2 에서 야타용왕의 내면의 감정들이 어느정도 나오지만 꼭 원신 뿐 아니라 요즘 게임하시는 분들중 스토리 스킵, 혹은 무시하고 대충 눈에 보이는 큼직한 것만 보시는 분들도 많고 그것도 분명 시대의 흐름이니깐요

5장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푸리나 학대(...)가 쏟아지면서 이게 맞나 싶었지만,

게임 내 모두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지언정 오직 게임 밖 플레이어 만큼은 푸리나의 모든 것을 보았기에 그것을 부각시키는 장치적 고로시 라고 생각하면...아니 그래도 쫌 심했음. 푸리나에 과몰입 할수록 혐성 쌓이는 구조

자자. 아무튼 이렇게 이야기가 일단락 되었네요. 100% 만족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만에 재미었습니다

이렇게 좋게좋게 마무리 지어놓고 방랑자 포장으로 대차게 말아먹은 수메르 후반부를 따라하지는 않기를 바라면서

잡담 끗-

저는 사유 레일라 푸리나 + @ 쓸 생각에 싱글벙글 중

by 명함에 전무없는 제로기랑

P.S :

Q : 그래서 푸리나가 신이라는 건가요 아니라는 건가요

A :

이에 대해 왕생당 종 선생님이 아주 명확하게 답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