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단편 팬픽] 다리를 다친 장미꽃

바위 위에 장미꽃이 피어 있었다.

소년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고 눈을 박박 비비고서는, 자신이 역시 잘못 본 것이며 바위 위에 있는 건 장미꽃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모르는 사람도 아니었다. 몬드 사람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모두 알고 있는 유명인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상대방 쪽이 먼저 소년을 향해 얌전하면서도 밝게 미소지으며 인사했다. 소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서는 본인도 고개를 숙였다. 엄마가 그랬다. 여자아이에게는 항상 친절하고 예의 있어야 한다고.

노엘. 페보니우스 기사단의... 기사는 아니라고 했었고. 사람들이 뭐라 부르는 호칭이 있었는데 순간 까먹고 말았다. 몬드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다. 붉은 천으로 곳곳이 장식된 은빛 갑옷, 하반신을 크게 둘러 감싸는 페티코크 치마, 간호사인듯 성직자인듯 한 모습의, 양쪽에 붉은 장미 장식을 해놓은 새하얀 헤드 드레스. 언뜻 보면 기사라기보다는 격식을 차린 하녀 같은 모습이었다. 아니, 메이드. 생각났다. 메이드. 메이드랑 하녀는 다르다고 옆집 형이 핏대를 높여가며 소리친 적이 있다는 걸 소년은 기억해냈다.

"이런 깊은 숲속까지... 무슨 일이세요?"

그녀는 어떤 사람에게든 항상 깍듯한 태도와 존댓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게 그녀를 더욱 정숙하고 예의바르게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런 곳까지는 무슨 일이었더라. 갑작스러운 만남에 소년은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고 머리도 혼란스러웠다.

엄마가 성 밖에서 따오라고 시킨 과일이 있었다. 저녁 반찬을 만드는 데에 사용할 예정이라, 저녁식사 시간 전까지는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날따라 성 주변에 그 과일이 보이지 않았다. 길목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 발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작지 않은 규모의 모험가 무리가 이 근처를 지나다녔던 것 같았다. 그러는 김에 주변이 있는 식물이나 과일, 광석 등을 채집해 갔을 거라고 소년은 추리했다. 약간 숲 깊은 곳까지 들어가야 했지만, 본인만 알고 있는 비밀 장소가 있다는 건 천만다행이었다. 오가는 길목에 자칫 잘못하면 츄츄족이나 슬라임을 만날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직접 마주칠 일이 없었고, 혹시나 만난다 해도 멀리서부터 피해서 강가의 풀숲에 몸을 숨기고 조심스럽게 지나가면 아무 문제 없었다.

오늘도 아무 위험 없이 과일 너댓 개를 획득하고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다가, 바위 위에 심심한 듯이 걸터앉아 있는 사람을 발견했고 그게 노엘이었다.

"그렇군요... 그러고 보니, 낮에 모험가 서너 분이 북쪽으로 가는 걸 봤었어요."

소년의 추리에 답해주듯이 그녀는 소년이 말하지 않고 생각한 내용을 마치 독심술 쓰듯 잔잔하게 말했다. 하기사 그렇지 않다면 소년 같은 어린아이가 깊은 숲 속까지 들어갔다가 과일 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가는 장면은 웬만해선 보기 쉽지 않을 테니까. 소년은 오히려 반대쪽이 궁금해졌다. 그녀는 왜 여기에 오도카니 앉아 있었던 걸까.

"저요...? 그게... 발을 조금, 다쳤어요."

그녀는 멋쩍은 듯 볼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며 왼쪽 다리를 바위에 톡톡 맞대었다. 그녀의 다리 쪽 갑옷이 바위와 부딪쳐 톡톡 대신 찰강찰강 하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났지만, 그녀는 그걸 딱히 불편하다고 느끼지는 않는 것 같았다.

"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완전히 회복되고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괜히 덧나면 낫는 데에 오히려 더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녀는 항상 바빠 보였다. 몬드 여기저기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 때마다 그녀는 뭔가를 들고 있거나 혹은 서두르듯이 빠른 걸음으로 걷거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랬던 그녀가 요즘에는 조금 달라졌다.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좋은 의미. 그녀가 이렇게 바위 위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은 어색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흔치 않은 풍경이었다.

"아직 성까지 돌아가려면 길이 먼데... 혼자 갈 수 있겠어요?"

그러고 보니, 하고 소년은 몰래 생각했다. 노엘 이 사람은 대체 나이가 어떻게 될까? 내 또래보다는 나이가 많은 것 같다. 굉장히 어른스럽고 얌전한 여성이지만, 그렇다고 완전 성인 여자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뭐라고 불러야 할까? 그냥 누나라고 부르면 되나?

"아, 아니면... 저랑 여기 잠깐 같이 있어 주시겠어요? 아무래도 혼자 있으려니까 조금... 심심하거든요."

특별히 소년을 배려해준 것인지 아니면 평소 행실인지, 그녀는 양 팔에 힘을 주어 자신의 몸을 살짝 옆으로 옮겨 소년이 앉을 만한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소년은 조금 주저하다가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생각보다 바위가 높은 편이라 올라가는 게 힘들 줄 알았는데, 그녀가 내밀어준 손을 잡으니 마치 몸이 깃털처럼 떠오르는 느낌으로 바위 위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비록 갑옷과 한 세트인 은빛 건틀렛을 통해서였지만, 소년은 그녀가 얼마나 힘이 센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기사 그렇지 않으면 자기 키보다 더 큰 대검을 휘두르며 싸우고, 그 페보니우스 기사단을 목표로 할 수 없겠지.

"저녁 시간까지는 돌아가야 한다고요? 집에서는 저녁식사를 해가 지기 전에 하나요, 해가 진 후에 하나요?"

소년은 가만히 생각했다가 성실하게 대답했다.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처음에는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소년이었지만, 그녀가 정말 섬세하게 이야기 주제를 이끌어줘서 어느샌가 편하게 일상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잠깐 칭호에 대한 말도 나왔었고, 자신을 편한 대로 불러달라는 그녀의 말에 소년은 그냥 노엘 씨라고 부르기로 했다. 왠지 누나라고 부르는 건 부끄러웠다.

"기사단이요? 음... 아주 오래 전부터 목표... 꿈으로 삼아왔어요. 몬드의 모두를 바라보고 지켜주면서, 이 평화가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거기에 제 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죠."

페보니우스 기사단 이야기가 나왔을 때 노엘 씨는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것 치고는 매우 조심스럽고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소년은 문득 노엘 씨에 대한 소문을 기억해냈다. 기사단 입단 시험을 치르긴 했었는데, 일곱 번인가 탈락했다고 했던 것 같다. 어째서일까. 페보니우스 기사단이라는 곳이 그렇게 들어가기 힘든 곳일까. 이 노엘 씨가 몇 번이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을 정도로. 소년은 문득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노엘 씨에 대한 동정, 이건 너무 사치스럽고, 기사단에 대한 분노? 이것도 너무 과분한 표현이다. 실망. 모르겠다.

"잠시만."

한창 느린 템포로 대화를 나누던 도중, 노엘 씨가 갑자기 소년과 눈을 맞추고 목소리를 깊게 낮췄다. 소년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검지손가락을 자신의 입술에 갖다대며 소리내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양 입술을 입안으로 밀어넣어 꾹 입을 닫은 소년은 주위를 둘러봤지만, 뭔가 노엘 씨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한 게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자신이 느끼지 못한 것을 느꼈겠지 하고 소년은 생각했다. 노엘 씨라면 충분히 그럴 정도의 실력이 있으니까. 하지만 별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소년도 곧 저쪽 숲속에서 무언가 움지럭움지럭 걸어오는 걸 볼 수 있었다. 아직 어두운 밤은 아니었지만, 작은 몸집의 얼굴을 완전히 가린 싯누런 가면은, 그가 들고 있는 횃불의 불빛을 이글이글 반짝이며 마치 사냥감을 탐색하는 듯한 살기를 뿜어냈다.

츄츄촉. 소년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걸어오고 있는 위치가 정확히 자신이 아까 전에 지나왔던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시간이 엇갈렸다면 정면으로 마주쳤을 수도 있었다.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츄츄족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마물이라고 했지만, 그건 모험가들 기준 얘기지, 만약 소년이 혼자서 정면으로 저런 걸 마주쳤다면 아마 무서워서 발이 얼어붙어 버렸을 수도 있다. 만에 하나 도망칠 수 있었다 해도, 지금 저 녀석처럼 활을 들고 있는 녀석이었다면 그대로 화살이 날아올 가능성도 있었다.

"저쪽도 저희를 봤어요. 자극하지 말고 조용히."

자신의 옆에 노엘 씨가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비록 다리를 다쳐 쉬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신에게 선택받은, 신의 눈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다. 츄츄족 한 마리 정도는 아무 문제 없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하지만 노엘 씨는 굳이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피할 수 있는 싸움은 굳이 부딪치지 않는 성격일까. 노엘 씨라면 그럴 수도 있다.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평소에는 그렇게 상냥하고 착한 모습이니까.

츄츄족이 천천히 활을 들어 활시위를 이쪽으로 당겼다.

"조심해요!"

노엘 씨가 와락 소년을 껴안았다. 차가운 갑옷의 느낌이 싸늘하게 뺨을 통해 온몸을 스쳐지나갔다. 간신히 시야가 가려지지 않은 오른쪽 눈에서, 반투명한 노란 빛이 반짝 하고 자신과 노엘 씨의 주변을 감싸는 걸 보았다. 머리 부분이 부러진 화살이 투둑 하고 바위에 떨어져 굴러내려갔다. 소년은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저 츄츄족이 화살을 쐈다. 노엘 씨가 그걸 막아낸 거였다. 신의 눈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노엘 씨는 자신의 주변에 방어막을 전개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나왔다. 소문이야 많이 들어봤지만, 신의 눈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쓰는 것을, 노엘 씨가 능력을 쓰는 것을, 실제로 마물들과 전투하려는 그 긴장감을 소년의 머리는 감당해 낼 수 없었다.

쿠웅, 하고 노엘 씨의 왼쪽에 뭔가 거대하고 길다란 게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대검이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노엘 씨의 검이 틀림없었다. 어느새 노엘 씨는 한쪽 무릎만 땅에 댄 자세로, 한손으로는 소년을 감싸고, 다른 한손으로는 대검의 손잡이 부분을 거꾸로 잡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뛰어나갈 듯이, 바로 옆에서 보니 무서움이 느껴질 정도로, 노엘 씨는 평소의 모습과 전혀 다르게 날카롭고 단단한 눈빛으로 츄츄족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맹수끼리의 기싸움 같은 느낌이었다. 소년은 그 한가운데에서 아무것도 못 하고 노엘 씨의 품 속에 안겨 있을 뿐이었다.

활을 쏘느라 잠깐 땅에 내려놓았던 횃불을 다시 집어들면서, 그 츄츄족은 노엘 씨를 바라보며 뒤로 두 발짝, 그리고는 등을 뒤로 돌려 종종걸음으로 도망쳤다. 노엘 씨는 겨우 온몸의 긴장을 풀고서는 작게 한숨쉬었다. 대검에서 손을 떼자 대검은 마치 반딧불같이 노란 빛을 퍼뜨리며 사라졌다. 곧 노엘 씨와 소년을 감싸고 있던 반투명한 노란 방어막도 소리없이 사라졌다.

"괜찮으세요? 놀랐죠? 다친 곳은요? 가슴이 심하게 뛴다거나 하는 건 없죠?"

아까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노엘 씨는 거짓말처럼, 평소처럼 친절하고 상냥하게 소년을 살펴보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걱정해 주었다. 가슴이 심하게 뛰기는 했다. 하지만 공포 때문은 아니었다. 소년은 그걸 몰랐다.

"될 수 있으면 싸우고 싶지 않았어요. 아무리 그래도, 싸움이거든요.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저쪽도 혼자였던 건지 굳이 싸우려는 느낌은 아니어서... 저기, 괜찮으세요?"

맙소사. 소년은 심하게 당황했다. 허리 아래쪽으로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너무 무서우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만다는 게 이런 느낌이었구나. 겉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다리가 바들바들 떨리는 게 온몸에서 느껴졌다. 뭐야. 나 이렇게 겁쟁이였나. 만약에 아까 상황이 진짜 싸움으로 번졌다면, 기절이라도 해버리는 게 아니었을까. 소년은 온 몸과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할 수만 있다면 이대로 집까지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걸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순간 소년의 몸이 둥실 하늘로 뜨는가 싶더니, 코에 옅은 장미향이 직접적으로 스며들어왔다. 소년은 노엘 씨가 자신을 업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사람의 머리에서 꽃의 향기가 날 수 있구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괜찮아요, 알고 있어요. 저도 이제 괜찮아진 것 같으니까,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요."

이제 누군가에게 업힌다는 게 부끄러운 나이였지만, 소년은 왠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스스로 움직일 수도 없고 집에 돌아갈 시간도 가까워져 오고 있었으니, 소년은 그냥 그대로 힘을 빼고선 노엘 씨의 등에 체중을 맡겼다. 노엘 씨가 어깨 너머로 얇지만 밝게 미소짓고서는, 찰강찰강 소리를 내며 몬드 성으로 향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노엘 씨에게 업혀 오는 동안 소년은, 그녀의 등 아래쪽에 장식되어 있는 크고 노란 보석에 대해 물어 보았다. 소년은 그게 신의 눈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다만 신의 눈을 가진 사람은 신의 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노엘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신의 눈이요? 그러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몬드는 바람의 나라고, 페보니우스 기사단은 바람을 상징하죠. 기사단이 된다면, 기왕이면 바르바토스 님의 가호를 받았다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하지만 그런 건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제 힘이 누군가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건 어떤 신의 축복이라도 저 자신에게 있어서는 가장 소중한 힘인 거예요. 생각해 보면 기사단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신의 눈을 가지고 있잖아요. 엠버 씨도, 케이아 씨도, 리사 씨도. 주방에서 어떤 도구를 사용하든 그건 맛있는 요리를 하기 위해서예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든, 몬드의... 어머나."

문득 자신의 등 뒤가 조용해져 노엘은 살짝 기척을 확인했고, 어느새 소년이 깊이 잠든 것을 확인했다. 졸린 상태였다기보다는 갑작스럽게 자신을 덮쳐온 긴장감이 풀어져서 그런 것이리라. 노엘은 조금 더 자신의 발걸음을 가볍게. 소년의 잠을 깨우지 않게 자기도 모르는 자신의 특기인 배려심을 조금 더 발휘했다.

쏴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바람이 시작되는 곳' 에 보이는 신의 나무가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얼마 안 있어 그 바람은 풀밭을 가로질러와 두 사람을 살며시 감싸안고는 다시 저 먼 하늘로 날아갔다. 바람의 신께서 이 모습을 보고 계신 걸까. 노엘의 발걸음이 바람을 탄 듯이 살짝 더 가벼워진 것을 본인은 알아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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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에 이은 노엘 이야기. 노엘 좋아합니다. 종려대신 노엘씁니다. 이정도면 인증되냐? 캐릭터 성격이나 세계관이나 배경설정 등등이 공식하고 다를 수도 있는데, 반박시 님 말이 무조건 맞습니다.

노엘은 초반에 쉽게 얻을 수 있는 방어막 캐릭터고, 부캐로 실험해본 결과 원소 조합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초반 플레이에서는 탱딜힐 다 되는 만능캐입니다. 뒤로 갈수록 중요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저는 호두야란 복각때 유입된 원신뉴비라 그때부터 정붙인 노엘 아직까지도 쓰고있습니다. 행추가 남캐라고 안쓰기에는 너무 예쁘게 생겨서 성능이 좋아서 파티에 붙인 이후로는 호두 야란 행추 노엘 이렇게 네명이 주캐였습니다. 님들도 기억못할뿐이지 다 노엘 방어막에 보호받아가면서 컸습니다. 나는 종려 실드 받으면서 컸다고? 너 딥따 부럽다.

가장 쓰고 싶었던 장면은 노엘이 바위 위에 앉아서 발을 바위에 톡톡 치는 모습이었습니다. 글 안에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머지는 그때그때 갖다붙였습니다. 이름없는 소년 대신 여행자를 주인공으로 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고, 진짜 싸움을 한번 붙일까 하는 생각도 했었고, 그냥 누나라고 부르게 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누나라는 칭호를 포기한 이유는 아직 주인공 소년이 노엘을 조금 어려워한다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였고, 소년의 대사가 아예 없는 이유는 노엘의 화법만으로도 두 사람의 대화가 유추 가능할 정도로 노엘은 배려심이 있습니다 하는 걸 부각시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가장 쓰기 어려웠던 부분은 노엘 외형 묘사였습니다. 펑퍼짐한 치마나 머리에 쓰고있는거나 그런거 이름 알아내려고 무지 고생했습니다. 써놓고 나서도 저렇게 부르는게 맞나? 싶습니다.

노엘이 왜 발을 다쳤는지는 생각안했습니다. 다칠 수도 있지 하는 생각을 했다가, 그래도 얘가 발을 삔다고?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결국에는 그냥 생각을 안하기로 했습니다. 다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설정도 생각해봤습니다. 그냥 잠깐 멍때리고 싶어서 쉬고 있었을 수도 있고, 하는 김에 그 주변 감시탑 역할을 했던 걸 수도 있습니다.

설탕 이야기보다 쓰기는 어려웠지만 역시나 또한번 뭐라고해야되지 소설뇌? 가 자극받은 느낌이라서 좋았습니다. 옛날에는 이런 느낌을 게임하는 것보다 더 즐겼었는데 그런 느낌을 까먹은지 너무 오래 되었습니다. 원신 덕분에 그 느낌이 되살아나는 게 참으로 고마울 따름입니다. 재밌게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소감이나 피드백 주시면 감사히 받들겠습니다. 설탕편 후기에서 호두 울리겠다는 얘기 했는데 아직 포기는 안했습니다. 근데 진짜 그걸 어떻게 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