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원신 상황문답 - 랜덤 - 그거 사랑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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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감상만 해주시길 바랍니다.

(-)에는 원하는 이름을 넣어주세요.

자꾸만 신경 쓰인다던가, 생각난다던가. 일전에 흘린 듯이 했던 얘기가 짙은 매개체가 되어 무의식에 끌려버린다던가.

그 사람의 느낌마저도 사랑스럽다던가.

ꕥ ···· 그게 사랑이 아니면 도대체 뭐냐고요?

레이저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에서 제 빛을 바라고 있는 한가로운 오후, 페이몬과 마을 주변을 산책하던 도중이었던 당신의 눈에는, 어렴풋이 보기 드문 회색빛 머리칼을 가진 사람이 들어왔습니다.

···· 레이저?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은, 그가 누구일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죠.

당신의 작은 중얼거림과 같은 부름에, 곧장 당신 쪽을 바라본 그는 당신을 향해 달려와선, 입을 열었습니다.

"아, (-). 드디어 만났다.

"맛있는 열매, 발견했어. 이거 먹어."

···응??? 레이저?? 이걸 주려고 직접 여기까지 온 거야?

"··· 응, 전에. 달콤한 거 좋아한다고 그랬잖아."

"그 이후로, 계속 생각했어."

세상에··· 그 이야기를 기억해 줬단 말이야..?

당신은 예전에, 레이저와 같이 숲속을 산책하다가, 달콤한 음식을 좋아한다고 흘리듯이 얘기했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 레이저··· 정말 고마워···, 맛있게 먹을게!

사람들과는 잘 교류하지 않는 그가, 직접 인간 마을 근처까지 찾아온 이유가, 당신이 좋아할법한 열매를 발견해서 였다니···!

왠지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도 들고···, 곧장 그가 준 나무 열매를 한 입 베어 문 당신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습니다.

···· 달아! 완전 맛있어!

"응, (-)가 좋아할 것 같았어."

배시시, 기뻐하는 당신을 보고선 아이처럼 햇살 같은 미소를 따라 짓는 그가 보이네요.

레이저는 친절하구나···.

"··· 그야, 네가 관련된 일이니까."

다른 친구들한테도 이렇게 해주는 거 아니었어?

"음, 친구가 좋아할법한 걸. 발견하게 되면, 편지랑 함께 보내."

"그렇지만, 이렇게 직접. 찾아와서 주는 건, (-) 너밖에 없어."

····에.

"직접 만나게 되면, 얼굴 볼 수 있잖아."

"···· 좋아하는 열매 말고, 다른 것도. 알고 싶어."

저 자신의 눈동자처럼, 그의 볼 밑도 붉어져있다는걸, 그는 지금 알고 있을까요?

착한 아이들은 슬금슬금 꿈나라로 여행을 가기 위해 채비를 할 시간, 저 멀리 달을 마중 나온 구름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별들이 제 빛을 뽐내는 아른한 시간.

당신은 당신과 그가 좋아하는 장소로 가벼운 발걸음을 걸친 채 찾아가선 입을 뗍니다.

소!!

"··· 불렀어?"

그런 후엔 여느 때와 같이, 배시시, 얼굴 사이 한가득 만개한 꽃을 피우는 당신을 눈에 담으며, 소는 한 발자국씩 가까이, 당신 쪽으로 다가섰습니다.

소,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았어!

"응, 너도."

수고 많았어,

고마워,

오늘은 무슨 일 있었어?

평소랑 똑같아, 넌,

응, 난 오늘 의뢰를 맡았어,

···같은, 오늘 하루를 끝내는 시답잖은 말들이 오가고. 그는 잠깐,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

어느샌가 곁에 없다면 허전할 존재가 되어버린 실없는 대화.

한 인간에 대해서, 이렇게나 알고 싶어지는 게 당연한 걸까.

사람을 사귀는 데엔 여전히 서투르기 짝이 없고, 지금껏 그다지 큰 관심조차 없었다. 그저 제군 님과의 계약에 따라 살아가는, 업장의 삶에 불과했는데···.

고작 한 인간의 존재가, 마음속 응어리진 무언가를 단 한숨에 녹여버린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런 저항도 채 하지 못하고 허공에 흩어져 사라져버리니.

"··· 넌,"

응?

"··· 아냐."

엣, 뭐야. 궁금하잖아..!

'넌, 나랑 시간을 보내는 게, 즐거운 건가?'

'내가 네게서 느끼는 것과 같이.'

"··· 내일도 또 와."

그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언어는 삼키고, 평소와 같이 짧게 간추려낸 언어로 이 상황을 넘겨버렸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냥 내일도 네 얼굴을 본다면 마음이 놓일 것 같으니까.

"··· 그리고 이번 주말엔, 저번에 네가 말했던 그 가게에 가보자."

"··· 너에 대해, 더 알고 싶어."

❁❁❁❁

··· 그는 한동안 금빛 호박색 눈동자에 당신을 각인시키려는 듯이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그 눈이 너무나 아름다워, 당신도 그에게 홀린 듯 바라보았다는 건.

그와 당신, 단둘만 아는 비밀로 하자고요.

타이나리

.......... 스승님?

"·····(- ㅡ , (-)."

분명 이럴 리가 없는데, 제 눈앞에서 흐물흐물 거리는 타이나리 스승님을 바라보며. 당신은 충격에 잠겼습니다.

타... 타이나리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그대로 말을 끝내지 못하고, 허둥지둥 그의 상태를 살피던 당신은 그 바로 옆에 떨어져 있는····, 생전 처음 보는 버섯을 발견해버렸고.

그 주변에 버섯의 생김새를 메모해놓은 것 같은 타이 나리 스승님의 그림과 필체를 담은 노트 또한 보였습니다.

···· 연구...하다가 .... 이렇게 되셨구나....

그 즉시 고개를 주억거리며 이 상황을 이해했습니다. 아마 연구 중이겠지만····, 분명히 이 버섯. 다른 말 할 것도 없이 환각을 보여주는 류에 속하겠죠..

타이나리님? 괜찮아요? 저 잘 보여요?

"···· 으음... (-)...?"

아, 다행이..

"···(-.... )가 .... 맞나..?"

사르륵ㅡ,

평소에는 들어본 적 없는, 작게 웅얼거리는 목소리와는 대조되는, 그의 세심한 손길이 잠깐 당신의 머리칼을 스쳤습니다.

"···· 이 느낌은 ···· (-)가 맞... 는데. 응, ··· 내가 좋아하는ㅡ.. 기분 좋은 느낌."

···· 네에?

"··· 가까이서 보니까...... 더 포근해, (-) 너한텐 다른 성분 같은 거리도 있는 걸까···."

"네 생각만 해도 마음이 ···· 이상해지는 걸 보면 분명, 너와는.... 관련해서 뭔가가... 있..... 을.. 텐데..."

"···· 오히려 내가 지금 연구해야 하는.. 건...."

사락,

··· 스승.. 님??

"··· 조.. 금만 더 이대로..."

반쯤 접힌 눈으로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선, 점점 더 당신에게로 가까이 오는 타이나리에, 그와 당신 사이의 거리가 채 한 뼘도 남아있지 않았을 때.

"····...."

······ 기절.... 하셨어...?

그는 당신의 몸 위로 쓰러지듯이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이제서야 버섯에 제대로 취해버렸나 보네요.

타이나리님이 깨어나셨을 적엔, 어떻게 설명해드려야 하려나요...?

··· 하지만 먼저 붉게 달아오른 몸을 식히는 게 우선일 것 같네요.

| 여담

"··· 내가... 환각 증세를 보였다고?"

엣, 어, 음··· 그.. 그러니까.. 이성에게 ··· 구애를 하는 상태가 되셨다고나 할까···.

"······· 어?"

아,아니 그게 아니라..... 그.. 어제의 스승님은 스승님이 아닌 스승님이었달까...

"···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줘도 괜찮아, (-)."

···· 입술이 닿을 뻔 하긴 했는데요, 그게..

"······· 입술..? 누구랑?"

... 버섯에 취하신 스승.. 님하고.. 그....... 제가.....

··· 잠깐의 숨 막힐듯한 정적이 흐르고, 그는 손을 턱에 댄 채 중얼거렸습니다.

"···· 그거, 전에 연구할 땐 분명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네?

"오히려 그땐 주변에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흥미로운걸, 더 연구해 봐야겠어."

···· 그걸 또 드시려구요...?

멈칫,

"··· 섭취자의 상태에 따른 실험... 해봐야 겠지...?"

무, 무리는 하지 마세요 ···· 스승님.

사랑 자각 못하는 모먼트......? 쏘 딜리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