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오브 폴른과 P의 거짓의 딜레마 , 그리고 원신

표절과 오마주는 어느 지점에서 구별되는가.

이 질문은 창작 매체들이 세상에 얼굴을 들이 민 이후부터 지금까지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문제다. 수많은 창작자들이 표절과 오마주의 경계를 넘나들며 논란이 되거나 , 그를 불식시켰지만 창작이 처음 시작 된 과거부터 지금까지 표절과 오마주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사실 이건 창작이 존재하는 이상 절대로 해결 될 수 없는 문제인데 , 창작은 결국 인간 내면의 무언가를 밖으로 꺼내는 일이고 , 그러다 보면 자연스래 그 사람이 접해 온 시대의 편린들이 그 결과물에서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어 외딴 섬에서 태어나 창작을 하는 인간이 아닌 이상 , 모든 창작물들은 그 시대의 미디어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는다. 그럼 미디어를 즐기지 않았던 사람이 창작을 하면 그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다. 창작은 미디어를 굳이 찾아 접하지 않아도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곳곳에 녹아들어 각각 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당장 동네에 널린 건축물만 봐도 그렇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 아파트는 지금처럼 공공화된 건축물이 아니었다. 인구 수가 늘어나면서 주거 공간의 필요성이 커진 걸 깨달은 누군가가 빌딩을 높게 짓는 방식으로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고 , 결국 지금과 같은 기형적인 주거 구조가 생겨나게 되었다. 그럼 여기서 질문. 수십 년 전의 , 주택에 살던 누군가가 만든 글 , 영화 , 혹은 음악이 아파트에서 살았던 누군가가 만든 글 , 영화 , 음악과 같은 정서와 분위기를 가질 수 있을까?

오마주는 원작에 대한 경배를 뜻합니다. 창작자가 재능이 없다고 해서 , 결과물이 나쁘다고 해서 오마주가 오마주가 아닌 게 되지는 않습니다.

모르는 문제지만 거의 확실하게 불가능 할 것이다. 미디어를 접하지 않는다고 해도 , 그 사람이 갔던 장소와 만난 사람 , 입는 옷에는 여러 종류의 형태를 가진 창작물들이 녹아들어 있었을 것이고 그 사람은 매체를 찾아 접하지 않아도 이미 그 창작물에 노출된 상태가 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작자의 길로 빠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미디어에서 고립된 삶을 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렸을 때 부터 흥미를 가진 일이 평생의 취미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특정 미디어의 어느 부분에 매혹되어 그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미디어를 접한 사람의 일부가 그를 좋아하게 되고 , 또 그들 중 소수에 속하는 일부가 창작자의 길을 걷는다.

결국 창작은 그 창작자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상의 영향을 짙는다. 그리고 그 시대상의 영향권 아래에 있는 이상 , 그 어떤 창작물도 표절과 오마주 논란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각기 다른 두 예시를 들며 오마주나 표절의 정의를 직접 내리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 결국 그 대다수의 논리는 '잘 만들었으면 오마주고 못 만들었으면 표절이다.' 라는 식의 논리적 오류로 끝나게 된다. 못 만들었어도 원작에 대한 경의를 보였다면 그건 오마주가 되지 않는다는 소리인가? 거의 완벽히 베껴 왔어도 잘 만들었다면 그건 표절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인가? 그건 궤변이다.

결국 저 둘에 대한 정의를 완벽히 내릴 순 없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건 , 표절 논란이 왜 수면 위로 나오는가에 대한 답안이다.

사진에서 왠 약 냄새가....

게임계에 있어 가장 크게 표절 논란을 겪은 게임이라면 , 원신을 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게임 플레이 방면에서 표절 논란이 있었던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이 있고 , 애니메이션 면에서는 데빌 메이 크라이 , 트레일러에서는 드래곤볼의 연출 등. 참 많이도 베껴 왔다. 게임의 내적인 요소는 직접 해보면 짜임새 있고 모바일 기반 치고 완성도가 엄청나게 높은 편이 속하지만 이 게임은 표절 논란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한다. 게임을 얼마 즐겨보지 않은 유저 입장에선 이만한 게임이 없지만 게임을 많이 알고 즐겨 본 사람들의 눈에는 게임 자체가 고깝게 보이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일단 오마주에 대한 명확한 뜻부터 짚고 넘어가자. 오마주는 존경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 현대에 있어 창작물들에서 자신이 좋아했던 장르나 창작물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그 대상의 일부분을 자신의 창작물에 끼워 넣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일부가 아니어도 되는 것이 , 장르에 대한 오마주의 경우엔 사장되거나 , 그 장르가 흔하지 않은 시장에서 아예 그 장르를 시도하는 기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중들에게 익숙할 영화를 예로 들자면 윤종빈 감독의 '군도'를 꺼낼 수 있겠다. 한국에선 전혀 시도되지 않은 수준이었던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를 사극에 입혀 절묘하게 이용했다. 이 영화를 보면 , 요즘은 잘 사용되지 않는 카메라 줌 인 기법을 사용하거나 황야의 무법자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사운드트랙을 틀어 여타 사극과는 다른 생소한 느낌을 준다. 서부물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캐치할 수 있는 특징이지만 잘 모르는 이들에겐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결과물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는 감독이 결국 그 장르에 대한 어느 정도의 흥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소울본도 사실 오마주 작품에 가깝죠.

P의 거짓이나 로드 오브 폴른의 오마주 , 혹은 표절 논란의 중심축을 맡고 있는 다크 소울 역시 킹스 필드에 대한 오마주가 담긴 작품이다. 악질적인 맵 디자인 , 탐험의 방식 , 여러 트랩과 같은 요소들에 영향을 받은 미야자키 히데타카가 그에 발안해 자기 마음대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보자 해서 만든 것이 바로 데몬즈 소울이었다. 그게 발전해서 다크 소울과 블러드본 , 세키로가 되고 수없이 많은 소울라이크 작품들의 초안이 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읽어야 하는 요점은 , 오마주에는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과 '재창조'가 그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오마주를 했다는 작품은 저 두 가지 특징을 거친다. 무언가를 좋아해서 , 그 요소를 넣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고 ,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그 작품의 일부분을 끼워 넣거나 그를 자신의 방식대로 재구성한다. 저 둘 중 특히나 중요한건 '좋아하는 일'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데 , 재창조도 오마주의 요소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가벼운 오마주로 특정 상황이나 대사 , 물품을 재창조 없이 그대로 집어넣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P의 거짓과 로드 오브 폴른은 확실한 오마주의 영역에 서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둘 다 다크 소울 시리즈와 블러드본에 영향을 받아 작품을 구상했고 , 그 요소들을 자신들의 방식대로 재창조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위에서 말한 '좋아하는 일'과 '재창조'가 기반이 되어 개발을 한 셈이니 둘 다 오마주 작품의 자격요건을 충분히 충족했다고 할 수 있겠다.

호두 다이스키(애정)

그렇다면 원신은 왜 까이는가. '좋아하는 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마주는 애정의 영역이다. 원작에 대한 존경심 , 혹은 모방 욕구가 생긴 창작자가 그에 대한 애정을 담아 그 요소들을 작품에 끼워 넣는 게 그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신은 , 유튜브 리뷰어 메탈킴의 리뷰에서 알 수 있듯 게임성 뿐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 트레일러 연출까지도 베껴 오는 행보를 보였다. 순수한 호의가 아닌 상업적인 스탠스를 취한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을 수도 없이 유저들 앞에 가져다 놓았다. 다들 알다시피 , 좋아해서 닮거나 언급하고 싶은 것과 그 대상이 되어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일은 완전히 다르다. 결국 원작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이는 원작 존중이 아닌 원작 멸시에 가까운 뉘앙스로 비춰졌고 , 여러 이유를 들어 까이는 상황을 자초하게 된 것이다.

P의 거짓의 일부 파트에서 논란이 생기는 점 역시 그렇다. 플레이를 해 보진 않았지만 글을 쓰기 위해 정보를 좀 찾아본 결과 다른 파트들의 경우 , 자신만의 재창조가 들어 있다고 생각이 드는 반면 게으른 오마주를 했다는 생각이 드는 파트가 있었다. 개인적으론 후속작이나 DLC 개발에서 더 티를 내지 않는 이상 이 정도는 넘어가도 되지 않나 싶지만 결국 그 판단은 대중이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더 할 말은 없지 않을까 싶다.

■ 오마주는 결국 자기호소 내지는 애정표현 ■

사실 글을 쓰면서 생각한 거지만 , 오마주는 일종의 자기 호소에 가깝다. 일단 언급을 해 놓고 , 그게 대중에게 먹히면 좋은 오마주가 되는 거고 먹히지 않으면 나쁜 오마주 , 내지는 표절이 된다. 대중의 시선은 생각보다 예리해서 게으른 오마주를 했다 싶은 부분이 보이면 금방 금방 캐치해낸다. 로드 오브 폴른이나 P의 거짓의 경우엔 , 본인들이 오마주를 했다는 말을 무슨 의미로 했든 결과물만 보면 대중에게 꽤 잘 먹힌 모양인 것 같다.

하지만 , 여기서 안심하면 안된다는거. 1절까진 눈 감고 괜찮다고 봐줄 수 있어도 그 이상까지 가버리면 평단이나 대중은 '아 얘가 돈 벌려고 표절짓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한 뒤 금새 등을 돌려버린다는거. 그거 하나만 명심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론 어쩌면 그게 오마주 작품들의 숙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한다. 원 히트 원더로 서기는 다른 오리지널 작품들보다 쉽지만 그 이상을 가기 위해선 뭔가 더 필요하다. 로드 오브 폴른은 몰라도 P의 거짓은 dlc와 차기작을 낼 생각이 있다고 했으니 거기서 뭔가를 더 보여줄 수 있길 빈다. 그게 블러드본의 오마주작을 스스로 자처한 P의 거짓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딜레마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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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려운 내용이라 쉽게 풀어 쓰고 싶었는데 내용도 좀 삼천포로 샌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