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마신임무 제3장 제4막 적토의 왕과 세 순례자 -
원신 -마신임무 제3장 제4막 적토의 왕과 세 순례자 -
제4막 적토의 왕과 세 순례자
· 실종된 마을 지킴이
· 비늘병 병원의 울음소리
· 뜨거운 모래의 비밀
개방 조건 : 모험 등급 35 이상, 마신 임무 제3장・제3막 「미몽과 허상 그리고 기만」 클리어.
이사크를 데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미쳐버린 학자들의 행적을 조사하던 중, 사이노는 샤칸과 마칸이 적왕 아흐마르가 부활할 때가 되었다는 소문을 말하는 것을 들었다. 소문에 의하면 미친 학자들이 마신을 부활시킬 제물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이노는 그들을 위협하여 소문을 더 이상 퍼뜨리지 말고 급진파와 접촉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돌려보낸다. 사이노는 이사크에게 할아버지가 평소에 지내던 곳으로 안내하게 하였다.
할아버지가 지내던 곳에 도착하자, 여행자와 페이몬은 전에 맡은 향 냄새를 느낀다. 이때 여행자와 페이몬이 타이나리의 도움을 받았다는 말을 들은 사이노는 자신이 타이나리와 구면임을 밝힌다. 이 냄새를 어떤 학자가 수행하는 숲에서 맡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근처에서 단서를 찾는다. 사이노는 지금은 모래로 덮였지만 발자국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낸다. 발자국의 주인은 인근 마을의 성인 남성으로 추정된다. 발자국이 문 밖으로 향하는 것으로 보아, 다른 사람이 여기에 온 것 같다. 할아버지는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없었지만, 누군가가 향으로 유인하였을 것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식을 탐구하는 데 도움이 되기에 학자들 중에는 향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사람들을 찾기 전에 아루 마을로 돌아가서 수집한 정보를 관계자에게 알리기로 한다.
아루 마을에는 캔디스와 데히야가 기다리고 있었다. 데히야는 학자들이 애용하는 향은 방사벽 반대편에서 유행하는 것으로, 제정신인 학자가 많지 않은 이곳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라고 말한다. 소득 없는 일을 굳이 한다는 것은 방사벽 내부에서 돕는 이가 있다는 소리다. 데히야는 급진파 인사들이 자주 간다는 술집에 자주 가서 「둥근 눈의 도살자」 엔구르, 「곰보 대도」 델리바, 「수염 난 마체테 전사」 자바리의 이름을 들어봤다고 한다. 공통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라는데, 형편이 어려운 사람일수록 적왕이 부활해서 아카데미아를 몰아내기를 바란다고 한다. 데히야는 각박한 사막에서는 인맥이 필수니 외지인은 눈에 띄기 쉽다는 이유로 사이노를 남아서 조사하게 하고, 자신은 여행자와 페이몬을 데리고 카라반 수도원에서 미친 학자의 행방을 찾기로 한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엿듣고 있었다.
데히야는 어려서부터 방사벽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고, 크면서 아카데미아가 백성들을 얼마나 불합리하게 통치하는지 깨달았다. 그래서 그 벽을 깨고 싶어 했다. 그렇다고 사람이 많은 수도원에서 난리를 일으키려는 것은 아니고, 목적을 위하여 차분하게 정보를 조사하기로 하였다. 카라반에서 데히야의 술친구 자키를 만나 외국에서 들여온 향신료로 장사를 하고 싶은데 델리바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자키의 안내로 델리바가 있는 곳까지 갔는데, 사실 그들은 아루 마을에서 이미 여행자 일행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기에 그들을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데히야는 자신이 용병이라는 것만 그들에게 알렸을 뿐 자신의 실력까지는 온전히 공개하지 않았기에 급진파는 가볍게 깨진다. 데히야는 여행자와 페이몬이 마을을 비웠을 때부터 수상한 자들을 봐두었고, 일부러 정보를 흘려서 그들을 속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엔구르와 델리바는 허풍 떠는 것을 좋아해서 스스로 무시무시한 별명을 사용하며, 추가로 자바리는 급진파가 아니라 이사크와 할아버지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한 마을 주민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데히야는 사막 출신치고는 쿠사나리 화신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편인데, 두냐르자드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평범한 인간에게 나타난다는 것은 신이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급진파들이 믿는 정보도 아카데미아의 현자들이 조작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여행자 일행은 체포한 급진파를 캔디스에게 넘겨 고문하게 하였다. 그들을 어떻게 다룰지는 사이노가 가르쳤다고 한다. 캔디스는 적왕이 부활하여 전쟁이 벌어지면 무고한 이들은 지금보다 더 힘겹게 살아야 한다고 꾸짖고, 캔디스에게 많이 맞은 급진파는 용서를 구하였다. 그들도 누군가가 술집에서 퍼뜨린 소문을 믿고 그 시기를 앞당기려고 미쳐버린 학자들을 납치하고 있었다. '미쳐버린' 학자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이노는 '마을 지킴이'라고 부르게 한다. 하지만 급진파도 마을 지킴이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고 말한다. 사이노가 셋까지 세기 전에 불지 않으면 죽는다고 으름장을 놓자 매일 저녁에 향을 피워 마을 밖으로 유인한 다음, 갈림길에서 사람들을 넘기면 된다고 했을 뿐, 그 다음에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이렇게 하게 한 사람은 자신을 '적왕의 사자'라고 불렀다. 안프 촌장은 아카데미아에서 학자들을 데려가려고 한 적이 있음을 근거로 아카데미아 관계자일 것이라고 제시하였다.[26] 사이노는 사람을 도구라고 여기는 아카데미아에서 자신들이 버린 이들을 다시 데려오려는 것은 그들에게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여, 마을 지킴이들을 찾으러 가기로 한다.
밖으로 나온 여행자와 페이몬은 앉아서 책을 읽는 알하이탐과 마주친다.[27] 사이노와 데히야가 여행자와 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동안, 알하이탐도 따로 무언가를 조사하고 있었다. 그는 마을 사람 중에 누군가가 여행자에게 자신이 아는 정보의 일부만 말하였을 것임을 기억해두라고 충고한다. 알하이탐이 제시한 후보는 샤니. 그녀는 마을 지킴이라고 말하려다가 미쳐버린 학자라고 말을 바꾸었는데, 마을에 있는 적왕의 충실한 지지자들에게 마을 지킴이와 가깝다는 것을 들키면 노려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녁에 일어나는 일은 잘 모른다는 것을 강조하였는데, 촌장에게 확인하니 마을 지킴이가 아루 마을을 지키는 것은 늦은 밤이라 샤니가 마을 지킴이의 도움을 받을 당시에 깨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이노는 샤니가 자신을 무섭다고 생각하니 자기가 가면 말을 아낄 것이라 생각하고 알하이탐과 여행자를 보낸다. 샤니는 여행자와 페이몬의 설득을 듣고 밖으로 나와 대화를 이어간다. 샤니는 사막의 백성과 외부인의 혼혈로, 쿠사나리 화신도 적왕도 섬기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을 수 없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꿍꿍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여겨져 왔기에 평화롭게 살고 싶어서 진실을 말하지 않고 살아 왔다. 자신을 도와주던 학자가 갑자기 실종되었을 때에도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못했다. 남들보다 청력이 좋아서 저녁에 가끔 이상한 울음소리를 듣는데, 여행자 일행이 마을에 올 때쯤부터 소리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근방에서 주기적으로 우는 소리가 날 만 한 곳이라면 비늘병을 치료하는 병원일 텐데, 몇 년 전에 폐쇄하였다고 한다.
병원에는 아무도 없었으나, 소리는 저녁에 들린다고 하니 밤까지 기다리기로 한다.[28] 해가 질 때쯤 무슨 소리가 들리자, 알하이탐이 소리가 바닥 아래에서 들린다는 것을 파악하고 바닥을 부수고 숨겨진 공간을 찾았다. 병원 지하를 돌던 여행자 일행은 방에서 떨고 있는 학자를 찾았다. 그는 알하이탐의 아카데미아 선배인 라자크였다. 라자크는 숲에 수행하러 간 적도 없는데 망가져 있었다. 알하이탐은 그가 여기에 오기 전에 가둔 사람들은 먼저 빼돌린 것 같고, 라자크는 어떠한 이유로 남겨두었거나 미처 데려가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바닥에 있는 물건을 옮긴 흔적으로 보아 후자에 가까운 것 같았다. 라자크의 모습은 오르모스 항구에서 본 미쳐버린 도금 여단 용병과 비슷하였다. 두 사건 모두 아카데미아가 배후였다. 알하이탐도 알프와 마찬가지로 아카데미아가 학자들을 이용하기 위하여 급진파를 선동한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왜 학자들을 데려가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들의 신분이 바뀌어갔음에 주목하여 추론하였다. 그들은 평범한 학자였지만 어떠한 계기로 미쳐버렸고, 방사벽 밖으로 유배되었다. 그리고 유배된 땅에서 실종되었다. 그들이 어떤 일에 동원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알하이탐은 항아리 지식을 만들기 위하여 뇌를 사용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감시를 받지 않는 고요한 저녁에 울음소리가 난 것은 항아리 지식을 만들기 위하여 소모되는 사람들의 비명이었다. 라자크의 이상 증세는 신의 항아리 지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서 나타난 것이거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그 지식을 이용하여 생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카데미아가 만드는 신의 항아리 지식은 숲에서 신의 의식을 접한 사람들을 동원하여 만든 것으로, 스카라무슈를 신으로 만들기 위한 지혜를 담는 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신의 지식을 추구하여 항아리 지식을 추출하기도 하며, 알하이탐도 학자로서 지식을 극한으로 추구하고 싶지만, 신에게 관심이 없는 자신은 다른 학자들마냥 미쳐가면서까지 알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알하이탐이 일련의 사건에 개입한 이유는 현자들이 벌이는 일이 학문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지, 현자들에게 희생된 사람들을 동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여행자는 거대한 정의를 추구하지는 않더라도 개인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논리를 인정하는 사람이야말로 동료로서 적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후 여행자 일행은 라자크를 아루 마을로 데려간다.
촌장의 집으로 돌아온 여행자 일행은 수시로 들리던 비명이 잦아든 것은 누군가가 아카데미아에게 정보를 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알하이탐은 그 원인으로 사이노를 지목하였다. 아카데미아는 대풍기관인 사이노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였으며, 그 정보에 따라 사이노가 움직이리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진작부터 사이노를 의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메르 백성들은 정해진 기간마다 식장일에 항아리 지식을 통해 허공에 정보를 입력한다. 알하이탐은 제어대 옆에서 찾은 노트에서 사이노에 관한 정보를 찾은 적이 있는데, 그 정보에 따라 허공이 사이노의 행동 양상을 계산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카데미아가 사람들을 어디로 빼돌렸는지도 알 수 있었다. 사이노가 지나왔던 곳으로 가면 사이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행의 이야기를 들은 이사크는 자신도 할아버지를 찾으러 나서기로 한다.
여행자 일행은 길에서 아카데미아에서 개발한 헤드기어를 찾는다. 그 헤드기어는 신의 항아리 지식을 추출하는 장치였다. 장치를 버리고 갔다는 것은 철수하던 중 누군가의 습격을 받았다는 것을 뜻했고, 라자크가 여러 날 굶은 것 같지는 않으니, 철수한지 오래 지나지 않았을 것이며, 장치가 모래에 묻혀 있었다는 것은 모래 폭풍이 발생하기 전에 일어난 일임을 뜻했기에 일행은 계속 뒤를 쫒는다. 가다 보니 아까는 보이지 않던 데히야가 멀리서 도금 여단의 라흐만과 대화하고 있었다. 도금 여단은 적왕을 부활시키기 위하여 자신들이 가로챈 미친 학자들을 제물로 바치려고 하였고, 데히야에게 협력을 요구하였다. 알하이탐은 아카데미아에서 버려진 학자들보다는 자신이 인질로서 더 가치가 있을 것이라면서 자신을 잡아둘 것을 요구했다.
알하이탐의 각오를 본 데히야는 자신의 오른팔을 걸 테니 여행자 일행을 믿으라고 말한다. 라흐만의 부하가 데히야의 팔을 자르기 직전, 라흐만이 멈추게 하는데, 그들을 믿기로 하고 내일 점심 때 데려오라고 말하고 내려간다.[29]
다음 날, 약속대로 라흐만은 카릴을 데리고 나타났다. 하지만 다른 학자들은 오지 않았다. 인질은 한 명씩 교환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약속을 어긴 라흐만에게 분노한 데히야가 달려들고, 라흐만이 데히야게 밀리자, 라흐만의 부하는 카릴을 잡고 협박한다. 그런 와중에 인질을 잡고 있던 부하는 손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왜 손을 떠냐고 묻는 동료에게 내가 손을 떠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자 갑작스럽게 바닥이 무너지면서 모래가 아래로 내려앉으며 다들 추락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카릴이 이상한 힘에 둘러싸이면서 이사크를 구하고 방어막을 만들어 지하로 떨어지게 된다.
바닥이 무너지면서 일행들은 어지러움을 조금 호소했지만 크게 다친 사람은 라흐만의 부하들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 앞에는 모래 속에 묻힌 신전이 나타났고, 알하이탐의 말에 따르면 그것 옛날에 적왕 문명이 있던 시기에 세운 것이였다. 쿠사나리 화신의 힘의 지켜준 것과 적왕의 유산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것을 흥미롭게 여긴 알하이탐은 신전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라흐만 역시 위대한 적왕의 문명을 자신의 눈으로 접할 기회라며 일행을 딱히 적대하진 않고 부하들을 뒤에 남겨놓고 혼자서 따라들어 온다. 신전은 오랫동안 버려져 있었는데도 안에서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훗날 이 신전을 찾을 사람들이 적왕을 알현할 수 있도록 옛사람들이 준비한 장치들을 조작하여 길을 열자, 안에서 커다란 나무와 제사장 카살레를 위한 추모문[30]을 찾을 수 있었다. 알하이탐은 지식을 공유하는 건 원칙에 어긋나지만 라흐만 같은 사람이 여기 있는 이상 보는 것이 빠를 거라며 그곳에서 찾은 정보를 일행과 라흐만에게도 보여준다.
지식은 문명을 낳고 마찬가지로 문명을 멸망시킬 수도 있지.
재앙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왔소.
그건 이 세상의 지식이 아닐세.
적왕께서 「금단의 지식」을 세상에 가져오시자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네.
머릿속엔 미친 자들의 속삭임이 가득하고, 잿빛 비늘이 등을 뒤덮는구나.
대지 역시 생명을 빼앗긴듯 절망적인 고요함만 남았네.
숲속의 위대한 룩카데바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었으리.
그녀는 제사장들을 모아 신전을 짓고 생명의 신력을 불어넣었지.
재앙이 기적적으로 멈췄고
아루 마을에는 문명의 불씨가 보존되었소.
그러나 「기적」은 오래가지 못했소.
금단의 지식이 존재하는 한 그것은 영원히 이 세상의 「병폐」일 테니
결국 사막의 고고한 왕... 나의 왕께서는 희생을 택하셨지.
나는 수많은 신전 중 하나를 지키며 여생을 보냈고 이제 그 의무도 끝나가는구려. 완전히 눈을 감으면 눈앞에 또다시 고결한 신의 모습이 아른거리는구나.
적왕과 함께 금단의 지식을 근절하고자 과도한 힘을 쓴 그녀는 어린아이의 몸이 되었지.
참으로 이상하군. 그녀를 생각하면 죽음이 두렵지 않아. 내가 잠들 때 생명의 기운이 함께해 줄 것을 알기에.
사막의 백성들이여. 더 이상 미워하지 말라. 이 은혜만은 절대 잊지 말아다오.
제사장 카살레의 유언
즉, 아흐마르가 파멸한 것은 룩카데바타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룩카데바타는 아흐마르가 티바트에 가져온 금단의 지식이 세상을 좀먹지 않도록 백성들을 보호하였다. 아흐마르는 간신들의 말을 듣고 금단의 지식을 도입하였으나, 금단의 지식이 수메르를 오염시키자 금단의 지식의 부작용이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아흐마르가 희생하고, 남은 오염을 정화하는 과정에서 룩카데바타도 일시적으로 어려졌다고 한다. 목숨 걸고 수메르의 모든 백성을 평등하게 보호한 여신을 배반한 것은 자신들이었음을 깨달은 라흐만은 동요한다. 잠시 마음을 추스린 라흐만은 부하들을 설득하여 마을 지킴이들을 모두 돌려보내기로 하였다. 떠나기 전, 사이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비석을 바라본다.
다음 날, 라흐만은 마을 지킴이들을 빼돌리던 아카데미아 학자들이 있는 곳으로 일행을 안내하였다. 그들은 알하이탐이 나타난 것에 서기관?!이라며 놀라고, 사이노가 나타났을 때에는 차라리 죽여달라며 두려워한다. 겁에 질린 그들에게 알하이탐은 위에서 너희들에게 이런 일을 시킨 이유가 뭐냐며 묻지만, 학자들은 우물쭈물하며 어떻게 설명해야하냐며 곤란해한다. 그에 질문을 해도 되냐고 일행들에게 허락을 받은 여행자는 그들에게 신의 항아리 지식으로 새로운 신을 만들려고 하냐고 묻는다. 그걸 어떻게 아냐며 학자들은 말했지만, 곧 더 숨길 것도 없다며 설명을 시작하는데, 수메르는 학술이 발달한 땅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룩카데바타가 세상을 떠난 뒤로는 아카데미아 치하에서는 500여 년 동안 그다지 발전하지 못했다. 금단의 지식에 오염되어 말라가는 세계수를 구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는데, 그저 룩카데바타만을 그리워하던 이때 도토레가 나타나 아카데미아의 시설을 빌려 연구하기를 청하였고, 이단으로 몰려 추방되었던 잔디크에게 관심을 갖지 않던 현자들도 신을 만들고 싶냐는 그의 말에 관심이 생겨 승낙하였다. 그들은 오랜 시간을 들여 새 신의 육체로 쓸 거대한 기계를 만들었고, 화신 탄신 축제를 윤회하게 하여 꿈을 수확하고 허공의 출력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허공으로는 신의 심장에서 힘을 끌어내 신에게 힘을 공급하는 코어를 만들었다. 남은 것은 신의 지혜를 완성하기 위하여 신의 항아리 지식을 만드는 것이었다. 수백 년 동안 아카데미아는 금단의 지식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었기에, 그들은 그래서 신이어야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이라고 일축해 버렸다. 아카데미아에게 누가 자신들의 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그 신이 자신들에게 지혜를 제공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한 것이다. 이에 사이노가 수메르에는 작은 쿠사나리 화신이 있지 않나며 왜 또다른 신을 만드는 것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그들은 아카데미아는 수백 년 전에 룩카데바타가 사라졌을 때에도 그들은 새로 나타난 작은 여자아이에게 신의 지혜를 기대하였지만, 새로운 신은 그들의 기대를 채울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작은 쿠사나리 화신에게 실망한 현자들은 스스로 신을 정선궁에 가두고 자기들끼리 수메르를 통치해왔다고 말했다. 그들의 업보는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여행자 일행은 마을 지킴이들을 원래 살던 곳으로 보내고 아카데미아에서 파견된 두 학자를 데리고 아루 마을로 돌아왔다. 여행자는 동지들에게 그들을 만나기 전에 수메르에서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동지들은 현자들을 무찌르고 신을 구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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