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상황문답/종려] 당주대행은 피곤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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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편!⬇️ “우리, 그 날 이후로 많이 친해지긴 했죠?” “그래. 술을 빌미로 친목을 다지는 것이 마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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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해가 뉘엿해져버린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늘 그랬듯,

종려 선생이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무리하지 말라는 그의 만류에

그대로 누운 상태에서, 당신은 한숨을 폭 내쉰다.

“...저 또 기절했군요.”

“그런 셈이지.”

“아까의 유령은요?”

당신의 질문에 답을 곰곰히 생각하던 종려는

이내 어렵게 입을 뗀다.

“...미안했는지 혼자 성불하더군.

대행에게 사과의 말을 꼭 전해달라했어.”

“...아,”

또 종려씨에게 빚져버렸네,

이제 좀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일에 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울컥한 마음이 드는 오늘 하루의 끝자락이다.

눈물이 흐를까 바라본 하늘은 애석하게도 반짝이고 있었다. 왜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제자리 걸음만 하는 기분인 걸까. 내게 일을 맡긴 당주에게 나는 정말 도움이 되는 게 맞을까. 그리고...

종려씨는 항상 이런 나를 챙기느라...

“매 번 제가 신세지네요... 정말.

죄송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당신의 시무룩한 모습에

무언가 측은지심이 들었는지,

“잠시 실례하겠네.” 라는 말과 함께

천천히 당신의 머리 위에 자신의 손을 얹고는

기분좋게 몇 번 어루만지는 그.

“감사만 받고, 사과는 돌려주도록 하지.

영혼을 대하는 일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거든.

호 당주가 급히 떠나는 것만 아니었다면

아마 자네도, 천천히 해나갈 수 있었을거야.”

“그렇지만...”

뺨까지 타고 내려온 그의 손길이 싫지 않아

가만히 있던 당신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천천히 뜨며 말을 잇는다.

“리월의 해는 내일도 뜨잖아요.”

당신이 한탄하며 던진 한 마디에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는 종려,

분명 무표정일 터인데. 어쩐지

당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띠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자네에게 어떤 문제라도 있는 건가?”

“내일을 위해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저는 늘 제자리인 것 같아요. 뭐랄까,

푸념일 뿐이지만서도, 발전적이지 못한

제 자신이 못나게 느껴진달까요.”

“음, 우선, 좋은 술은 다음에 하도록 하지.

자네와 몸이 건강할 때 기분 좋게 마시려고

아껴두었던 술이거든.”

“종려씨,”

“응?”

“좋은 술은 좋은 벗과 마실 때,

비로소 기분을 낫게하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ㅎㅎ”

당신의 말을 곱씹으며 이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던 그가

조금은 유쾌하지 못 한 표정을 짓는다.

“결국 자네는 음주를 택하고 싶다는 건가?

몸이 상하면 어쩌려고.”

잘 모르겠다며 헤헤- 웃는 당신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먼 곳을 응시하다가,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좋지 못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원한다면...

좋아, 대신 약속해. 내일은 일 걱정 전혀 없이

푹 쉬는 하루를 보내겠다고.”

“...네?”

“내일은 왕생당의 일을

내게 전부 맡겨두라는 말일세.”

엑? 내 몫까지 해주시겠다는 건가?

애초에 도와주시긴 했지만 워낙 일이 많아

온전히 맡긴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아니, 선생님도 일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아시잖아요?

제 마음이 전혀 편치가 않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명쾌한 해답이지 않겠나?

때로는 몸도 마음도 휴식이 정말 중요해.”

“...알겠어요. 제 건강을 이렇게 생각해주시는데,

더 이상 거절도 어렵네요. 오늘은 이만 쉴게요.

당분간 술도 자제하고요.”

“현명한 선택이야. 푹 쉬고 내일은

천천히 업무를 시작하도록해.”

빙글, 당신의 답변에 만족스럽다는 듯

웃는 그가 퍽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

어쩌지, 그에 대한 호감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이 분은 민폐덩어리 같은 나를

별로 좋아하시지만은 않을테니까.

“종려선생님,”

아닐 걸 알면서도

갈수록 그의 마음을 퍽 읽고 싶어진 당신은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꽤 큰 용기를 내어 저지르고 만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