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상황문답/종려] 당주대행은 피곤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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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해가 뉘엿해져버린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늘 그랬듯,
종려 선생이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무리하지 말라는 그의 만류에
그대로 누운 상태에서, 당신은 한숨을 폭 내쉰다.
“...저 또 기절했군요.”
“그런 셈이지.”
“아까의 유령은요?”
당신의 질문에 답을 곰곰히 생각하던 종려는
이내 어렵게 입을 뗀다.
“...미안했는지 혼자 성불하더군.
대행에게 사과의 말을 꼭 전해달라했어.”
“...아,”
또 종려씨에게 빚져버렸네,
이제 좀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일에 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울컥한 마음이 드는 오늘 하루의 끝자락이다.
눈물이 흐를까 바라본 하늘은 애석하게도 반짝이고 있었다. 왜 잘 하려고 하면 할수록 제자리 걸음만 하는 기분인 걸까. 내게 일을 맡긴 당주에게 나는 정말 도움이 되는 게 맞을까. 그리고...
종려씨는 항상 이런 나를 챙기느라...
“매 번 제가 신세지네요... 정말.
죄송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당신의 시무룩한 모습에
무언가 측은지심이 들었는지,
“잠시 실례하겠네.” 라는 말과 함께
천천히 당신의 머리 위에 자신의 손을 얹고는
기분좋게 몇 번 어루만지는 그.
“감사만 받고, 사과는 돌려주도록 하지.
영혼을 대하는 일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거든.
호 당주가 급히 떠나는 것만 아니었다면
아마 자네도, 천천히 해나갈 수 있었을거야.”
“그렇지만...”
뺨까지 타고 내려온 그의 손길이 싫지 않아
가만히 있던 당신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천천히 뜨며 말을 잇는다.
“리월의 해는 내일도 뜨잖아요.”
당신이 한탄하며 던진 한 마디에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는 종려,
분명 무표정일 터인데. 어쩐지
당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띠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자네에게 어떤 문제라도 있는 건가?”
“내일을 위해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저는 늘 제자리인 것 같아요. 뭐랄까,
푸념일 뿐이지만서도, 발전적이지 못한
제 자신이 못나게 느껴진달까요.”
“음, 우선, 좋은 술은 다음에 하도록 하지.
자네와 몸이 건강할 때 기분 좋게 마시려고
아껴두었던 술이거든.”
“종려씨,”
“응?”
“좋은 술은 좋은 벗과 마실 때,
비로소 기분을 낫게하는 효과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ㅎㅎ”
당신의 말을 곱씹으며 이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던 그가
조금은 유쾌하지 못 한 표정을 짓는다.
“결국 자네는 음주를 택하고 싶다는 건가?
몸이 상하면 어쩌려고.”
잘 모르겠다며 헤헤- 웃는 당신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 먼 곳을 응시하다가,
다시 당신을 바라본다.
“좋지 못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만 원한다면...
좋아, 대신 약속해. 내일은 일 걱정 전혀 없이
푹 쉬는 하루를 보내겠다고.”
“...네?”
“내일은 왕생당의 일을
내게 전부 맡겨두라는 말일세.”
엑? 내 몫까지 해주시겠다는 건가?
애초에 도와주시긴 했지만 워낙 일이 많아
온전히 맡긴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아니, 선생님도 일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아시잖아요?
제 마음이 전혀 편치가 않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명쾌한 해답이지 않겠나?
때로는 몸도 마음도 휴식이 정말 중요해.”
“...알겠어요. 제 건강을 이렇게 생각해주시는데,
더 이상 거절도 어렵네요. 오늘은 이만 쉴게요.
당분간 술도 자제하고요.”
“현명한 선택이야. 푹 쉬고 내일은
천천히 업무를 시작하도록해.”
빙글, 당신의 답변에 만족스럽다는 듯
웃는 그가 퍽 어른스럽다고 생각했다.
어쩌지, 그에 대한 호감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이 분은 민폐덩어리 같은 나를
별로 좋아하시지만은 않을테니까.
“종려선생님,”
아닐 걸 알면서도
갈수록 그의 마음을 퍽 읽고 싶어진 당신은
“당신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꽤 큰 용기를 내어 저지르고 만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