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오타쿠가 세상을 구한다’ 中 모바일 게임 원신 성공 신화

중앙일보

입력 2022.11.22 13:30

원신(原神)

[사진 호요버스]

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원신은 오픈월드(높은 자유도를 기반으로 플레이의 제약이 거의 없는 게임) 어드벤처 게임으로, 2021년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 해에만 무려 18억 달러(한화 약 2조 6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출시한 지 2년이 지난 게임이지만, 원신은 날이 갈수록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이 있다면, 바로 원신이 서브컬처 게임이라는 점이다. 서브컬처 게임은 애니메이션 풍의 그래픽 및 캐릭터를 기반으로 수집, 육성, 스토리 등의 게임이 접목된 장르로, 그동안 게임 시장에서 비주류로 취급받았다. 그렇다면 원신은 어떻게 서브컬처 게임이면서 출시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원신의 성공 신화에는 ‘기술 오타쿠’가 있다

[사진 호요버스]

원신을 개발한 회사는 중국 상해에 본사를 둔 ‘미호요(米哈遊)’다. 원신의 성공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게임 개발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미호요의 슬로건은 ‘기술 오타쿠가 세상을 구한다(Tech Otakus Save the World)’다. 심지어 ‘오타쿠’들이 모여 설립한 게임회사로 유명하다.

미호요의 공동창업자 겸 CEO 차이하오위(蔡浩宇)는1987 년 중국 산둥(山東)성에서 태어났으며 무려 5살 때부터 컴퓨터 게임을 시작했다. 그의 부모님은 둘 다 고등학교에서 컴퓨터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컴퓨터 게임에 대한 아들의 열정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8살 때 그는 ‘전국 컴퓨터 동화 대회’에서 2등을 수상하는 등 컴퓨터 조작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미호요의 공동창업자 겸 CEO 차이하오위(蔡浩宇) [사진 바이두]

2005년, 차이하오위는 상하이교통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이때 ‘2차원 문화’를 접하게 되었고, 단숨에 매료됐다. 2차원 문화는 허구의 세계관을 다루는 ‘ACGN’ 콘텐츠를 말하며 ACGN은 각 Animation(애니메이션), Comic(만화), Game(게임), Novel(light novel, 경소설)의 약자다.

당시 차이하오위의 기숙사 룸메이트이자 현 미호요의 공동창업자인 류웨이(劉偉)와 뤄위하오(羅宇皓) 역시 2차원 문화에 열광했고, 세 사람은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의기투합했다.

2011년 대학원 졸업을 앞둔 차이하오위는 류웨이, 뤄위하오와 함께 상하이교통(上海交通)대학 캠퍼스 기숙사에 정식으로 미호요 오피스를 설립했다. 이때 차이하오위는 게임 개발을 맡았고, ‘내가 하고 싶은’ 2차원 게임을 만들기 위해 전념했다. 미호요는 이처럼 2차원 문화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서 시작했기 때문에 유저가 가장 원하는 게임을 구현할 수 있었다.

유연한 시스템에서 탄생한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서브컬처 게임은 캐릭터와 스토리가 강점이고, 그로 형성된 팬덤이 흥행의 성패를 좌우한다. 원신의 게임 스토리 역시 언제나 캐릭터 중심으로 진행된다. 차이하오위는 과거 인터뷰에서 캐릭터를 ‘원신의 세계 속에서 살아 숨 쉬고, 플레이어와 함께 모험을 해나가는 주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진 호요버스]

미호요는 게임 업계에서 전례 없던 캐릭터 개발 방식을 선보였다. 우선, 캐릭터 개발 단계에서 개발팀 외에도 사무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소속된 직원들도 아이디어가 있으면 언제든지 의견을 제시하도록 한다. 또 여러 팀이 함께 아트, 세팅, 게임 플레이, 이용자의 선호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작업한다. 유연한 업무 시스템 덕분에 미호요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나 아트 디렉터 없이도 성공적으로 원신의 캐릭터 디자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원신은 작년 7월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가 진행하는 시상식 GDC 어워드에서 ‘최고의 모바일 게임’에 선정됐다. 이때 해외 게임 전문 매체는 미호요가 채택한 캐릭터 디자인 방식이 직무적 사고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게임, 그 이상에 도전하다

[사진 호요버스]

미호요는 원신을 게임 그 이상으로 만들고자 한다. 꾸준한 업데이트로 게임 이용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게 하고, 캐릭터와 스토리를 활용한 여러 장르의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게임 밖으로 경계를 넓히고 있다. 이용자가 원신의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원신은 캐릭터와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캐릭터 시연 영상과 게임 스토리 단편을 다수 선보였다. 지난 9월에는 게임 출시 2주년을 기념해 원신의 애니메이션화 소식을 전했다. ‘귀멸의 칼날’, ‘페이트’ 등을 제작한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 유포터블(ufotable)과 협업해 장기 프로젝트를 개시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소식과 함께 3분가량의 애니메이션 콘셉트 PV가 공개되자 유저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17일 부산에선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2'에 전시된 원신 굿즈 [사진 차이나랩]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나의 IP를 운영하는 것이 미호요의 특징이다. 애니메이션, 오리지널 앨범, 온라인 콘서트, 굿즈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출시하면서 게임의 신선도와 생명력을 유지한다. 이때 양질의 콘텐츠를 선보여 IP에 강한 문화적 속성을 부여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원신은 이용자와 창작자가 함께 어우러지고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융합된 생태계를 만들어 냈다. 중국의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嗶哩嗶哩)에서는 원신 세계관에 몰입한 유저들로 인해 2차 창작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게임 업계의 흐름을 먼저 읽은 것도 원신의 성공에 한몫했다. 최근 몇 년간 양산형 MMORPG 게임(Massive Multi player Online Role Playing Game,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에 피로감을 느끼고 서브컬처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원신의 성공으로 RPG, 슈팅, 육성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한 게임이 등장하며 서브컬처 게임 이용자 저변이 더욱더 넓어지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서브컬처 게임인 원신이 대중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으며 주류 게임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미호요가 만드는 가상세계 ‘호요버스(HoYoverse)’

'지스타 2022'에 설치된 호요버스 부스 [사진 차이나랩]

올해 2월 15일, 미호요는 메타버스 브랜드인 '호요버스(HoYoverse)'를 출범시켰다. 호요버스는 ‘미호요’와 ‘메타버스’를 합친 이름으로, 콘텐츠를 중심으로 게임, 애니메이션 및 다양한 장르의 엔터테인먼트를 통합하여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높은 몰입감을 제공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미호요 역시 호요버스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내세우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호요버스는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또 하나의 전략적 포석이다. 현재 호요버스라는 명칭은 글로벌 지역에 한하며, 중국 내에서는 기존의 미호요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호요버스 싱가포르 본사 [사진 호요버스]

호요버스의 본사는 싱가포르에 설립됐다. 이는 몬트리올, 로스앤젤레스, 도쿄, 서울에 이은 다섯 번째 글로벌 오피스다. 싱가포르 오피스는 호요버스의 핵심 허브로서 타 오피스와 긴밀히 협력하고, 글로벌 퍼블리싱과 운영, 게임 개발을 위한 기술 지원을 담당한다.

호요버스는 IP가 왕성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보고 있다. 최종 목표 역시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IP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대중들에게는 게임회사로 알려졌지만, 창업할 때부터 회사 내부에서는 줄곧 IP 기업으로 방향을 잡아왔다.

앞서 언급한 유포터블과의 협업 역시 원신 IP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선택이다. 무려 2년이 지난 게임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애니메이션화를 결정한 것은 호요버스가 IP 확장에 얼마만큼 공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매력적인 IP를 기반으로 계속해서 세계관을 확장해나가는 호요버스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박고운 에디터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19573

서브컬처 게임은 애니메이션 풍의 그래픽 및 캐릭터를 기반으로 수집, 육성, 스토리 등의 게임이 접목된 장르로, 그동안 게임 시장에서 비주류로 취급받았다. 그렇다면 원신은 어떻게 서브컬처 게임이면서 출시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원신을 개발한 회사는 중국 상해에 본사를 둔 ‘미호요(米哈遊)’다. 원신의 성공으로 RPG, 슈팅, 육성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한 게임이 등장하며 서브컬처 게임 이용자 저변이 더욱더 넓어지고 있다.

www.joongang.co.kr

소감

" 원신, 새로운 게이밍 트렌드를 제시하다 "

'원신'을 처음 봤을 때 꽤 특이한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PC와 모바일의 크로스플랫폼을 지원하는 게임인 원신은 PC 오픈월드 어드벤처 게임같은 형식을 표방하고 있지만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뽑기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좀 낮설게 느껴졌으나,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매출을 일으키고 대흥행을 함으로써 세계의 게임 업계에 새로운 성공 공식을 제시한 성공작이 됐습니다.

매우 방대한 원신의 맵.

출처:https://juto.tistory.com/332

기사에서 제가 흥미롭게 읽은 내용은 '개발 부서가 아닌 직원도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언제든 낼 수 있다' 라는 부분이었습니다. 게임 회사의 특성상 다른 업계보다 개방적인 사내 문화를 가지긴 했지만, 비개발 직원들도 언제든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중국 회사라는 점에 있어서 꽤 의외였습니다. 그렇기에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이야기, 각종 디테일을 더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RPG 장르의 게임 진행에 있어서 캐릭터의 육성은 필수적인 요소이고, 원신같은 뽑기 시스템이 있는 보통의 모바일 게임들에서는 캐릭터 별 성능차를 두어 '좋은 캐릭터'를 뽑지 못하거나 현금 결제를 하지 않으면 진행이 어려워지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설계하곤 합니다.

하지만 원신에서는 캐릭터의 성능 차이가 있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캐릭터들로도 진행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합니다. 보통 서구권에서는 P2W(Pay To Win, 돈을 많이 쓴 사람이 이긴다는 뜻의 약어)요소에 한국 유저들보다 반감이 심한 편입니다. 한국에서는 각종 부분 유료화 온라인 게임, 모바일 게임을 즐기면서 결제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에 비교적 익숙해져 있지만 서구권의 주류는 게임을 처음 구매할 때 한 번만 결제하는 '패키지 게임'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상당량의 금액을 결제해야 하는 것과 실력 등이 아닌 돈에 의해서 강함의 격차가 나게 되는 것에 거부감이 유독 심합니다. 그래서 유저 간의 경쟁이 없고 결제를 하지 않아도 진행에 어려움이 없으며, 캐릭터의 매력으로 과금유도 요소를 설계한 원신이 세계적으로 통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도 이번 지스타 2022에 방문해서 미호요의 호요버스 부스를 직접 보고 왔습니다. 부스 주변과 박람회장 곳곳에서 원신의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을 만큼 원신의 인기는 대단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원신으로 글로벌 게임사로 발돋움한 '미호요'의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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