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자의 비애 / <매직 서바이벌 & 뱀파이어 서바이버 & 탕탕특공대>

<매직 서바이벌(Magic Survival)>

구글 플레이스토어 : [링크]

출시일 : 2019년 10월 31일

<뱀파이어 서바이버(Vampire Survivors)>

스팀 상점페이지 : [링크]

출시일 : 2021년 12월 17일 (스팀 얼리엑세스)

<탕탕특공대(Survivor.io)>

구글 플레이스토어 : [링크]

출시일 : 2022년 8월 9일

간략한 게임 소개

<매직 서바이벌>, <뱀파이어 서바이버>, <탕탕 특공대>는 모두 끝없이 몰려오는 적들에게서 살아남는 핵 앤 슬래시 / 로그라이트 게임입니다.

최근 유튜브 광고에 <탕탕 특공대>라는 모바일 게임 광고가 자주 뜨더군요. 딱 봐도 양산형 모바일 게임인 것을 의심치 않았기에 당연히 무시하려고 했습니다만, 놀랍게도 플레이 스토어 순위 상위권에 안착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아트 스타일부터 BM구조까지 제가 정말 싫어하는 모바일 게임의 전형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인기를 누리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비교를 위해 3가지 게임을 모두 플레이해봤습니다. 이 글은 심도깊은 분석이라기보단 각 게임의 차이점과 그 느낀점을 간단히 풀어내는 글입니다.

뱀서라이크와 그 원류

<뱀파이어 서바이버>

2022년 초,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스팀에서 '압도적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33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쏟아지는 물량을 압살하는 시원한 타격감을 가졌기에 금세 유행을 타게 되었고,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유저들은 이 게임과 비슷한 장르를 「뱀서라이크」라고 부르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이 게임이 크게 성공하자 늘 그렇듯 인기에 편승하려는 아류작들도 마구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이러한 스타일의 시초였던 것은 아닙니다. 이 게임 역시 기존의 <매직 서바이벌>이라는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미 매직 서바이벌을 해본 적이 있기에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아류작으로 치부하고 플레이하지 않았습니다만,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해보니 그건 꽤 편협한 생각이었죠.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매직 서바이벌의 플레이 스타일을 차용하긴 했지만 독자적인 발전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악마성 시리즈의 스프라이트 도용으로 인한 표절 논란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레이디 버그>와 <매직 서바이벌>

이렇듯 여러 게임을 접해본 게이머들이라면 이미 뱀서라이크의 원류가 매직 서바이벌이라고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게임의 특성을 찬찬히 뜯어보고 비슷한 게임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매직 서바이벌이 뱀서라이크의 시초라고 부르기엔 게임성이 너무 단순하고 익숙했습니다.

2010년도에 유행했던 게임 중 <레이디 버그>라는 캐주얼 게임이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쏟아지는 적들을 피해 최대한 오래 살아남으면서 각종 아이템을 획득해 적을 죽이고 점수를 내는 스코어 어택 게임입니다. 로그라이크의 인게임 성장요소가 없다는 걸 빼면, 뱀서라이크 게임과 상당히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고 있죠. 그렇다고 레이디 버그가 뱀서라이크의 원류라는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뱀서라이크는 「핵 앤 슬래시」, 「로그라이트」라는 기존 장르명으로 충분히 정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기존 「탑다운 슈터」로도 일축할 수 있습니다.

뱀서라이크의 특징인 "쏟아지는 적들의 물량과 그걸 압살하는 시원한 타격감"은 RPG 게임에서 성장 요소를 간소화하고 전투를 극단적으로 부각시킨 「핵 앤 슬래시」의 특징입니다. "랜덤하게 등장하는 아이템을 통한 성장과 사망 시 인게임 업그레이드가 초기화" 된다는 점은 「로그라이크」의 특징이죠. 물론 로그라이크라고 하기엔 많은 부분에서 간소화되어 있고, 게임 로비에서 영구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로그라이트'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하겠네요.

그래서 저는 뱀서라이크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것에 좀 놀랐습니다. 기존 장르명으로 명명되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새로운 장르명의 탄생을 부정할 의도는 없으며, 오히려 저 역시 자주 사용할 듯 싶습니다. 다만, 매직 서바이벌이 뱀서라이크의 원류라고 칭하기엔 그 게임성이 단순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매직 서바이벌>과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차이점

앞서 저는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매직 서바이벌의 플레이 스타일을 차용했지만 독자적 발전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즉, '표절작이 아니라 장르적 유사성을 가졌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두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경험치 획득 방법의 차이

2. 게임 플레이의 동기부여 차이

3. 스킬의 다양성 및 스킬 획득의 제한 여부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경험치 보석은 놓치는 게 많은 편이다

매직 서바이벌은 적을 죽일 때마다 경험치가 차오르지만,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적이 떨어뜨린 경험치 보석을 직접 다가가서 획득해야 합니다. 아주 사소한 차이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플레이 스타일은 꽤 다릅니다. 적을 죽이기만 해도 경험치가 오르는 매직 서바이벌은 초반 성장이 매우 빠르며 그만큼 적을 죽이기도 쉬워서 핵 앤 슬래시의 손맛을 빠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대신 적들의 웨이브가 몰려오는 시간대도 빨라 사방이 가로막혀 캐릭터를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반면,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적이 드롭하는 경험치 보석에 직접 다가가야 하기 때문에 초반 성장이 매우 더딥니다. 특히 적을 하나씩 죽이는 단일 타깃형 스킬이라면 더욱 그렇죠. 성장이 느린만큼 적을 잡기 어려워 초반에는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대신 그만큼 적의 숫자를 줄여 초반에는 포위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에 적을 한쪽으로 유인한 뒤 빠져나와 경험치 보석을 챙길 수 있습니다. 이렇듯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과정에서 적들에게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에, 움직임 유도는 리스크와 보상을 저울질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지도

결국, 경험치 획득 방법의 차이가 캐릭터 움직임의 차이를 만든 것입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달라진 캐릭터의 움직임을 조금 더 확장시킵니다. 바로 맵에 아이템과 해금 요소를 배치하여 캐릭터 조작의 동기를 공고히 한 것입니다. 게다가 필드에 배치된 아이템을 먹기 위해 한 쪽으로 달려가다보면 반대쪽에 떨어진 경험치 보석을 상당수 포기해야하는 등 전략적 고민을 통해 게임 경험을 좀 더 풍부하게 만듭니다. 꼭 필드 아이템이 아니더라도 수집욕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매직 서바이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마법과 장신구

핵 앤 슬래시의 재미에서 핵심을 맡고 있는 스킬 구성 역시 두 게임은 약간의 차이를 보입니다. 스킬 자체의 개성도 다르지만, 가장 큰 차이는 아이템 획득 제한의 여부입니다. 매직 서바이벌은 마법과 아티팩트의 획득에 제한이 없습니다. 공격 마법만 17개가 존재하기에 원한다면 모든 마법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마법을 최대 레벨까지 올릴 수는 없고, 합쳐서 129레벨까지만 마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출처] 반면,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특정 장신구를 제외하면 공격마법과 장신구 모두 6개까지만 획득이 가능합니다.

아이템 획득 제한은 곧 게임의 성장 제한을 의미하며, 그만큼 기본 플레이 타임에도 제한을 가하게 됩니다. 매직 서바이벌은 아주 높은 레벨까지 성장이 가능한 만큼 플레이 타임에 제한을 두지 않아 이론상 무한하게 플레이할 수 있지만,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무한정한 스펙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외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30분의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아이템 획득 제한이 없는 매직 서바이벌은 30분이 넘는 시간이 되어도 꾸준한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하나의 스테이지가 오래 지속된다는 뜻이기에 플레이어의 체력과 흥미가 따라줘야 합니다. 그래서 30분의 시간 제한이 있는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딱 적절한 부분에서 게임을 끊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재미있더라도 사람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고, 반복성이 많은 게임에서는 그 이상의 플레이 타임이 마냥 달가울 리 없기 때문입니다.

종합하자면, 「매직 서바이벌」은 단순한 게임성을 지녔지만 그만큼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게임의 진행이 빨라 핵 앤 슬래시의 시원한 타격감을 초반부터 느낄 수 있습니다. 정해진 플레이 타임이 없어서 꾸준한 성장의 재미를 느낌과 동시에 오래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그만큼 목표가 없어서 성취감을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초반의 성장 속도가 느려서 조금 묵직하게 느껴지지만, 어느 정도 성장을 이룬 후에는 마찬가지로 핵 앤 슬래시의 시원한 타격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플레이 타임의 30분 제한과 여러 해금 요소로 성취감을 확실히 뽑아낼 수 있으며, 이러한 목표로 인해 장기적 플레이 가능성은 더 뛰어납니다.

두 게임 모두 정말 재밌게 한 게임이고 일장일단이 있어서 가능하면 둘 다 플레이 해보시길 바랍니다.

선구자의 비애

두 게임의 출시일은 2년이나 차이 나지만 다운로드 수는 비슷하다. 심지어 후자는 출시된지 2개월 차.

뱀파이어 서바이버는 매직 서바이벌에 비해 독자적인 발전이 분명하지만, <탕탕 특공대>는 아무리 좋게 봐도 표절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앞서 말한 경험치 보석, 보물상자, 스킬구성 등 기본적인 연출과 게임 디자인이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그것을 그대로 따라했고, 거기에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여러 BM 구조만을 결합했을 뿐입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게임성이 단순하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은 수준입니다.

<매직 서바이벌>과 <탕탕특공대>의 상점 비교

뱀파이어 서바이버와 탕탕 특공대의 차이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차이점 대부분이 BM 구조에 몰려있다는 점입니다. 각종 장비 파츠를 만들어 랜덤박스로 판매하고, 월정액 카드에 더불어 시즌 패스와 비슷한 성장형 상품까지 존재합니다. 그리고 챕터가 뒤로 갈수록 이런 과금을 하지 않고서는 게임 클리어가 어려워져 불순한 의도가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게임사에서 이런 BM을 판매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디자인에 대한 자체적인 노력 없이 다른 게임의 디자인을 그대로 옮겨놓고 BM 구조는 더 악랄하게 만들어 출시하는 것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특히 IP나 스프라이트 등 그래픽 요소를 대놓고 도용한 게 아니라면 표절 여부를 정확히 짚어내기 어렵고, 게임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저연령층의 유저들은 이런 게임들이 표절 게임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원작 게임사의 신고로 서비스가 정지하더라도 그동안 많은 돈을 벌기 때문에 이러한 표절 게임은 끊이질 않는 실정입니다. 탕탕 특공대가 모바일 마켓에서 높은 매출 순위를 가졌다고 마냥 좋게 볼 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뱀서라이크로 불리는 <20 Minutes Till Dawn>과 <Brotato>

장르의 확산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유행에 이끌린 여러 개발자들이 더 새롭고 참신한 요소들을 첨가하며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켜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표절 게임들의 등장은 비록 용인할 순 없더라도 피할 수 없는 산통입니다. 하지만 제가 더욱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정작 후속 게임들에 밀려 장르를 개척한 시초작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굳이 뱀서라이크만을 지칭하는 건 아닙니다. 산업 전반에서 일어나는 일이죠.

거기에 탕탕 특공대와 같은 표절 작품이 원작이 독차지해야 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심사가 뒤틀릴 수밖에 없습니다. 뭐, 뱀서라이크의 원류를 하나로 꼬집을 수 없다는 건 앞서 말했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후속 작품이 유행을 선도하면서 영향을 받은 원작으로서 주목받는 일이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겠습니다. 좀 비관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도 독창적인 작품들이 앞으로도 많이 출시되고 부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치며

사실 핵심 게임 플레이 루프의 반복성이 주는 재미와 지루함에 대한 내용도 끄적였는데 전체적인 주제와 맞지 않는 것 같아 삭제했습니다. 뭐 또 이야기할 일이 있겠죠.

그리고 10월 14일에는 SCORN이 출시하는지라 매우 기대중입니다. 공포게임은 못하지만 이 게임이라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