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의 세계가 아름다운 이유.
(꾹.빔 프로젝터를 끈다)다들 잘 보셨을까? 아노, 우츠쿠시이, 세카이오(웃음).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온전히,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몸부림치며 보냈다. 한편으로는, 알고 있었던게, 사실, 내가 아는 일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사실상 이세계를 동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한창 이세계물이 흥행하고 있었으니, 결국엔 그런, '세대'라고 봐야할 것이다...이세계를 동경하는 인간은 삶이 고달파진다. 나는 사서 고통 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애니메이션도 보지 않게 되었고, 만화도 보지 않게 되었고, 길 가다 예쁜 사람이 있어도 그쪽을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대신 험한 인생을 산 사람들의 작품을 읽으며, 위안을 찾으려 한다. 미소녀물은 정신건강에 해로운 것이다. 잘 사는 사람들의 인스타와 유사하게 해롭다. 옛날 유럽에서는, 의사들이, 아가씨들에게 소설을 멀리하도록 하라는 처방을 내리기도 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되겠다.
미소녀물을 보고 있으면, 미소녀들은, 은연 중에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너, 미소녀가 아니구나?'
으허어억!... 스미마센! 스미마센!... 도오카 코로시테구다사이!...
여러분들 중에도, 혹시나 이세계를 동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마조히스트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을 혐오하는 짓은, 그만두길 바란다. 그건, 한마디로,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다. 그렇게, 열심히, 봉사 점수를 쌓는다고, 이세계행 트럭 기사가, '이 녀석, 모범생인걸?'하고 우리 동네로, 출장을 와주지는, 않는 것이다. 이건, 경험담이다. 헛수고, 하지마라.
아니, 어쩌면, 나는 중도포기자일 뿐이고, 실제로 이 길을 관철한 사람들은, 이미 다 이세계로 가버렸을지도 모른다. 천국에 있는 사람들은, 그곳 생활이 너무 즐거운 나머지, 굳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해올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옛날, 이야기처럼... 믿겠냐. 이 길을 관철하면 그 끝에는 이세계보다 먼저 수어사이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주제는, 블루 아카이브의 세계가 우츠쿠이시 리유.
첫 번째.
1.미소녀들만 산다.
자기자신이 누구인지에 온정신이 매몰된 세대이기도 하고, 요즘은 남녀불문하고 미소녀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의 미소녀를 말하는 건 아닌데, 사실 현실에는 미소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에 로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실은 소아성애자라면 만족할 수 있을지 몰라도 로리콘으로써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미소녀들만 사는 세계의 장점은, 역시 단순하다는 것이다... 미소녀의 특성 중 하나는, 역시, 멍청해도 된다는데, 아니, 오히려 멍청한 쪽이 미덕이라는데에 있고, 멍청한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는 세계라면, 역시, 다 같이 멍청하게 있는 쪽이, 괜히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보다는, 좋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직을 박탈당한 입장에 있다. 그런데 미소녀는 언제까지고 어린아이처럼 있어도 되는 것이다. 칙쇼!! 미소녀메!! 죽이겠다!... 길가다 마주치면 죽여버리겠다!!... 거짓말이다. 길가다 마주치면, 모토노 세카이에 돌아갈 때 나도 데려가달라고 할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성인이 되고 싶어서 안달이었던 것 같은 이미지인데, 요즘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어린아이직을 붙잡고 놓아주지를 못한다. 심리학 책에서 자주 나오는 것처럼 말하자면, 제대로 어린아이였던 적이 없어서인걸까? 이건 너무 어리광 같기도 하다. 조금 다른 원인을 생각해보자면, 우리는 어린아이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단지 아주 조금만 단순하게 살고 싶은 것뿐인지도 모른다. 그런 욕망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발작적으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띄는 건지도 모른다.
두 번째
쥬핫사이낫타 쇼넨~...
세카이와 안가이 심프루데
안가이~ 진세이 난테~ 와타시노나카쟈~
2.소꿉놀이의 향수
내가 쇼가쿠세이 닷타 코로, 유행했던 카게로우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감각을 느꼈던 걸로 기억한다. 카게로우 프로젝트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하자면, 제대로 기억은 안나는데, 카게로우 프로젝트는 보컬로이드 곡에서 시작해 큰 인기를 끈 세계관이다. 9명이 주인공으로, 대단한 건 아니지만 초능력 비슷한 것도 있는 아이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소설도 나왔고 애니메이션도 나왔다. 나는 애니메이션으로 알게 되었는데, 감상을 말하자면 무슨 자캐 커뮤처럼 캐릭터들이 삐걱거리는 것이었다. 짤막한 보컬로이드 곡에서 느껴지는 서사는 좋다. 그러나 스토리텔링 중심의 매체로 넘어가니 껍데기인 소재만 번들거렸을 뿐 내부가 비어있다는게 드러났다고 본다.
아무튼, 이야기로 돌아와서, 카게로우 프로젝트의 세계관의 작품을 보다보면, 사회나 일반적인 사회인은 모두 배경일뿐인 엑스트라로, 작품의 주인공인 '우리들'만이 컬러와 명확한 이목구비를 가진 존재라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건, 아주 그리운 감각이다. 정신분열기期를 맞이하기 이전의, 세계가 나와 밀접하게 닿아있다는 감각이다. 내심 '우리들만으로 해나갈 수 있어'라는 감각이 그립다. 요즘은 누구랑 있어도 '내가 이 새끼랑 뭘 하겠노?' 같은 기분만 든다. 살아가는데 있어 지반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반쯤 둥둥 떠다니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재밌는 건 이런 향수가 존재한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옛날에는 다른 감각을 느끼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감각만 되찾을 수 있다면, 나는 결혼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되찾아야 하는가? 로 넘어가면 또 다른 문제겠지만.
세 번째.
3. 복잡한 건 생각하지 않아도 돼.
PV를 보면 알겠지만, 아도비스에는 미소녀를 제외하면 길거리에 사람이 없다. 전철을 타도 마찬가지다. 한 량에 4명 정도로, 그것도 학생들만 앉아있다. 전철과 같은 사회 시스템은 대부분 로봇으로 돌아가는 듯 하다. 블루 아카이브의 세계는 조용하다. 미소녀들이 움직이는 동기는 단지 플레이어의 시선으로 충분하다.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대입하자면 플레이어의 시선은 외부의 인정이며, 때문에 흔들릴 일 없이 심플하다.
조금 진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말하자면, 블루 아카의 세계는 1.에서 말한 '단순함'과 2.에서의 '우리들끼리 어떻게든 될 것이다'라는 믿음이 존재하는 세계다. 그곳에서는 온갖 이야기를 가져와서 겁을 주는 사람도 없고, 또 그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앞서 말했듯 조용하다.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처럼 조용하다. 나는 현 시대가 지나치게 떠들썩하다고 느낀다. 지구의 오존층이며 일본의 원자력 방수며 출산률이며 러시아 문제며 그걸 꼭 우리가 전부 알아야 한다는 말인가? 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왜 그렇게 백방으로 알린단 말인가? 우리가 뭐 전세계 고민 해결사도 아니고 말이다. 알아야 한다고 해도, 좀 더 단순한 방식으로 알아도 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주 멀리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게 멀리서 일어나는 일을 활동사진까지 써가며 알려대니, 우리로써는 피부로 와닿는 방식으로 겁을 덥석먹게 되고, '아아, 코노 세카이, 다이 핀치. 도시요.'같은 별 의미도 없는 위기 의식을 갖게 되기 십상이다. 너무 피곤하다. 별 의미도 없는 정보들이 짱구 극장판의 자전거부대처럼 일상 속으로 쳐들어오는 이 생활은 사람들에게 비관적인 세계관을 품게끔 하고, 또 필요 이상으로 지치게 만든다. 블루 아카의 세계는 그런 것이 없다. 당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만 해결하면, '한 건 일단락이군!'하고 '이예이~'하는 소리를 내면 그걸로, 말그대로, 일단락되는 것이다. 현대인처럼, '오케이~ 일단락이야!'하면, '그래! 백만분의 일단락!~'같은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삶이란게 원래 이렇게 할 일이 많았나? 그럴 리가 없다.
아도비스까지는 바라지 않으니까, 단지, 조금이라도 단순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나면 맘 편히 쉴 수 있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와서 호들갑을 떨어대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에서. 중용은 미덕 중의 미덕이며, 아주 이성적이란 것은 단순한 미련함에 지나지 않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