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 최종장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성공의 주역을 파헤쳐보자. (주관적/스포일러)
먼저 이 글은 매우 주관적이고 내용성 자체가 스포일러인글이므로, 아직 스토리를 진행하지 않은 선생님들은 무조건 직접 스토리를 보고 오는 걸 추천해.
9월 9일 새벽, 드디어 한국 서버 프레나파테스가 격파되면서 최종장의 모든 스토리가 해금됐어! 나처럼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생님들은 최대한 일본 서버의 스포일러를 피해서 지금까지 꽤나 고생이 많았을 거야. 거두절미하고 최종장의 스토리는 이름에 걸맞게 역대급 최고라 칭찬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해.
옴니버스 비슷하게 진행되어 각자의 스토리가 서로에게 큰 영향이 없는 1-4장에 비해, 최종장은 지금까지의 공개된 스토리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어. 선생과 학생들과의 이해관계, 학생들과의 친밀함 등. 따라서 메인 스토리 1-4장을 어떤 애니메이션의 본편이라고 한다면, 최종장은 본편이 공개된 이후의 극장판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거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블루 아카이브 최종장은 아주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어! 대부분 커뮤니티나 플레이어들의 반응만 봐도 아주 뜨겁다고 볼 수 있어. 그렇다면 최종장이라는 커다란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막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뭐가 있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주역들을 한 번 소개해 보자고 해. 그럼 가볼까?
첫 번째 이유, 최종 보스 프레나파테스
(슬라이드) 선생님과 한때는 대립했던 학생들. 하지만 그들을 절대적으로 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요즘 게임 스토리는 악과 선을 분명하게 분리하지 않는 게 추세야.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도 역시 대세를 따라. 대부분 선(善)의 입장에 위치한 플레이어(선생님)는, 자신들의 소신을 가진 악(惡)을 적으로 삼아. 키보토스를 지키기 위해, 위험 요인인 아리스를 제거하려 했던 리오. 아츠코를 지키기 위해 트리니티를 침공했던 아리우스 분대. 자신들의 학교를 지키려 했던 SRT의 토끼 소대. 이들을 명백한 악이라고 규정하기엔,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복잡한 사정이 존재해. 따라서 분명 스토리상 우리(플레이어) 입장에서 적이지만, 가슴 한편에 그들을 동정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해.
(위 사진들) 최종장의 보스로 등장하는 쿠로코, 프라나 그리고 프레나파테스
이러한 스토리에서 중요한 건 뭘까? 바로 악당의 스토리 빌드업이라고 생각해. 나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 못지않게, 악당이 만들어진 배경을 보
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어. 왜냐하면 단순히 적을 처치하기 보다, 내가 어떤 상대와 대립하는지에 대해서 플레이어는 꽤나 중요하게 생각해. 얼마나 강하고, 복잡한 사정을 갖고, 악한 적을 처단했는지 알수록, 우리는 더욱 강한 쾌감, 연민,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돼.
하지만 최종장의 흑막인 프레나파테스는 그 모습을 보이기 전까지 베일에 싸인 존재라고 봐도 무방했어. 도대체 무슨 의도를 갖고 침공했는지, 얼마큼 강한 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아. 우리가 「프레나파테스」란 단어가 무슨 뜻인지 알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야.
(좌) 블루 아카이브 1주년 PV 中,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접어준 종이학
(우) 프레나파테스의 유해 주변, 학생들이 선물했던 종이학이 떨어져 있다.
마침내 작중 프레나파테스가 「거짓된 선생」이라는 뜻을 가졌다는 안 순간, 아……라고 탄식할 수밖에 없었어.
왜냐하면 최종장의 흑막은 다름 아닌, 바로 플레이어 '자신'이었으니까.
스토리 빌드업의 부재가 아니라, 제작사가 일부러 작정하고 정체를 숨긴 까닭이었어. 프레나파테스가 다른 세계선의 색채에 침식된 선생이라는 게 밝혀진 순간, 스토리의 전개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프레나파테스의 별다른 부가 설명 없이도, 나를 포함한 다른 선생님들도 충격을 먹은 채 스토리에 자연스레 집중했을 것 같아. 프레나파테스를 몰아붙힐수록 점차 각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세계의 시로코와 선생에게 있었던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전개돼. 하지만 결국 플레이어 손에 쓰러진 프레나파테스는, 마지막까지 선생님으로서 플레이어에게 쿠로코와 프라나를 부탁해. 그리고 그가 있었던 자리엔, 종이학─학생들이 선물해 줬던 종이학─이 고이 떨어져 있어. 이 모습을 보고 자연스레 눈물이 흐르더라. 프레나파테스는 색채에 침식됐어도, 결국 학생들의 선생님이었던 거야.
나는 위 같은 이유로 프레나파테스는 최종장이란 이름에 걸맞은 매력적인 보스라고 생각해. 프레나파테스, 보스 그 자체를 이번 최종장 스토리 흥행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어.
두 번째 이유, 배경 음악(BGM)
이 장면들만 보고도 자연스레 머릿속으로 재생되는 BGM들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매력적인 BGM들이야. 블루 아카이브는 브금 맛집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양하면서도 멈춰 있는 일러스트들이 움직여 보일 정도로 생동감을 주는 BGM들이 일품이야. 거기에 한 술 더 얹어서, 블루 아카이브 특유의 청량감이 느껴지는 건 화룡정점이라 표현할만해. 로딩 창부터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블루 아카이브 대표곡 Constant Moderato부터, 흥신소를 대표하는 Unwelcome School를 들을 때면 바보 같은 아루의 표정이 벌써 머릿속에 그려져. 그 밖에도, 한순간에 에덴 조약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Kyrie Eleison 등. 선생님들 각자의 가슴에 저마다 최애의 브금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해.
프레나파테스의 전투, 혹은 쿠로코 회상의 BGM. 선생님이 생각하는 최종장의 최고 BGM은 무엇인가요?
최종장에서도 쿠로코와 프레나파테스의 압도감을 잘 살린 Final Destination of Ark, Step of Terror와 선생님의 감정을 녹인 Responsibility 등 다
양한 브금으로, 선생님들을 한 층 스토리에 몰입해 주게 만들어줬던 장치였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중에서도 난, 최종장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Aoharu를 최종장 최고의 테마곡이라고 뽑고 싶어. 소년 만화에서 모든 시련을 헤치고, 갈등을 해소하고 나오는 노래에 청량함 한 스푼을 첨가한 Aoharu는 곡 멜로디 자체로도 매력적이야.
더 나아가, 나는 이 곡의 배치를 통한 연출이 더 큰 감동을 불러줬다고 생각해. 최종장 4장 7화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에피소드 선택 창으로 복귀했을 때, Aoharu 테마곡이 흘러나왔을 때의 짜릿함을 아직도 잊지 못해. 이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드디어 선생님들은 최종장의 부제인 ─ 그리고 모든
기적이 시작되는 곳의 에피소드를 볼 수 있어.
당연시했던 소중한 일상으로 마침내 복귀한 학생들과 선생님. 그리고 이때 울려 퍼지는 Aoharu.
사실 Aoharu는 최종장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곡은 아니야. 오히려 선생님들에게 익숙하다면 익숙할 수 있는 이 곡을, 식상할 수 있을 위기에서 최고의 테마곡으로 다시금 급부상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해. Aoharu는 편곡을 통한 몇 가지의 버전이 존재하는데, 이를 상황에 맞춰 적절히 사용했던 점. 그리고 큰 시련을 딛고 일상(청춘)으로 돌아왔을 때의 감동을 익숙한 Aoharu와 오버랩 시키며, 당연하지만 소중한 일상으로 복귀했음을 연출시킨 효과가 컸다고 생각해. 선생님들은 어떤 브금이 가장 좋았다고 생각해?
세 번째 이유, 뜬금 없는 개그 요소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장면들. 미카 롤케익 밈은 훗날 나기사의 스킬 연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블루 아카이브 스토리는 너무 무거운 분위기를 중간중간 개그 요소로 환기시키곤 해. 나는 이런 장치가, 학원 청춘을 그리는 게임에서 너무 무거운 분위기로 나아가는걸 억제시키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 사쿠라코의 예장을 보고선 질 수 없다며 수영복으로 옷을 갈아 입는 하나코. 오직 이부키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 탱크를 몰고 인법연구부를 도와줬던 마코토. 미카에게 롤케익을 쑤셔 넣는 나기사 등. 게임 스토리 도중에, 이런 뜬금 없는 개그로 무거운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풀어주는 역할을 해.
궁지에 몰린 상황. 프레나파테스는 어른의 카드를 품 속에서 꺼내든다.
최종장에서도 이런 부분들이 있었는데, 나는 일단 궁지에 몰린 프레나파테스가 어른의 카드를 사용해 쿠로코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장면을 꼽고 싶어. 실시간으로 청휘석이 줄어들며 쿠로코의 성작이 올라가는 연출. 마치 총력전에서 궁지에 몰려 급히 학생들에게 재화를 투자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그려져. 긴박한 분위기의 최종장 막바지, 드디어 프레나파테스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그가 쿠로코를 각성시키는 모습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고 생각해.
시로코에게 복면을 선물받은 쿠로코, 그녀 또한 은행 터는 걸 좋아한다고 말한다.
또 하나는 시로코의 소중한 아이템 중 하나인 복면을 쿠로코에게 선물하는 모습이야. 시로코의 말을 빌려 목도리만큼 소중한 물건인 복면은, 아비도스 학생들과의 추억이 깃든 둘도 없는 물건이야. 이제까지 밝은 모습을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쿠로코는, 시로코가 준 복면을 보며 처음으로 웃는 모습을 보여줘. 그녀는 웃으며, 그녀 또한 은행 터는 걸 좋아한다고 말해. 그리고 과거 총학생회의 비밀 금고를 털었다는 얘기를 덧붙이는데…… 이건 훗날 스토리의 복선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또한 후우카는 오늘도 미식연구부 때문에 고통받는 장면, 지상에 도착한 선생님이 반가운 마음에 알몸으로 학생들에게 달려갔다는 장면 등 최종장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개성 살린 재밌는 장면들이 보여지고 있어. 이런 요소들이 무드를 끊는다는 느낌 보다는, 적절히 환기시키는 정도로 사용되며 거슬리지 않고 스토리를 재밌게 볼 수 있는 요소들로 자리잡을 수 있던 것 같아.
이렇게 개인적으로 최종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나열해보니, 정말 세심히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최종장 시즌을 꽤 긴 기간으로 잡아서 유저들이 게임이 루즈해졌을 찰나, 게임에 다시금 관심을 가질만큼 성공적인 기획이었다고 생각해. 그래도 총력전은 미루지 말고 빨리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모든 선생님들이 즐겁게 블루 아카이브를 오래 즐겼으면 좋겠다. 그러면 다음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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