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모르는 발전, 두카티 파니갈레 V4 S 2022 (feat.월간 모터바이크)

두카티 파니갈레 V4 S

DUCATI PANIGALE V4 S 2022

두카티 파니갈레 V4 S

서킷을 달리면서 코너 안쪽의 연석이 이렇게 가깝게 느껴졌던 적이 있던가. 워낙 슈퍼바이크가 익숙하지 않아서 상체가 세우고 달렸는데 ‘이 정도면 바닥에 팔꿈치도 닿겠다.’ 싶은 생각에 상체를 숙이고 팔꿈치를 슬쩍 내밀었다. 그렇게 내 팔꿈치 슬라이더에 스크래치가 남았다.

두카티 파니갈레 V4 S

두카티의 파니갈레 V4는 2018년에 처음 등장해 슈퍼바이크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일반적인 슈퍼바이크와 달리 1,103cc V-트윈 4기통 엔진을 탑재해 214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고 차량 중량 195kg(V4S 기준)의 가벼운 무게로 타 모델을 압도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사이드 페어링에 윙렛을 달며 모토 GP머신에서 배양된 기술을 선보였고 윈드 스크린과 페어링 디자인을 개선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한, 수치상 최고출력은 증가하지 않았지만, 전자장비의 성능을 업데이트하여 출력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더 다루기 쉬운 머신으로 극찬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서 또 2년이 흘렀다. 새로운 V4 S는 더 아름답고 더 강력하며 더 다루기 쉽다.

두카티파니갈레 V4S 소개

두카티 파니갈레 V4의 실루엣은 처음 출시했을 당시 모델부터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특히 초기 모델이 아닌 전 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윙렛 디자인의 변화, 페어링의 레터링 컬러, 사이드 슬릿추가 등의 차이가 전부다. 하지만 그 변화로 인해 바이크 자체에서 묻어나오는 고급스러움과 강렬함은 한층 더 높아졌다. 지금까지 차체 페어링에 화이트를 사용했던 부분을 모두 블랙으로 바꾸며 레드의 존재감이 더욱 또렷해졌다.

두카티파니갈레 V4S 소개

두카티는 ‘완벽한 이탈리안 레드’를 선보이는 브랜드다. 시트는 전후를 블랙과 레드로 나눈 투톤 컬러로 적용해 라이더 시트 공간이 더 콤팩트하고 가벼운 느낌을 준다. 또한, 리어의 레드 컬러는 간결하고 날렵한 리어 페어링 디자인과 자연스레 녹아든다. 게다가 전방 블랙 부분은 알칸타라 느낌의 소재를 사용하고 레드 컬러 부분은 돌기가 있는 일반적인 시트피로 덮어 다양한 주행 포지션을 취했을 때 더 효과적으로 자세가 홀딩되도록 고려했다. 이어서 V4S에 적용된 삼지창 형태의 3스포크 마르케지니 단조 휠에도 레드 포인트를 넣은 디테일이 돋보인다.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한 투톤 컬러 시트

이전 모델 대비 1ℓ 커진 17ℓ 연료 탱크

변경된 윙렛은 이전 모델보다 간결한 디자인이며 성능은 이전과 동일하게 300km/h의 속도에서 37kg의 다운포스를 만든다. 윙렛이 양산형 모델에 처음 적용되기 시작했을 당시, 너도나도 더 크고 과감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새로운 V4S는 이젠 유치하다는 듯 시크한 느낌이다. 이어서 2세대 모델부터 적용되었던 사이드 페어링의 슬릿이 엔진 하단부에도 추가되어 공기의 흐름을 극대화하며 엔진과 퀵시프터 센서 냉각 효율을 높였다. 과거 슬릿이 없었던 파니갈레 V4S의 첫 번째 모델과 비교하면 훨씬 공격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카티파니갈레 V4S 소개

늘 그렇듯이 파니갈레에 앉아 핸들을 잡는 순간 양산형 바이크보다 레이스 머신의 냄새가 짙다. 전방으로 꽂히는 쐐기 형태의 디자인처럼 공격적인 자세가 취해진다. 시트고는 850mm로 꽤 높은 편이고 핸들 바는 시트보다 살짝 낮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수치상으로 연료 탱크가 1ℓ 커져 17ℓ가 되었는데 여전히 납작하고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된 만큼 차이를 느낄 순 없다. 바이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콤팩트한 차체에 꽉 맞게 조여진 포지션이 취해진다. 신장 178cm의 라이더 입장에서 바이크의 무게 중심 가운데 위치하여 약간의 움직임만으로 빠르게 조작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더 간결하고 깔끔한 윙렛. 300km/h의 속도에서 37kg의 다운포스를 생성한다

존재감과 시인성이 좋은 LED 면발광 타입 헤드라이트

스로틀은 4가지, 로우, 미디엄, 하이, 풀로 마련되어 있는데 LOW로 설정하면 파니갈레 V2 수준인 150마력으로 제한된 출력을 발휘한다. 바이크가 몸에 익을 때까지는 LOW로 설정하고 주행해도 답답함이 없다. 사실 건조중량이 174kg이라는 걸 고려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프런트에 무게를 꽤 실어주는 포지션인 만큼 가벼운 핸들링에 의한 움직임 즉각적이다. 새로운 파니갈레 V4S는 프런트와 리어 모드 올린즈 스마트 EC 2.0 서스펜션이 장착되었는데 특히 포크의 스트로크를 5mm 늘리고, 좌측의 압축을 담당하는 포크는 25mm 피스톤, 우측의 신장을 담당하는 포크는 30mm 피스톤을 적용해 공격적인 주행으로 인한 캐비테이션 증상을 억제했다.

전방에 330mm더블디스크와 브렘보 스틸레마 캘리퍼가 장착됐다

사이드 페어링 하단에 슬릿이 추가되어 엔진과 퀵시프터 센서 냉각 효과를 높였다

또한, 스트로크가 늘어난 만큼 포크의 스프링 강성을 10N/mm에서 9.5N/mm로 낮춰 더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이는 두카티가 SBK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세팅되었고 제동 시의 피드백과 도로 위의 범프 처리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모든 상황을 전자식 쇽과 스티어링 댐퍼가 합을 맞춰 최적의 댐핑을 제공하기 때문에 라이더는 그저 부담 없이 주행할 수 있다.

두카티파니갈레 V4S 소개

솔직히 바이크의 출력이 몸에 익을 때쯤 출력을 HIGH로 설정했다. 그 위에 FULL 모드가 있지만, 도로에서 이미 차고 넘칠 것이 당연하기에 스스로와 타협했다. 스로틀 반응은 물론이고 후반부의 출력 차이가 극명하다. 정말 많은 전자장비가 나를 지켜준다고 믿고 있지만, 그래도 스로틀을 과감하게 여는 게 쉽지 않다. 도심에서 초록불이 점등되는 것을 보고 출발했는데, 스로틀을 슬쩍 열어 보면 저 멀리 보이던 빨간불 아래로 순간이동하는 느낌이다.

핸들 왼쪽 스위치 뭉치로 각종 모드 설정 및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또한, 브레이크 레버는 검지 하나로 가볍게 당겨도 리어 휠이 살짝 떠오르며 휘청거린다. 물론, ABS를 2단계로 설정하면 그럴 일이 없지만, 최상의 제동력을 경험하기 위해 ABS는 1단계로 설정했다. 다른 일반 로드바이크를 타던 감각대로 조작하면 내 예상보다 자꾸 앞서서 제동을 마친다. 이런 과한 가속과 과한 감속이 재밌으면서도 피곤하다. 앞서 말했듯, 꽤 공격적인 포지션이라서 팔을 펴고 상체를 들면 손목이 아프고 하체로 바이크를 홀딩하고 상체에 힘을 빼면 다리가 다리가 금방 피곤해진다. 그래서 속도를 유지하는 크루징보다는 일정 이상의 가속 상태가 더 편안하다.

올린즈 전자식 스티어링 댐퍼가 기본 장착됐다

혹시나 길거리에서 파니갈레가 조금 빠르게 지나간다면 그 라이더가 꽤 힘들고 피곤한 상태일 수 있으니 이해해 줄 필요가 있겠다. 노면 온도가 꽤떨어져서 냉간 시에 피렐리 슈퍼코르사 타이어의 접지력이 부족하진 않을지 우려했는데 냉간 상태에서도 전자장비 덕분에 안정적이고 가감속 몇 번만으로도 열이 올라 이미 쫀득하게 아스팔트를 물고 달린다.

두카티파니갈레 V4S 소개

개인적으로 파니갈레 V4 S를 도로에서만 시승하고 이렇다 저렇다를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암 KIC로 향했다. 순정 상태 그대로 아무것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오직 타이어 공기압만 조절하고 서킷에 들어섰다. 참, 주행 모드는 레이스 A, 레이스B, 스포츠, 스트리트 총 4가지가 있는데 가장 공격적인 레이스 A 모드로 설정했다. 본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스로틀을 비틀며 주행하니 이전에 도로 시승에서 느꼈던 피곤함이 말끔하게 사라졌다. 오직 코너를 진입하기 전에 엉덩이를 빼고 어디서 제동할 것인지 그리고 어디서 스로틀을 전개하기 시작할 것인지 고민할 뿐이었다.

두카티파니갈레 V4S 소개

차량과 각종 장애물이 많은 도로에서는 각종 전자장비를 테스트할 수 없었는데 코너 진입과 동시에 리어 휠이 허공에 떠올라도 ABS가 개입하지 않는 것에 놀랐다. 유로 5를 대응하면서 ABS 전후 완전 오프가 불가능하지만 리어 ABS가 해제되는 ABS 1단계로 설정하면 프런트 ABS의 개입 시기도 완전히 늦춰진다. 개인 실력 안에서는 ABS가 오프된 것과 동일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이질감이 없었다. 바이크가 기울어질 때의 저항감이 적고 짧은 차체가 체감될 정도로 선회가 빠르게 일어난다. 새로운 V4 S는 과거 모델에 비해 스윙암 피봇점이 4mm 높아졌고 그 효과로 안티 스쿼트 효과가 상승해 더 빠른 핸들링을 제공한다. 그리고 코너를 탈출할 때의 반응성, 조작성도 우수하다.

올린즈 세미 액티브 전자식 서스펜션이 장착됐다.

엔진은 기존과 동일한 1,103cc 데스모세디치 스트라달레 엔진이지만, 더 커진 새로운 사일렌서와 새로운 오일펌프를 적용했고 13,000rpm에서의 최고출력이 1.5마력 증가해 215.5마력을 발휘하고 한계 rpm에서의 최고출력은 2마력 상승했다. 실제로 코너 탈출에서 영향을 미치는 건 6,000rpm부터 쏟아지는 100Nm 이상의 토크다. 게다가 9,500rpm에서 123.6N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세팅 덕분에 힘이 빠지는 느낌 없이 빠르게 가속된다. 게다가 미션의 기어비가 조정되어 1단 기어는 11.6%, 2단 기어는 5.6%가량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짧은 숏 코너를 진입할 때 걸리는 엔진 브레이크와 스로틀을 전개할 때의 출력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 또한, 마지막 6단 기어는 1.8% 증가했고 높아진 출력과 어우러져 최고 속도가 5km/h 상승했다.

두카티파니갈레 V4S 소개

전 세계 최정상의 레이스인 모토 GP에서도 런치 컨트롤, 트랙션 컨트롤을 사용한다. 일반인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뛰어난 반사 신경과 운동 능력을 가진 그들이 전자장비의 도움을 받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전자장비 성능은 이미 사람을 넘어섰다. 그리고 파니갈레 V4 S는 그 사실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모델이다. 기본적으로 코너링 ABS, 트랙션 컨트롤, 슬라이드 컨트롤, 윌리컨트롤, 파워 런치(런치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등이 있고 퀵시프터와 전자식 서스펜션까지 더하면 다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많다. 이 모든 기능은 라이더가 원하는 만큼 개입 정도를 설정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분들 위주로 테스트했다.

두카티파니갈레 V4S 소개

우선, 레이스 A 모드에 세부 설정값으로 들어가면 각각의 전자장비를 미세 조정이 가능하다. 주행하면서도 왼쪽 스위치 뭉치로 실시간으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최고출력만 FULL 모드로 변경했다. 눈치가 빠르다면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맞다. 가장 강력한 레이스 A 모드의 디폴트 값은 최고출력을 최고 단계로 설정되어 있지 않다. 그만큼 일반인 그 이상의 라이더까지 커버하겠다는 여유가 느껴진다. 서킷을 돌면서 스로틀을 열었을 때 더 강력해졌는지는 느끼기 어렵다. 이미 HIGH 모드에서도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 그걸 떠나서 먼저, 슬라이드 컨트롤을 테스트했다. 어느정도 속도가 빠른 코너를 탈출할 때 인위적으로 스로틀을 더 빠르게 과하게 전개했다. 바이크가 기울어진 만큼 리어 휠이 미끄러지는데 그와 동시에 폭발적으로 가속된다. 일반적으로 바이크가 미끄러져 자세가 불안정해지면 그때 개입해서 라이더를 지켜주는 느낌이라면 파니갈레 V4 S는 미끄러지는 것을 계산해서 오히려 선회 각도를 줄이고 탄력을 잃지않은 채 빠르게 가속되는 느낌이다. 말로만 듣던 슬라이드컨트롤을 체감한 순간이었다.

마르키즈니 알루미늄 단조 휠에 피렐리 슈퍼 코르사 타이어가 장착됐다

이어서 윌리 컨트롤을 테스트했다. 완전 해제부터 3단계까지 총 4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1단계에서는 라이더가 놀랄 만큼 높은 각도까지 프런트휠이 떠오른다. 신기한 건 스로틀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고 있으면 폭발적인 토크가 쏟아지는 구간에서 프런트 휠이 떠오르는데 급격하게 확 솟구친 다음 정확한 각도를 유지하고 가속된다. 솔직히 1단계는 조금 무서워서 내가 직접 스로틀을 되돌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어서 2단계를 설정하면 이전보다 더 낮은(안정적인) 각도까지 동일한 느낌으로 빠르게 올라와 고정된다. 다음 기어를 물리기 전에 바닥에 내려놓지만, 라이더가 윌리를 체험하기엔 충분한 수준이다. 또, 3단계로 설정하면 프런트 휠이 바닥에서 한 뼘 이상 떠오르지않고 가속된다. 스로틀 조작이 서툴더라도 마음 놓고 전개해도 좋을 만큼 전자장비의 반응과 정확성이 엄청나다.

두카티파니갈레 V4S 소개

슈퍼바이크, 더군다나 각종 레이스를 휩쓸고 엄청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레이스 머신을 만드는 두카티다. 이미 이 두 가지만으로도 ‘과연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싶은 부담이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한 파니갈레 V4S는 완전히 예상을 벗어났다. 오히려 더 다루기 쉽고 빠르다. 라이더가 서툰 조작을 할 여지를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만약, 조작이 어색하고 실수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라이더를 지켜준다. 그리고 아주 절묘하고 세밀하게 개입하기 때문에 라이더가 쉽게 인지할 수 없다. 그저, ‘예상보다 쉬운 걸?’이라는 생각과 함께 스스로 잘 다룬다는 만족감을 준다. 결과적으로 이게 차이다. 아주 강력하지만 많은 라이더가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서포트 할 수 있는 능력. 이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테스트 라이더까지 모두가 완벽한 팀이 되어야 만들어 낼 수 있는 걸작이다.

두카티파니갈레 V4S 소개

DUCATI PANIGALE V4 S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