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케다] Mini Delphinium 01

* 케이아x다이루크 기반 소설입니다.

* 동성애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은 뒤로가기를 추천드립니다.

* 다이루크가 케이아의 누나로 나옵니다.=다이루크ts

* 캐붕, 날조가 가득합니다.

Written BY. 햐티치아

"... 케이아!"

아스라이 들리는 익숙한 듯 앳된 목소리와 귀를 간질이는 웃음소리에 케이아 알베리히는 눈을 떴다.

"다이루크?"

태양처럼 붉은 머리카락이 보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푸른 하늘과 구름 조각 끝에 걸린 진짜 태양에 케이아는 반사적으로 다시 눈을 감았다. 곧 다시 눈을 뜨며 몸을 세운 케이아는 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왜냐하면 케이아는 방금까지 명예 기사의 부탁으로 함께 비경에서 마물들과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마지막 기억은 심연 메이지의 '란, 란, 루~' 였고.

"요즘 기묘한 마법을 부린다던데 이것도 그 일환인가."

그나저나 눈에 익은 언덕이다 싶었는데, 멀리 다운 와이너리와 저택을 향해가는 두 인영이 보였다. 본능에 가까운 직감으로 충분히 짐작이 갔지만, 손으로 차양을 만들어 둘의 정체를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한 명은 저와 같이 비경에 들어갔던 제 옛 의형, 다이루크 라겐펜더였고, 다른 하나는 놀랍게도 케이아 알베리히 바로 자신이었다.

“?”

그럼 난 누구지, 싶은 의심에 차림새와 검에 비친 모습을 확인해 봤지만 틀림없는 자신 역시 케이아 알베리히였다. 허리춤의 신의 눈까지 확인한 케이아는 둘의 차림새를 비롯하여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자신은 심연 메이지의 기묘한 마법으로 인하여 과거로 떨어진 것이었다. 모든 것이 틀어지기 전, 기병 대장 다이루크가 있는 과거로.

"아니면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라면 좋겠네."

지금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몬드성으로 들어가면 알 수 있을 테니, 케이아는 이미 사라진 붉은 머리카락의 잔상을 좇다가 몸을 돌려 성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지켜줘야지. 내 태양!"

***

물론 케이아는 그대로 몬드성으로 들어가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똑같이 생긴 주제에 더 어린 케이아가 멀쩡히 돌아다니는데 괜한 혼란을 야기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몬드성 근처 츄츄족 무리 하나를 털고 거기서 거적 하나를 습득했다. 성에서 새로 구입할 생각으로 대충 세탁해 걸쳤다.

정보를 얻는 것도 좋지만 너무 눈에 띄게 굴어서 기사단과 마주치는 일은 피해야 했다. 하지만 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져서 왕래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적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자기 위로를 하며 월담을 했다. 곧장 깊은 모자가 달린 망토를 구매한 뒤 인적이 드문 골목에서 갈아입고 츄츄족에게 얻은 거적은 잘게 찢어 마침 불어온 바람에 날려버렸다.

“다이루크였으면 그냥 태워버렸을 텐데.”

천사의 몫은 사람들이 꽤 붐볐고 여행자인 척 가장 잘 나가는 걸로 달라 주문한 케이아는 구석의 그늘에 몸을 숨겼다. 당연하겠지만 나온 오후의 죽음을 마시며,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다양한 신변잡기, 마물 근황, 유명인에 대한 이야기 등등 눈치 보지 않고 흐르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케이아는 지금이 어느 시기인지를 특정해 낼 수가 있었다. 제 기억이 정확하다면 지금은 3월 30일.

그날로부터 딱 한 달 전이었다.

**

간단한 야영 장비와 갈아입을 옷을 장만한 케이아는 몬드성과 와이너리 사이에 위치한 숲에 야영지를 꾸린 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생각했다. 그 계획에서 가장 큰 문제는 마룡 우르사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타닥타닥 불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불타오르는 모닥불을 보며, 케이아는 생각을 정리했다.

그날 마룡 우르사가 죽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이후 우인단 집행관 「박사」가 그를 없애며 몬드에 빚을 지웠으니. 그리고 신의 눈이 없던 다이루크는 「박사」를 이기지 못했다. 신의 눈이 있던 미성년 시절엔 우르사 보다도 약했던 것은 맞고. 그럼 지금의 나는 어느 정도인가.

어느새 케이아의 머릿속에는 페보니우스 기사 단복을 입은 다이루크와 지금 시점으로부터 3년 뒤 다이루크가 차례로 떠오르더니 집행관과 마룡은 사라지고 다이루크들만 남았다. 심지어 유년기의 다이루크도 저를 부르며 끼어들어왔다.

"다이루크……."

‘기사단… 일하는 효율이 너무 떨어지는군.’

언젠가 다이루크에게 들은 말이 떠오르며, 복잡하던 머릿속이 정리가 되었다. 간단하게 생각하자. 다이루크 식으로. 강해지면 된다. 최소 라겐펜더의 두 사람을 도망칠 수 있게 할 수 있을 정도, 최대는 마룡 우르사의 토벌.

그 이후로 케이아는 대부분의 시간을 훈련에 썼다. 페보니우스 기사단에 속해 있는 자기 자신보다 더 많이 훈련을 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혼자 하는 훈련에 몸보다 마음이 더 지치는 순간이 오면 몰래 다이루크를 보러 갔다. 외부 훈련이나 토벌 나왔을 때를 노려 멀리서 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 버텨낼 수 있었다.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지키고자 했던 밝은 미소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그날도 결국 참지 못하고 다이루크를 몰래 살피러 갔던 날 중 하나였다. 기묘한 위화감에 평소보다 더 오래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리를 쉽게 뜰 수 없었다. 다이루크의 인간관계가 제가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물론 가장 친하고 늘 붙어 있는 것은 케이아였지만. 지금처럼 여기사로 보이는 대원이 다이루크의 팔을 친근하게 끌어안고 자리를 뜨면 자신은 멍청하게 쳐다보기만 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친절한 다이루크지만, 벽이 확실히 존재했고 그 벽은 이성에게 더욱 엄격했다. 제 손과 어깨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세워지는 벽이었다. 그래서 저에게는 더 무른 부분 또한 존재했고 그걸 이용한 적도 몇 번 있었다. 미모가 미모이니 여자들 사이에 있어도 위화감이 없겠지만, 저런 식으로 허물없이 지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갑자기 다이루크가 장갑을 벗어서 맨손을 보이니 주변에서 그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다이루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빠득, 이가 갈리는 게 느껴졌지만 케이아는 턱에 들어간 힘을 빼는 대신 아직도 멍청히 서있는 자신을 향했다.

‘저런 건 빨리빨리 말려야지!’

라는 의미의 눈빛을 보냈지만, 전해질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냥 모른 체하고 있으리라 생각한 것과 달리 사무장인 케이아의 눈에는 명백하게 질투라는 감정이 떠올라 있었다. 비록 다이루크의 감지를 피하느라 멀리 있었지만, 자신이라서 알 수 있는 감정이었다. 두 케이아의 염원이 닿은 것인지 다이루크가 혼자 있는 케이아를 불렀다.

케이아는 능숙하게 감정을 숨기고 다이루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다이루크의 어깨에서 손을 올렸을 때, 멀리서 그를 지켜보던 케이아는 그 위화감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이루크가 저렇게 키가 작았나?’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한 것이 이상할 정도로 다이루크와 케이아의 키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너무 다이루크만 신경 쓰느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이루크의 손을 만지고 쓰다듬던 무리 중에서는 다이루크가 조금 튀어나온 정도로 컸지만, 케이아는 그런 다이루크보다 눈에 띄게 컸다. 심지어 주변에서 다가오지 못하는 다른 기사들도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차이가 보였다. 상대적으로 연하인 것을 감안해도 당시에도 그렇게 작은 키가 아니었을 텐데 지금의 다이루크는 작았다.

"다이루크가 여자였어."

입으로 툭 내뱉은 말에 깨달은 듯 급하게 입을 막았지만, 이미 뱉은 말이며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임시 거처로 돌아가는 동안 머리에서는 이 시간의, 아니 이 세계의 다이루크가 여자라는 증거들이 나열되었다. 다이루크가 여자라는 것을 인정했을 때는, 그가 여자라서 실망하지는 않았다. 성별이 무엇이든 심지어 인간이 아니더라도 다이루크는 다이루크였으니. 하지만, 저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을 다이루크의 의동생이 너무 부러웠다.

남은 훈련을 이어하다가 다칠 뻔하고, 결국 일찍 자자고 생각했지만, 꿈에 여자인 다이루크가 나와서는 눈만 뗐다 하면 체형이 바뀌는 바람에 잠도 설치게 되었다.

"하, 지랄도 이 정도면 대풍년이지."

어쩐지 까칠한 다이루크가 보고 싶은 밤이었다.

**

"누나 어딜 봐?"

이야기하다가 순간 먼 곳을 바라보는 다이루크에게 케이아가 쓰다듬을 받으며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 주며 물었다.

"응? 아무것도 아니야. 뭐가 없어진 것 같아서."

"뭐가 있었어? 설마 마물?"

다이루크가 바라본 방향을 봤지만 그곳엔 나무들로 인해 생긴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물이면 내가 말 안 하겠니?"

"그렇지만……."

"대장. 시간 됐습니다."

"좋아, 집합!"

비밀이 생긴 누나에게 삐진 티를 내는 동생의 머리를 헝클어트린 다이루크는 언제 언니들에게 예쁨 받았냐는 듯 기병 대장의 모습이 되었다.

케이아 혹은 다이루크가 과거, 성인식 사건 전으로 돌아가서 상대방을 구원? 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정확히는 중간에 ["이번에는 지켜줘야지"]라는 대사를 쓰고 싶었을 뿐.

솔직히 커플링 의미가 없을 정도로 스킨십이라거나 그런 게 없(을 예정이) 지만 굳이 케다인 이유는 제가 다이루크른이 좋아서요.(끄덕)

이하 읽지 않아도 좋은 TMI입니다.

기사단 시절의 다이루크는 천재 소리 들으면서 시기 질투 많이 받았겠지만, 왠지 기병대 내에서는 평가가 좋아질 것 같아요. 놀아도 중간 이상 하는데 훈련 제일 열심히 하고 예쁘고 성격도 바르고 예쁘고. 남다이루크는 남자는 남자대로 케이아가 견제(?), 여자는 본인이 경계해서 사람이 없었을 것 같아요. 평가랑 별개로요. 여다이루크는 남자는 본인 철벽에 케이아 견제(?)가 더해져서 전혀 틈이 없는 철옹성이 완성. 대신 여자들에겐 개구멍이 있는 그런 철옹성... 옛날 만화인 아즈망가대왕의 미하마 치요(윤나라) 정도의 포지션이라 생각하고 썼습니다.

원래는 다이루크 최애인 만큼 다이루크로 할까 했는데 문제는 지금의 다이루크는 허공에 대고 다짐하는 말 안 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과거로 간 건 케이아로 결정! 솔직히 쓰게 되면 뭘 써야 하나 싶긴 했는데 의외로 케이아가 주인공이 되니 뭔가 잘 써져서 잘한 게 아닌가 합니다. 그래도 [내 태양] 대신 원래는 [마이 선샤인] 같은 거 쓰려 했는데, 참... 별로네요. 누가 말해도 별로야... 차라리 [내 사랑]이 나았을지도.

중간에 신장 언급이 있는데 얼추 사무장 케이아 180, 여다이루크 171, 다른 여기사들 150후반~160 초반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무장 케이아는 더 자라서 183 정도 까지 자랄 예정입니다. 여다이루크는 늦었어... 이제 더 안 자랄 거야... 대검 쓰게되면 가슴 근육은 발달할지도?솔직히 신장에 대해서 감이 안 와서 거의 숫자놀음 수준입니다. 인겜에서 애들 키 정확히 주면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