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이모탈 - 마무리

디아블로 이모탈 삭제했습니다.

앞선 포스트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캐릭터의 수치를 올리고, 더 나은 아이템을 찾는 본능을 참지 못하거든요.

하지만 문득 깨어난 새벽잠에 충동 반 결심 반으로 삭제했습니다.

시간낭비 같았거든요.

제가 모바일 게임을 삭제하는 이유는 다들 비슷합니다.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분량이 많더라도 끝이 있는 게임은 끝을 봅니다.

100판이 끝인 고전 수파플렉스도 그랬고,

폴아웃3와 뉴베가스도 수백시간을 들여 더이상 아무 상호작용도 없을때까지 돌아다녔죠.

하지만 디아블로는 끝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뭐 진짜 없었겠죠.

온라인 게임을 해본 적은 없지만, 꾸준히 새 캐릭과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면서,

계속해서 퀘스트 로그를 늘리고,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구닥다리로 만들겠죠.

사실 현질도, 등수놀이도 관심없는 제겐 큰 문제는 아닐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본능만 따라가는 게임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시간낭비라고 여겨지는 순간,

그냥 지웠습니다.

작년 즈음 하다가 멈춘 발더스 게이트2만 해도 언젠가 해야하는데 싶습니다.

그 판타지 세상의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궁금하거든요.

하지만 디아블로 이모탈의 세상은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저 퀘스트 마커를 따라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 뒤져보는 것 외엔 아무것도 없는 듯합니다.

오늘 아침 나오면서 디아블로4와 스타필드의 플레이영상을 보았습니다.

디아블로는 이모탈과 달리 3편의 그래픽 스타일에서 탈피하여

훨씬 디테일하고, 음울하고, 신선한 효과들이 가득차있고, 적들의 공격도 새로워보였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바뀐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들의 밈이 된 디아블로의 지루함. 그저 휘두르고 줍는 게임에서 탈피할 해법이 있는 것인가?

없어보였습니다. 그래픽과 스킬시스템이 바뀌고, 캐릭터가 바뀐다해도,

시키는 쪽으로 가면서 적을 잡고 아이템을 줍는 틀은 바뀌지 않았으니,

눈과 귀가 적응을 마치는 대로 이내 지루해질수도 있을 듯하거든요.

심지어 블리자드 측의 코멘트조차 악마를 잡는 액션과 파밍을 기대하랍니다.

새로운 게 없어보입니다.

워크레프트 1 > 2 > 3로 가며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혁신점은 없는 걸까요?

그래도 싱글플레이의 완벽함이니 이모탈과는 다르겠지 싶은데,

mmorpg라고 하니 또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반면에 베데스다의 신작 스타필드의 동영상은....

더 새롭지 않았습니다. 폴아웃4에 비해 그래픽은 훨씬 정교하고 환상적이었지만,

그저 더 높은 옵션에서 돌리는 우주 폴아웃 같았죠.

제가 우주 소재를 아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설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마음이 변함니다.

폴아웃4에서 마을을 건설하듯이 우주선을 제작합니다.

나만의 형태와 구조, 무기, 설비 등. 물론 제약이 있고 귀찮을 수도 있지만.. 약간은 멋진 일이죠

그런데 그렇게 건조한 우주선으로 우주공간에서 우주전투를 하는 것은

그동안의 베데스다 게임에서는 없던 것입니다.

물론 다른 많은 게임들에선 존재했지만, 적어도 전 오래전 디센트와 홈월드 외에는 해본적 없습니다.

실제로도 즐거운 경험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폴아웃과 스카이림에서 탈피한 것 같습니다.

근데 한가지 더 있네요. 게임에 등장하는 행성은 도시도 있지만 어디에나 내려서 탐험할 수 있답니다.

그런 행성이 1000개쯤 있다네요.

마찬가지로 어떤 꼼수가 있을지, 어떤 제약이 있고, 어쩌면 한심한 밀도와 퀄리티일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기존작 대비 거대한 스케일로의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면 다른 게임플레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사이버펑크처럼, 아니 폴아웃76처럼 미완성작일수도 있지만, 적어도 기대할만한 부분은 존재합니다.

몇 번이나 이야기했다시피, 어차피 현질과 경쟁에 관심없는 저는

디아블로 이모탈이 재미있었습니다.

가만히 있노라면 어서 아이패드를 집어들고 싶은 욕구가 들 정도였죠.

하지만 게임플레이의 의미를 찾을 수 없게되니 지웠습니다.

당장 아이템 하나를 줍는 즐거움은 있을지 몰라도,

게임을 하나 클리어했다는 성취감은 없는 게임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