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여행자

* written by. 낙낙

* 모바일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캐릭터 해석이 매우 주관적입니다. 이 점 유의해 주세요.

* (-) 대신 여행자가 나옵니다. 이 점 유의해 주세요.

여행자, 너와 대화하고 싶었어.

벤티, 소

1. 벤티 [바람의 신] : "마침 잘 왔어, 여행자. 네 소원이 뭔지 물어보고 싶어."

"여행자~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간다고? 바람이 시작되는 곳은 마냥 다정하지만은 않아."

"...벤티가 바람을 일으켜서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고?"

"하하-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

바람은 마냥 다정하지 않다. 그리고 바람의 신도 마냥 각설이인 것은 아니다. 바람은 한없이 다정하지 않지만 끝없이 자유롭기에 이것의 신은 그도 자유롭게 방황하며 나를 찾아내었다. 필연이 아닌 우연으로 우리가 마주한 게 몇 번일까. 별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며 거대한 나무 아래에 뉘었던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남아있는 피로를 떨쳐내기 위해 기지개를 피자 장난기 가득한 바람의 신은 옆구리를 찌르며 개구지게 웃어 보였다. 뜬금없고 재빠른 장난에 당황하는 것도 나고 결국 인상을 쓰는 것도 나였다. '이런 장난은 하지 말라고 했잖아.' 가볍게 질책하면 '아아~ 이리도 자유로운 도시에서 무언가를 금지하는 건 좋지 않아, 여행자!' 억지를 부린다. 이어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그냥 보여서 왔다고 하는 것도 무언의 약속이었다.

사실 벤티가 왔다는 것쯤은 진즉 알고 있었다. 가끔 몰아치는 거대한 바람이 멈추면 은은한 민들레 냄새가 일렁거린다. 이어서 따라오는 세실리아 꽃 냄새. 그리고 가끔 나는 달콤한 사과주의 향까지. 그를 닮은 향이 나를 스치고 나면 바람을 닮아 서늘한 손끝으로 내 머리카락을 매만지는 것이 느껴진다. 꽤 오랫동안, 상냥하게, 천천히. 그렇게 한참을 만지다 수정 나비가 모여들기 시작하면 그는 바람을 일으켜 나를 깨운다. 내가 눈을 뜨면 보이는 건 거꾸로 된 그의 얼굴, 씩 웃는 입꼬리, 뒤이어 들리는 풍차 국화가 돌아가는 소리. 바람 신의 사랑을 받는다는 건 가끔은 모르는 척해야 하는 그런 것이 되었다.

"곧 있으면 리월로 간다면서?"

"응. 이곳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으니까."

"너는 바람 같은 아이야."

"... 그래? 벤티가 보기에도 내가 머물 곳 하나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거 같아?"

대화가 멈췄다. 아니, 정확히는 끊겼다. 그는 드물게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드물게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바람은 자유롭지만 쉴 수 없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애타게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이곳저곳을 들쑤신다. 바람의 신이 신을 내려놓고도 바람의 흐름을 타며 끝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주정뱅이 같아 보여도 신은 신이다. 처음 만났을 때 내게 건넸던 의미심장한 말도 가끔 보여주는 신의 면모도 변덕 심한 바람 같았다. 그렇기에 내 말의 의미를 잘 알겠지. 그는 내 말에 한참을 대답하지 않다가 잔잔하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게 머무를 곳이 이곳이 아니라는 게 조금은 슬프지만 말이야,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이곳으로 돌아와도 돼. 그땐 내가 언제나 그렇듯 사과주스를 준비해 둘 테니 너무 상념 하지는 마."

"... 벤티는 술 마실 거면서."

"그야~ 나는 신이니까! 하하하!"

'오랜만에 리월 술 좀 마셔볼까?' 여전히 장난스러운 말을 뒤로한 바람의 신의 진심은 나만이 아는 것이겠지. 어느새인가 쥐어진 세실리아 꽃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꽃, 그리고 쉽게 찾을 수 없는 꽃. 그걸 내게 준 이유까지 모른척해야만 하는 여행자인 나는 평소와 같이 웃으며 길을 나섰다. 리월로 넘어가서도 바람에는 여전히 민들레의 향이 남아 있었다.

2. 소 [호법야차] : "널 지키는 호법이 되어줄게."

"소, 있어?"

"무슨 일이지."

망서 객잔 꼭대기에 올라 이름을 부르면 바로 나타나 내게 다가오는 그는 이곳 '적화주'를 지키는 호법 야차, 선인 소이다. 바위의 신이자 계약의 신인 모락스와 이곳을 지키는 계약을 아직까지도 이행하고 있는 유일한 선인이기도 했다. 계약의 신이 신의 자리에서 내려와 인간으로 살아가는 지금 그는 여전히 계약을 이행하며 업장을 고통을 견디고 있다. 그의 허리춤에 달린 가면이 달칵- 거리며 존재를 알려 덕분에 상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 날 불러냈으면 용건을 말해.' 지낸 시간에 비해 차가운 말일지 몰라도 난 그가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걱정하는 게 서툴러 다른 말이 튀어나온다는 걸 알기에 고개를 저으며 '미안, 소. 행인 두부를 만들어 왔는데 먹을래?' 자연스럽게 화제를 바꾼다. 소녀의 모습을 한 선인은 살아온 세월로 축전된 본능으로 내가 화제를 돌리는 것을 알아차렸을 터인데도 자연스럽게 그릇을 받아들고는 음식을 한 입 먹는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달칵거리는 가면이 오늘따라 거슬렸다. 저 가면을 쓰고 화박연을 든 모습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봤던 날, 나는 그날 업장의 고통을 처음 봤다. 가면을 쓰고 검고 푸른 아우라를 내뿜으며 그의 주군께서 하사한 창으로 추추족과 심연 메이지를 상대하는 그는 과연 선인이었다. 그러나 가면이 사라지면 업장의 고통이 시작된다. '크윽...' 인상까지 찡그리며 괴로워하길래 서둘러 다가갔건만 '오지 마!' 호통이 떨어졌다. '인간은 견딜 수 없어. 너까지 물들어 버리면 난...' 그때 그가 어떤 식으로 나를 생각하고 걱정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업장의 고통이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을 동반한다는 것까지.

"너... 백출한테 내 고통을 줄여줄 약물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어? ... 마음은 고맙게 받지. 하지만 평범한 인간들의 약물은 선인에게 전혀 듣지 않아."

일부러 생각해서 백출씨에게 부탁한 노력이 무색하게 그는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질책했다. 사실 질책까지는 아니었지만 심보가 약간 꼬인 내가 그렇게 받아들였다. '필요 없음 다시 줘. 페이몬에게 주면 돼.' 심통 부리면 '... 그 조그마한 생명체는 별 걸 다 먹는군. 됐어, 아예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아니야.' 아무렇지 않게 약을 챙긴다. 언젠가 그의 주군인 종려 선생님으로부터 '그는 너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야, 여행자.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을 테지.' 어깨를 토닥이며 전해 들었던 말. 그래도 처음부터 받아줘도 되잖아. 조금은 심통이 난 나였다. 그 후로는 산꼭대기에 핀 청심을 그에게 전해주었다. 많게는 리월에 있을 때마다, 적게는 몇 주에 한 번. 그럴 때마다 그는 조용히 그것을 받아 챙겼다.

"또 다른 생각을 하는군. 처리해야 할 일이 남은 건가? 그럴 땐 나를 부르라고 했잖아. 선인을 뭘로 보는 거지? 설마 업장을 걱정하는 건가? 어리석은 생각인 건 잘 알고 있을 테지. 이건 네가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으응, 그런 거 아니야. 그냥 페이몬이 잘 있나 걱정되어서."

"날아다니는 작은 녀석이 걱정되는 거면 가봐도 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접시는 어느샌가 텅 비어있었다. 입맛에 맞아 다행인 것도 잠시 떠나려는 그를 붙잡았다. '미안해, 소. 오래 기다렸을 텐데 딴 생각 해서 정말 미안.' 사과하자 그는 드물게 멈칫하더니 '... 기다리지 않았어. 그저 우연일 뿐이야.' 고개를 돌리며 답한다. 아, 부끄러운 거다. 그의 행동에 말없이 조용히 웃어 보이자 그는 인상을 찡그리더니 내려놓았던 창을 들고 망서 객잔을 떠날 채비를 했다. 마물은 쉬지 않으니까 떠나는 것이겠지. 그를 묶어두고 있는 계약은 사실 그 스스로의 속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서 객잔 지붕에서 아래로 내려갈 준비를 하던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마주하고 입을 열었다.

"살육은 내 특기지. 네가 못하겠다면 날 불러."

"응. 밤에는 위험하니까 밖에는 돌아다니지 않을게."

"... 그래."

끝까지 속마음을 내비치지 못하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한 약속을 하며 마지막까지 배웅했다. 나는 그가 간 곳을 멍하니 바라보다 선계 주전자를 꺼내 저택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발밑에는 어느샌가 별소라가 놓여 있었다. 오늘도 내게 자신만의 선물을 남기고 돌아간 그였던 것이다. 서둘러 떠난 이유가 이거였구나 생각하며 선계로 돌아갔다. 과연 그는 별소라를 통해 무엇을 들었을까 생각하며 잠에 들었다.

제가 1년 정도 빠진 게임 캐릭터들이 너무 매력적이라 글로 가지고 왔습니다. 이미지는 게임 이미지입니다. 아주 멋지지요? 하하핫 그럼 잠시 자랑 좀 하겠습니다.

제 깜찍이들을 소개합니다. 제가 미친 듯이 좋아하는 남자 둘이죠. 사실 이 둘 말고도 많은데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보세요, 저거 말고도 많아요. 청혼이죠? 청혼 맞죠? 전 벌써 손자의 손자 이름까지 다 생각했습니다. 하하하하하 가끔 깜찍이들이 보고 싶을 때 원신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