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고 대전하러 현실에서 모였어, 가상을 넘어 이웃 주민으로

포켓몬고는 나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서울에서 거주하는 동안 내 인맥의 기반이기도 했고,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는 계기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덕분에 다양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속해 있는 가장 큰 단체에서 정모를 하게 되어 그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무려 80명 가까이 모이는 것이라, 나도 모르게 설레게 되더라고. 아무래도 이만한 인원이 같은 목적으로 모이기는 쉽지 않았으니까 말이지. 더군다나 새로운 사람을 사귈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시간을 빼서 참석해 봤다.

누가 누군지 몰라도 괜찮아, 우리는 모두 친구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현재 모임에 아는 사람이 3명 정도 밖에 안된다. 즉 72명은 완전 처음 보는 것. 그래도 겁나지는 않았다. 주제가에도 나오잖아.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 맞아!"라는 구절을 믿고 있으니까. 그냥 걸어갔다.

모두 허락 받고 올린다.

그래도 막상 들어가니까 어색하긴 하더라. 아무도 모르니까 쭈뼜쭈뼜 대면서 아무 자리에 앉았다. 몇몇은 알고 있어서 그런가 웃으며 인사하고 그러던데 부러웠다. 그러다가 인원이 좀 모이니까, 자리가 좁혀지면서 나도 옆에 앉은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다행히 집 근방에 사는 사람이더라고. 다행이다 싶었다.

오픈 채팅방에서는 대강 누군지 알았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어색하긴 했다. 그래도 그런 시간도 잠시. 고기를 굽기 시작하면서 그런 분위기는 한층 가라앉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아무래도 같은 주제로 모여서 그런가, 친해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난 그렇게 믿고 있다. 상대방 생각을 내가 관심법으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어쨌든 이야기하면서, 메인이벤트인 대회를 기다렸는데 아쉽게도 그날은 시간이 너무 지체돼서 대회가 취소되고 말았다. CP 10으로만 경기하는 거라 기대했었는데, 살짝 아쉽긴 했다. 빨리 누르는 건 자신 있는데.

각종 상품과 색다른 퀴즈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어

그래도 준비한 운영진들이 다음 코너를 바로 준비해 줬다. 바로 퀴즈. 생각보다 깊은 이해도가 없으면 맞추기 힘든 문제더라고. 미리 예습을 해갔다면 맞출 수 있는 문제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그리 만만한 난이도는 아니었다. 예를 들면 이 오픈채팅이 생성된 연도와 날짜는 이러는데, 조사를 안 하면 맞출 수가 없잖아.

어쨌든 첫 번째 상품의 주인공은 내 앞자리에 앉은 이웃 주민분이었다.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탐나더라고. 열심히 듣고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도감의 부분적인 설명과, 유래를 가지고 몬스터를 맞추는 문제에서는 아 나름 전문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하는 좌절감까지 들었다.

물론 재밌었다. 현실에서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많은 분들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주어지는 상품도 다양했다. 포고플에, 각종 퍼즐과 인형까지 다양했는데, 어떻게든 받아 가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하나도 못 얻었다.

실루엣으로 포켓몬을 맞추는 퀴즈가 있었는데, 이게 완전 억지여서 말이다. 분명 외형은 우르인데, 정답을 보면 욕실에서 샤워하고 있는 고라파덕 이런 문제가 대부분이니까. 물론 그냥 맞추라는 건 아니다. 힌트가 주어지는데, 정말 생각을 많이 해야 하더라고. 덕분에 오랜만에 웃을 수 있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경기, 슈퍼리그가 이렇게 재밌었어?

CP 10 대회가 무산됐지만,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에이스급의 명경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8강부터 시작이었는데, 퀄리티가 장난 아니었다. 내가 하던 포켓몬고 대전은 그냥 소꿉놀이였구나 싶을 정도로. 어찌나 보호막과 기술을 절묘하게 쓰던지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사용되는 몬스터가 겹칠 때에는 모두가 탄성을 내질렀는데, 야부엉끼리 영혼의 싸움을 할 때는 박수가 저절로 나왔다. 내가 아는 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강력함을 뽐냈기 때문. 그 외에도 누오, 랜턴, 알로라 고지, 테오키스 디펜스 폼까지 다채로운 전투가 많아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모두 CP 1500 슈퍼리그에서 일어나는 대회라, 약하게 보이겠지만 절대 아니다. 하이퍼와 마스터리그 보다 더 많은 준비와 심리전이 요구된다. 국제 세계대회도 보통 이 부분에서 열리는 거니까 말이다. 오랜만에 숨 막히는 결투를 봐서 그런지 너무 즐거웠다.

7시부터 새벽까지 진행됐지만, 나는 지하철이 끊길까 봐 앞에 앉은 주민과 같이 길을 나섰다. 다음에도 꼭 참석해야겠다 굳은 다짐을 하며 말이지. 포켓몬고 대전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건 처음 보는 거라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다. 준비해 주신 서울대 입구 방 운영진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