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스토리]원신|하얀 공주와 여섯 난쟁이
1권
아주 아주 오래전, 저 멀리 밤의 왕국은 나이트 마더의 통치를 받았다.
밤의 왕국은 죽음처럼 적막한 땅이다.
이곳은 한 줄기 빛도 없으며 나무 한 그루도 없었다.
어둠 속에 숨어있는 추악한 생물 외에 밤의 왕국엔 그 어떤 생명체의 흔적도 존재하지 않았다.
나이트 마더는 모든 죄악의 근원이었고, 그 더러운 죄악은 밤의 왕국을 뒤덮었다.
냉혹한 나이트 마더는 입이 없고 심장도 없지만 언제나 두 눈을 크게 뜨고 수시로 밤의 왕국을 감시하며 예고없이 잔혹한 벌을 내렸다.
그녀가 유일하게 견딜 수 없는 것은 먹구름을 뚫고 새어 나오는 달빛이었다.
밖에서 겹겹이 쌓인 어둠의 벽을 뚫고 들어오는 빛이었기 때문이다.
달빛 숲은 나이트 마더의 통치에서 벗어난 유일한 나라였다.
사람들은 이곳에서만 밝게 빛나는 달을 볼 수 있었다.
달빛은 생명에게 은총을 내렸다.
달빛 숲 왕국의 모든 사람은 피부가 희고 밝은 머리칼에 연한 푸른빛 눈동자를 지녔으며 외모가 아름다웠다.
태양과 격리되어 오랫동안 햇빛을 못보기도 했고, 달빛의 은충으로 숲 가장자리의 컴컴하고 추악한 생물체와는 달랐다.
2권
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눈처럼 하얀 아름다운 공주였다.
달빛어럼 그녀는 숲에서 가장 깨끗한 피부와 순결한 눈동자, 투명한 마음을 지녔다.
모든 신하와 백성은 그녀를 진심으로 따랐고, 그녀는 「하얀 공주」라고 불렸다.
하얀공주는 백성들을 따뜻하게 다스렸다. 그녀는 백성들에게 있어서 뭐가 가장 좋은지 너무 잘 알았다.
달빛 숲 주민은 그녀의 보호로 나이트 마더의 무시무시한 처벌을 받지 않았고, 땅거미 속의 독에 해를 당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하얀 공주도 고민이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영원한 달빛의 빛을 투과하는 자그마한 구멍같았다.
달빛에 다른 세상의 환영이 비치는 듯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공주도 때때로 궁전 앞 오래된 석판에 앉아 반짝거리는 이끼를 쓰다듬으며 달빛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곤 했다.
「내 백성들을 이끌고 저 너머로 갈 수 있는 날이 올까?」
공주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물론이죠」
갑자기, 대답이 들려왔다.
공주가 고개를 들어보니 젊은 왕자가 있었다.
3권
「전 빛의 왕국의 왕자입니다. 세계의 저편에서 왔죠.」
왕자는 놀란 공주에게 말했다.
왕자의 몸에서 기이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달빛 왕국의 창백한 백성들에게 이런 에너지는 처음이었다.
왕자가 달빛 숲에서 천천히 걷자 생명이 소생하고 풀과 나무의 싹이 자라며 공주와 백성들도 더욱 건강해졌다.
그는 언젠가 공주를 암흑에서 해방시키고, 그녀를 데리고 어둠없는 나라로 데리고 가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왕자가 그런 말을 하진 않았지만, 몇 년의 명상을 통해 공주는 일찍부터 이런 날을 예감했다.
공주는 물었다:
「달의 반대편에는 어떤 세상이 있나요?」
왕자는 이미 그녀를 위해 빛의 왕국에 대한 이야기를 수없이 들려줬다.
하지만 이 질문을 들은 순간 그는 공주가 직접 가보겠다고 경심한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백성들을 구하겠다고 맹세하고, 공주와 왕자는 빛의 왕국으로 가기 위해 방의 왕국의 깜깜한 숲으로 들어갔다.
4권
검은 화염이 타오르는 늪을 건너고, 독버섯이 자라는 동굴을 지나, 왕자와 공주는 난쟁이 나라에 도착했다.
「달빛 숲의 공주님, 제 다섯 형제들을 구해주세요. 공주님이 은혜를 베풀어주시면 평생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기형의 난쟁이가 고목에서 뛰쳐나와 공주에게 애원했다.
착한 공주는 난쟁이의 처지를 가엾이 여겨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들은 어두운 산골짜기에 올라 바위와 험한 봉우리 사이에서 눈먼 난쟁이를 구출했다.
「아이고, 제가 어리석었네요. 멋진 풍경을 볼 욕심에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오다니」
눈먼 난쟁이가 공중에게 감사 인사를 올려싿.
그들은 질척한 습지에 깊숙이 들어가 진흙탕에서 멍청한 난쟁이를 구출했다.
「헤헤」
바보 난쟁이는 웃으며 고주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그들은 나이트메어의 서식지인 동굴에 들어가 종유석 위에서 겁많은 난쟁이를 구출했다.
「소...솔직히 저,전 나이트 마더의 수하들과 싸우려고 온거예오!」
겁보 난쟁이는 이렇게 해명했다.
그들은 황량한 벌판에 가서 모래 바람 속에서 꼽추 난쟁이를 구출했다.
「저 그저 화원을 보고 싶어서 왔다가 길을 잃었어요」
난쟁이는 쪼글쪼글한 손바닥을 비비며 공주를 향해 웃었다.
그들은 어둠의 소굴에 잠입해 식인 독버섯 속에서 걱정이 없는 난쟁이를 구출했다.
「전 걱정을 덜려고 하다가 여기에 갇혀버렸어요」
난쟁이는 한탄했다.
이렇게 공주와 왕자는 난쟁이의 다섯 형제를 구출했다. 착한 공주가 여섯 난쟁이에게 말했다:
「여러분도 내 백성이 되었으니, 나와 함께 빛의 왕국에 가요. 태양 왕자의 고향에서는 장님도 빛을 찾고 바보도 지혜가 생기며, 겁보도 용기가 생기고 타락한 자도 회복된다는데... 공주로서 백성들에게 해아할 일이죠」
난쟁이들은 몹시 기뻐하며 공주와 왕자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들은 공주와 왕자의 길동무가 되어 여정 내내 잠시도 곁을 떠나지 않았다.
5권
여섯 난쟁이는 겉으로는 공주와 왕자에게 충성하며 새로운 주인과 늘 함께했다.
그러나 그들은 밤의 왕궁의 저질 피조물이라 부패한 원소가 온몸에 가득했다.
빛의 왕국으로 가는 여정은 멀고 험했다.
이런 역경에 사악한 기운이 난쟁이들의 마음을 좀먹기 시작했다.
사악한 마음은 겁보에게서부터 시작되어 음모가 퍼져나갔다.
여섯 난쟁이는 함계 악한 음모를 꾸미게 되었다.
장님 난쟁이는 허연 눈을 번뜩이며 탐욕스럽게 빛의 기운을 느꼈다.
「허망한 약속을 믿느니 차라리 왕자를 영원히 잡아두자. 왜 손만 뻗으면 닿는 빛과 미래를 두고봐? 훔치면 되잖아」
바보 난쟁이는 부스럼 가득한 이마를 만지며 게걸스럽게 공기 속 빛의 기운을 빨아들였다.
「헤헤, 내, 내 생각엔 왕자를 납치하면... 똑똑해지고 눈이 떠질테니 그게 가장 현명한 방,방법이야!」
겁보 난쟁이는 작은 주먹을 휘두르며 눈을 부릅뜨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 목숨 한 번 구해준 거 가지고 건방지게 우릴 하인처럼 부리다니, 놈과 결판을 내야겠어!」
곱추 난쟁이가 가소롭다는 듯 쭈글쭈글한 두눈을 가늘게 뜨자,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우리는 어둠에 너무 오래 웅크려있느라 판단이 어둡다. 새로운 생명이야말로 우리가 계속 살 수 있는 희망인 걸 왜 모르는 거야? 내 생각엔... 왕자의 시신을 거름으로 만들어서 뿌리면 내 화원에 새로운 생명이 꽃필지도 몰라」
걱정 없는 난쟁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탄식했다:
「빨리 이런 추악한 일은 끝내는게 좋아... 저들이 나타나 우리의 사악한 마음을 충동질했잖아. 그래서 내가 걱정이 생기고 한탄하는거 아니겠어?」
자리에 있던 난쟁이 중 한 명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사악한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주인의 은혜를 배반하는 죄악이 심장을 옥죄고 목구멍을 막아, 짧은 말한 마디도 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욕심이 양심을 엎서는 바람에 이 난쟁이도 형제들의 음모에 동의했다---그는 왕자의 물주머니에 환각의 마약을 탔다.
6권
이때 공주는 자신과 애인이 운명의 손아귀에 놀아나게 될 것을 모르고 단잠에 빠져있었다.
난쟁이들은 어둠속에서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공주가 잠에 빠져있는 틈에 왕자는 마법 물약에 정신을 잃었다.
여섯 난쟁이는 자신들의 사악한 계획을 펼쳤다.
깊은 잠을 빠진 공주는 왕자가 어떤 비참한 지경에 처했는지 전혀 몰랐다.
그녀는 애인의 몸이 오색 노을로 변해 비단처럼 흩어지는 꿈을 꿨다.
달콤한 햇빛이 마침내 두꺼운 구름을 뚫고 생명체 위에 쏟아졌다.
그녀는 노을이 푸른 호수에 떨어져 호숫물이 달콤해진 꿈을 꿨다.
깜깜한 언덕이 오색으로 덧입혀지고 파괴된 성벽은 사탕처럼 변했다.
그러나 공주가 빛의 왕자의 이름을 부르면 돌아오는 것은 의문의 메아리뿐이었다.
가련한 공주는 왕자가 더 이상 자신의 부름에 답할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별도 꿈도 없는 한밤중에 번개가 치며 천둥이 울렸다.
여섯 난쟁이는 원하는 바를 이루고 곧장 솥을 걸어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이끼와 독버섯을 넣고 탕을 끓였다.
그러나 이들이 기뻐하고 있을 때 왕자의 파괴된 영혼은 마지막 힘을 내어 여섯 난쟁이에게 저주를 걸었다.
이때부터 이들은 고통에 시달리며 여생을 보냈고 다시는 빛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여섯 난쟁이 중 하나가 저주가 무서웠는지 아니면 공주에 대한 충심 때문인지, 형제들이 기뻐서 술을 마시는 틈에 더러운 식탁보로 왕자의 시신을 감싸 빠져나왔다.
그는 암흑의 숲으로 돌아가 공주를 찾고, 왕자를 되돌릴 방법을 알아내려고 했다.
7권
그 난쟁이는 왕자의 시신을 음습한 숲에 넣고 사악한 형제들에게서 멀리 떠났다.
난쟁이는 어두운 마수의 길을 따라 걸으며 순수한 샘을 찾고 있었다.
거기에서 궁주는 깊이 잠들어있었다.
그러나 난쟁이들은 악독한 나이트마더가 공주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어느새 나이트 마더는 난쟁이의 뒤를 쫓고 잇었다.
사냥감을 쫓는 야생 고양이처럼 침착한 그림자가 달빛과 연약한 별빛을 덮었다.
난쟁이가 도착했을 때 공주는 이미 없었다.
올빼미의 날가로운 비병과 함께 나이트 마더가 썩은 샘물에서 몸을 일으켰다.
「가소로운 피조물, 네 주인을 차즈러 왔느냐?」
나이트 마더는 흉측하게 우승며 심연의 기운을 발산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넌 절망 밖에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멍청한 공주는 이미 족쇄에 묶여 있다. 난 달빛 왕국을 그녀가 보는 앞에서 처참히 무너뜨리고, 그녀의 백성들에게 저주를 낼리 거야. 그들은 이제 죽은 것도 산것도 아닌 상태가 되어 영혼도 달빛도 없이 살게 될 것이다」
나이트마더의 목소리가 빗방울처럼 허물어진 묘지 벽에 쏟아졌다.
「가여운 난쟁이, 네 주인이 이걸 보면 어떤 얼굴을 할지 봐야 하는데」
난쟁이는 가위에 눌려 심장이 옭죄는 것 처럼 공포에 질렸다.
나이트 마더는 하찮다는 그녀의 피조물을 내버려 두고 갔다.
하지만 잔인한 악의에서인지 일말의 연민 때문인지, 그녀는 이 추한 난쟁이에게 한 가닥 희망을 남겼다.
「수천 년 후 내 적이 강림할 것이다.
그는 손에 여명을 알리는 검을 쥐고 눈부신 빛을 뿜는 갑옷을 입고 있을 것이다.
그는 내 나라를 파괴하고 무덤을 부셔 왕자의 시신을 꺼낸 후 공주를 밤의 영원한 고통에서 구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넌 나에게 맞설 수 있겠지.
예언에서 말한 대재앙을 제외하고 난 밤의 왕국에서 일어나는 도전이 두렵지 않다.
주인을 독살한 네놈은 그에 맞는 벌을 받게 될 것이다」
말을 마치자 나이트 마더 인형은 녹아내리더니 진흙과 독충이 되어 늪 속으로 흩어졌다.
슬픔과 회한에 휩싸인 난쟁이는 넉이 나간 듯했다.
그는 시신을 나무 구멍에 넣어 숨기고, 홀로 어둠속으로 들어가 유배의 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