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74. 대한민국 '블루 아카이브'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블루 아카이브 1.5주년 페스티벌'

반갑습니다, TheCitizen 입니다.

지난 토요일 킨텍스에서 어느 게임의 특별한 축제 현장이 펼쳐졌습니다. 4월 20일 약 7천장의 입장권이 1분도 채 되지 않아 매진 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해당 행사는 '블루 아카이브 1.5주년 페스티벌'로, 국내 출시 된 지 약 18개월을 기념하는 행사가 그것 업니다. 현장에는 7천여 명 가까이 되는 인파가 몰려 말 그대로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예매에 성공해서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2차 창작자들 위한 부스부터 메인 스테이지, 미니 게임, 푸드트럭까지?

생각보다 행사장 구성은 매우 알았다.

블루 아카이브는 현재 넥슨코리아(넥슨) 등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북미, 유럽 등에서의 서비스를, 그리고 요스타를 통해 일본에서 서비스 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넥슨은 오프라인 행사 경험이 매우 많은 몇 안 되는 퍼블리셔 중 하나입니다. 라이브 서비스를 오래 진행하며 쌓인 경험으로 인해 각 타이틀에 맞는 이벤트 콘텐츠를 구성하는 건 어렵지 않은 곳입니다.

행사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임 내 마스코트 '페로로'를 비롯한 '모모 프렌즈' 들이 설치 된 광장을 마주 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블루 아카이브'는 커피 전문 프렌차이즈 '달콤커피'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진행 중인 만큼, 달콤커피도 참가하였다

그리고 양 옆으로는 왼쪽에는 '코스프레'를 한 참가자들을 위한 물품 보관소 및 탈의 시설, 오른쪽에는 허기진 방문객들을 위한 푸드트럭이 마련되어 사람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며 쉴 수 있게 마련 해 놓았습니다.

안쪽으로 조금씩 들어오게 되면 '게헨나',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아비도스', '트리니티 종합 학원' 등 각 학교의 특징에 맞춰 설치 된 2차 창작 부스를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의 학생들에 맞춰 창작물을 가져온 2차 창작들을 마주할 수 있는데, 과도한 인원이 몰려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발생하고자 입구에 마련 된 키오스크를 통해 순번에 맞춰 입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안 쪽에는 밴드의 연주 및 다양한 현장 이벤트를 참가할 수 있는 '메인스테이지'와 현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공식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샬레 팝업 스토어', '미니게임' 구역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미니게임' 구역에선, 리듬게임을 비롯, 순발력, 사격 등의 체험을 할 수 있으며, 미니게임을 참가한 방문객들은 추첨을 통해 다양한 경품과 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

현장을 뜨겁게 달궈 준 방문객과 2차 창작자들.

앞서 말한 코스프레와 2차 창작자들 덕분에 '블루 아카이브 1.5주년 페스티벌'은 뜨거운 분위기를 쉬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게임 속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학생들의 모습을 비롯해, 잠깐씩 등장하는 NPC와 보스들의 분장까지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사람을 찍는 기술이 많이 부족한 탓에 한 분 한 분 직접 붙잡고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던 것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현장에는 정말 게임의 디테일을 잘 구현한 코스프레 방문객들이 너무나도 많았었는데, 부디 이 분들을 한 자리서 볼 수 있는 날이 다시 한 번 마련되길 빌어봅니다.

2차 창작자들의 열기는 '페스티벌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야 말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느 학교를 콕 집어서 말할 수 없을 만큼, 각 학교 창작 부스를 입장하는 대기열만으로도 족히 수 시간은 걸릴 정도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일부 창작자의 경우 일본 등 해외에서 인기 있는 작가가 협업하며, 전원이 다 입장하기도 전에 물품이 매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었습니다. 저 역시 매우 사고 싶었던 분의 굿즈를 살 수 없어 지금도 안타깝습니다.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사람 사람 사람

흘러만 가는 시간이 야속했다.

2차 창작 부스도, 공식 팝업 스토어도, 미니게임도 전부 다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심지어 어느 창작 부스는 이미 마감 소식이 들려왔음에도, 부스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한가득이었습니다.

미니게임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준비 된 세 가지의 미니게임 중 하나만 해도 경품을 받을 수 있었지만, 기다리는 사람은 줄어 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도중에 나가자니, 뒤를 돌아보면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뒤에 이어서 줄을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 이후 '이벤트 경품 전량 소진' 공지가 있었기 때문

넥슨에서 마련한 콘텐츠를 다 즐기고 싶어도 방문객 입장에선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했습니다. 결국 2차 창작 부스를 포기한 끝에 미니게임을 즐기고, 샬레 팝업 스토어에 들어가는 것만 가까스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오전 이벤트 또한 제대로 즐길 수 없었습니다. 예매한 번호 순에 따라 입장한 탓에 낮 12시 가까이 되어서야 행사장에 진입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빈틈 없이 완벽한 행사는 아니었다

아쉬움은 존재한다.

앞서 말한 야속함을 다시 정리해 보면, 이번 행사의 '아쉬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행사장의 구성이 많이 아쉬웠었습니다.

원래 이번 행사는 킨텍스 제 2 전시장에 위치한 전시구역에서 진행 될 예정이었습니다. 만약 그랬더라면 이번 다수의 인파를 수용하지 못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매우 강했을 것입니다. 킨텍스는 1 전시장과 2 전시장 사이의 이동과 편의 시설 차이 등이 큰 만큼 인원 통제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를 나중에라도 확인하고 1 전시장에 위치한 전시구역에 진행 된 것은 적절한 조치였습니다.

그럼에도 전시장 내부는 방문객이 오래 머무르기에는 좋은 환경이 아니었습니다. 실내에 방문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은 입구에 마련 된 광장을 제외하곤 찾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거진 6시간 이상 걸어서 돌아 다닐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방문객들의 대다수는 안쪽에 위치한 메인 스테이지 앞 바닥에 널 보러 앉아서, 혹은 벽을 등지고 쪼그려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기 위해 반대로 킨텍스의 휴식 시설을 의존했지만, 킨텍스는 매 주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개최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블루 아카이브 뿐 아니라 다른 행사로 방문한 사람들로 인해 휴식할 수 있는 곳은 매우 부족했었습니다.

예매한 입장 번호가 늦은 탓에 오전 이벤트를 즐길 수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더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이번 이벤트는 방문객이 예매 할 때 고르는 좌석 번호에 따라 입장 시간도 고정된 형식이었습니다. 0~2000번까지는 오전 10시, 2001~4000까지는 10시 반 등.

11시 50분이 되어도 아직 입장 못한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문제는 준비 된 이벤트 중 입장 순번을 고려하지 못하고 오전에 마련 된 무대 행사가 있었습니다. 당연 뒤 번호를 발권 받은 방문객은 오전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습니다.

무대 이벤트는 오후에도 다시 공연을 했기에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2차 창작 부스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2차 창작(동인) 시장에 대해 여러분이 조금 알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2차 창작을 한 번이라도 해 봤다면 알겠지만, 동인 시장은 재고에 대한 위험이 굉장히 높습니다. 현장에서 다 팔지 못하고 남는 물건은 결국 다 짐이고, 무엇보다 이들은 개인 사업자도 아닌 만큼 제작비용 또한 매우 높은 편입니다.

뽑아놓고 팔리지 못하는 순간 창작자에게는 적자로 돌아오는 만큼, 최대한 팔아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10단위로 뽑아서 판매하는 것 조차도 굉장히 큰 용기를 필요로 하며 대량 생산을 섣불리 하지 못합니다. 인기가 많은 작가라고 하더라도 사전에 수요를 확인해서 소량의 여유분을 더 추가해서 제작하는 등 재고관리는 동인 작가들의 큰 숙제입니다.

그런데 이런 2차 창작 시장이 메마른 황무지 같은 상황에서, 블루 아카이브 1.5주년 페스티벌에는 갑작스럽게 많은 소비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창작자들은 예상 못한 수요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뒤 번호를 예매한 사람들은 이런 굿즈를 살 기회조차 입장도 못하고 박탈당한 것입니다.

사진 출처: https://twitter.com/blossom_ch_game/status/1659853134754373632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일어나게 된 결정적인 문제는 '암표'였습니다. 현장에 등장하지 않은 방문객 표가 쌓인 모습을 보고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7천장이 다 팔렸다는데 남는 표가 있을 수가 있나, 암표상들이 입장권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기 위해 환불이 아예 안되는 '금요일 23시 59분'까지 끝끝내 버텼기 때문이었습니다.

암표 뿐 아니라 이런 2차 창작물을 대량 구매하여 다시 되파는 '리셀러' 또한 등장하는 등 불쾌한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지금도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곳에선 '블루 아카이브 1.5주년'이라는 프리미엄을 붙인 물건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선 정말 할 말이 많지만, 한 마디로 일축하고자 합니다.

암표와 리셀링, 사지도 팔지도 말자

'블루 아카이브'는 국내에 정착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서브컬처 계열의 타이틀입니다. 그동안 '원신'과 '우마무스메'의 성공을 보며 '국산 타이틀은 안된다'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블루 아카이브'에 이어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까지 연착륙에 성공하였습니다. 다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아직 서브컬쳐 뿐 아니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반 시설(인프라)가 국내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서울 및 수도권을 벗어나기만 해도, 서브컬처를 기반으로 한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소비할 수 있는 공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최근 20년대 들어 소매상들을 다시 힘겹게 찾아 볼 수 있는 정도입니다.

국내에 다양한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 힘든 이유는 여럿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런 기반 투자가 어렵다면, 적어도 콘텐츠를 쉽게 구매 할 수 있는 기회 혹은 통로를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넥슨은 이전에 '네코제'라는 브랜드로 동인, 2차 창작 시장의 브랜드화를 실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방역 사태 이후 흐지부지하게 명맥이 끊겨버렸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네코제에 출품한 작가들을 위해 별도의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자신들의 작품을 공급할 수 있게 만든 부분이었습니다.

시장은 결국 꾸준한 공급과 투자, 그리고 관리도 있어야 유지 될 수 있습니다. 시장이 없어지면 소비도 없어진다. 바른 문화 정착을 위해 소비자와 창작자가 할 수 없는 일을 '공급자'에서 보여 줄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