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정마담식당

식당을 다녀온 당일에 글 남기는 건 거의 처음인듯하다.

이식당은 사진첩에서 묵혀둘 수 없는 그런 식당이다.

구미시민 아니 경북 내에서는 이미 유명한 구미 선산읍에 위치한 정마담식당이다.

정마담식당

054-481-2353

11:30 ~ 21:00 / 매주 월요일 휴무

간판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간판에는 50년 전통의 맛이라고 적혀있는데 아래쪽 메뉴판에 보면 올해 기준 63년 차인걸 알 수 있다.

13년 전에 간판을 한번 바꾸셨구나 생각했다.

가게 앞으로 3~5대 정도 주차가 가능해 보인다.

2중 주차하면... 한잔하다가 나와서 차 빼줘야 하니... 눈치껏 골목 빈자리에 주차를 추천한다.

구미에서 인증하는 맛집!

국가산단 50주년인 2019년 기준으로 50년 이상 된 노포에 달려있는 50년 장수명가 인증 현판

구미시에서 나름 평가까지 해서 70점 이상 되어야 현판을 받았다

당시 50년 장수명가 인증 사업 취지가 이랬다고 한다.

아무래도 노포들이 환경이며, 여러 이유로 사업을 명맥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사업은 굉장히 좋은 사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입구에 딱 들어가면 보이는 메뉴판이다.

가격이 최근에 조금 오른 듯하다.

홀은 4인 기준 테이블 10개가량 구비되어 있다.

방은 닫혀있어 따로 열어보지는 않았는데 다른 블로그 보니까 상은 따로 없고

주문하면 바로 가져다주신다고 하더라.

앉은 자리에 찍은 카운터와 주류&음료 냉장고

주류와 음료는 셀프입니다~

제일 위 칸에 컵이 있다.

자리에 앉아 5분 조금 안되니 남자 사장님이 물컵과 물을 가져다주시며 주문을 받으셨다.

우리한테 와서 아무 말씀 없이 ㅋㅋㅋㅋ 메뉴판을 가리키시길래 응?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판이 주류 쪽으로 돼있어서 메뉴를 보고 주문을 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순간 아!!! 하고는 수육 중과 비빔밥 2개를 주문했다.

점심시간이라 시간 조금 걸린다는 말씀과 함께 시크하게 사라지셨다.

코시국에 딱 맞는 개별 포장 수저와 물수건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인공이 등장한다.

굉장하다.

수육을 중심으로 정갈하게 놓인 반찬들이 흡사 한 장의 그림 같다.

모서리에 보이는 물수건은 NG

접시에 이쁘게 놓인 수육들

흔히 생각하는 수육과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삼겹살이나 앞다리살을 사용한 수육이 아닌 돼지 머릿고기와 뽈살 기타 부속거리로 만든 수육이다.

수육을 테이블에 놓는 순간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참기름을 발라서 나왔나? 하곤 다른 테이블 주문한 게 나올 때 주방을 슬쩍 훔쳐봤다.

사장님이 참기름으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바르고 토치로 불쇼를 하시더라.

너무 멋져...

비빔밥과 콩나물국 그리고 쌈

고추장은 안 들어가는 비빔밥이다.

비빔밥은 처음 받고... 수육이랑 같이 먹으면 5천원인데 비빔밥만 단독으로 먹으면 9천원...

과연 비빔밥만 시켜서 먹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긴 했다.

조금 저렴한 육회비빔밥 가격이랑 비슷하다.

기대를 많이 하고 방문했던지라 실망을 좀 했다.

물론 이건 맛보기 전에 한 생각이다.

내가 젓가락으로 뒤적거리면서 비빔밥을 비비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옆 테이블 정리하시다가 버럭 하시며 다가오셨다.

"육회비빔밥이나 눅눅해지니까 젓가락으로 비비는 거지.

우리 집 비빔밥은 숟가락으로 꾹꾹 누르면서 치대면서 비비는 거야.

젓가락으로 하면 밥알이 다 날아댕긴다고!!!!

잘 먹게 생겨서 비비는 게 시원찮네" 라고 말씀하시며 비빔밥 그릇을 가져가서 비벼주셨다.

물론 맞는 말이라 하나도 반박할 수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사장님이 직접 비벼주신 비빔밥

영광이었다.

맛보기 전까진 이 보잘것없는 비빔밥이... 단독 9천원?

한 입맛 보고는 그 생각은 싹 사라졌다.

물론 양과 구성으로 봐서는 9천원은 비싸다고 할 수 있다.

허나 채소와 밥... 그리고 참기름의 조화가 기가 막히다.

최근 먹어본 비빔밥 중 단연 최고다.

조금 다양하게 먹는 걸 찍어보려고 했는데

찍어놓고 보니 다 고추다데기가 들어가 있는 똑같은 사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먹는데 정신 팔려서... 고기 사진도 이게 끝이다.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

완벽한 한 끼였다.

물론 점심시간에 가서 소주 한잔 못한 건 너무너무 아쉬웠다.

흔히 생각하는 수육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머릿고기 수육이라 흔히 주변에서 먹던 국밥에 들어가는 고기들의 꼬릿한 냄새를 상상할 것이다.

물론 나는 꼬릿한 고기도 굉장히 즐겨서 먹는 편이고

부속부위에 대한 거부감도 크게 없다.

주관적일 수는 없으나 정마담식당은 머릿고기 특유의 냄새에 대한 편견을 깨는 그런 식당...

참기름과 토치로 하는 불쇼로 냄새를 잡는 건지

잘 삶아 낸 머릿고기라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같이 간 짝지도 머릿고기를 즐기지 않지만

거부감 없이 잘 먹더라.

그리고 흔히 검색하면 보이는 사장님의 불친절...

물론 들어가서 테이블에 앉아있는 5분 동안 인사도 없었고 시간이 좀 지난 뒤 주문을 받으셨다.

근데 홀 상황을 본다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게 이미 식사를 마치고 나간 테이블을 치우지 못해

3테이블이나 밀려있는 상황이었다.

주방에서 계속해서 고기를 썰고 계시고 준비하고 서빙하고 하시는 과정에 경상도 특유의 투박함이 섞여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거도 주관적... 근데 이런 느낌이 싫다면... 노포를 찾을 이유가 있는가?

흔히 시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런 식당을 가면 될 것을... 뭐 제 생각은 그렇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