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아카이브 후기

※게임을 플레이해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난 원래 수집형 게임, 소위 가챠 게임이라는 것을 싫어했다.

일단 돈이 지나치게 문제됐다. 캐릭터 한 명 뽑는데 몇 십만원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 돈이면 괜찮은 패키지 게임 하나를 살 수 있는 가격 아닌가?

게다가 그 생명 주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대다수의 모바일 게임 수명이 4~5년 정도가 평균이라고 한다. 그 뜻인 즉. 완결되지 않는 이야기를 질질 끌다가 어른의 사정으로 서비스 종료되는 게임이 부기지수라는 이야기다. 그 점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Unwelcome School’이라는 음악을 듣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Eg_d2f6myw

신세계였다. 이렇게 세련되게 모든 게 맏물리지 않는 엉망진창인 분위기를 살려낼 수 있다니.

어떤 음악인지 찾아보니, Blue Archive라는 게임의 BGM이었다.

넥슨에서 개발한 게임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놀라웠다.

내 기억 속 넥슨은, 메이플2, 서든2 등등 다양한 시도를 하긴 하지만 나오는 족족 실패하는 그런 회사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설로 남은 폭풍전야

더 놀라운 것은 게관위 관련 사태였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속칭 게관위는 해당 게임의 청불화를 진행했고, 이로 인해 원래의 버전은 19세로, 일부 일러스트를 검열한 15세 버전의 게임을 따로 만들어야 했다.

이로 인해 블루아카이브의 유저들은 그 동안 게관위가 행한 수많은 부적절한 행위들을 발굴해냈고,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사청구를 넣기에 이르렀다.

궁금했다. 대체 어떤 게임이기에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겨울에 시간을 쓰고, 추위를 견디며 국가기관에 반기를 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게관위 비위 의혹 5000서명, 이 서명으로 감사원의 게관위 국민 감사가 이루어졌다

전투

블루 아카이브의 전투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형태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앞으로 나아가다가, 적을 마주치면 멈춘다.

그 상태로 싸음이 진행되는데, 이때 적이 나타나면 ex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단순한가? 정확하다. 블루아카이브의 전투는, 극단적일 정도로 단순하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EX 스킬을 사용하는 타이밍을 조절하는 것이 전투의 핵심이다.

이러한 전투 시스템을 활용한 컨텐츠는 다음과 같다.

업무

임무

임무는 가장 기본이 되는 컨텐츠이다. 1~23지 별로 타일 맵이 있으며, 그 타일 맵을 따라 배치되어 있는 적을 처치하면 된다.

현상수배

현상수배는 카이텐저라는 적을 뒤쫓는 일종의 추격전 컨셉의 컨텐츠이다. 수행 시 특정 학교의 전술교육 BD 및 노트, 일부 오파츠를 제공한다.

특별의뢰

특별의뢰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몰려오는 스위퍼를 처치하는 거점 방어이고, 다른 하나는 허수아비를 일정 시간 안에 잡아내는 물건 회수이다. 각각 보고서와 크레딧을 제공한다.

학원교류회

학원 교류회는 각 학교의 학생들 중 일부가 적으로 나오는데, 이들을 처치하는 콘텐츠이다. 완료 시 고유무기 강화에 필요한 재화를 얻을 수 있다.

총력전 & 대결전

총력전과 대결전을 일종의 엔트 컨텐츠이다. PVE 보스 컨텐츠이다. 둘 모두 클리어 난이도, 클리어 속도에 따라 점수를 부여받는다. 점수에 따라 티어가 나뉜다. 총력전 및 대결전 코인을 각각 획득할 수 있으며, 티어에 따라 순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전술 대회

전술 대회는 pvp 컨텐츠이다. 순위에 따라 티어가 달라지며, 승리 시 전술대회 코인 및 크레딧이 제공된다.

육성

육성의 경우 크게 장비, 스킬, 신비 해방 및 전용무기로 나뉜다.

스킬은 EX 스킬은 BD와 오파츠를 사용한다. 기본, 강화, 서브 스킬의 경우는 노트라는 재료와 오파츠를 통해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으며, 두 경우 모두 크레딧이 소모된다.

장비의 경우 장비 보고서와 강화석을 얻어 육성할 수 있다. 장비 보고서는 주로 지역에서 얻을 수 있다.

레벨은 플레이어의 레벨까지 올릴 수 있다. 보고서 및 크레딧을 사용하여 올릴 수 있다.

옐레프를 사용한 신비 해방을 통해 최대 체력, 공격력, 치유력을 올릴 수 있다. 최대 5성까지 올릴 수 있다. 5성 이후로는 고유무기를 장착 및 레벨 업 할 수 있는데, 고유무기의 성급에 부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보는 바와 같이, 블루 아카이브는 대체로 전투 난이도는 낮추고, 대신 육성 난이도를 높이는 식으로 게임을 디자인한다.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면 게임 플레이 시간보다 육성 재화를 어떻게 분배할지를 더 고민하는 시간이 늘게된다. 총력전이나 대결전이 없는 기간에는 소탕 기능을 통해 대다수의 컨텐츠를 해결할 수 있으므로, 하루에 플레이 타임이 10분이 채 안되는 경우가 많다. 소위 말하는 '분재게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게임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이 게임을 여전히 플레이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스토리 때문이다.

스토리

스토리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는 크게 메인 스토리, 미니 스토리, 그룹 스토리, 인연 스토리, 이벤트 스토리로 나뉜다. 일단 여기에서는 메인 스토리에 대해서 다루어 보겠다.

블루 아카이브의 메인 스토리는 1편, 2편, 3편, 4편, 최종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편은 다시 각각의 장으로 구분된다.

최종편을 기점으로 1부가 종료되었고, 2부가 현재 진행 중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치면 엔드게임까지를 끝으로 인피니티 사가가 끝나고, 멀티버스 사가가 개봉중인 격이나 마찬가지이다.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는 대체로 재미있는 스토리이다. 대형 게임사일수록 스토리를 쓰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스토리의 질과 내용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은데, 블루 아카이브는 달랐다.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는 '캐릭터의 매력'을 중점에 둔다. 이를 테면 1편은 아비도스, 2편은 밀레니엄, 3편은 트리니티, 4부는 SRT라는 각 편의 배경이 되는 학교들이 등장하지만, 각 편마다 주인공격인 학생들이 스토리의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1편은 호시노, 2편은 아리스, 4편은 미야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3편은 각 장마다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조금 다른데, 1, 2편은 히후미가 중심이고, 3편은 아즈사, 4편은 사오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듯한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전개에 맞추어 세계관, 배경도 각 인물의 매력을 살리는 데에 중점을 둔다. 이를테면 헤일로라는 요소가 그렇다. 블루 아카이브의 세계관은 키보토스라는 수십개의 학원이 설립된 학원도시로, 이곳의 학생들은 머리에 빛으로 된 고리 같은 것을 달고 있는데, 이 헤일로는 각 학생마다 모양과 색깔이 모두 달라 그 학생을 상징하는 요소로써 사용된다.

고인물들은 헤일로 모양만으로 학생들을 구분한다고 한다.

이러한 스토리의 진행 방식과 세계관은 자칫하면 사이다 전개, 먼치킨 전개와 같이 한 명의 주인공이 모든 적을 파죽지세로 무찌르는, 다소 편의주의적인 전개로 이어질 수 있지만, 대부분의 스토리에서는 그런 식의 전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면은 1편에서 잘 들어난다. 1편의 주인공인 호시노는 설정 상 키보토스 최강의 신비라고 하며, 그 무력도 손꼽을 정도로 강하다. 그러나 스토리에서는 그런 면을 부각 시키는 대신 아비도스의 절망적인 경제 상황,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서 무기력하게 카이저의 실험 시설에 수감되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2편의 경우는 그런 시각에서 볼 때 다소 실망스러웠다. 2편의 플롯은 정체불명의 안드로이드인 아리스와 그런 아리스를 부원으로 둔 게임개발부의 이야기로 전개되는데, 기본 플롯이 JRPG 용사물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위에서 말한 편의주의적 전개가 눈에 띄는 부분이 다소 있었다.

귀여움 원툴

3편에 들어 이런 문제는 거의 보이지 않는데, 편의주의적 전개 보단 각자의 노력과 인연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이 주로 보인다. 플레이어 캐릭터인 선생이 총에 맞는다던가, 보충수업부의 퇴학을 위해 상층부가 계략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특이한 점은 각 장별로 악역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1장의 악역은 보충수업부라는 조직을 만든 나기사가, 2장은 미카가, 3장은 아리우스 스쿼드가, 4장은 베아트리체로 각 장별로 악역이 유동적으로 변화하며, 장이 지날 수록 이전 장의 악역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서사를 부여함으로써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이에 따라 주인공 격이 되는 학생들 또한 바뀌게 된다. 1장은 히후미가, 2장은 하나코가, 3장은 아즈사가, 4장은 아리우스 스쿼드 & 미카가 주인공이 된다. 특히 4장의 경우 이전 장의 악역들이 각자의 서사를 주인공이 됨으로써 완성된다는 점에서 호평하고 싶다.

제일 좋아하는 스토리

4편은 다소 애매했다. 분명 2편 만큼 편의주의적이진 않았고,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어른의 책임을 강조한 장면 또한 존재했다. 그러나 악역인 카야를 지나치게 무능한 학생으로 묘사함으로써 이야기의 긴장감을 이끌어내지는 못한 부분이 없진 않았다. 같은 학생 악역이라도 3편의 미카나 나기사, 아리우스와 같이 치밀한 면모가 보였다면 정말 좋은 스토리였을 것 같은데 아쉽다. 능력이 있다 = 선하다는 아닌 만큼 악하지만 능력있는 악역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최종편은 1~4편의 학생들이 한데 모여 색체라는 적을 상대하게 된다. 에덴조약과는 다소 반대로 하나의 거대한 적인 색체를 물리치기 위해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구조를 가진다. 1장에서는 카이저 코퍼레이션에 대항하기 위해 칸나 & SRT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2장은 색체의 침공에 맞서 각 학교들을 방어하는 군상극같은 양상을 보인다. 3장은 침공의 중심이 있는 아트라하시스의 방주를 격추하기 위해 우트나피쉬팀의 배를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2장 2편에서 제대로 마무리 되지 못한 아리스와 KEY, 리오의 서사가 이어진다. 3장과 4장에서는 색채의 인도자인 프레나파테스와 시로코(테러)의 서사가 이어진다.

이러한 서사의 뿌리에 항상 '어른의 책임'이라는 주제를 가져온다. 그리고 그로 부터 비롯되는 '믿음', 그리고 '사랑' 이라는 줄기를 마련함으로써 서로 다른 배경과 캐릭터를 가지고 스토리를 전개함에도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개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블루 아카이브의 스토리는 청춘과 학원의 이야기에 알맞는, 다소 가벼울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설득력 있으며, 일관된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는 좋은 스토리다.

결론

스토리에 대한 호평과는 별개로, 인게임 컨텐츠는 보강이 많이 되었으면 한다. 전투 컨텐츠가 부실하다면 다른 컨텐츠라도 확대 되었으면 한다. 이를테면 최근 일본 서버에서 진행된 이벤트의 경우, 다른 이벤트와 달리 직접 캐릭터를 조종하면서 맵을 돌아다니고, 엑스트라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와 같은 방식은 스토리 감상 혹은 전투 외에도 제 3의 선택지로써 유저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fr6oQ4vnO4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인게임적 발전과, 애니메이션 발매 등을 통한 IP의 발전 등으로 블루 아카이브가 앞으로도 순항하기를 바란다.

24년 4월 발매된다는데, 잘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