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이지워, 리니지2M 무단도용”...엔씨, 카카오게임즈에 저작권 소송
‘리니지 아버지’ 송재경 회사 개발
엔씨 “콘텐츠 다수 모방...IP보호”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 [카카오게임즈 제공]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달 야심차게 선보인 신작이 출시 보름 만에 표절 소송에 휘말렸다.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를 겨냥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결국 칼을 빼든 것이다.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신구 기업 간 법적 분쟁의 서막이 올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달 21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신작 게임 ‘아키에이지 워’다. 사전 다운로드 시작 5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1위에 오른 데 이어 정식 출시 후에는 매출 순위 1위를 달성했다. 출시 3일 만에 구글 플레이에서도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용자들 사이에선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리니지2M’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리니지2M’과 ‘아키에이지 워’의 화면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글들이 빠르게 공유됐다. 메뉴 구성부터 하단 상태창, 거래소 시스템, 아이템창 등이 전반적으로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엔씨소프트는 결국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단순히 장르적으로 유사한 수준을 넘어 엔씨소프트의 지식재산권(IP)을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칫 리니지 이용자를 뺏길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 측은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내외 전문가들의 분석과 논의를 거쳐 자사 IP 보호를 위한 소송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당한 피고 명단에는 엑스엘게임즈도 포함됐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이자 ‘아키에이지 워’ 개발사다. 과거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 개발을 주도한 송재경 대표가 2003년 설립했다. ‘리니지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송재경 대표가 이끌고 있는 만큼 이번 ‘아키에이지 워’의 표절 논란 역시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20년 2월 엑스엘게임즈의 지분 약 53%를 1181억원에 취득하며 자회사로 품었다. 엑스엘게임즈가 카카오게임즈의 MMORPG 게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카카오게임즈는 인수 3년 만에 엔씨소프트와 소송전을 벌이게 돼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6일 오전 한때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전날 대비 5.5%하락하며 3만9200원까지 떨어졌다.
엔씨소프트는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향해 “책임 있는 자세와 입장을 보여 달라”며 단호한 입장이다. 앞서 지난 2021년에도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 이 진행 중이다.
엔씨소프트 측은 “IP는 장기간의 연구개발(R&D)을 통해 만들어 낸 결과물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핵심 자산”이라며 “이번 법적 대응은 엔씨소프트의 IP 보호뿐 아니라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게임 콘텐츠 저작권 기준의 명확한 정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