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231005]

원신은 콘솔 액션겜 유저인 나에게는 참으로 미묘한 감정이 드는 게임인 것 같다.

게임이 직접적으로 영향받은 젤다랑 비교를 하자니 솔직히 완성도 차이가 있다.

다양한 상호작용은 있지만 몰입시뮬은 아니다.

전투가 재미없진 않지만, 순수 액션이라기보단 이런저런 디버프 발라서 계산한 뒤 딜을 열심히 넣는 기존 모바일 rpg 같은면도 있다.

그렇다고 모바일로 플레이하기에 게임패드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모바일에선 그래픽도 안좋고. (갤럭시 특일듯)

아예 플스에서 하는게 차라리 낫긴 한데, 나보다 레벨이 약간 높은 불릿스펀지들을 보고있자니 정신이 멍해질때도 있다.

레벨 상한 돌파, 일퀘로 주는 경험치카드와 재화, pvp, 던전 등등.. 내가 모바일게임에서 한숨 푹푹 쉬게 했던 요소들이 아주 알차게 들어가있지만 메인퀘스트 흐름 자체가 길다보니 한계가 빨리오진 않는다.

한계가 오는 시점을 굉장히 뒤로 늦춘 것인데 대단한 자신감이라 할 수 있다. 마치 그때까지 유저는 우리 게임을 못놓을거고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서 결제를 할 것이다 하는 느낌. 그만큼 재밌긴 하다.

흔히 말하는 유비식 오픈월드와 재밌는 오픈월드의 차이점은 컨텐츠가 흥미롭느냐 피곤하느냐밖에 없다. 모바일게임은 보통 흥미롭게 시작했다가 피로해지고, 그 피로감을 없애기 위해 혹은 흥미를 증강시키기 위해 과금을 한다. 내 생각엔 원신도 다를 거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원신이 대단한 점은 싱글플레이요소만 놓고 보면 앵간 콘솔게임 반열에 들 정도의 완성도를 갖췄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아쉬운 것이다. 라이브서비스 게임들은 aaa게임보다 돈은 덜 들이면서 더 번다. 그럼 역으로 라이브서비스 게임이 콘텐츠를 강화해서 aaa게임보다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닐까, 싶지만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완성도 높일 시간에 다음 컨텐츠를 빠르게 짜내야하는게 라이브서비스 구조니까. 미호요에서 젤다급 콘솔게임을 만들 수 있는가는 둘째 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일정한 재미를 보장하는 게임보다 역으로 재미와 더불어은근한 불편함을 이용해 금액을 지불시키는 게임이 더 효율적이고, 더 선택받는 다는 사실이 아쉽다는 말이다.

이게 내가 원신을 콘솔에서 돌아가는 모바일 게임으로 인식하는 결정적인 이유이고, 같은 포맷으로 어떠한 모바일게임을 만든다 해도 비슷한 경험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원신이 빛나는 점은 모바일을 콘솔처럼 포장한 때깔에도 있지만, 결국 고유의 세계관과 캐릭터 구축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수집형rpg 모바일 게임의 근본을 챙겼기에 따라오는 성공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