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루 아카이브의 핵심, "결국은 학원과 청춘의 이야기"
출처:인벤/글쓴이:박광석 기자 ([email protected])
넥슨게임즈에서 개발한 서브컬처 게임 ‘블루 아카이브’에 메인 스토리 Vol.3 ‘에덴조약 편: 제3장 우리들의 이야기를.’ 후반부가 금일(23일) 업데이트됐습니다. 후반부 스토리는 아리우스 스쿼드의 습격, 그리고 그들을 막기 위해 홀로 전장으로 향하는 아즈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미소녀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원도시의 모습을 밝고 청량한 분위기로 그려냈던 기존의 메인 스토리들과 달리, 세 번째 메인스토리인 '에덴조약'은 다소 어둡고 진중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인데요.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되는 분위기의 스토리를 통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양주영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 디렉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블루 아카이브, '에덴조약편'에 담긴 이야기
▲ 양주영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 디렉터
Q.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메인스토리 ‘에덴조약편’의 3장 후반부가 추가됐습니다. 후반부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진행되는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합니다.
= 안녕하세요.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 디렉터 양주영입니다. 이렇게 유저분들과 블루아카의 시나리오에 대해 소통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전반부에서 에덴조약 조인식이 아리우스 분교에 의해 공격당하고, 거기서 선생님이 탈출하는 과정까지 전개되었는데요. 후반부에서는 공격을 주도한 아리우스 스쿼드와 거기에 저항하는 아즈사, 그리고 그런 비극적인 사건을 마주하게 된 보충수업부의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입니다.
Q. 에덴조약편 3장 '우리들의 이야기를.'은 시리어스한 전개와 함께 블루 아카이브라는 게임의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핵심이 되는 스토리를 3장에 이르러서야 전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 에덴조약 편이 다른 스토리에 비해서 더 시리어스하고 무거운 이야기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블루아카이브는 굉장히 다양한 소재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고 있고, 그 이야기들 모두가 블루아카이브의 주제를 담고 있기를 의도했습니다. 즉, 에덴조약 편이 다른 이야기들보다 특별히 더 주제에 가까운 것은 아닙니다.
에덴조약 편에서 제가 의도한 것은 정치 스릴러와 스파이물, 그리고 군상극을 적절히 섞어서 블루아카이브가 나아갈 수 있는 장르적 한계에 도전해보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이 모든 이야기들이 결국 '학원과 청춘의 이야기'로 귀결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제가 NDC에서도 했던 이야기이지만, 블루아카이브는 결국 '학원물', 그리고 이 이야기는 '학생'의 이야기여야 하니까요. 에덴조약 편은 이런 무드의 격차가 큰 것뿐이지, 이야기의 핵심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닙니다. 블루아카이브 이야기의 핵심은 역시 개그가 주력인 '학원물'이니까요.
▲ "블루아카이브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개그가 주력인 '학원물'에 있다"
Q. 허무주의를 극복하려는 해석과 자세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3장의 아리우스 스쿼드 역시 자신들이 태어난 의미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저는 허무주의가 나쁘다는 말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 걸 판단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 어떤 생각이나 사유에 대해서는 모두가 각자 다른 판단을 할 수 있고, 저는 이것이 정답이다, 라는 결론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vanitas'로 대표되는 허무의 담론은 블루아카이브의 소재 중 하나일 뿐이며, 아즈사나 아리우스 스쿼드 모두 거기에 어떤 답을 내리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태어난 의미'라는 것은 굉장히 무거운 표현인데요… 아리우스 스쿼드의 테마는 '존재론'에 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후 이어지게 될 4장에서 마무리될 예정이니 여기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Q. 1~2장까지만 해도 에덴조약의 이야기는 보충수업부가 이끌었지만, 3장에서는 아리우스 스쿼드가 이끌고, 보충수업부가 해결하면서 서로 유기적인 연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덴조약 3장의 주인공은 '아리우스 스쿼드'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아뇨. 아리우스 스쿼드는 주인공들이 극복해야 하는 대적자(antagonist)의 역할입니다. 어디까지나 3장의 주인공들은 1장부터 계속 이어져 온 보충수업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아리우스 스쿼드는 보충수업부가 극복해야하는 '대적자'의 역할"
Q. 글로벌 버전의 히후미의 중요 장면의 대사가 일본 버전과 다소 다른 부분이 있는데요. 글로벌 버전의 더빙을 다시 녹음하는 수고를 들여서까지 대사 수정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 아무래도 번역 과정에서 원문이 각 문화권의 성향에 맞게 로컬라이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요스타 로컬라이즈팀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각 문화권에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표현을 모색하며 경우에 따라 표현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있기 때문에 블루아카이브가 일본에서 고품질의 텍스트로 호평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국어와 일본어가 서로 다른 부분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것은 각 지역별로 가장 최적의 표현을 찾기 위한 결과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에덴조약 3장의 마지막 장면은 당초부터 구상했던 중요한 씬입니다. 게임의 타이틀과, 카피라이트를 '학원X청춘X이야기'로 정한 이유가 드러나는 씬이기도 합니다. 히후미 대사에 구체적인 표현 방식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결국 전달하려고 했던 핵심 내용은 변한 게 없기 때문에 이것은 원작의 또 다른 버전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표현 방식에 차이가 있으나,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 내용은 그대로다"
Q. 시나리오 내에서 선생이 나기사에게 ‘의심암귀’라고 말하는 대사는 조금 표현이 센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 해당 장면에서 선생님이 나기사에게 화를 내는 것은 맞습니다. 선생님은 화를 낼 때는 내기도 하고 때로는 실수도 하고 학생들에게 사과도 하는 그런 캐릭터를 의도하고 있습니다. 결국 선생님은 유저들 자신이기도 하니까요.
나기사는 증거도 없이 자신이 수상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을 퇴학 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이 시점에 악당이 맞고, 그 이후의 나기사의 냉혹한 전개를 고려해서 선생님이 선전포고에 가까운 강력한 워딩을 사용한 것입니다. 다만 '구제불능'이라는 표현이 제가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느낌으로 전달된 것 같아서 이 부분은 유저 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선생님이 나기사에게만 적대적으로 보이기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이 나기사에게 화가 난 것은 맞지만, 그 이후 전개를 통해 나기사도 수많은 고통을 겪게 되고 결국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고, 선생님 또한 모든 일들이 끝난 뒤 나기사와 화해하는 결말로 이어지는 것을 의도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들 또한 좀 더 신경 써서 집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 모로 고생하고 있는 나기사 쨩에게 깊은 위로를….
■ "블루 아카이브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Q. 현재의 블루아카 스토리에서는 최소한의 연출기법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개선해 미연시 등 여러 장르에서 시도되었던 다양한 연출을 더해나갈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블루아카이브의 시나리오 연출 기법 자체도 타 게임 대비 적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연출 기법은 계속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추가해 나가고 싶은 니즈가 있습니다만, 라이브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게임의 특성상 가장 효율적인 지점을 찾는 것이 필요해서, 여러 모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계속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아직 실장되지 않은 '와일드헌트 예술 학원'에 대한 이야기를 향후 메인 스토리로 풀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네…… 이건 미래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답변 드리기 곤란할 듯하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Q. 블루아카 메인 스토리의 시간 순서가 궁금합니다. 시간순으로 나열한다면 각각의 메인스토리는 어떤 순서로 배치할 수 있을까요?
= 타임라인이 정해져 있는 이야기들이 있긴 합니다. 가령, 에덴조약 편은 대책위원회 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1편에서 등장한 히후미는 아직 보충수업부 소속이 아니었거든요. 다만 이런 부분들은 제가 설명하기보단, 시나리오의 내용을 통해 유추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부분 또한 시나리오를 즐기는 요소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야기의 시간선을 유저들이 유추하고, 시나리오를 즐기는 요소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Q. 현재 게임의 스토리가 블루아카의 전체 IP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앞으로 블루아카를 더욱 강력한 IP로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이어갈 계획인지 소개해주세요.
= 블루아카이브는 MX스튜디오의 개발자 전원과, 한국 퍼블리셔 넥슨과 일본 퍼블리셔 요스타, 그 외에 많은 분들이 다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총체적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IP를 위해 시나리오 라이터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이라면, 조금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좋은 캐릭터를 만들고 좋은 세계관을 구축해서 거기서 유저분들께 사랑받을 수 있는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것이겠죠. 저 역시 부족한 게 많은 개발자이지만, 이 부분만큼은 계속 멈추지 않고 노력을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Q. 블루아카 스토리에는 신년 아루의 인연 시나리오에 포함된 프리큐어 대사처럼 ‘아는 만큼 보이는’ 요소가 잔뜩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부분을 계속 늘려갈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 블루아카이브의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추구함과 동시에, 서브컬쳐를 즐기는 분들에게 '종합선물세트'같은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그 중간점을 찾아서 밸런스있게 가급적 많은 유저분들이 만족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끝으로 블루아카의 스토리를 사랑하고,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이번 에덴조약 편 3장 '우리들의 이야기를'은 어떠셨을까요? 슬프고 우울한 분위기로 시작되지만 결국 이 타이틀명에 대한 대답은 블루아카이브가 처음 오픈할 때부터 우리들에게 제시되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밝고, 청량한 '학원과 청춘의 이야기' 블루아카이브가 앞으로도 어떤 이야기를 이어나갈지 관심있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에덴조약 편 3장 이후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저희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고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