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오분전에서 십분 더 살아남기 2.변명
블로그 제목을 쓰다가 문득 매일 쓸 이름이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임말을 써볼까?
개십살
아.. 길어도 그냥 다 써야겠다.
사실 나의 이 심술궂은 게으른 무기력증은 나름 원인이 있다.
엄마가 임신한 한부모가정 가장이었다
우리가족이 체코행을 결정했을 당시, 구성원의 인원수는 세 명 이었다.
2021년 늦봄,
남편의 합격소식과 함께 우리가족은 얼마 없는 준비기간에 해야할 일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10년가까이 운영해온 학원을 3개월 안으로 정리하고, 체코 내에 우리아이가 다닐 영어유치원을 알아보고,
유치원과 적당한 거리에 집을 알아보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초여름,
생각지도 못한 임신소식에 그야말로 멘붕이 왔다. (물론 아주 기뻤다)
그 날 부터 나는 체코 산부인과 체코출산 체코의료수준 등의 검색어를 하루종일 검색하며 지냈다.
하.. 해외에서의 출산이라… 두렵고 도저히 엄두가 안났다.
결국 그 해 9월, 남편 혼자 체코로 떠나게 됐고
일하는 임산부인 나는 24개월 아기와 함께 10개월을 버텨보기로 했다.
남편이 떠난 바로 그 순간부터 몇일을 목놓아 펑펑 울었는지..
24개월 첫째가 얼마나 무섭고 당황했으면 큰소리로 우는 내앞에서 깔깔깔 웃어도 보고, 옆에 가만히 있어도 보고, 문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숨어도보고 했는지 지금까지도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딱 일주일 지나니 우리 둘만의 일상이 만들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 문화센터 갔다가 점시먹을때 쯤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나는 출근.
퇴근 30분전에 아이 찾아 학원에 데리고 마지막수업 마무리.
이렇게 출산이 다가왔다.
아들보다 편하고 듬직한 며느리였다
나는 임신한 몸으로 혼자 만 두살 아이를 키우는 며느리였다. 그것도 아들보다 말 잘듣는 듬직한 며느리.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뭐… 이하 생략한다.
매 주말마다 아이를 카시트에 묶어 왕복 세네시간을 시부모님 만두심부름 다닌걸로 요약하자.(이정도로 요약하기엔 정말 큰 억울함이 있다.)
거절 못하는 나와 세세하게 부탁 잘하는 시아버님의 환장의 콜라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출산 후 조리원 퇴소 이틀 뒤부터 내가 사는곳에서 왕복 두시간거리 꽃 사진 찍어 전송하기 심부름이 시작되었다.
우리 같이 살게되면 다 해결 될꺼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짓말.
우리부부는 둘 다 계획적이지 못하다.
비행기티켓만 미리 구매해놓고
결혼식마치고 집에돌아와 저녁먹고
쇼핑몰가서 롱패딩 하나씩 사입고
밤 새 기내용케리어만큼의 짐 각자 하나씩 싸서
유럽으로 신혼여행을갔다.
일정도 숙소도 아무것도 정해져있지 않았지만
우리 둘 다 정말 즐거워했고, 지금도 정말 만족하고있다.
이제는 우리가 네명이 됐다.
해외 이주를 결정했고, 6개월 36개월의 아이들과 이주했다. 신혼여행때처럼…
결과는 끔찍했다. 비자 얻는데만 7개월이 넘게 걸렸고,
그동안 온가족이 나라를 얼마나 옮겨 다녔는지..
비용은 말 할 것도 없고, 아이들은 지치고 자주 아팠다.
비자가 나온 후에도 뭐 별반 달라진건 없었다.
평일 주말 없이 새벽에 나가서 밤 늦게 들어오는 남편에
말도 안통하는곳에서 혼자 아이 둘 키우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결국 나는 지쳐떨어져 나갔다.
다 필요 없으니까 다 때려치고 돌아가자!!
우리는 결국 돌아왔다.
남편과 비행편이 서로 달라 아이 둘데리고 혼자 한국으로 왔다. 게다가 추리고 보내고 버렸지만 100키로가 넘는 짐.. 정말 이 초 고난이도의 미션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도착해서 자는 두 아이 업고 안고 캐리어끌고 유모차 찾으러가던 그 몇미터는 정말 내인생에 겪었던 체감상 가장 긴 길이다.
돌아와서 두 달,
나는 다시 듬직한 며느리로 컴백했다.
갑작스런 귀국에 진로를 정하지 못한 남편은 또 주말 없이 늦은 귀가를 했고 당연스레 나는 혼자 아이둘을 엄마가 되었다.
지쳐가던 어느날,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고 남편 직장바래다주고 친구학원에서 알바하고 아이들 찾아서 여느때와 같이 아들이 아닌 며느리를 찾는 시부모님댁에 들렸다가 밥시간이 지나 돌아오는길 카페에서 아이들과 토스트먹고 집에 들어왔는데 수도관 연결이 잘못돼 터져 온 집이 물바다가 돼있었다.
깨끗하지 않은 물에서 첨벙첩벙 물놀이 하는 아이들을 보고도 모른척하고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퍼내고 또 퍼내고..
아직 푸르지 않은 우리 짐 박스가 다 젖었고 새로산 가구 아이들 장난감 책 도 모두 젖었다.
물을 다 퍼내고 신랑이 돌아왔고,
난 펑펑 울면서 선언했다.
아무것도 안할꺼야!!!!!!!!!
But!!
내일의 계획
옷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