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팬픽] 달콤한 매화향_(종려X호두)

달콤한 매화향

원작 원신 . 지은이 윤하

매우미친듯이오글거립니다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했고 그만큼 그리웠던 존재를 만났다. 그녀는 변함없이, 언제나 그랬듯 얼굴에 화사한 미소를 걸치고 저를 옥처럼 맑은 두 눈으로 바라보고있었다. 그런 그녀는 정말이지, 하늘에서 내려온 여신과도 같아 보였다. 마음이 따뜻한 온기로 부풀며, 곧 그것이 더나위할것없는 행복감이란걸 알았다. 회색빛이 은은하게 도는 머리가 바람에 살랑거리며, 밝게 웃는 그녀의 미소가 더욱 더 짙어졌다. 그 모습을 영원히,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고 싶었고, 간직하고 싶었다.

-제군님! 제군님은 사랑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그녀가 물었다. 태양같이 밝은 목소리로, 가느다란 실같이 가녀린 목소리로.

-인간들이 주로 말하는 사랑 말인가?

그에 따라 미소를 지어주며 나지막히 물었다. 그녀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종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랑…사랑이라,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아무말 없이 그녀의 푸르고 맑은 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신비롭고도 황홀해 마치 그 속으로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빨려들어가는것 만같았다. 마음이 이유모르게 간지러워지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저는 사랑이 마치 이렇다고 생각해요.

터벅터벅, 푸른 잔디를 밟고 저 중앙으로 나아가는 그녀의 옷자락이 바람에 이끌려 펄럭거렸다. 함께 휘날리는 그녀의 은빛 머리카락이 저 하늘, 햇빛에 비추어 황홀하게 빛을 내었다.

귀종은 곧 발걸음을 멈추고는 치마를 펄럭이며 종려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녀의 얼굴에서 아름다운 미소가 흘러나왔다. 곧 그녀의 발이 사뿐하고도 조심스럽게 푸른 잔디를 밟으며 아름답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태양을 배경으로, 잔디를 무대삼아 사뿐히 뛰고, 아름답게 도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고귀한 백조의 모습같았다. 햇빛과 어우러진 은색 머리카락이 빛을 내고, 푸른 치마자락이 바람에 이끌려 살랑거리며 고운 손이 애처롭게 허공에서 움직이니, 그 모습이 덧없이 황홀하고도 아름답도다.

그 모습에 점점 더 빠져들었다. 쉴새없이, 주변의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강물을 따라 흐르는 물결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마치 어둠속의 빛이라도 되는듯, 종려의 눈동자엔 더이상 춤을 추는 귀종의 모습밖에 담기지 않았다. 빠르고도 느리게, 조심스럽고도 유연하게. 몸놀림에 빈틈하나 없이 아름답게 춤을 묘사해내는 그녀의 모습은 종려의 시선을 강탈하기에 충분했다.

이윽고, 귀종의 빨라지던 발걸음이 곧 느려지더니, 그녀가 고개를 숙여 종려에게 인사했다. 그는 아무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숙였던 고개를 올리고 저를 바라보는 귀종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이에요.

아, 종려의 가슴으로 물씬 파도가 쳤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것일까, 머리속으로 방금 보았던 그녀의 춤이 생생하게 다시한번 떠올랐다. 빠른것같으면서도 느렸고, 조급해하는것같으면서도 여유로웠으며, 슬픈것같으면서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정신없이 춤을 추던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것이, 정녕 네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습이더냐.

종려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가 그리 생각한다면, 그것도 과연 사랑의 모습이 맞는거겠지…

귀종의 얼굴로 화색이 드러났다. 그 모습이 더나위할것없이 귀여웠다, 적어도 종려의 눈엔 그랬다.

-그렇다면 제군님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녀의 물음에 그는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사랑… 그것은 몇천년을 산 종려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이였다. 한번도 해보지 못했기에,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기에…

-...난 아직 잘 모르겠군, 언젠가 그 뜻을 찾으면 너에게 바로 알려주겠다.

-그럼 그때까지 기다릴게요 제군님!

환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이 그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박혔다. 행복했다. 종려는 따라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 시간이 영영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뿐이였다, 종려가 바라는것은 그뿐이였다.

“...종…ㄹ…씨…!”

그때, 어디선가 익숙하고도 명량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귓가로 울려퍼졌다.

“..ㅈ…려씨!”

처음보다 더욱 더 확고하게, 한번더 그 명랑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머리가 순간 띵하게 아파오며, 제 앞에 있던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이 점차 사라졌다.

“종려씨!!!”

“헉!!!”

순간, 눈을 뜨며 종려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숨을 헐떡였다. 익숙한 매화향이 코끝을 감싸며, 곧 몽롱했던 정신이 확고해졌다.

“...호당주…?”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매화가 꽂힌 모자를 쓰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호두가 종려의 시선으로 들어왔다.

“종려씨! 그렇게 낮잠을 주무시면 어떡해요! 그러다 이따가 밤에 잠 못주무신다!”

호두가 저 벽에 걸린 시계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지금 시각은 오후 3시 40분. 대략 1시간 정도를 깊게 잔듯 보였다.

“...깨워주어서 고맙군, 호당주…”

그리고 곧 종려는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호두를 지나쳐, 말없이 성큼성큼 문을 향해 다가갔다.

“에에에? 종려씨 어디가요!!!”

“...가볼곳이 있어서, 이따 저녁에 보세.”

탁, 종려가 나가고 문이 닫히자 방안으로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그 속에서, 호두는 말없이 눈을 끔벅이며 방금 종려가 나간 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

.

.

리월의 하늘로 어둠이 드리우고 하얀달이 밝게 빛났다. 언젠가, 귀종도 저런 달을 보며 했던 말이…

-제군님, 달이 정말 예뻐요!!! 가져와서 제 방에다가 달아놓고 싶어요!

종려는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귓가로 아름다운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니, 곧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이 찾아들었다… 몇천년이 지났는데, 정녕 시간이 그렇게 흘렀거니만.

왜 난 아직도 그녀를 놓지 못하는걸까.

못본지 몇천년이 지났는데도 마치 어제 본것처럼 생생하고, 그 밝은 미소가 눈가에 아른거리며 그녀가 해준 맛있는 음식들이 입가에 맴돌았다. 세월이 흘렀는데도, 셀 수 없을정도의 많은 시간이 흐르는데도 정녕 세월과 시간은 그리움을 없애주기는 망정 그를 쉴새없이 부추길 뿐이었다.

“와악!”

순간, 등을 조금 밀며 말하는 누군가의 외침에 종려가 흠칫 놀라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당주?”

“히히, 역시 종려씨네요! 이래도 크게 안놀라다니”

언제나 그랬듯 밝고 명랑하게 저를 바라보며 실실 웃는 호두가 그의 시선으로 들어왔다. 종려는 말없이 미소만을 지은채 다시 밤하늘, 그리운 달에게 시선을 돌렸다.

“종려씨는 밤에 대체 여기서 뭐하는거에요?”

호두가 터벅터벅 옆으로 걸어와 난간의 팔을 기대고 그에게 물었다.

“...그냥, 바람 좀 쐴겸 달이나 구경하고 있었소.”

종려의 대답에 아하, 하고 호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주”

나지막히, 종려가 호두를 천천히 불렀다.

“네?”

“...당주는, 사랑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깊게 생각하고 물어본 질문이 아니었다. 종려는 자신도 호두에게 그런 말을 던지드시피 묻고는 자신이 왜 이러한 질문을 했는지 그제서야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 지금은, 귀종이 남기고 간 허무한 마음속을 누군가와 채우고 싶었기 때문이였을까.

“사랑이요?”

흐으음, 호두가 앓는 소리를 내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종려는 역시 그녀도 모르는거구나, 생각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 대체 그것이 뭐길래 이리 어려운…

“그냥 간단하죠. 미칠듯이 상대방이 생각나고 그 사람 없으면 안될것같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고, 평생을 함께 하고 싶고… 뭐, 그런거아닐까요?”

상상외의 호두의 대답에 종려의 눈이 동글해지며 그녀의 붉은 눈과 마주쳤다.

“...자네, 사랑에 대해 아는가…?”

“에이, 그렇게 말하니까 부끄럽다… 뭐… 잘아는편이죠?”

호두의 말에 종려는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종려의 금색눈빛이 그 어느때보다 빛나자, 호두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사랑은, 솔직히 말로 하기 어려워요. 그 형태가 불분명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뭐랄까, 제가 느끼기에 사랑은 태양과도 같은것 같아요.”

태양, 종려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치 태양과도 같아, 인간에겐 없어선 안될 큰 감정이죠… 사랑이 없다면, 인간은 돌처럼 매마를거에요. 사랑이 있기에 사람이 이렇게 살 수 있는거죠”

호두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녀의 두 붉은 눈이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을 내었다.

“우리는 사랑을 받고 있기에… 또, 하고 있기에.”

종려의 두 눈으로 호두의 작은 미소가 짙게 담겼다.

“그렇기에…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웃을 수 있는거죠”

행복할 수 있다…웃을 수 있다. 종려의 마음으로 정체모를 파도가 쳤다.

“사랑하는 사람은 마치 태양과도 같아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오고.”

종려의 머릿속으로 귀종을 바라보며 웃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아니, 그보다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리던 자신의 모습이 더욱 더 확고하게 떠올랐다.

“함께하면, 행복하고…”

행복했다…아니, 어쩌면 행복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그 행복은 상실감과 절망감으로 찾아오겠죠”

호두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녀의 두 눈으로 차가운 씁쓸함이 묻어났고, 그건 그녀를 바라보는 종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를 위해서 하는 일이 저희가 하는 일인거죠”

호두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종려에게 말했다.

“종려씨, 너무 어렵게 생각마요”

한발짝, 두발짝. 호두가 조심스럽게 종려에게로 다가왔다.

“잘 찾아보세요. 어쩌면… 당신에게 태양같은 존재는 이미 존재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호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종려씨도 지금 사랑을 하고 있을지 몰라요.

종려의 두 눈이 덜컥 내려앉았다. 심장또한 마찬가지였다, 발끝까지 떨어지며 아찔한 충동을 일으키는 그 느낌이 그 어떤것보다도 충격적이였다. 큰 깨달음을, 오랜 물음을 이 아이에게서 알아버렸으니…

종려는 호두에게서 눈길을 돌려, 저 밤하늘에 떠있는 밝은 달을 바라보았다. 그 위로 아름다운 귀종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것만 같았다. 종려는 그 달을 바라보며 씩 미소를 지었다.

“객경님, 깨달으셨나봐요?”

호두의 말에 종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귀종은 한때, 사랑이 뭐냐고 그에게 물어왔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몇천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귀종. 당신이였어.

그리움의 파도가 마음속으로 커다랗게 일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오랜 깨달음을 알고 나니, 그에 대한 질문에 드디어 답을 해주고 나니 더이상 찾아오는건 혼쾌감 뿐이였다.

그 아름다운 미소에 왜그렇게 빠져들었는지, 그 푸른 두 눈동자가 왜이리 황홀했는지 춤추는 그녀가 왜이리 신비로웠는지 그제서야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사랑이였기에. 그녀를 향한 그의 깊은 사랑이였기에 가능했던것이였다. 종려는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터무니없었다. 하지만 의미있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귀종, 그 자체여서 터무니 없었다. 하지만, 그 답이 귀종, 그 자체였기에 의미 있었다. 사랑이 이런것일까, 종려는 미소를 지으며 달빛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자신의 첫사랑, 자신의 지나간 사랑, 잠시나마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그 사랑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렇기에 행복할 수 있어서, 짧았지만 긴 삶에서 의미있게 웃을 수 있어서.

“종려씨, 지금 첫사랑 생각하고 있죠!”

호두의 의심찬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그속에서 약간의 질투도 담겨있었던것 같지만, 종려는 크게 눈치채지 못했다.

“...호당주는 참 눈치가 빠른것같소.”

“흠, 왕생당일을 해서 그럴까요? 아니면 종려씨가 옆에서 하도 사고를 많이 치고 다녀서 그럴까요?”

호두의 말에 종려가 푸핫, 웃음을 내뱉었다. 밤바람이 그들의 사이를 훑고 지나가며 달콤한 매화향이 코끝으로 풍겨져왔다. 순간, 종려의 마음속으로 한번더 파도가 쳤다. 가슴이 간질거리며, 곧 더나위할것없는 행복감이 찾아왔다. 호두의 붉은 두 눈동자가 종려의 가슴속에 굳게 박혔다. 그 눈동자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너무나도 황홀해서.

“...호당주, 궁금한게 있소.”

종려가 나지막히 물었다. 호두의 눈동자와 종려의 눈동자가 서로에게 마주쳤다.

“호당주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있소?”

순간, 호두의 볼이 재빠르게 새빨개지며, 호두가 놀라 번쩍 뛰며 소리쳤다.

“네네네네네네네, 저저저요?!?!?!?!?!?!?”

“뭐,뭘그리 놀라시오…?”

종려의 당황한 말투에 호두는 애써 헛기침을 두번 하더니, 이내 얼굴을 붉히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저야..당연히…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한거겠죠…?”

호두의 목소리가 그녀답지 않게 작아졌다. 종려의 입가로 또한번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럼 종려씨는요…? 종려씨는 있어요…?!”

그런 호두의 모습은 약간의 초조함과 불안감을 담고 있는듯 했다. 물론, 종려는 이역시 눈치채지 못했다.

“...전…”

종려의 시선으로 문뜩 밤의 리월을 배경으로 한 호두의 모습이 들어왔다. 종려는 말없이, 홀린듯 호두를 바라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것 같군요.”

호두의 입가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어느때보다 더, 짙게.

“아, 그럼 종려씨! 우리 이제 갈까요? 밤도 늦었는데 저녁 안드셨죠? 맛있는거 먹어요!!!”

호두가 그 어느때보다도 밝게 웃으며 종려에게 소리쳤다.

“음, 그러죠. 만민당에 갈까요?”

“예에, 좋아요!!!”

리월의 밤하늘로 밝은 달이 그리웠다. 환한 달빛 아래, 따스하고도 밝은 조명으로 가득찬 리월의 거리를 걷는 그들에게로 왠지모를 따뜻한 감정이 깊게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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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야ㅏ아아아ㅏ아아아아ㅏ미쳤니ㅣㅇ이이이ㅣ이이이이ㅣ이이

뭔가 흑역사 하나 생성한것같은건 기분탓일까요...하아아...